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현화(普賢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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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와 동거 중인 남자가 아버지의 유산을 노리고 있어요

보현화 2021. 6. 8.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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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와 동거 중인 남자가 아버지의 유산을 노리고 있어요” - 스님의하루

2021.6.4. 정토대전 회의, 금요 즉문즉설 강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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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와 동거 중인 남자가 아버지의 유산을 노리고 있어요

“저는 35살 직장인입니다. 두 달 전 아버지께서 뇌출혈로 갑자기 세상을 떠나신 와중에 얼마 전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되었는데요. 어머니께서 다른 사람과 외도를 하고 있었고, 몇 년 전부터 집을 매매하여 그 사람과 동거 중이라는 사실이었습니다. 더 큰 문제는 어머니와 동거 중인 그 남자가 아버지 사망보험금과 저희 집 재산을 노리고 있고, 어머니는 그 사람과 모든 재산에 대해 상의한다는 것입니다.

형과 저는 모든 재산을 어머니께 양도하기로 했었습니다. 그런데 이런 상황을 알게 된 후에는 아버지를 생각하면 가슴이 미어지고 어머니를 지켜야 한다는 생각에 모든 재산을 가족 공동명의로 돌려놓고 싶습니다. 무엇보다도 소중한 저희 어머니를 이전 상태로 되돌리고 싶지만 어머니로 인해 저희 형제가 마음의 상처를 입어서 제 마음이 너무 복잡합니다. 동거 중인 집을 덮치려고 생각도 했지만 제가 사고를 칠 것 같기도 하고, 두 사람이 같이 생활하는 모습을 보면 어머니를 평생 못 볼 것 같아서 마음이 힘듭니다. 어머니가 예전 모습으로 돌아오셔서 아버지의 빈 자리를 채워가며 저희 가족끼리 행복하게 살아가고 싶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자식 된 도리를 어떻게 다해야 하고 앞으로 어떤 마음가짐을 가지고 살아야 할까요?”

“아버님께서 돌아가신 것에 대해 우선 위로의 말씀을 전합니다. 질문자가 볼 때, 어머님과 아버님의 생활은 괜찮으셨어요? 아니면 아버님께서 최근 몇 년 간 건강이 안 좋으셨어요?”

“아버지께서 뇌출혈로 갑자기 돌아가셨지만, 평소에 건강은 문제 없었습니다. 어머니와 아버지는 예전부터 사이가 좋지는 않았습니다.”

“네. 질문자는 지금 미성년자예요, 성인이에요?”

“성인입니다.”

“그러면 질문자는 부모로부터 독립을 해야 할 나이예요, 아니면 아직도 부모의 그늘 속에 있어야 할 나이예요?”

“독립을 해야 할 나이입니다.”

“그렇다면 어머니는 자식들이 20세가 넘었으니까 자신의 할 일은 다 하신 거예요, 아니면 아직도 자식들을 돌보셔야 해요?”

“네. 어머니는 충분히 자식들을 돌보셨습니다.”

“그럼 어머니도 이제 당신의 인생을 살아야 하지 않을까요?”

“네, 그렇습니다.”

“아버님이 돌아가시기 전부터 다른 사람을 만났다는 점은 차치해둡시다. 아버님이 돌아가시고 어머님이 혼자 사는 게 나아요, 아니면 같이 사는 분이 있는 게 좋은 일이에요? 요즘 같은 100세 시대에 어머님은 앞으로 30년을 더 살 수 있잖아요.”

“어머니께서 좋은 분을 만나 함께 사시면 좋겠습니다.”

“좋은 사람이 어떤 사람이에요? 어머니가 보기에 좋은 사람이면 좋은 사람이죠. 질문자와 같이 살 사람도 아닌데, 질문자가 보기에 좋은 사람이어야 해요? 질문자가 보기에 좋은 사람은 돈도 좀 많아서 어머니를 편안하게 해 주고 질문자도 도와주는 그런 사람이겠지요. 질문자도 나이가 60이 넘었다면 돈이 좀 있는 사람과 사귀겠어요? 아니면 돈이 없는 사람과 사귀겠어요?”

“돈이 좀 있는 사람과 사귈 것 같습니다.”

“그래요. 어머니도 돈이 좀 있으니까 남자를 사귈 수 있지, 돈이 없었으면 사람을 사귀기 쉽지 않았을 겁니다. 아버님 돌아가신 후에 자식들이 유산을 전부 다 어머님께 드릴 필요도 없고, 자식들이 모두 가질 수도 없어요. 왜냐하면 유산 배분은 법으로 정해져 있기 때문입니다. 배우자인 어머님은 1.5를 가질 수 있고, 자식들은 각각 1씩 돌아가게 정해져 있습니다. 유산은 이렇게 법으로 정해진 비율만큼만 분할하면 됩니다.

그런데 어머니의 권리를 왜 질문자가 신경을 쓰고 있어요? 질문자의 몫을 어머니께 드릴 필요도 없고, 어머니의 몫을 질문자가 가지려고 해서도 안 됩니다.

아버님 사망보험금의 경우 보험금 수령자를 지정하지 못했다면 유산에 속하기 때문에 유산 상속과 같은 비율로 배분하면 됩니다. 어머니를 나쁘게 생각할 필요도 없고, 어머니의 권리를 질문자가 빼앗아서도 안 돼요. 법에 정해진 대로 어머니의 몫은 어머니께 드리고, 질문자와 형은 정해진 몫을 받으면 됩니다. 어머니를 위해 질문자의 권리를 포기할 필요도 없고, 질문자의 욕심으로 어머니의 권리를 빼앗아서도 안 됩니다.

어머니가 어머니 몫만큼 가져가서 그 분과 잘 사시면 다행이고, 만약 나중에 어머니가 그 돈을 다 잃어버리면 자식으로서 질문자가 돌보아 드리면 되죠. 그런데 어머님은 현재 재산이 있으니까 당신의 힘으로 사람을 사귀어서 함께 생활하고 계시는 겁니다. 그러니 질문자는 어머님을 걱정할 필요도 없고, 보살펴야 한다는 생각을 할 필요도 없고, 어머니를 그 사람으로부터 빼앗아올 생각을 할 필요도 없어요.

어머니도 자식들 다 키우셨으니 이제는 당신 인생을 살아야 할 것 아니에요? 어머니께 35세가 넘은 자식들을 위해 희생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제가 보기에는 불효 막심한 태도인 것 같아요. 어머니가 혼자 사신다고 해도 오히려 이렇게 말씀드려야죠.

‘어머니, 아직 30년도 더 남은 인생을 어떻게 우리만 보고 사십니까? 마침 좋은 분이 계신다니까 그 분과 함께 행복하게 사십시오.’

어머니 본인의 돈을 본인이 쓰겠다는데 뭐가 문제예요? 그걸 못마땅해 한다면 그건 질문자 스스로 ‘그 돈은 내 몫인데 그 사람이 가져간다’ 이렇게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 돈은 질문자 몫이 아닌 어머니 몫이에요. 어머니가 당신의 몫을 그 사람에게 주든, 다른 사람에게 주든, 그것은 어머니의 권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질문자는 그 사람이 욕심을 부린다고 하는데, 제가 보기에는 질문자가 ‘그 돈은 내 몫인데, 엉뚱한 사람이 차지하려 한다’ 하고 욕심을 내고 있는 것 같아요. 그러니 어머니께 이렇게 말씀드려 보세요.

‘어머니, 우리를 낳고 키우는 데 얼마나 고생이 많으셨습니까? 아버지도 돌아가셨고 하니 이제는 어머니의 인생을 편안하게 사십시오.’

그리고 어머니 몫을 챙겨드리는 겁니다. 그렇다고 질문자의 몫까지 드릴 필요는 없어요. 혹시 나중에 어머니가 그 사람에게 속아서 재산을 날릴 수도 있습니다. 그때는 어머니가 선택한 결과이니까 그냥 두든지, 마음에 걸리면 어머니를 돌보든지 하면 됩니다. 요즘은 질문자가 안 돌봐도 정부에서 노인 연금을 지원해 줍니다. 그래서 너무 걱정 안 하셔도 돼요. 어머니가 질문자에게 큰 짐이 되지는 않을 겁니다.

지금 질문자가 분개하는 것은 도리에 어긋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심정은 이해가 돼요. ‘내 어머니가 어떻게?’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어머니는 어머니의 인생이 있는 겁니다. 자기는 자기 부인이 따로 있잖아요. 왜 질문자는 두 여자를 데리고 살려고 해요?

오히려 어머니가 남자친구 안 사귀고 자식들한테 너무 집착하면 어머니 때문에 질문자 부부 사이에 갈등이 생겨요. 자세히 들여다보면 오히려 어머니가 저렇게 떠나줌으로 해서 질문자 부부에게 어머니로 인해서 생기는 갈등을 미연에 막아준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일어난 일은 굉장히 좋은 일이에요. 스님이 의외의 대답을 얘기하는 것 같아요?”

“약간 그렇습니다.”

“저한테 물었으니까 저의 생각은 그렇다는 거예요. 어머니가 나를 낳아주고 키워 준 은혜에 감사한 마음을 갖고, 어머니가 더 이상 자식의 짐을 지고 살지 않도록 어머니는 자기 인생을 살도록 해주세요.

‘아버지를 두고 어머니가 어떻게 그럴 수 있느냐?’ 하는 것은 질문자의 생각입니다. 한 여인의 입장에서는 자신의 인생을 그렇게 살 권리가 있어요. 아버지가 살아계실 때 이런 일이 밝혀졌다 해도 요즘은 그것이 처벌받을 대상은 아닙니다. 민사소송의 대상이 되어서 배상을 조금 해줘야 할 일이죠.

아버님이 몸이 안 좋아서 부부관계를 못했다든지, 서로 관계가 좀 안 좋았다든지, 어머니와 아버지 사이에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 자식들은 그 사정을 잘 모르잖아요. 어머니에게도 나름대로 고민이 있고 어떤 어려움이 있어서 그런 일이 일어났을 겁니다. 자기가 어릴 때는 그런 걸 몰랐겠지만, 어른이 되었으면 ‘엄마에게 이런 어려움이 있었구나!’ 이렇게 이해하고 엄마를 오히려 격려해주는 게 필요하지 않을까요?

지금 어머니에게 유산을 다 드리면 날려버릴 위험이 있으니까 질문자가 욕심이 없더라도 내 권리는 딱 찾아야 해요. 나중에 어머니가 어려워지면 그때 내가 드리더라도 지금 내 권리까지 미리 포기할 필요는 없어요. 그리고 재산을 공동명의로 해 놓으면 나중에 분쟁의 요소가 될 수 있는데, 집은 어머니만 동의하면 공동명의로 해도 괜찮아요. 그러면 어쨌든 팔아먹지는 못하니까요. 하지만 어머니가 원한다면 재산분할을 해서 드리는 게 맞다고 생각해요. 그건 어머니 권리니까요. 어머니가 평생 아버지하고 살면서 얻은 권리인데 그걸 자식들이 뺏으면 안 되지요.”

“예, 맞습니다.”

“진정을 하고 가만히 상황을 보면 별일 아닙니다. 어머니에게 너무 화를 냈다가 나중에 어머니가 불행해지면 또 후회할 거예요. 어머니가 딴 남자하고 사귀어도 어머니는 내 어머니예요. 아버지는 이미 돌아가셨는데 어머니가 혼자 사는 게 아버지에게 무슨 도움이 될까요? 어머니가 다른 남자와 살면 오히려 자식들한테 의지를 안 해도 되고, 자식들도 부담을 가지지 않아도 되니 얼마나 좋아요? 저 같으면 잔치를 열어줄 일이라고 생각해요. 어머니 마음에 드는 남자 구하기도 어려운 일인데, 본인이 알아서 딱 남자를 구했다고 하면 아주 좋은 일이죠. 마음을 이렇게 먹어야 질문자에게 복이 될 수 있어요..

질문자는 어머니가 늙었다고 생각하지요? 육십 넷이면 한창입니다. 아직 삼십 년도 더 살 수 있는 나이예요. 어머니도 어머니 나름대로 행복하게 살 권리가 있어요. 그 권리를 인정하고 오히려 격려해주는 게 좋겠습니다. 그 남자가 실제로 어떤 사람인지는 알 수 없잖아요? 너무 나쁘게 보지 마세요. 어머니가 재산을 잃으면 내가 아버지한테 받아 놓은 돈으로 나중에 도와드리면 되잖아요. 어머니도 만약 재산을 잃으면 그땐 정신을 차릴 겁니다. 그런데 처음 일어난 일이니까 어머니가 속고 있을 수도 있고, 또 자식들이 그 남자를 잘못 보는 것일 수도 있어요. 지금은 알 수가 없어요. 조금 더 지켜보면 좋겠습니다.”

“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