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현화(普賢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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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네 밭에서 쓰는 전원일기(1)

보현화 2009. 6. 1. 17:48

 2009.5.30

 

주말농장은 아니지만 우리 가족들이 종종 가서 자연과 흙냄새를 흠뻑 맡을수 있어 좋은 언니네 밭..

해마다 계절은 어김없이 돌아오고 변함없이 꽃은 피고 열매는 열리고 겨울이면 사위어가는 순환의 현장이다.

나이 80이 넘은 친정어머니에겐 취미생활이자 체험학습? 장소로서 손색이 없는 곳이기도~^^

 

 

  어릴때 목걸이를 하거나 먹던 감꽃. 미처 떨어지지 못한 꽃이 시들은채 감열매에 달려 있는게 입술처럼 이쁘다..

 

 

 

 홍화. 초기에는 노란색이었다가 나중에는 붉은 색이 되는 홍화. 칼슘이 많아 뼈에 좋다 해서 가족들이 열심히 보리차 삼아 음료수로 닳여 먹고 있다. 유황까지 뿌려서 영양만점. 언니가 만드는 한약에도 넣고 우리 가족들도 먹는 거고 해서 수확이 적든말든 제초제 치지 않고 엄청난? 시간을 들여 직접 풀을 뽑고 있는데 풀뽑기를 좋아하고 잘 뽑는 나의 호칭이 '풀부장'이다.ㅎㅎ 몇해 홍화농사를 지어본 이력으로 요령이 생겨 밭고랑에 현수막을 까는등 부산떨어도 생명력 강한 잡초는 여기저기 두더지게임의 두더지처럼 여기쏙, 저기쏙 얼굴을 내민다.

홍화밭에는 필요없지만 옛날 농경시대때에는 소먹이등 얼마나 유용한 잡초였을까. 그 잡초가 그 잡초인데 쓸모없다고 생각하는 건 인간들의 분별심일뿐~^^

 

 

 

 여름한창 더울 7월에 수확하는 홍화. 꽃이 한참 필 무렵이면 가시로 온 몸을 무장하고 꽃을 지켜내는데? 그 철혈무장에 수없이 팔이랑 몸통을 찔렸다. 올해는 얼마나 더울지..벌써 땀이 콩죽같이 흐를려 한다. ^^

 

 

 

 

부지런한 노모의 취미학습장인 여뿔때기 텃밭은 홍화밭 옆 자기 구역에서 다양한 얼굴로 성장을 다툼한다.

먹을거리로는 토마토, 오이, 가지, 호박, 상치, 깻잎, 머구, 우엉, 부추, 파, 콩, 옥수수, 미나리, 고추, 토란..등등이 있다.

작년까지만 해도 20여종 넘게 심으시다가 힘들다고 일 줄이라는 딸들의 성화에 올해는 20여가지에서 몇가지 줄은것 같다.

 

 

밭 주위에는 각종 야생초, 야생화도 많지만 약풀도 더러 있다. 한약재인 맥문동과 윤동초꽃, 포곡령이라고 불리는 민들레를 비롯하여 어머니가 심어 놓으신 더덕과 도라지처럼 식용나물도 있으니 참 다양하고 신기하기만..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던 곳에서 늘 행운과 행복이 있는 것처럼, 평소 무심히 보아온 언니네 밭에서 카메라를 들이대자 모두 하나하나 의미가 되는게 아닌가. 카메라가 성능이 썩 좋지 못한 점도 있겠지만 접사촬영에 약하여 수많은 꽃사진들을 실패하고 그나마 건진 사진을 올렸는데도 숫자가 다양한 거 같다.

 

 

 

 

 

 

언니네 밭의 가장 큰 수확물이라면 홍화씨와 감이 될 것이고 그 외 농작물은 우리 식탁에 오를 건강식품들이다.

가을이 되면 감따기의 재미도 솔솔찮고, 평소에는 풀 매면서 맡는 흙냄새를 무척 좋아한다. 어떤 향수보다 멋진 내음..

이 밭에서 몸빼입고 모자쓰고 고무신에 목장갑 끼면 곧장 농부가 되고 잠시나마 이 자연에 도취되면 바로 시인이 된다.

어떤 책 이름이던가? '시인과 농부'라는 말이 생각난다. 극과 극일 상황의 매칭이니 조화의 묘가 따로 없다.

여유로운 마음으로 자연을 즐기면서 자연속에서 순화되는 마음..바쁘지 않고 한가로운 이 시간이 참 좋다..

 

자주 언니네 밭을 찾아 우주속의 소우주인 변화하는 순환을, 윤회라고도 표현할수도 있는 실상 그대로의 진리를 만나야겠다.

씨앗이 있어 싹이 트고 꽃이 피고 열매 맺으며 죽어가는 대자연의 인연법이 여기서도 어김없이 적용되니 그저 경이롭기만 할것이다.

일미진중함시방(一微塵中含十方) 일체진중역여시(一切塵中亦如是)의 세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