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현화(普賢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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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확~출가? 아니 가출해버릴까요???

보현화 2009. 2. 2. 15:47

지금 거사님과 냉전중입니다.

며칠 전 담배 피우는 현장을 제게 딱 걸렸거던요.

7년을 끊었던 담배인데...

 

지난 금요일 밤 10시경, TV를 보고 있는데 뜬금없이 거사님 왈

 “저녁밥 먹은 게 소화가 안 되는지 거북하네. 마당에 나가 바람 좀 쐬야겠다.“

 “그러세요~”

그런데 문득 ‘아참! 나도 음식물쓰레기를 안 버렸네.’

주섬주섬 잠바를 걸치고 마당에 내려서며 “어디에 있어요?”

화들짝 놀라며 뒤돌아서는 거사님 손에 빨간 불빛이 깜박입니다.

‘빨간 불빛.. 저게 뭐지’ 하며 가까이 다가서는 순간, 담배냄새가 코를 찌릅니다.

 “아니, 당신 담매 피워요?”

쓰레기봉투가 힘없이 바닥에 ‘툭’ 떨어집니다.

남편 손에 있던 담배도 ‘툭’ 떨어집니다.

너무 놀라 저는 바닥에 주저앉고, 거사님은 새하얗게 질렸습니다.

그때부터 전쟁입니다.

울고불고...

마구 악쓰고...ㅎㅎㅎ

 

7년 전 겨울, 거사님이 연락도 없이 집에 오지를 않았습니다.

아무리 휴대폰을 걸어 봐도 받지를 않습니다.

꼬박 날 밤을 새며 기다렸습니다.

드디어 다음날 새벽, 휴대폰을 받는데 횡설수설입니다.

 “당신, 술 마셨어요?”

 “아니.”

 “그런데 왜 그래요?”

 “이상하게 보이는 것마다 다 세 겹으로 보인다.”

 “세 겹으로요? 그럼 어서 오지 않고 뭐해요?”

 “응... 지금 차안인데 내가 교통사고를 냈나봐. 다행히 주차돼있는 차를 들이 받았나본데 도대체 무슨 영문인지 나도 모르겠다.“

 “그래요?! 그럼 당신명함에다 메모해서 망가진 차 유리창에 꽂아두고 어서 택시타고 집으로 와요. 당신 차는 그냥 버려두고...“

대문을 열고 들어서는 거사님을 보자 가슴이 철렁~ 내려앉습니다.

마치 영화에서 나오는 죽은 사람 같습니다.

넋이 다 빠져나간...

서둘러 콜택시를 불러 일산병원 응급실로 갔습니다.

병명은 뇌졸중.

조금만 늦었어도 뇌출혈이 되었다고 합니다.

서둘러 입원을 했는데 다른 사람 보는 것 같이 낯설기만 합니다.

치매이셨던 어머님을 보는 것처럼 매일매일 횡설수설합니다.

와락~ 겁이 납니다.

하지만 저까지 넋 놓고 있을 수만은 없는 일.

우리절에 백일기도부터 올렸습니다.

그리고 남편이 고이 잠든 새벽마다 가까운 절에 새벽기도를 갔습니다.

매일 신묘장구대다라니 천배를 사경하였습니다.

스님의 청아하고 맑은 예불소리가 마치 부처님 손길처럼 위로가 되었습니다.

때론 눈물이 하염없이 흘렀지만, 마음을 굳게 다잡았습니다.

오직 기도할 뿐.

아, 기도의 힘이었을까요?

횡설수설하던 거사님이 서서히 예전모습을 되찾기 시작했습니다.

사물이 세 겹으로 보이는 건 여전했지만 그래도 감사함뿐이었습니다.

입원한지 20일이 넘자 병원에선 조치할 수 있는 건 이제 다 했다며 퇴원을 종용했습니다.

사물은 여전히 세 겹으로 보여 안대를 하지 않으면 어지러워서 걸을 수도 없는데...

퇴원하는 날 담당의가 당부하였습니다.

“술과 담배는 반드시 끊어야합니다.”

 

아, 대자대비하신 부처님 사랑!!!

새벽기도를 다닌 지 석 달이 지나자 거사님 눈에 초점이 맞춰지기 시작했습니다.

한쪽 눈에 안대를 하지 않고도 사물이 정확하게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불가사의한 일에 가슴이 벅찼습니다.

때론 거사님 병시중에, 수능시험 보는 큰아이 뒷바라지에 몸이 천근만근했지만 새벽기도를 놓치지 않았습니다.

때론 차가운 법당에서 2시간 사경 하고나면 손가락이 얼어 몹시 아팠지만 참았습니다.

때론 운전 중에 쏟아지는 잠을 주체할 수 없으면 차안이 떠나갈 듯이 관세음보살~관세음보살~ 불렀습니다.

때론 너무 힘이 들어 차가운 계단에 주저앉아 소리 없이 울었지만, 식구들에겐 언제나 밝고 씩씩한 모습만 보였습니다.

아내였고, 엄마였기에...^^

1년 후 병원에서 재검사를 받고 선생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이렇게 정상으로 회복되는 게 정말 드믄 일이라고...

축하드린다고...

그래도 술, 담배는 절대 안 된다고...

그런데 이제 다시 담배를 피우기 싶다고 합니다.

세상에나~양심도 없이~

물론 이 어려운 경제난에 중소기업을 운영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잘 압니다.

사업상 술, 담배가 얼마나 필요한지도 잘 압니다.

요즘같이 고유가에 불황일 때 얼마나 술, 담배 생각이 간절할지도 잘 압니다.

하지만 어찌 건강하고 맞바꿀 수가 있을까요.

어떻게 해서 얻은 건강인데 말입니다.

 

어제 저녁도 대판 싸웠습니다.

거사님 왈

 “이 어려울 때 중소기업 운영하려니 돌아버리겠는데 어떡하니? 날마다 원자재는 급등하고, 납품가는 그대로이고...

 당신이 나 좀 봐줘라. 이제 건강해졌으니 담배라도 피우게 나 좀 봐줘”

 “아니, 누구 덕에 건강해졌는데... 당신이 노력하지 않으면 부처님께서 또다시 봐주실 것 같아요? 아무리 대자대비하셔도 한번 봐주지,

 두 번 봐주실 것 같냐구요? 뇌졸중으로 반신불수가 된 당신 친구와 후배를 생각해봐요. 입원했어도 아무 소용이 없었잖아요.

 구시렁구시렁...........“

 

정겨우신 법우님들~*^^*

확~출가? 아니 가출해버릴까요???

관세음보살~~~()()()

 

                                                                                                 37기 통신반 한성질하는  한 마니화 합장

출처 : 불교인드라망
글쓴이 : 한 마니화37기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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