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현화(普賢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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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3.10(봄에 눈으로 내린 겨울)

보현화 2010. 3. 10. 17:58

밤사이 얼마나 눈이 내렸는지 세상이 모두 백색이다.

5년전쯤 눈만큼 내린거 같아 나무 작대기로 찔러? 재보니 13cm나 된다.

간밤에 물로 녹은거까지 합치면 15cm는 족히 될듯 하다.

 

오랜만에 눈을 만나 동네강아지? 못잖게 설레는 감동은 잠시 도로에서 벌벌 기는 차량들을 보니

감동과 즐거움이 반감되고 좀 미안해지기까지..^^

 

 

 

벌거벗고 곡선, 직선 몸매를 가감없이 다 드러낸 아직은 겨울나목인 나뭇가지에

결대로 앉은 눈은 송이송이 설화가 되어 벌거벗은 몸을 가려주고 장식해 준다.

 

치장한거 없이 있는 그대로 자신을 노출한 나목은

잘 찾아 주지 않는 님과 함께 오랜만에 회포를 푸는냥 맘껏 사랑의 결실을 뽐낸다.

설화(雪花)라는 열매를 남기며...

벌거벗은 나목은 그래서 벌거벗나 보다. 설화를 피우기 위해서..

 

봄에 내리는 눈, 미처 얼지 못한 겨울의 안타까움일까..

오후엔 결국 계절을 이기지 못한 눈이 눈물처럼 녹아 내린다.

회포 풀지 못한 채로 떠나는 님의 옷자락처럼 잠시 겨울이 내렸다 돌아가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