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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의 남자/한국/2005.12.29 개봉/119분

보현화 2010. 2. 13. 15:50

왕의 남자 (2005) King and the Clown

 

   

 

요약정보
시대극, 드라마 | 한국 | 119 분 | 개봉 2005-12-29 |
제작/배급
(주)씨네월드(제작), 시네마서비스(배급)
감독
이준익
출연
감우성 (장생 역), 정진영 (연산군 역), 이준기 (공길 역), 강성연 (장녹수 역), 유해진 (육갑 역)  출연 더보기

 
세 번의 공연, 그 절체절명의 순간들!

첫 번째, 먹고 살기 위해 한판 놀아라!
“왕을 가지고 노는거야!
개나 소나 입만 열면 왕 얘긴데, 좀 노는게 뭐가 대수야?”

조선시대 연산조. 남사당패의 광대 장생(감우성 분)은 힘있는 양반들에게 농락당하던 생활을 거부하고, 자신의 하나뿐인 친구이자 최고의 동료인 공길(이준기 분)과 보다 큰 놀이판을 찾아 한양으로 올라온다. 타고난 재주와 카리스마로 놀이패 무리를 이끌게 된 장생은 공길과 함께 연산(정진영 분)과 그의 애첩인 녹수(강성연 분)를 풍자하는 놀이판을 벌여 한양의 명물이 된다. 공연은 대 성공을 이루지만, 그들은 왕을 희롱한 죄로 의금부로 끌려간다.

두 번째, 목숨을 부지하려면 한판 놀아라!
“왕이 보고 웃으면 희롱이 아니잖소! 우리가 왕을 웃겨 보이겠소!”
“왕께서 보고도 웃지 않으시면 네놈들의 목을 칠 것이다”

의금부에서 문초에 시달리던 장생은 특유의 당당함을 발휘해 왕을 웃겨 보이겠다고 호언장담하지만 막상 왕 앞에서 공연을 시작하자 모든 광대들이 얼어붙는다. 장생 역시 극도의 긴장감 속에서 왕을 웃기기 위해 갖은 노력을 하지만 왕은 꿈쩍도 하지 않고… 바로 그 때 얌전하기만 한 공길이 기지를 발휘해 특유의 앙칼진 연기를 선보이자 왕은 못 참겠다는 듯이 크게 웃어버린다. 이들의 공연에 흡족한 왕은 궁 내에 광대들의 거처, 희락원(喜樂園)을 마련해 준다.

세 번째, 누군가의 목숨을 걸고 한판 놀아라!
“소극을 할 때마다 누가 작살이 나니 살 떨려서 하겠어 어디?”

궁에 들어온 광대들은 신바람이 나서 탐관오리의 비리를 풍자하는 공연을 선보이고, 왕은 즐거워한다. 하지만 중신들의 분위기가 싸늘함을 감지한 왕이 중신 중 한 명을 웃지 않는다며 탐관오리라는 명목으로 형벌을 내리고 연회장엔 긴장감이 감돈다.
연이은 연회에서 광대들은 여인들의 암투로 인해 왕이 후궁에게 사약을 내리는 경극을 연기하고, 연산은 같은 이유로 왕에게 사약을 받았던 생모 폐비 윤씨를 상기하며 진노하여 그 자리에서 선왕의 여자들을 칼로 베어 죽게 한다. 공연을 할 때마다 궁이 피바다로 변하자, 흥을 잃은 장생은 궁을 떠나겠다고 하지만 공길은 알 수 없는 이유로 남겠다고 한다. 그 사이 왕에 반발한 중신들은 광대를 쫓기 위한 음모를 꾸미고 왕의 관심을 광대에게 빼앗겼다는 질투심에 휩싸인 녹수 역시 은밀한 계략을 꾸민다.

이영화의 키워드 : 동성애, 희곡원작, 남장/여장, 조선시대

조선 최초의 궁중광대극
질투와 열망이 부른 피의 비극이 시작된다!
아름다운 욕망, 화려한 비극
조선 최초의 궁중광대, 왕을 가지고 놀다
SPECIAL ISSUE

눈으로 느끼고 마음으로 보는,
시대극의 강렬한 매력!
최근 TV에서의 <대장금> 열풍에 이어 영화 <혈의누><형사>를 비롯, 현재 각 방송사가 경쟁적으로 선보이고 있는 사극들은 여느 때보다 뜨거운 시대극 열풍을 일으키고 있다. TV 드라마가 여인들을 중심으로 한 조선시대의 암투에서 벗어나 고려, 삼국시대로 눈을 돌렸지만 스크린은 오히려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한 현대적인 사극이 주를 이루고 있다. 그동안 TV드라마에서 숱하게 보아왔던 역사 속 인물에 초점을 맞추기 보다 현대적인 이야기를 시대극의 형식을 차용해 그려내고 있는 것이다.

<왕의 남자> 역시 조선시대 연산조를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우리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광대’라는 새로운 캐릭터를 내세워 독특한 영화적 상상력을 풀어낸다. 절대권력자 왕을 희롱하는 광대 놀이판의 신명은 보는 관객들에게 카타르시스를 전하고, 풍자와 해학의 주체인 광대들을 보며 자신이 원하는 인물상, 삶의 모습을 투영하면서 대리만족과 공감대를 형성한다. 세상을 다 가질 수 있었던 왕마저도 부러워했던 광대들의 자유는 비단 왕뿐만이 아닌 우리 모두가 바라는 이상향이기 때문이다.

현대인들이 가장 원하는 자유로운 삶의 모습을 과거를 배경으로 이색적인 영화적 재미로 그려내는 <왕의 남자>는 관객들의 뇌리에 오래도록 남는 작품으로 기억될 것이다.


원작 <爾(이)>소개

화제의 연극 ‘爾(이)’, 영화 <왕의 남자>로 탄생하다!
영화 <왕의 남자>는 연극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 2000년 한국연극협회 올해의 연극상, 희곡상, 연기상 석권, 2001년 동아 연극상 작품상, 연기상 등 유수의 상을 받으며 흥행성과 작품성을 인정받은 연극 <爾(이)>가 바로 그것. 연극 <爾(이)>는 왕으로부터 爾(이)라고 불리며 사랑을 받았던 광대 공길이 권력의 맛에 취해 자신의 본질을 잊지만, 결국 광대 본연의 풍자정신을 되찾아가는 과정을 조선시대의 언어유희 ‘소학지희(笑謔之戱)’를 통해 풀어낸 수작이며 영화는 여기에 드라마틱한 광대들의 삶과 화려한 공연을 더해 새롭게 태어난 것이다.

최근 관객과 평론 모두에게 인정받은 <살인의 추억>, <박수칠 때 떠나라>, <웰컴 투 동막골>의 공통점은 바로 연극을 원작으로 한다는 점이다. 연극은 영화와 가장 유사한 매체로 끊임없이 영화로 제작되어 왔지만 흥행에서 성공하기 시작한 것은 최근이다. 왜냐하면 연극의 영화화 작업은 무대라는 한정된 공간을 영화적으로 재설정하고, 드라마적 강점은 살리면서도 원작과는 차별화된 재미를 더해야 하는 또 다른 창작의 과정이기 때문이다.

영화 <왕의 남자>는 원작 <爾(이)>의 짜임새있는 드라마를 바탕으로 원작과는 또 다른 매력을 발산한다. 궁에서 이야기가 시작되는 연극과는 달리 광대들이 궁에 들어가는 경위, 궁에서 겪는 굴곡있는 삶 등이 더욱 더 드라마틱하게 표현됐다. 권력 앞에서 당당함을 잃지 않았고, 절대권력자 연산도 가지지 못한 자유로움을 지닌 광대 ‘장생’이라는 허구의 인물을 주축으로 보다 깊어진 갈등구조를 선보이는 영화 <왕의 남자>는 ‘장생’을 통해 삶의 본질과 자유에 대한 열망이라는 현대인의 감성을 자극한다. 또한 연극에서는 표현할 수 없었던 화려하고 웅장해진 영상미는 광대들의 신명난 해학을, 유려한 카메라 워킹은 감동의 깊이를 더한다.

<왕의 남자>는 화제의 연극을 원작으로 완성도와 흥행성에 있어 두 마리의 토끼를 한번에 잡은 영화 <살인의 추억>, <웰컴 투 동막골>의 맥을 잇는 동시에 이제까지 만나지 못한 새로운 감동으로 기록적인 흥행작이 될 것이다.

원작_ 연극 爾
연출/작_김태웅
조선시대 왕이 신하를 높여 부르는 호칭 이(爾). 천민인 광대의 신분으로 연산이 이의 호칭으로 불렀던 인물, 공길에 초점을 맞추어 웃음과 놀이의 판을 그려낸 수작. 수상경력만으로도 작품의 무게를 알 수 있는 연극 <爾(이)>는 2000년 초연 이후, '한국연극협회 선정 올해의 연극 Best 5 작품상', '한국연극협회 선정 올해의 희곡상', '신인연기상', '2001 한국평론가협회 선정 Best3', '2001 동아 연극상 작품상', '2001 동아 연극상 연기상' 등 굵직한 연극계의 상을 휩쓸며 평단과 관객들의 사랑을 받으며 수 차례 무대에 올려졌다. 연극 <爾(이)>는 초연 5주년을 맞아 2005년 12월, 국립중앙 박물관 내의 극장 ‘용’에서 다시 한 번 무대에 올려질 예정이다.


HOT ISSUE

<왕의 남자>에 주목하는 이유

1. 정통 사극의 힘!
: 역사와 허구의 경계를 무너뜨리는 정통사극

주인공들의 각기 다른 욕망에서 야기되는 화려한 비극을 보여주는 <왕의 남자>는 역사적 인물의 이야기에 픽션을 가미한 드라마다. 드라마와 영화의 소재로 많이 등장했던 실존인물은 ‘연산’과 ‘녹수’. <왕의 남자>는 이들을 그동안 정형화됐던 폭군, 요부로 그리지 않고 숨겨진 내면의 고독함과 아픔을 간직한 인물로 재탄생시켰다.

조선의 10대 왕 연산(재위기간 1494~1506년)은 중종반정에 의해 폐위되어 궁에서 쫓겨난 후 1506년 병으로 생을 마감한 인물. 희대의 폭군으로 알려진 연산은 자기 손으로 성종의 후궁을 죽이고, 조모 인수대비를 구타하는 등 패악적인 행동으로 역사의 지탄을 받아왔다. 하지만, 영화에서는 실록으로 전해지는 위에서 열거한 연산의 행동을 자신의 생모를 죽음으로 몰아넣은 아버지에 대한 원망과 그의 후궁들에 대한 분노의 결과로 그리고 있다. 연산은 왕으로 즉위한 후 폐위된 생모의 신원을 모색하고자 하지만 중신들의 반대에 부딪히고, 자신의 분노를 광대들을 이용해 표출한다. 그리고 왕을 내세워 권력을 휘둘렀던 요부로 알려진 연산의 애첩, 녹수는 <왕의 남자>에서 신분의 벽을 넘지 못하고 조정에서 갖은 멸시를 받았지만 왕에게 사랑 받기를 원했던 비운의 ‘여자’로 그려진다.

한편 이준기가 연기한 광대 ‘공길’은 연산군 일기 “공길 이라는 광대가 왕에게 ‘임금은 임금다워야 하고, 신하는 신하다워야 하고, 아비는 아비다워야 하고, 자식은 자식다워야 한다. 임금이 임금답지 않고, 신하가 신하답지 않으니 비록 곡식이 있은 들 먹을 수가 있으랴”(60권 22장)’는 말을 하였다가 참형을 당했다”는 한 줄 기록에 의해 되살려진 캐릭터다. 가장 미천한 신분인 광대가 왕을 꾸짖는 발언을 했다는 것도 놀라운 일이지만, 최고와 최하 신분의 두 인물이 만나는 기회가 있었다고 짐작하게 하는 이 문헌은 영화적 상상력을 자극하기 충분했다. 이에 작품의 원동력을 불어넣어줄 인물로 허구적으로 만들어진 유일한 캐릭터가 바로 ‘장생’. 타고난 광대, 장생은 오로지 오랜 동료이자 가족 같은 ‘공길’과 함께 신명 나게 놀이판을 벌이는 것 외에는 아무 관심이 없는, ‘자유’의 상징으로 강렬한 드라마를 이끄는 축이 된다.

이들은 서로의 모습을 통해 자기 자신을 돌아보기도 하고 운명에 순응하고 부딪히며 삶을 영위한다. 다시 태어나더라도 왕이 아닌 천한 광대로 태어나겠노라 고백하는 광대들과 그들을 바라보는 왕, 왕을 바라보는 한 여자. 이들을 주축으로 역사와 허구 사이를 절묘하게 넘나들며 아름다운 욕망과 화려한 비극을 그리는 <왕의 남자>는 관객들의 가슴에 강렬한 자국을 남길 것이다. .


2. 조선시대, 오로지 왕을 위한 공연!
: 영화 속에서 최초로 선보이는 ‘궁중광대’

<왕의 남자>는 최고권력자나 시대의 영웅에 초점을 맞추었던 여타의 시대극과는 달리 미천한 신분이지만 정해진 운명을 신명으로 바꿀 줄 알았던 광대가 주인공이다. 놀이판에서 신명 나게 노는 것만을 위해 살고, 가진 것이 없어 잃을 것이 없다는 호탕한 삶을 사는, 죽어서도 왕이 아닌 광대로 다시 태어나고 싶다고 말하는 광대들.

줄타기, 접시 돌리기 등의 재주뿐만 아니라 시류를 풍자하는 해학, 촌철살인의 유머로 조선최초의 궁중광대가 된 그들이 펼치는 공연은 현대의 ‘개그콘서트’를 보는 양 즐겁지만, 한편으로는 목숨을 담보로 왕을 웃겨야 했던 광대들의 놀이판은 화려하면서도 섬뜩한 긴장감을 불러일으킨다.

2005년 대중들이 공주 같은 외모의 여주인공이 아닌 평범하지만 자신의 삶을 사랑하는 김삼순을 응원했고, 장애인이라는 난관을 딛고 행복을 찾아가는 자폐아 초원이와 진호를 사랑했듯 타인의 시선이나 사회적 편견에서 벗어나 자신의 삶에 충실한 모습으로 대중들의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은 ‘광대’들도 마찬가지다.

시대적 공간은 다르지만 하늘 아래 거칠 것 없이 당당했고, 자신들의 운명에 드리워진 그림자마저도 화려한 비극으로 승화시키는 <왕의 남자>의 ‘광대’ 캐릭터는 현대 대중들이 바라 마지 않는 삶의 모습을 대변한다. 그리고 2005년 12월, 이들이 펼치는 놀이판은 대한민국의 가슴을 신명과 감동으로 가득 채울 것이다.


3. 드라마의 힘!

: 희락원(喜樂園)의 비밀, 그 강렬한 드라마가 펼쳐진다.
국사가 결정되는 권력의 최정점인 동시에 정치적 음모와 암투의 중심지였던 조선시대 궁궐. <왕의 남자>는 궁에 기거하면서 왕이 爾(이: 왕이 신하를 높여 부르는 호칭)라 부르며 아꼈던 조선최초 궁중광대를 주인공으로 중신들의 비리, 조정과 왕의 힘겨루기 등 화려한 궁궐 이면에 감춰진 권력의 양면성을 담아낸다. <왕의 남자>가 보여주는 궁궐은 일반 백성보다 미천한 신분인 광대들이 넘볼 수 없는 성역이자 광대들보다 자유롭지 못한 인간군상의 집합소다. 화려한 연회에서도 왕과 중신들은 서로를 견제하고, 중신들 사이에서도 권력의 암투가 끊이지 않는다. 궁중에서 권력에 연연하지 않고 자유를 누리는 사람들은 오로지 광대들뿐이었고, 그들은 현대인들이 진정으로 바라는 인간상이기도 하다.

허공 위의 외줄에서 천하를 얻은 것보다 자유로웠던 광대 장생과 원하기만 하면 모든 것을 가질 수 있었던 하늘 같은 절대 권력자 왕, 연산. 신분은 물론 모든 것이 전혀 다르지만 자유를 열망한다는 공통점을 지닌 광대와 왕의 만남이라는 설정은 흥미로운 긴장감을 더하고, 권력의 음모와 암투 속에 펼쳐지는 탄탄한 드라마는 강한 페이소스를 전한다.

자유를 향한 열망과 권력에 대한 집착이라는 상반된 인간 내면의 본성과 욕망이 충돌하는 갈등구조를 시대극의 옷을 빌어 이야기하는 <왕의 남자>는 사극이면서도 현대인들이 가장 고민하는 인간의 본성에 대한 성찰이라는 화두를 던진다. 같은 곳을 바라보지만 함께 할 수 없는 인물들의 팽팽한 갈등구조 속에서 전해지는 영화적 긴장감 끝에 <왕의 남자>가 선택한 화려하고 아름답기까지 한 비극적인 결말은 관객들의 가슴에 깊은 울림을 선사할 것이다.


4. 배우, 그들의 완벽한 변신!
: 지금까지의 모습은 잊어라! 조선시대의 '신인배우’가 된 배우들!

이지적이지만 유약하지 않고, 부드럽지만 강렬한 눈빛으로 흡입력 있는 연기를 선보여 온 감우성은 생애 첫 시대극인 <왕의 남자>를 통해 ‘광대’로 다시 태어났다. 자유로운 광대 장생을 표현하기 위해 정돈되지 않은 머리를 길게 늘어뜨리고 검게 그을린 피부에 얼굴에 상처까지. 감우성은 과거 속에 실존했지만 전혀 알려진 바 없는 미지의 캐릭터, 광대를 완벽하게 연기하기 위해 이미지 변신은 물론 전문적인 훈련을 통해 광대로서의 기본기를 마스터하며 작품에 몰입했다. 촬영 전부터 ‘장생’ 그 자체가 된 감우성이 스크린에서 선보이는 연기는 신명으로 관객들의 가슴을 울린다. 어쩌면 감우성은 대중들을 웃기고 울리는 놀이판에서만 자유를 누렸던 광대 ‘장생’과 가장 닮아 있는 배우일 것이다.

또한 선굵은 연기로 작품마다 극의 무게중심을 잡아주는 배우 정진영은 <왕의 남자>에서 이제껏 보여주지 않은 숨겨진 강렬함을 뿜어낸다. 궁중 여인들의 시기로 인해 생모를 죽음에 이르게 한 아버지 선종에 대한 애증으로 당대 최고의 권력자인 왕의 위치에 있지만 마음의 자유를 한번도 누려보지 못한 연산. 궁중으로 들어온 광대들을 보면서 그들의 자유로움을 동경했지만 표현할 수 없었던 연산이 폭력적이면서도 슬픔을 담고 있고, 호탕한 웃음에서도 고독함과 그리움이 묻어나는 생동감 있는 인물로 완성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배우 정진영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왕이 부럽지 않은 광대, 장생과 광대의 자유로움을 동경하는 왕으로 각각 분하는 감우성과 정진영의 연기 대결은 강렬한 카리스마로 스크린을 압도한다. 그리고 강성연은 영화 입문이 늦었던 만큼 열정적으로 <왕의 남자>에 매진했고 역사 속 녹수가 아닌 <왕의 남자>의 녹수가 되었다. 강성연은 이제 때로는 모성으로 연산을 보듬는 지혜로움과 한 남자에게 온전히 사랑 받기를 원하는, 그래서 위험한 본성을 드러내는 ‘여자’ 녹수로 기억될 것이다. 또한 <호텔비너스> 등을 통해 일본에서 먼저 인정받은 신예 이준기는 중성적인 매력으로 아름다운 광대, 공길 캐릭터가 실제 그의 모습인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대선배들과의 작업에서도 뚜렷하게 자신의 빛을 발하는 연기를 선보인 이준기 그리고 조연 장항선, 유해진까지 이들의 탄탄한 연기력은 <왕의 남자>에 생명력을 불어넣어주었다.



PRODUCTION STORY
<왕의 남자> 그 시각적 볼거리의 향연!


땀으로 빚은 신명 나는 놀이판!!!

아슬아슬한 외줄타기부터 공중제비를 넘는 화려한 재주까지 선보이며 대중의 시선을 사로잡아온 광대들. 광대들의 재주에 시선을 빼앗기던 우리는 어느덧 그들이 풀어놓는 풍자와 해학에 빠져들게 된다. 조선최초의 궁중광대를 주인공으로 신명이 살아있는 유쾌한 광대놀이를 완벽하게 재연해낸 <왕의 남자>의 통쾌한 놀이판은 오랫동안 저잣거리에서 민초들의 사랑을 받아온 풍자와 해학으로 시대를 초월하는 전통의 힘을 보여준다. 재치 있는 말장난과 음담패설, 성대모사로 언어유희의 절정을 보여주는 광대놀이는 그들이 폭력에 저항하는 방식이자 삶을 표현하는 유일한 수단이었다. 특히, 광대들이 궁중을 뒤흔들며 선보이는 궁중연회의 역동적인 놀이판은 세상을 희롱하는 동시에 광대들 자신을 아슬아슬한 운명으로 몰아넣는 희열과 파란의 명장면으로 관객들을 사로잡는다.

이 같은 완벽한 광대놀이를 재현하기 위해 가장 많은 열정을 쏟아야 했던 이들은 바로 감우성과 이준기를 비롯한 광대 역할을 맡은 배우들. 이들은 2개월여 동안 ‘안성남사당 바우덕이’에게 직접 광대 놀이판에 필요한 기예와 신명을 익혔다. 또한 연기력에 있어서는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한 배우들이지만, 걷잡을 수 없는 운명의 소용돌이에 휘말린 광대들을 연기하는 데 있어 광대 놀이판에서 신명을 흉내만 내서는 작품에 몰입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 배우들 스스로가 광대 훈련에 매진했다.

특히 세계줄타기대회 최고기록 보유자인 명인 권원태 선생에게 직접 사사 받은 감우성은 실제 촬영에서 5미터 상공에 매달린 외줄 위에서 능숙하게 걷는 수준급의 실력을 선보이며 ‘장생’으로 거듭났다. 이는 감우성이 자택 마당 한 켠에 직접 외줄을 설치하고 개인시간에도 꾸준한 연습을 통해 노력한 결과였다.

<왕의 남자>가 광대들의 놀이판만을 담은 작품이 아님에도 ‘광대’라는 캐릭터 설정을 더욱 리얼하게 전하기 위해 노력한 배우들의 열정은 보다 작품을 풍성하게 만드는 원동력이 되었다.


조선시대 궁의 완벽재현! 세트

민가는 물론 궁 내부, 왕이 정사를 논하던 수조지조(受朝之所)와 왕의 처소 내부까지 다양한 장소를 담아내야 했던 <왕의 남자>는 부안영상테마파크와의 전략적인 제휴를 통해 보다 합리적인 제작방식을 구현할 수 있었다. 궁중 세트와 내부를 제작했을 때 소요되는 80억원 규모의 순제작비를 45억원 규모로 절감하게 해 준 것. 190억원을 투입해 조성한 부안영상테마파크는 드라마 ‘불멸의 이순신’의 촬영지로도 널리 알려진 곳으로 리얼리티를 살린 시대극의 촬영지로는 부족함이 없었다. 현재까지 궁을 제대로 재현한 세트가 없었기 때문에 기존의 시대물은 궁의 외경만 제작해 외부만 촬영하고, 실제 궁 안은 실내 세트장에서 촬영해야 했다. 그러나 부안영상테마파크에서 촬영한 <왕의 남자>는 유려한 카메라 워킹으로 궁궐 외부의 전경과 화려한 내부가 하나의 화면에 담기는 스펙터클하고 밀도 있는 영상을 담아낸다.

하지만 <왕의 남자> 제작진은 기존의 세트에 만족하지 않고 새로운 시도로 보다 풍성한 화면을 만들고자 오픈세트를 제작했다. 광대들이 궁중에서 왕과 중신들 앞에서 신명난 놀이판을 벌이는 무대이자, 정치적인 음모와 암투가 벌어지는 궁중연회장면을 화려하면서도 비극적인 공간으로 만들기에는 영화적인 상상력에 기반한 새로운 공간이 필요했던 것. 또한 연회가 거듭될 수록 더해가는 광대들의 신명과 이들이 휩싸이는 정치적 음모를 표현하고자 광대놀이의 컨셉에 맞춰 매 공연마다 연회장 전체를 새롭게 세팅했다.

한편, 부안영상테마파크는 <왕의 남자>에 출연한 배우들에게도 잊을 수 없는 추억의 장소가 되었다. 서울에서 4시간 가량이 소요되는 부안에서 함께 생활해야 했던 배우와 스탭들은 아침이면 감우성이 발굴한 산책코스에서 아침 운동을 하는 등 <왕의 남자> 제작진이 여느 영화와는 비교할 수 없는 돈독한 친목을 다지게 해준 것. 또한 정진영은 숙소 주변을 자전거를 타고 다니며 순례해 왕이 사복을 입고 백성들을 순찰하는 것 같다는 이야기를 듣기도 했다.

이처럼 부안영상테마파크와의 전략적인 제휴는 <왕의 남자>가 보다 완성도 있는 작품으로 한 단계 발돋움하게 하는 초석이 되었고, 의상과 미술, 소품의 디테일을 살리는 데 절감한 제작비를 재투자한 <왕의 남자>는 고풍스러우면서도 현대적인 감각이 살아있는 영화로 완성되었다.


멋지게 입는다! 의상

<왕의 남자>의 광대들은 민가에서는 소박한 전통미를 살린 자연주의 의상을, 궁중에서는 단아한 화려함이 살아있는 궁중의상을 선보이며 그 신명을 더해간다. 특히 궁중연회를 배경으로 하는 광대놀이에서 사용될 ‘종이의상’은 기획단계에서부터 새로운 시도로 주목 받았다. ‘종이의상’은 중국 경극 공연 때 실제 사용되던 옷으로 영화속에서 광대들이 경극 공연을 할 때 한국적으로 변형시켜 입은 옷이다. 천을 안감으로 삼고, 한지로 겉감을 대는 것을 기본으로 한 종이의상은 <혈의 누>에서 한차례 선보인바 있다. 하지만, <왕의 남자>에서는 한 단계 더 나아가 겉감이 되는 종이 마다 전체에 한 폭의 그림을 그려 넣음으로써 독특한 한지의 질감은 물론, 그림이 걷고 있는 듯한 독특한 미를 발산한다. 배우들은 단 한 벌뿐인 귀한 종이의상을 입은 덕분에 옷이 상할까 극도로 신경을 쓰며 연기에 임해야 했으며 스탭들은 한 여름 무더위 속에서 종이의상이 땀에 젖을까 배우 곁에서 부채질을 해대며 의상 보호작전에 나서는 등 종이의상은 배우보다 귀한 대접을 받았다. 종이의상은 제작에만 한 벌당 3명이 꼬박 한 달 밤낮을 들여 완성해낸 땀과 열정의 산물로 가격으로는 환산할 수 없을 정도로 값지다.

한편 궁중의 주인인 연산과 녹수는 비단 원단 전체에 화려한 자수를 입혀 화려하면서도 권위감을 드러내는 의상으로 대비를 이루도록 했다. 연산의 의상은 그간의 왕을 대표하는 색감인 적색보다 청색을 기본으로 한 의상으로 연산이 간직한 슬픔과 분노를 표현했고, 희대의 요부 녹수는 팔색조를 연상시킬 만큼 화려한 색감으로 시선을 사로잡는다. 각각의 색감이 어우러지도록 저채도 저명도로 색감을 조정하는 등 고증과 영화적 상상력의 조화는 주인공들의 캐릭터를 한층 돋보이게 해준다.

또한 제작진은 각각의 주인공 캐릭터에 맞춰 주연배우들은 물론 궁인에서 저잣거리의 군중 의상까지 손수 제작하는데 장장 1년이라는 시간을 투자해 6백여벌의 의상을 완성해냈다. 이제껏 만나보지 못한 새로움으로 작품을 풍성하게 만든 <왕의 남자> 의상은 한국영화계에 새로운 영상미를 선보일 것이다.


숨결이 살아있다! 소품

광대들이 놀이판에서 사용하는 ‘버나’에서 궁중에서 왕이 타고 다니는 가마 ‘홍연’까지 <왕의 남자>는 광대들의 일상과 궁중의 화려한 모습을 개개의 소품으로 화려하게 형상화했다. 광대들의 얼굴이 되어주는 탈, 자신을 대변하는 손인형은 또 하나의 신명을 실어주고 손자수로 수놓은 방석과 침구, 부채 하나하나가 궁중의 화려함을 더한다.

특히 녹수의 처소에는 소 뼈에 각양각색의 문양을 넣어 만든 가구 ‘화각장’을 배치해 강렬함을 발산하는 요부 캐릭터를 강조했다. 한 점에 수 천 만원을 호가하는 고가의 이들 소품을 보호하기 위해 제작진은 별도의 자물쇠를 세트에 채워둬야 했고, 별도 소품 보험으로 특별관리하기도 했다.

또한, <왕의 남자> 제작진은 주 촬영지인 부안영상테마파크 내에 200여평의 별도 소품 창고를 제작해 궁중에 필요한 모든 소품을 재현해냈다. 이제껏 본 적 없는 과거의 물건들이지만 여느 하나 예사로운 것이 없는 <왕의 남자>의 소품들. <왕의 남자>는 영화가 공개되기도 전에 ‘10년에 한번 만날까 말까 한 소품이 돋보이는 영화’라는 평을 듣고 있다. 이는 2004년 5월, 전체 미술 컨셉회의를 시작으로 2005년 6월 <왕의 남자> 크랭크인까지 1년여의 시간을 투자한 결과다.

관객들은 <왕의 남자>를 만나면서 배우들의 명연기와 신명 나는 놀이판은 물론 디테일이 살아있는 소품을 찾아보는 재미까지 이제껏 만나보지 못한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한국
15세이상관람가 | 2005.12.29 개봉 | 11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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