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현화(普賢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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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스티븐스필버그! 심형래 감독의 '디-워(D-War)'!!

보현화 2007. 8. 6. 19:21

2007. 8. 6(월)...

 

문화예술이라면 편식없이? 모든 분야를 다 감상체험하고플 정도로

문화예술에 늘 배고프고 관심도 많은 나!

제대로 문화생활하려면 비용도 만만치 않은게 문화예술이기도 한데...

 

그중에서 영화는 오랜 나의 취미중의 하나...

해서 아침 일찍 분주히 서둘러

오늘도 조조영화의 장점을 즐기러 집을 나섰다.

 

조조영화는

첫째, 첫회라 가격이 할인되는 경제적 잇점과 둘째, 사람이 많지 않은 점이 마음에 든다.

사람이 많으면, 그래서 내앞에 누가 앉아 있으면 앉은키 작은 나는 화면을 많이 손해보게 되므로

적지않은 고민이 생기는데 관람객수가 적은 아침시간은 그래서 내게 아주 좋은 기회이다.

 

더군다나 주말이 아닌 평일을 택하면 더더욱 감상만만점의 효과가 덤으로 주어진다.

월요일인 오늘도 예외가 아니어서 갔는데 오잉? 웬일로 좌석이 많이 찼다.

아하! 아이들 방학이군~. 어린이들을 대동하고 온 학부형들이 많았다.

방학이라는 이유도 있겠지만 우리나라 S.F영화의 우렁찬 신호탄이 될

이 영화에 대한 기대가 많아서 일거라는 짐작을 해본다.

 

이번 '디워'에 대한 열기와 정보를 인터넷에서 접했는데

평소 심형래 감독에 대해서 별로 아는바가 없었지만 궁금증과 호기심을 충분히 유발하게끔

훌륭한 영화라는 평이 자자해서 꼭 체험하고 싶었었다.

코메디가 본업인 분이 영화를 만들었다는 것도 조그마한 코메디이면서 또한 감동-.

'시인과 농부' 같은 뉘앙스로 다가왔다고나 할까...

 

기대속에 영화는 시작되었고-.

전생. 전설.인연. 윤회설. 토속신앙..등의 주제를 충분히 각인시키면서 운명의 힘도 역설해 보인 영화였다.

'운명이란?'

 평소 나의 운명에 대한 정의는 '어찌할수 없는 것이 운명! '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었는데,

이번 영화에서 운명에 대해서 다시금 점검해 보는 기회가 되었다.

거스를수 없다면 순응하라!

운명은 단지 무지막지하게 당함을 강요하는게 아니라, 눈물과 함께 담담하게 받아들여야 하는것이라는 메시지가 가슴뭉클하게 전해져 왔다.

 

하나뿐인 목숨을 기꺼이 내 놓으면서 여의주로 변한 세라.

세라가 여의주여야 하는 까닭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용이 된 이무기.

그리고 '용의 눈물'... 그 큰눈에서 운명을 거스리지 않은 순응의 아픔을 눈물로서 대변해 주는

용의 눈물..그래, 진실은 이렇게 아픔과 함께 하는거야..하고 말하고 있는듯..

 

전생에 연인이었던 이든을 내려다 보며 '다음생에서 만나자'는 세라의 담담한 마지막 음성...

한 생명의 소멸로 많은 생명을 구한, 소멸은 바로 새생명의 탄생이리니...

돌고도는 윤회의 법칙앞에 삶과 죽음은 다른 모습이 아니리라..

 

영화 마지막을 '아리랑'의 뼈속깊은 우리 음악이 흐르고..

감동이였을까? 감격이었을까? 공감??..무슨 이유인지 모르지만 내눈에도 눈물이 방울방울..

아무도 울지 않은데 나혼자만의 이 눈물은??

 

아리랑으로 우리 민족의 깊은 정서를 건드린 이유만은 결코 아니었다.

예상을 엎는 대한국인의 상상불가한 저력앞에 나는 몸서리쳤다.

어떻게 어떤 찬사를 해야 이 작품에, 이 훌륭한 예술을 제대로 표현할수 있을까..

 

심감독을 스필버그에 비교한 것에 죄스러움마저 느낀다.

위대한 스필버그의 작은 약점인 특유의 생색내기 이미지, 어설픈 위대함을 강조하는 카메라의 앵글에 아쉬움이 간혹 있었던 내가

뜻밖에도 심형래 감독의 작품에서 미련을 끝내었다.

 

마지막으로 지나가는 스크린 속의 심형래 감독의 프로필 자막을 한자한자 곱씹으니

끊임없는 윤회같기도 한 인간 심형래 감독의 칠전팔기의 고통, 번민도 함께 밀려와 내가슴은 뜨거웠다..

 

마침내 영화는 끝이 났다...

참으로 자랑스러운 이여! 대한국인의 자존심을 우뚝 세우신 당신께

기립박수 보냅니다. 심형래 감독님! 만세만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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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um>영화>영화정보>줄거리...에서 복사하다. 

 제목 : '디-워(D-War)' /감독:심형래

이미지를 클릭하면 원본을 보실 수 있습니다.

LA한복판, 전설의 습격이 시작된다!

LA 도심 한복판에서 벌어진 의문의 대형 참사.
단서는 단 하나, 현장에서 발견된 정체불명의 비늘뿐.
사건을 취재하던 방송기자 이든(제이슨 베어)은 어린 시절 잭(로버트 포스터)에게 들었던 숨겨진 동양의 전설을 떠올리고.
여의주를 지닌 신비의 여인 세라(아만다 브록스)와의 만남으로 인해 이무기의 전설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음을 직감한다.
전설의 재현을 꿈꾸는 악한 이무기 ‘부라퀴’ 무리들이 서서히 어둠으로 LA를 뒤덮는 가운데,
이들과 맞설 준비를 하는 이든과 세라.
모든 것을 뒤엎을 거대한 전쟁 앞에서 이들의 운명은 어떻게 될 것인가.


제작노트
[ <디 워>의 Pre History ]

기억되지 않은 전설

먼 옛날, 지구가 갓난아기 같은 원시의 대지였을 적. 주인 없는 지구의 하늘 위에 거대한 천공도시들이 나타났다. 수십 개에 달하는 그 도시들은 하나하나가 거대한 섬과 같은 크기였다. 그 천공도시에 타고있는 것은 우주 저너머 머나먼 별에서 사멸해가는 자신들의 행성 아르카디아를 버리고 떠나온 유랑민들이었다. 그들은 지구의 대기와 식생을 조사한 후 이 별에 정착하기로 결정하고 환경 개조를 시작했다. 천공도시들은 우선 각자 구역을 나누고 지구의 각 대륙 상공에 퍼졌다. 이 천공도시들의 연합을 천계라고 한다. 천계인들은 자신들의 기술을 사용하여 구역별로 지구 생물체들의 진화를 촉진시키고 대기를 정화하는 등 보다 살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나갔다.
지구의 진화를 촉진시키는 작업 과정에서 그들은 한 종족에게 특별한 관심을 갖게 되었다. 천계인과 그 외양이 비교적 흡사했기 때문이다. 천계의 과학자들은 반쯤 장난삼아, 그리고 반쯤 임상실험의 재료로서 쓸모있다는 생각이 들어, 이 유인원들의 진화 촉진과 문명화를 도왔다. 훗날 이들은 지구의 토착종족 중 가장 강력한 힘을 가진 존재가 되어 인간이라고 불렸다.

천계인은 세 종족의 연합체였다. 모행성인 아르카디아에서도 그들은 세 종족의 힘으로 문명을 건설했다. 세 종족의 첫 번째는 드라카니안. 훗날 인간들에 의해 용족이라고 불리게 되는 이들이다. 거대한 외양에 어울리지 않게 평화를 사랑하며 은둔을 즐기고 번잡한 것을 싫어하는 고귀한 본성을 소유했으며, 주로 생명과학과 기상조절학을 담당했다. 드라카니안들은 각 도시에 겨우 한 둘 정도로 극히 소수에 불과했다. 둘째가 휴메노스. 훗날 인간들이 천신족 혹은 신선 이라고 부르게 되는 이들이다. 드라카니안보다 개체수가 많고 인간과 흡사한 외양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용족을 능가하는 전투력에 정치적 감각이 뛰어나 천계에서 정치 군사 분야를 장악하고 있다. 셋째가 비스터. 천계인 중에 가장 개체수가 많지만 영향력은 크지 않았다. 육체적 능력은 뛰어나지만 지적 능력은 다른 두 종족보다 떨어지기 때문에 주로 육체노동에 종사하는 하급계층을 이룬다. 대재앙의 그날 이후 이 비스터 계층이 지상으로 풀려났을 때, 지구의 인간들은 그들을 일러 괴수, 혹은 요마라고 불렀다.

지구의 동북쪽 상공에 떠있는 천공도시에 거주하는 드라카니안 중에 이무기라는 용이 있었다. 이무기는 좀 특이한 용이었다. 고독을 즐기는 다른 용들과 달리 그에게는 친구가 있었다. 그것도 같은 드라카니안이 아니라 휴메노스 친구였다. 휴메노스 전사인 우라흐는 늘 이무기더러 ‘너처럼 정이 많은 드라카니안은 없을 거다’ 라고 놀려댔고, 이무기는 우라흐에게 ‘너처럼 단순하고 정치를 모르는 휴메노스도 없을 거다’고 웃으며 받아쳤다. 그만큼 둘은 동족들 중에서도 특이한 존재들이었고, 상식과 전통에서 벗어난 명랑한 이단자들이었다. 그런 이무기와 우라흐를 못마땅하게 여기는 자들이 많았다. 그중 가장 큰 적은 우라흐와 마찬가지로 휴메노스 전사인 드라칸이었다. 드라칸은 급진적이고 과격한 광신자들의 우두머리였다. 천계인들도 종교를 믿었는데 대다수가 신봉하는 것은 그들이 떠나온 고향 행성을 숭배하는 아르카디아 신앙이었다. 교도들은 지금 이 지구가 잠시 머무르는 곳일 뿐이고 언젠가는 어머니별 아르카디아를 되살려 돌아가게 될 거라는 교리를 믿었다. 드라칸이 이끄는 비밀스러운 종교집단인 파멸의 드라카니안 교단에서도 어머니별로 돌아가기를 바랐다. 하지만 그 방법이 훨씬 과격했다. 언젠가 암흑의 구세주가 드라카니안 중에 나타날 것이며, 지금 머무는 가짜 세상을 파멸시키고 천계인들을 어머니별로 돌려보낼 것이라는 신앙이었다. 그래서 드라칸은 휴메노스이면서도 드라카니안을 몹시 숭배했다. 반면, 너무도 용답지 않은 이무기는 신앙에 상처를 주는 존재였기 때문에 이무기와 우라흐를 미워했다.

어느 날, 이무기가 비밀스럽게 우라흐를 불렀다. 찾아온 친구에게 이무기가 보여준 것은 지구의 토착 생물인 인간 아기였다. 우라흐는 깜짝 놀랐다. 지상의 동식물을 천공도시로 반입하는 것은 불법이었다. 오염의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우라흐가 크게 나무랐지만 이무기는 아기의 부모가 야수에게 죽었기 때문에 버리고 올 수가 없었다고 항변했다. 제 힘으로 살아갈 수 있을 정도만 키운 다음에 도로 몰래 내려놓고 오면 될 거라고 우겼다. 별 수 없이 우라흐는 이무기를 도와 인간 아기를 키웠다. 아기는 거대한 드라카니안을 보고도 겁내지 않았으며 우라흐와 이무기를 무척 따랐다. 두 천계인은 이 귀여운 아기를 사랑하게 됐으며, 아기는 무사히 무럭무럭 자라나 귀여운 소녀가 되었다. 이무기는 소녀에게 자신의 가장 소중한 존재라는 뜻에서 여의주라는 이름을 붙였다. 여의주는 드라카니안이 성체가 될 때 얻게 되는 빛나는 구체의 이름인데, 드라카니안의 비행 능력과 기상 조절 능력등의 원천인 드라카니안 에너지의 결집체였다. 여의주를 잃은 드라카니안은 죽음에 이르게 된다고 알려져 있지만 정확한 사실은 아무도 몰랐다. 심장이나 마찬가지인 여의주를 잃어버리는 바보 같은 드라카니안은 여태 존재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행복한 시간은 어느날 들이닥친 천계 상부의 조사위원회에 의해 끝장났다. 눈에 가시 같은 이무기를 감시하던 드라칸이 여의주의 존재를 알고 당국에 밀고한 것이다. 이무기는 징계회의에 회부되었고 연금형에 처해졌으며 소녀 여의주는 지상으로 추방당하게 되었다. 척박한 지상에서 연약한 여의주가 혼자 힘으로 살아가야할 것을 염려한 이무기는 고민 끝에 소녀에게 자신의 여의주를 이식했다. 인간의 몸에 이식된 여의주는 그녀의 어깨에 용 문양의 문신으로 아로새겨지게 되었다. 그러고도 안심하지 못한 이무기는 친구 우라흐에게 여의주를 보살펴달라고 당부했다. 우라흐는 천계 상부의 눈을 피해 지상으로 추방된 여의주를 따라갔다. 천상의 낙원에서 추방당한 여의주가 제 동족과 접촉하는 모습을 우라흐는 숨어서 지켜보았다. 처음엔 인간들이 낯선 여의주를 경계하는 듯 하더니 이내 그녀를 받아들였다. 뿐만 아니라 여의주를 신녀로 신봉하기 까지 했다. 드라카니안의 힘을 나눠받은 그녀가 구름을 모으고 비를 부르는 신비한 능력을 보였기 때문이다.
우라흐는 여의주가 어떻게 그런 힘을 얻게 되었는지 신기하기만 했다. 이무기가 이식 사실을 우라흐에게조차 숨겼기 때문에 진상을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그저 이무기가 여의주를 키우는 동안 저런 능력을 전수했나보다라고 막연히 짐작하기만 했다.

여의주가 인간들 사이에 무사히 정착한 모습을 본 우라흐는 이제 믿을만한 보호자 하나만 붙여줘야겠다고 생각했다. 인간으로 변장하고 사람들 사이에 섞여들어간 우라흐는 인간 소년 중에 한 명을 골라 제자로 삼았다. 아무르라는 이름의 이 소년에게 천계인의 전투 기술을 전수해주고, 신녀 여의주를 목숨을 다해 지켜야 한다고 가르쳤다. 아무르의 전투 기술이어느 정도 경지에 이른 뒤, 여의주의 보호를 맡긴 우라흐는 천계로 돌아왔다. 그를 기다리고 있던 것은 연금된 이무기가 죽어가고 있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었다.

천계 상부의 허락을 얻어 연금된 이무기를 만나러 간 우라흐는 참혹한 광경을 보게 되었다.보석처럼 맑고 투명한 비늘과 우아한 용의 자태는 간데 없었다. 이무기의 비늘은 시커멓게 변색되었고, 뿔은 떨어져 바닥에 뒹굴었다. 뿔이 있던 자리에는 썩은 진물이 흐르고 있었다. 이무기는 이 모든 것이 여의주를 잃었기 때문에 생긴 변화라는 것을 고백했다. 여의주를 잃은 드라카니안은 죽게 된다는 전설을 믿고 있던 우라흐는 절규했다. 그는 어떻게든 이무기를 살릴 방법을 찾기 위해 드라카니안 과학자들을 찾아다니며 애원했다.
한 드라카니안이 그에게 말했다. 여의주의 힘을 잃은 드라카니안이 원래대로 돌아오려면 여의주를 돌려받는 것 밖에는 방법이 없다고. 하지만 그 방법을 택하면 여의주를 이식 받았던 인간이 죽게 될지도 모른다고 했다.

고민 끝에 우라흐는 지상으로 내려가 여의주에게 자신의 정체를 밝히고 이 사실을 어렵게 털어놓았다. 뜻밖에도 여의주는 기꺼이 위험을 감수하고 여의주의 힘을 이무기에게 돌려주겠다고 했다. 자신의 목숨은 이무기가 준 것이니 거부할 이유가 없다면서. 우라흐는 감격했고, 함께 천계로 가서 이무기의 목숨도 구하고 여의주 역시 죽지 않을 방법을 찾아보기로 결심했다.

그러나 우라흐와 함께 천계로 가기로 한 날, 여의주는 약속을 어기고 달아났다. 그녀는 혼자 달아난 것이 아니었다. 그녀를 호위하던 아무르와 함께 달아난 것이다. 둘은 사랑에 빠졌고, 아무르는 도저히 그녀를 죽음의 길로 보낼 수 없다면서 함께 달아나기를 청했다. 여의주는 사랑하는 사람의 말을 거부할 수가 없었다. 우라흐는 그들의 뒤를 쫓았지만 결국 놓치고 말았다. 낙담한 채 천계로 돌아온 그를 기다리고 있던 것은 대재앙의 순간이었다.

여의주를 잃은 이무기는 죽어가는 것이 아니었다. 생사를 헤매는 사이 드라카니안의 의식은 육체를 벗어나 자신의 가장 소중한 존재, 여의주를 찾아갔다. 거기서 그는 여의주의 배신을 우라흐보다 먼저 알았다. 너무도 아꼈던 인간의 배신에 상처 입은 드라카니안의 혼은 슬픔과 분노로 소용돌이쳤다. 그리고 이무기는 뱀이 허물을 벗듯이 두 개의 존재로 갈라졌다. 이무기의 내부에 잠재해있던 어둠의 힘이 깨어났다. 그 힘은 자신을 부라키라고 불렀다, 부라키는 곧 이무기였고, 이무기는 곧 부라키였다.

부라키는 연금된 장소를 부수고 나와 천공의 도시 위로 날아올랐다. 드라칸을 비롯한 파멸의 드라카니안 신도들은 열광했다. 그들이 기다리던 암흑의 구세주가 드디어 도래한 것이다. 신도들의 머리 속에 파멸의 드라카니안 부라키의 말이 울려퍼졌다. 모든 천공도시를 파괴하라. 그리고 지상으로 내려가 인간들을 짓밟고 여의주를 회수하라. 그러면 너희들이 바라는 바, 어머니별 아르카디아로 돌아갈 수 있게 되리라.

천계의 평화는 깨졌다. 많은 휴메노스가 죽었고, 살육을 싫어하는 드라카니안들은 싸움을 피해 지상의 산과 바다로 숨어들어갔다. 살아남은 천계인들은 지상으로 내려왔다. 부라키의 수족이 된 추종자의 군대는 여의주를 찾아 지상을 휩쓸기 시작했다.

폐허가 된 천공도시의 잔해 속에서 이무기는 깨어났다. 이제 하늘을 날지 못하는 드라카니안인 그는, 또 다른 자신인 암흑의 부라키가 세계를 파멸로 이끄는 것을 막아야 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그 역시 여의주를 되찾아야만 했다.
그리하여 긴 세월 이어질 드라카니안의 전쟁이 시작되었다.


이든 켄드릭 (하람/아무르)
기억되지 않은 전설의 시대에, 그는 아무르라는 이름의 인간 소년이었다. 부족간의 약탈 전쟁에서 부모를 잃고 고아가 된 아무르는 버려진 들개같은 어린 시절을 보냈다. 살아남기 위해 더 강한 힘을 원했던 소년 앞에 도무지 인간이라고 믿기 힘든 신비한 능력을 소유한 스승이 나타났다. 실제로 인간이 아니었던 스승 우라흐는 아무르에게 천신족의 전투기술을 알려주었다. 천신족에 비해 근골이 연약한 인간 아무르가 그 기술을 감당할 수 있도록 천신족 전사들의 보물인 드라카니안 펜던트까지 주면서.

신비한 스승은 그에게 한 가지 당부를 하고 떠나갔다. 그 무렵 가장 강대한 힘을 가진 부족에서 신녀로 떠받들고 있는 소녀를 옆에서 지켜주라는 부탁이었다. 전쟁에서 부모를 잃은 아무르는 강대한 부족이 싫었고, 그 부족들의 우상인 소녀도 싫었다. 그래도 스승의 부탁이고 사나이끼리의 약속이기 때문에 지켜야 했다. 그러나 우여곡절 끝에 신녀의 호위 무사로 뽑혀 여의주를 가까이에서 모시게 된 이후, 모든 것이 달라졌다. 여의주의 해맑은 미소는 그의 메마르고 강퍅한 눈에도 선녀처럼 보였다. 얼마 못가 아무르 역시 다른 인간들처럼 여의주를 신녀로 숭배하게 되었다. 아니, 그의 숭배는 한층 더 깊었다. 한 해 두 해가 지나면서 숭배는 사랑으로, 존경은 연모로 변해갔다. 하지만 그는 그 사랑을 마음속 깊은 곳에 숨겨두고 굳게 문을 걸며 버텼다.

그 문이 열린 것은 바람처럼 사라졌던 신비한 스승이 갑자기 나타나 여의주와 밤늦도록 이야기를 나누던 그날 밤이었다. 가장 가까이에서 여의주를 모시던 아무르는 자연스레 두 사람의 대화를 엿듣게 되었다. 오가는 말의 내용을 그가 다 이해할 수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한 가지만은 확실했다. 스승은 여의주가 죽을지도 모르는 일에 끌어들이려는 것이다. 괴로워하던 아무르는 결국 여의주에게 자신의 마음을 털어놓고 말았다. 여의주는 그의 사랑을 받아들였고, 둘은 모든 의무와 약속을 버리고 달아났다.

천공도시가 무너지고 파괴된 천계에서 쏟아져나온 비스터들이 인간들을 살육하는 대재앙이 벌어지는 동안, 깊은 산 속에 숨은 두 사람은 꿈처럼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여의주를 되찾으려는 부라키가 그들을 찾아내기 전까지.
천신족의 전투기술을 전수받은 아무르는 있는 힘을 다해 싸웠지만 여의주를 지켜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둘은 결국 함께 죽음을 택했다. 부라키의 사나운 이빨을 피해 절벽 아래로 뛰어내린 두 사람을 차갑고 푸른 바닷물이 감싸 안았다.

아무르는 죽었지만, 아무르라고 불렸던 자의 영혼은 사라지지 않았다. 그는 몇 번이고 다시 태어났으며, 용의 전사에게 힘을 주는 드라카니안 펜던트는 언제나 그를 찾아내고 각성시켰다. 그리고 그는, 정해진 운명대로 항상 영혼의 연인 여의주를 만났고, 사랑에 빠졌다. 그의 이름은 때로는 하람이 되고, 때로는 다른 무엇이 되었다.

21세기, 그는 이제 이든이라는 이름의 미국인으로 태어났다. 하지만 이무기의 전설과는 거리가 먼 첨단 문명의 도시에서도 운명은 변함없이 그를 찾아왔다. 소년 시절, 아버지를 따라간 골동품점에서 호기심에 이끌려 열어본 상자 속에서, 드라카니안 펜던트가 빛을 발하는 순간부터.


세라 대니얼스 (나린/여의주)
어린 시절 그녀의 세상은 온통 상록의 봄이었다. 이무기와 우라흐는 그녀를 거대한 식물원에 숨겨두고 키웠는데, 그곳은 언제나 상쾌한 기후가 유지되고 사시사철 아름다운 꽃과 과일이 열렸다. 여의주는 근심걱정을 알지 못했고, 미움과 시기도 배우지 못했다. 그런 그녀가 천계에서 추방당해 지상으로 내려왔을 때, 마치 낙원에서 쫓겨난 이브와 같았다. 그녀는 처음 추위를 알았고, 배고픔을 느꼈다. 하지만 그녀는 두려워하지 않았다. 완벽하게 보호받으며 자란 그녀는 두려움이 무엇인지도 잘 몰랐다. 그래서 그녀는 거리낌도 수줍음도 없이 인간들에게 다가갔다. 여의주가 사람들에게 신녀로 숭배받은 것은, 그녀가 드라카니안처럼 비를 부르는 힘을 갖고 있었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그녀는 때묻지 않은 아기같은 영혼을 갖고 있었다. 누구라도 그녀의 맑은 눈을 바라보면 까닭없이 죄책감과 부끄러움을 느꼈다. 지상에서 하루하루 먹을 것과 입을 것을 걱정하며 욕심과 갈망에 젖어 살아가던 인간들에게, 그녀는 도저히 같은 인간으로 보이지 않았다.
그것은 여의주 또한 마찬가지였다. 그녀는 인간들을 좋아했지만, 그들과 하나가 될 수는 없었다. 그녀의 육체는 지상인과 같았으나, 영혼은 천계인과 마찬가지였다. 인간이면서도 인간이 아니고, 천계에서 자랐지만 천계인이 아니었다. 어디에도 소속되지 못한 이방인인 여의주는 자신을 신녀라고 부르는 사람들에게 늘 미소를 지어주었지만 마음은 늘 고독했다. 어쩌면 그때문인지도 모른다. 우라흐가 나타나 이무기를 살리기 위해서는 그녀가 죽어야할지도 모른다고 말했을 때, 별다른 고민도 하지 않고 기꺼이 생을 포기할 생각이 들었던 것은. 그때 그녀에게는 삶과 죽음이 별 차이가 없었다. 하지만 그녀의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던 아무르가, 항상 가까이 있으면서도 그녀에게 마음을 열지 않고 늘 무뚝뚝하기만 하던 아무르가 갑자기 사랑을 고백했을 때 모든 것이 달라졌다. 그녀는 갑자기 생의 의미를 알게 되었다. 지금껏 고요한 녹색 단 하나 뿐이던 세상에 붉고 푸르고 영롱한 색들이 입혀진 것처럼. 죽어버리면, 아무르와 함께 지낼 수 없다. 그녀는 처음으로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느꼈다. 그래서 그녀는 약속을 버리고 달아났다. 아무르와 함께 살고, 아무르와 함께 죽기 위해서.

바라던 대로, 그녀는 아무르와 짧은 행복을 누렸고, 함께 죽었다. 하지만 아무르가 그러했듯이 그녀 또한 완전히 죽지 않았다. 그녀의 몸에 아로새겨진 여의주의 힘, 드라카니안 에너지는 결코 비와 구름을 다루는 능력만을 주는 것은 아니었다. 죽음으로 흩어진 그녀의 존재는 그 에너지에 의해 새로운 육신의 틀로 몇 번이고 다시 태어나게 되었다.

그녀의 몸에 깃든 여의주의 신비한 힘은, 그녀를 재생시킬 뿐 아니라 운명이 얽힌 모든 존재들을 되살려내고 끌어들이는 힘을 갖고 있었다. 사랑하는 아무르, 두렵기 짝이 없는 부라키, 죄스럽기만한 우라흐, 그리고, 영혼의 아버지이자, 그녀가 배신하고 버린 이무기. 모두가 그녀와 함께 깨어났고, 그녀를 향해 몰려들었다. 그녀는 이 모든 전쟁의 중심이었다. 21세기의 로스앤젤레스. 한 산부인과에서 기괴한 문신을 어깨에 가진 아기로 그녀가 태어났을 때, 오백년 간 멈춰 있던 전쟁의 초침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잭 (보천/우라흐)
대재앙의 그날 며칠 후, 지상에 추락해 파괴된 천공도시의 잔해들 사이에서 한 남자가 깨어났다. 바로 휴메노스 전사이자 이무기의 친우였던 우라흐였다. 부라키와 그 군대의 습격, 그리고 천공도시의 붕괴 와중에도 살아남은 우라흐였지만, 차라리 죽었더라면 좋았을 거라고 가슴을 쳤다.
책임감이 강한 우라흐는 이 모든 것이 자기 탓이라고만 여겼다. 여의주가 약속을 어기고 달아나는 것을 눈치챘더라면, 아니, 그 전에 여의주를 지킬 보호자로 아무르를 택하지 않았더라면. 이무기가 여의주에게 드라카니안 에너지를 이식하는 것을 미리 막을 수 있었다면. 친구가 인간 아기를 데려다 키우는 것을 강력히 반대했더라면. 그랬다면 이 모든 재앙과 비극은 일어나지 않았을 텐데.

천공도시의 폐허 속에서 오열하던 그에게, 누군가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그는 그 소리가 이끄는 대로 폐허 근처의 바닷가로 나아갔다. 그리고, 대재앙 와중에 죽었으리라 여겼던 벗, 이무기를 다시 만났다. 이무기의 외양은 마지막으로 보았을 때보다 더 많이 변해 있었다. 언뜻 보면 도시를 파괴한 파멸의 드라카니안과 비슷해 보였다. 우라흐는 이무기 앞에서 오열했고, 자신의 실책들을 사과했다. 하지만, 이무기는 그를 탓하지 않았다. 여의주와 아무르를 탓하지도 않았다.
이무기는 오히려, 여의주와 아무르에게 위험이 다가오고 있다며, 상처를 회복하기 위해 이 바다속을 벗어날 수 없는 자신을 대신해 그들을 구해달라고 부탁했다. 우라흐는 친구의 부탁을 이번에도 거절하지 못했다. 그러나 그가 도착했을 때 이미 아무르와 여의주는 부라키의 마수를 피해 죽음을 선택한 뒤였다. 우라흐에게는 부라키가 여의주의 힘을 손에 넣지 못했다는 것이 불행 중 다행으로 여겨졌다. 이 소식을 전해들은 이무기는 기묘한 이야기를 했다.

- 그 아이는 정말로 죽은 것이 아니야. 드라카니안 에너지는 몇 번이고 그 아이를 되살릴 거야. 그리고 그때마다 부라키는 그 아이를 노리겠지. 여의주를 얻어 온전한 드라카니안의 힘을 갖게 되면, 부라키는 이 세상을 파멸시킬 거야. 그걸 막아야해. 우라흐는 자신이 어떻게 해야 그걸 막을 수 있겠느냐고 물었다. 이무기는 고개를 저었다. 한 번 흩어진 여의주의 힘이 다시 모이기까지는 최소한 지구의 시간으로 오백년 정도가 걸리며, 휴메노스가 비록 지구인보다 수명이 길기는 하지만, 드라카니안처럼 오래 살지는 못하니 다음 번에 이 세상에 여의주가 나타날 때까지 우라흐가 살아있을 가능성은 거의 없을 거라고 대답했다.

하지만 우라흐는 포기하지 않았다. 여의주가 환생의 힘을 얻게 된 것이 이무기가 이식해준 드라카니안 에너지 때문이라면, 자신도 똑같은 방법으로 환생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이무기는 부정하지 못했다. 비록 드라카니안 에너지의 정수인 여의주를 잃기는 했지만, 이무기에게는 아직 우라흐를 환생시킬 수 있는 힘이 남아있었다. 그러나 그는 이 길고 고통스러운 전쟁에 친구를 다시 끌어들이는 것을 망설이고 있었다. 이무기의 마음을 눈치 챈 우라흐가 말했다.
“뿔을 잃어버린 용, 여의주를 남 줘 버린 이 바보 같은 드라카니안! 내가 너 같은 바보 친구를 혼자 싸우게 내버려둘줄 아냐? 걱정이 돼서라도 끝까지 함께 할테다. 수십번, 수백번 다시 태어나서라도!”

아르카디아에서 온 천계인 휴메노스 전사 우라흐의 생은 그날 끝났다. 환생의 힘을얻기 위해서 그는 현재의 생을 포기해야 했던 것이다. 환생은 그에게서 많은 것을 빼앗아갔다. 이무기와의 우정에 대한 추억, 아르카디아인으로서의 기억도. 하지만 우라흐는 지구의 인간으로 태어나서도 두 가지만은 잊지 않았다. 하나는 휴메노스 전사의 전투 기술이었고, 나머지 하나는 그가 싸우는 목적. 여의주의 힘을 사악한 부라키가 아닌 이무기에게 돌려주어야 한다는 것. 수천년동안 반복된 전쟁 속에서, 이무기는 언제나 변함없이 자신을 돕는 단 한 명의 조력자인 우라흐의 수많은 환생을 만난다. 한때 그의 친구였던 뛰어난 휴메노스의 전사를.


추종대장 (드라칸)
우라흐가 파괴된 천공도시의 폐허에서 눈을 뜬 그때, 그의 숙적이었던 또 하나의 휴메노스 전사 드라칸도 어두운 지하동굴에서 눈을 떴다. 드라칸은 왜 자신이 이런 곳에서 정신을 잃고 있었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정신을 잃기 전, 그는 암흑의 구세주가 마침내 도래한 것에 기뻐 날뛰며 그의 신도들과 함께 천공도시를 쑥밭으로 만들고 있었다. 미적지근한 아르카디아 신앙이나 믿던 불신자들을 도륙하고, 자랑스러운 아르카디아인을 거짓된 삶에 안주하게 만든 천공도시의 중추를 파괴하는 일에 앞장 섰다.

거대한 천공도시가 하늘에 떠 있을 수 있는 것은 아르카디아인의 과학기술 결정체인 비행동력 덕분이었다. 드라칸과 그의 신도들이 파괴한 것은 바로 그 비행동력의 중추부였다. 굉음이 울리며 천공도시는 추락하기 시작했고, 천계인들이 비명을 지르며 아우성을 치는 동안 드라칸은 광란의 웃음을 터뜨렸다. 그는 이 도시와 함께 자신도 죽게 됨을 믿었다. 지구에서의 거짓된 삶은 끝나고 암흑의 구세주가 그를 영원한 아르카디아로 인도할 것이라고 믿었다. 그리고 정신을 잃었다.
하지만 그는 죽지 않았다. 아마도 지상의 어느 동굴로 짐작되는 곳에서 눈을 뜬 것이다. 당황한 드라칸의 귀에 어둠 속에서 쉭쉭 사악한 숨소리가 들렸다. 드라칸은 그것이 파멸의 드라카니안, 부라키라는 사실을 깨닫고 머리를 조아렸다.

- 일어나라. 나의 종아. 아직 싸움은 끝나지 않았다. 파멸은 완성되지 않았다. 고작 천공의 도시 몇 개를 부순 것으로 이 내가 만족할 성 싶으냐? 네 수족들을 이끌고 가라. 가서 여의주를 내게 인도하라. 나는 여의주를 다시 찾고 온전한 드라카니안의 힘을 손에 넣을 것이다. 그리고 이 별을 파멸로 이끌 것이다. 그때서야 비로소 네가 바라던 바를 보게 되리라. 이 세상을 파괴하여 죽은 아르카디아를 되살릴 에너지를 손에 넣을 것이다. 그것이 내가 파멸의 드라카니안이라고 불리는 진정한 이유이니라.

부라키의 계시를 받은 드라칸은 감격했다. 그는 거듭 충성을 맹세하고 동굴을 나가 살아남은 신도들을 모아 이끌고 부라키가 알려준 지상의 산으로 갔다. 세상에 닥친 재앙과는 무관하게 달콤한 꿈에 젖어 있던 아무르와 여의주를 포위하고, 몰이꾼이 사냥감을 사냥꾼 앞까지 몰아 대령하듯이 그 둘을 부라키에게로 몰아붙였다. 하지만 그의 주인은 여의주의 힘을 회수하는데 실패했다. 부라키가 여의주를 손에 넣기 직전, 아무르와 여의주가 죽음을 택함으로써 드라카니안 에너지는 분해되어 흩어졌다. 그것이 다시 모이는데는 최소한 오백년의 세월이 필요했다.

분노한 부라키는 그 화살을 드라칸과 교도들에게 돌렸다. 천신족인 그들의 육체가 부라키의 이빨에 바스라졌다. 죽는 순간까지도 드라칸은 암흑의 구세주를 찬양했다. 그가 믿은 신은 자애와 사랑의 신이 아니라 고통과 파멸을 주는 신이었으니까.

살육의 달콤한 향기가 지나간 뒤, 사악한 부라키는 이 싸움이 길어질 것을 직감했고, 자신을 도울 수족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부라키는 드라칸을 비롯한 교도들을 영혼이 없는 불사의 군대로 만들었다. 그편이 이무기가 우라흐에게 했듯이 환생의 힘을 나눠주는 것보다 드라카니안 에너지를 덜 소모했기 때문이다. 그들은 좀비처럼 부라키를 위해 봉사했고, 부라키가 오백년에 한 번 여의주의 존재를 느낄 때 함께 일어나 드라카니안의 전쟁에서 피의 살육을 벌였다. 그리고 그 선봉에는 언제나 드라칸이 서 있었다.


프랭크 핀스키 (무스파)
천공도시가 아직 융성하던 시절. 천계인들 중에는 드라칸만큼 이무기를 못마땅하게 여긴 휴메노스가 있었다. 그의 이름은 무스파였으며, 천공도시 관리국의 관료였다. 무스파의 가문은 어머니별 아르카디아에서부터 대대로 관리를 맡아온 정치적 명문이었다. 그는 이 사실을 자랑스럽게 여겼으며, 그 나름의 방식으로 천계와 천계인, 천공도시를 사랑했다. 천계에 대한 무스파의 사랑은 원칙적이고 수학적인 사랑이었다. 모든 별들이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자전과 공전을 반복하며 완벽하게 맞아 돌아가는 빈틈없는 우주를 사랑하는 것처럼, 그가 생각하는 완벽한 천계는, 모두 맡은 바 직분을 다 하며 시계의 부속품처럼 맞아 떨어지는 사회였다. 드라카니안은 드라카니안 다워야 하고, 휴메노스는 휴메노스다워야 하며, 비스터는 비스터다워야 했다.

이무기는 바로 그의 원칙에 어긋나는 존재였다. 이 특이한 드라카니안이 천계의 질서를 흩뜨린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이무기는 큰 것보다 작은 것을 아꼈고, 남들이 가치없다고 여기는 것을 사랑했다. 비록 그것이 파렴치한 범죄는 아니지만, 무스파가 보기에는 파렴치한 범죄보다도 더 위험했다. 이무기는 완벽한 우주에 느닷없이 뛰어든 혜성과 같은 불길한 이단자였다. 이무기와 친한 우라흐 역시 마찬가지 별종이었다. 비록 지금은 개성이 지나친 정도일 뿐이지만, 언젠가는 큰 말썽을 일으키게 될 것이라고 무스파는 생각했다.

무스파의 예감은 적중했다. 그것도 그가 이무기에게 매긴 위험한 가능성을 훨씬 뛰어넘어 무시무시할 만큼 파괴적으로 적중했다. 처음에는 단지 토착생물을 천공도시에 불법 반입한 정도에 불과했다. 물론 그것만으로도 무스파는 혀를 찼다. 드라칸의 밀고를 받은 그는 당연히 이무기를 징계위원회에 회부했다. 이무기가 강력히 부인했기 때문에 우라흐가 공범이라는 사실을 입증하지는 못했지만 이 말썽많은 드라카니안을 연금형에 처하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그로 인해 모든 운명의 수레바퀴가 돌기 시작했다는 것을 무스파는 몰랐다. 파멸의 드라카니안이 깨어났고, 대재앙이 일어났고, 그가 그토록 사랑했던 천공도시는 붕괴되었다.
대재앙의 그날, 무스파는 자신의 집무실에 있다가 천공도시의 비행동력 중추부를 파괴하기 위해 난입한 광신도들의 습격을 받았다. 희미해지는 의식 속에서, 무스파는 자신을 친 것이 겉보기에 나무랄데 없이 모범적인 천계인이었던 드라칸의 칼이라는 것을 알아보았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이 모든 비극의 원흉은 이무기와 우라흐라고 믿었다.
‘그들을 없앴어야 했어. 진작에 없앴어야 했어. 그랬으면 이런 재앙은 일어나지 않았을 거야.’

폭도들에 의해 중추부가 파괴된 천공도시가 굉음과 함께 추락하기 시작했다. 아직 숨이 끊어지지 않은 무스파는 안간힘을 쓰며 집무실 벽에 숨겨진 비밀금고를 열었다. 천계의 고위 관료로서 그는 몇 가지 비밀스러운 물건을 간직하고 있었다. 그것은 드라카니안 에너지를 연구하던 휴메노스 과학자들이 여의주와 비슷한 에너지 결집체를 인공적으로 만들어낸 것이었다. 비록 실험은 완전히 성공하지 못했지만, 그가 손에 쥔 것은 그중 가장 성공에 가깝게 다가간 샘플이었다.
살기 위한 집념으로 무스파가 그 샘플을 흡입하는 순간 천공도시가 지표면과 충돌했다. 천계인 무스파의 육체는 천공도시의 폐허 속에 파묻힌 말없는 고깃덩이가 되었다. 그러나, 비록 인공의 물건일지언정 신비한 드라카니안 에너지의 일부를 흡수한 그의 영혼은, 소멸되지 않은 채 계속해서 한 가지 비원을 주문처럼 되뇌었다. ‘없앴어야 했어. 늦기 전에 이 모든 재앙의 원인을 죽였어야 했어.’ 이 집념은, 그로부터 수천년 후 인간이 이룬 거대한 국가에서, 그 국가의 충복으로 살아가는 남자의 몸으로 되살아나게 되었다.




[ CREATURES ]

용 (Dragon)

아르카디아 행성의 창조신화에 의하면, 신은 세상을 만들고 크게 세 번 호흡을 했는데, 그 날숨으로부터 세 자식이 태어났다고 한다. 드라카니안은 신이 세상에 뱉어낸 첫 번째 자식이었다.
드라카니안은 세 종족 중에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가장 완벽하다. 원래 드라카니안의 전투 능력은 두 번째 자식인 휴메노스를 능가할 정도로 강했지만, 신은 첫 번째 자식이 지나치게 강해 스스로를 파멸로 이끌 수도 있다는 사실을 슬퍼하며 눈물을 흘렸다. 그래서 드라카니안은 자신들의 파괴적인 본능을 억제시켰고, 온화하고 평화로운 종족이 되었다. 비록 천계에서 전사 계층을 이루는 것은 휴메노스지만, 만약 드라카니안이 온전한 힘을 발휘한다면 휴메노스 전사 백명도 당해내지 못할 것이었다.

드라카니안의 육체는 완벽하기 때문에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죽음에 이르지 않는다. 노쇠하지도 않고 병에 걸리지도 않는다. 어떤 드라카니안도 자연적으로 죽지 않기 때문에 만약 드라카니안이 휴메노스나 비스터처럼 생식을 통해 자손을 늘리는 생태를 갖고 있었다면 세상은 온통 드라카니안으로 가득 찼을 것이다. 드라카니안은 암수의 구별이 없으며 생식도 하지 않는다. 단지, 그들에게도 ‘죽음’ 혹은 ‘자손번식’과 유사한 생태가 있기는 하다.

아주 드문 현상이기는 하지만 삶의 목적을 잃어버린 드라카니안은 긴 잠에 들어가 허물을 벗는다. 허물을 벗기 전의 드라카니안은 죽은 것이고, 허물을 벗은 드라카니안은 새로 태어난 것이 된다. 모든 드라카니안은 자기 자신의 어버이이자, 자식인 것이다.

대재앙의 그날 이후 지상에 정착한 드라카니안들의 생태에 변화가 생겼다. 평화를 사랑하던 그들 중 일부는 파멸의 드라카니안 부라키가 뿜어내는 암흑의 파동에 공명하여 자기네 종족이 억제하고 있던 파괴 본능에 눈을 떴다. 그런 드라카니안들은 신비한 드라카니안 에너지의 결집체인 여의주를 잃거나 인간들의 전설 속에서 사악한 드래곤의 원형이 되었다.

소수의 드라카니안들만이 원래의 본성을 유지하며 심해 깊은 곳이나 높은 산에서 은둔자적인 삶을 지켰다. 하지만 인간들의 세가 번창하여 지상을 뒤덮자 그들은 점점 살아갈 자리를 잃었다. 인간들에게 비를 내리는 풍작의 신으로 군림하며 공존을 꾀한 드라카니안도 있었지만, 그들도 차츰 이 땅이 자신들을 위한 곳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아야했다.

여의주의 힘을 간직한 채 살아남은 소수의 드라카니안들은 어머니별 아르카디아로 돌아가기 위한 승천을 했다. 그것은 돌아올 기약도, 목적지에 도착할 기약도 없는 길고 긴 여행이었다. 그렇게 이 지구를 떠난 드라카니안들이 과연 아르카디아에 도착했을지는 아무도 알지 못한다.
다만, 슬픈 용음을 남기며 지상을 떠나 구름 너머로 날아오르는 드라카니안들을 보며 인간들은 그들을 용 (Drogon)이라고 불렀다.


이무기 (Imoogi)
원래 이무기는 한 드라카니안의 이름이었다. 그러나 대재앙의 그날 이후 이것은 여의주가 없는 용, 드라카니안 에너지를 손상당한 오염된 드라카니안을 가리키는 일반명사가 되었다.
최초의 ‘이무기’가 자신의 드라카니안 에너지를 인간 여자에게 이식한 후유증으로 병을 앓게 되었는데 그 증상은 드라카니안의 생태 중 ‘허물벗기’와 비슷했다. 하지만 훨씬 심각하고 치명적인 병이었다. 허물을 벗기 전의 드라카니안과 허물을 벗고 난 후의 드라카니안이 동시에 존재하게 된 것이다.
이 두 존재는 강력한 드라카니안의 두 가지 속성 , 선과 악, 빛과 어둠, 사랑과 미움, 재생과 파멸이 극단적으로 갈라진 것이었다. 악에 속하는 존재는 스스로를 부라키라고 불렀다.

원래 드라카니안은 선과 악이 동시에 내재한 존재이지만 선의 힘으로 악의 본능을 누르고 있었다. 이무기 안에 내재해 있던 어둠의 영역만이 뭉친 부라키는 드라카니안 종족이 스스로 억제하고 있던 파괴 본능을 무제한 개방 시킨 상태였다. 때문에 사악하고 잔인했으며, 그 힘은 상상을 초월했다. 드라카니안 에너지의 실체인 여의주를 갖지 않은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부라키의 정신 파동은 당시 천계에 존재하던 모든 드라카니안과, 파멸의 드라카니안을 신봉하던 휴메노스들에게 영향을 미칠 정도로 강력했다. 그로 인해 대재앙이 일어났고 모든 천공도시들이 연쇄적으로 붕괴했다.

그날 이후 지상으로 내려온 드라카니안 중에 일부는 부라키의 파괴적 에너지에 공명해서 사악한 용이 되었다. 부라키의 에너지를 이겨낸 용들은 심산심해로 숨어들어갔다. 하지만 이도 저도 아닌 드라카니안들도 있었다. 그들은 부라키의 파동에 완전히 잠식당하지는 않았지만 이겨내지도 못했다. 그들의 드라카니안 에너지는 손상되었다. 그들은 비행 능력과 함께 드라카니안의 신비한 능력 중 상당수를 잃은 지상의 거대한 괴수로 남았다.
오랜 세월이 지나는 동안, 그들은 드라카니안으로서의 지성조차 퇴화되어갔다. 그들에게 남은 것은 지상의 어떤 생물보다도 강력한 힘과 지극히 야수적인 본능 뿐이었다. 그들의 본능은 자신들이 잃어버린 드라카니안 에너지를 되찾는 것으로 집중되었다. 비행능력을 잃고 잃어버린 자신의 여의주를 찾아 헤매는 오염된 드라카니안을 인간들은 ‘이무기’라고 불렀다.

‘이무기들’이 잃어버린 여의주는 ‘최초의 이무기’가 인간에게 완전한 형태로 이식한 드라카니안 에너지와는 다른 형태로 세상에 존재하게 되었다. 그 에너지는 파편화되어 지상 곳곳에 숨어 있다가 이따금 서로 뭉쳐서 오염된 드라카니안들을 불러들였다. 고대에는 이런 드라카니안 에너지의 파편이 세상 곳곳에 존재했다. 먹이를 두고 다투는 야수처럼 오염된 드라카니안들은 지상에 존재하는 드라카니안 에너지를 차지하기 위해 투쟁을 벌였다. 용이 되어 승천하기 위해 여의주를 다투는 이무기의 전설은 여기서 비롯된 것이다.


부라키의 괴수 군대
엉뚱하고 파격적인 가치관을 갖고 있던 특이한 드라카니안, 이무기는 휴메노스 친구를 사귀는 것 외에도 천계인들을 놀라게 하는 기이한 습관을 갖고 있었다. 비스터를 평등하게 대한 것이다.
아르카디아의 신이 토해낸 세 번째 자식이라 일컬어지는 비스터는 천계의 세 종족 중에 가장 비천한 계급으로, 드라카니안이나 휴메노스의 집에서 하인 노릇을 하며 육체 노동에 종사했다. 정상적인 드라카니안이나 휴메노스라면 그들을 친구처럼 대하는 것은 상상도 못할 일이었다. 하지만 이무기는 그랬다. 그는 자기 집에서 일하는 비스터들을 허물없이 대했고, 그들에게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것도 허락했다. 같이 식사도 했고, 어려운 일이 있으면 귀기울여 들어주었다.

이무기의 친구인 우라흐조차도 이무기의 이런 파격적인 행동에는 혀를 내두를 지경이었다. 하지만 이무기는 고집이 셌다.
“그들의 외양이 비록 추하고 머리가 나쁘다고 해도, 우리와 똑같은 별에서 태어나 이 머나먼 곳까지 왔어. 그들의 노동이 없다면 천공도시의 안락한 생활은 하루도 이어지지 못할 거야. 왜 그들을 더러운 물건마냥 취급해야 하지? 난 비스터들이 우리와 똑같은 존재라고 생각해. 기회만 주어진다면 휴메노스보다 더 훌륭한 전사가 될 수 있고, 드라카니안보다 훌륭한 과학자가 될 수 있을 거야.”
당연하게도, 이무기의 주변에는 봉사를 자청하여 모여든 비스터들이 많았다. 그들은 이무기의 충성스러운 벗이었다. 다른 드라카니안이나 휴메노스를 모시는 비스터들도 이무기의 명성은 알고 있었다. 비천한 자신들을 동등하게 대해주는 이 엉뚱한 드라카니안은 그들의 우상이었다.

대재앙의 그날 부라키가 깨어났을 때, 비스터들은 당황했다. 부라키는 분명 그들이 존경해마지 않던 이무기와 같은 존재이면서도 같은 존재가 아니었다. 원래의 이무기가 아직 허물벗기의 후유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의식을 잃고 있는 사이에 부라키는 비스터들을 자신의 사악한 힘으로 복종시켰다. 이런 지배는 분명 예전의 이무기가 비스터들에게 보인 자애와는 다른 것이었지만, 이무기를 존경했던 비스터들은 부라키의 명에 쉽게 저항하지 못했다. 부라키를 부정한 소수의 비스터들은 살해당했고, 부라키의 어두운 힘에 굴복한 비스터는 그의 군대가 되었다.

오랜 세월 동안 부라키는 자신의 군대를 만들어갔다. 드라칸을 중심으로 한 휴메노스 불사의 군대와 함께, 비스터들의 군단을 양성했다. 비스터들 중에서도 자신의 군대에 특별히 어울리는 것들만을 남기고 나머지는 죽이거나 쫓아냈다. 부라키의 군대에서 쫓겨난 비스터들은 지상으로 퍼져나가 인간들에게 재앙을 선사한 괴수, 요마가 되었다. 부라키가 자신의 입맛에 맞게 길들인 세 종류의 비스터가 그의 군대에 남았는데, 그들은 각각 샤콘 (Shaconne), 불코(Bulco), 더들러(Daudler)라고 불렸다.


샤콘 (Shaconne)
샤콘은 부라키 군대에 기동력을 제공하는 빠른 ‘발’에 해당한다. 원래 휴메노스 전사들은 뛰어난 기수이기도 했다. 누가 더 거칠고 광폭한 비스터를 길들여 타느냐가 서로의 자랑거리였다. 그 습관은 부라키에 의해 만들어진 불사의 군대에서도 유효했다. 샤콘은 부라키 군단의 비스터들 중에 가장 사납고 잔인하다. 샤콘을 태운 부라키의 기병대가 휩쓸고 간 자리에 남은 시체들 중에는, 기수가 죽인 것보다 샤콘이 물어뜯어죽인 것이 더 많다고 한다.
샤콘은 태생적으로 성미가 급하고 참을성이 없는 비스터다. 때문에 어떤 비스터보다도 빨리 달릴 수 있는 것이다. 태어나자마자 누가 가르쳐주지 않아도 강한 두 개의 뒷다리로 일어나서 질주하고, 눈 앞에 나타난 적을 이빨로 물어뜯는다. 이처럼 사납기 때문에 길들이는데 다섯 달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 일단 길들여서 타게 되면 부라키의 군대에 기동력과 파괴력을 제공한다.

하지만 샤콘의 약점 또한 그 급한 성미에 있다. 샤콘의 수명은 아주 짧은데, 겉보기에는 멀쩡하다가 느닷없이 죽어버린다. 등에 기수를 태운 상태로 멀쩡하게 질주하던 샤콘이 갑자기 거품을 뿜으며 고꾸라지는 일이 흔하게 일어난다. 샤콘은 매사에 급한 비스터라서 그 심장조차도 샤콘의 급한 성미를 이기지 못하고 과속하다가 어느날 문득 멈춰버리는 것이다.
샤콘은 이런 약점을 빠른 성장과 엄청난 번식으로 메꾼다. 부라키의 은신처 지하에는 샤콘의 알로 가득한 부화실이 있다. 성질 급한 샤콘의 심장이 터지는 것보다 더 빠른 속도로 그 알에서 새끼 샤콘들이 태어난다. 부라키의 불사 군대에는 이렇게 태어난 샤콘을 다섯달 정도 길들이는 샤콘 조련사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다.

샤콘은 죽어서도 부라키의 군대를 위해 봉사한다. 부라키는 단명한 샤콘의 시체를 추종자들의 식량으로 주었다. 불사자들의 군대는 먹지 않아도 살 수 있긴 했지만, 방금 전까지 자신들을 태우던 샤콘의 시체를 생으로 뜯어먹는 일은 그들의 잔인한 본능을 충족시켰다. 뿐만 아니라, 다혈질인 샤콘의 피에 깃들인 포악한 기운은 불사자들의 군대를 더욱 잔인하고 흉폭하게 만들었다. 그것은 부라키에게 매우 흡족한 일이었다.


불코 (Bulco)
불코는 하늘을 날 수 있는 비스터로, 부라키의 군대에서 날개에 해당한다. 부라키에게 종속되기 전 불코는 주로 천계에서 각 천공도시 간의 연락 업무를 담당하고 있었다. 즉, 천계의 우편배달부였던 셈이다. 독립된 영역을 갖고 있던 불코는 비스터들 중에서도 가장 자존심이 강했고, 때문에 부라키가 길들이는데 가장 공을 많이 들여야 했다.

그들의 날개는 비바람을 이겨낼 수 있을 정도로 튼튼했고, 방향 감각은 몸 속에 나침반이라도 달고 있는 것처럼 정확했다. 처음에 부라키는 이 비스터들을 추종자 군대의 비행이동 수단으로 쓰고자 했다. 하지만 그들의 능력이 좀 더 파괴적인 방면에 쓸모가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부라키는 불코들을 오랜 세월에 걸쳐 훈련시켰고, 이 비스터들은 제 주인으로부터 드라카니안처럼 불을 뿜는 능력을 전수받았다. 불코는 무려 오백 피트의 사거리를 갖는 불덩이를 목표물을 향해 내뿜을 수 있으며, 가공할 비행속도를 자랑한다. 불코의 공중전 능력은 거의 최신예 공군 전투기에 맞먹는다. 만약 불코에게 약점만 없었다면 부라키의 군대는 금세 온 세상을 정복했을지도 모른다.

불코는 빠르고 강했지만, 원래 길들이기 힘들었던 비스터인 만큼 부라키와의 정신적 유대가 약했다. 만약 불코가 부라키로부터 너무 멀리 떨어지게 되면 부라키의 지배에서 벗어나게 될 가능성이 컸다. 하늘을 나는 생물들이 본능적으로 그러하듯이, 불코는 자유를 갈망하는 비스터였다.
그래서 부라키는 불코의 탁월한 전투능력에도 불구하고 그들을 자주 싸움에 내보내지 않았다. 불코는 부라키로부터 너무 멀리 떨어지지 않는 거리 한도내에서만 비행해야 했다. 샤콘에 비해 불코의 개체수가 많지 않은 것도, 부라키가 불코를 제어 가능한 정도로만 유지하기를 원했기 때문이다.
이따금 부라키의 제어 영역 바깥까지 너무 멀리 비행한 불코가 통제를 잃고 떠돌다가 인간들을 습격한 사례도 있다. 와이번에 대한 전설은 바로 이렇게 통제를 벗어난 불코의 예다.


더들러(Dawdler)
더들러는 부라키가 비스터들 중에 가장 길들이기 쉬웠던 족속이다.
덩치가 큰 네 발 짐승인 이 비스터는 지성이 떨어지고 순박하기 이를 데 없었다. 이를 테면 천계인들이 키우는 소와 같은 존재였다. 드라카니안 이무기를 위해 봉사하던 비스터 중에 더들러들의 충성심이 가장 강했다. 이무기 역시 더들러의 순하고 우직한 성품을 각별히 아꼈다.

그런 더들러들이었기에 부라키에게 제일 먼저 복속당한 것이다. 순박한 더들러들은 자기들이 믿고 따르던 이무기와 똑같은 존재인 부라키를 거부할 줄 몰랐다. 빗장을 잠그지 않은 그들의 조악한 정신세계는 부라키의 사악한 힘에 쉽게 물들었다.
순박하고 성실한 품성은 곧 멈출줄 모르는 저돌성으로 변했다. 더들러는 부라키의 군대에서 수레의 역할을 맡게 되었다. 오랜 세월 부라키의 군대로 봉사하는 동안 더들러 역시 다른 비스터들처럼 악에 물들어갔고, 처음에는 그저 운반용의 수레 정도로만 부려졌던 그들이 공성병기로 활약하게 되었다.

더들러의 두꺼운 껍질은 수성 군대의 화살이나 창에도 까딱이 없었다. 한떼의 더들러가 짓밟고 지나간 자리에는 풀 한 포기 조차도 살아남을 수가 없었다. 더들러는 거대한 등짝 위에 무거운 공성병기를 짊어지고, 샤콘보다 느리지만 결코 멈추는 일 없이 행진한다.

이 단순하기 짝이 없는 비스터들의 행진을 멈출 수 있는 것은 오직 부라키의 명령 뿐이다. 그들은 부라키의 비스터 군대 중에서 가장 단순하기에 오히려 약점이 없다. 부라키가 자신의 군대에 더들러를 남긴 이유도 그 때문이다. 샤콘이 제 성질을 못이기고 죽어나가고, 불코가 부라키의 통제를 벗어나 제 멋대로 고공을 활보할 때도, 더들러는 결코 부라키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는 충실한 병사로 움직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