(사진: 자인화님 작품....칠곡 운암지 연꽃)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먼저 주지스님께 깊은 위로의 말씀 올립니다.
병술년 2월 하고도 열이렛날(음1.20). 하오의 시간에 유명을 달리 하신,
이제는 더 이상 뵐수 없는 어머님 영정 앞에서...
대륜 주지스님...붉게 충혈된 눈자위...내려 감은 눈길 속에서 애써 초연함을 보이시지만...
아침부터 유독 차가웠던 칼바람이 왼종일 불어대던 하루였습니다...
제 꿈속에서 수심어린, 편치 않은 얼굴을 계속 보여 주시던 주지스님...
작년 부친 별세 때처럼 이번에도 며칠전부터 제 꿈속에서 어두운 얼굴로 말없으시던
스님의 근심어린 얼굴이 생시처럼 생생한데...그 꿈이 부모님과의 별리를 알리는
슬픔으로 나타날 줄이야...
평시에도 그랬지만 더욱 초췌해 보이는 것은 저희들의 안타까움이겠지요.
사랑하는 아들에게 스님에게 할말은 많지만,
묵언처럼 침묵처럼 황황히 길 떠나셨을 어머님께
까닭없이 속절없이 이 제자들 마음자리들이 어쩌면 이렇게 부끄러운지요.
절제된 이성처럼, 군더더기 하나없는 무소유처럼... 가냘프신 주지스님..
어쩌면 어머님과의 영원한 별리보다 앞으로 영원히 이어질 철없는 제자들 걱정들이
먼저 발뿌리에 채인 것은 아닐런지요...
모르겠습니다. 스승님의 깊고도 험한 사유(思惟)의 속내를
미욱한 이 중생들이 얼마나 간파할런지를...
오늘 오전에 법당과 절마당을 쓸면서 문득 떠오르는 단어!! 모교(母校)!!
모교마당을 쓸고 있구나.. 까마득한 전설같은 그 추억어린 용어가
오늘 불고있는 찬바람처럼 휙휙, 아릿하게 깊은 기억들을 건드리고 있는 것을요..
부처님 공부에 졸업이란 없고 영원한 입학만 있는 우리 절, 부처님, 불교....
얼마나 살지 모르지만 죽을때까지 이 절을 다니면서 이 절마당을,
학교마당을 비질 할수 있으면 참 좋겠구나...
하는 생각을요...
졸업이란 없는 모교에서 나는 어떤 학생이 되어야 하나...하고..혼자 피식 웃으면서...
좋은 학생, 좋은 제자가 되어야지 않겠는가? 하고...
알게 모르게 스님께, 스승님께 불경한 죄가 많을 것이고 ? 짧은 생각들에 비례한만큼
스승님의 주름도 깊어지고 있었지 않나 하는 자책에 잠시 혼란스러웠습니다.
저녁. 도반들과 함께 욱수동의 모레아 장례식장에서 뵌, 스님의 파리한 얼굴을 뵈옵자
참괴한 마음은 증폭되고...덧없는 삶, 그 연민들로 콧등 시큰해지면서...
잠시 참회, 그리고 또 참회로 모친영가님께 조문과 극락왕생발원을 대신하였습니다.
먼길 떠나시는 어머니 영가시여...
사랑하는 아들 스님과, 그 제자들이 오늘 이렇게 모여 극락정토로 모십니다.
부디 가시는 걸음걸음 아름다운 이별이소서....
다 떨치고 홀연히 홀연히 부처님 나라 가옵소서...
부디 극락왕생하옵소서.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관세음보살 관세음보살...
* *
임종게를 삼가 영전에 바치옵니다.
來時空索索 去也赤條條....올때는 빈손으로 왔다가 갈때는 알몸으로 가는것을...
緣會而來 緣散而去...올때는 인연따라 왔다가 인연이 다하여 가네..
一物脫根塵 頭頭顯法身 莫論去與住 處處盡吾家....한 물건이 이 육신을 벗어나니,
두두물물이 법신을 나투네. 가고 머뭄을 논하지 말라, 곳곳이 나의 집일지니....
目無所見無分別 /눈으로 보아도 본바 없느니 분별이 없고/
耳廳無聲絶是非/귀로 듣되 들리는 바 없으니 시비가 끊어졌네/
分別是非都放下/분별심 시비심 다 놓아버리고/
但看心佛自歸依/단지 마음의 부처님을 보아서 스스로 귀의하였네/
* 위 사진은 자목련님께서 작년 어린이날에 찍은 사진입니다. 천진불 같으신
주지스님의 미소가 동자승 같은 아이들의 해맑음 속으로 함께 녹여진 아름다운 사진입니다
'☞■ my page ■☜ > 긴 글, 긴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수미산악회/2006년 3월 산행(금정산 범어사)을 다녀 와서... (0) | 2006.11.06 |
|---|---|
| 포교(불교)와, 전도(교회)의 차이점/ 그러나 진리는 하나로 통하는..... (0) | 2006.11.06 |
| 기쁜 소식과 나쁜 소식! 두 가지가 있습니다/ 법화경사경 수행모임에서... (0) | 2006.11.06 |
| 송년감사이벤트/ ‘Table cafe'를 다녀 와서.... (0) | 2006.11.06 |
| 초대합니다/이도현MC와 함께 하는 송년 ‘감사이벤트’/ (Table cafe) (0) | 2006.11.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