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리비안의 해적 : 망자의 함 (2006)
저 깊은 바다 밑 악령들의 지배자 ‘데비 존스’...‘
그에게 영혼으로 빚을 갚아야 하는
블랙펄의 주인 ‘캡틴 잭 스패로우’...
점점 어두운 해적의 모습으로 변해가는 ‘윌 터너’...
그를 위해 검을 잡아야만 하는 ‘엘리자베스’...
도망자가 된 ‘캡틴 잭’을 잡기위해
100년만에 수면위로 떠오르는 유령선 ‘플라잉 더치맨’과
심해의 거대괴물 ‘크라켄’...
잭을 구할 방법은 단 한가지,
세상 끝에 존재한다는 ‘망자의 함’을 찾는 것 뿐...
빨간 눈의 집시 여왕이 안내하는 식인섬으로
그들이 새로운 항해를 시작한다.
2003년 여름,
전세계에서 6억 5천만 달러의
초대형 흥행 성적을 기록한 <캐리비안의 해적: 블랙펄의 저주>
2006년, 7월
더 거대해지고 더 압도적인 스케일을 가지고
그들이 돌아온다!!
그에게 영혼으로 빚을 갚아야 하는
블랙펄의 주인 ‘캡틴 잭 스패로우’...
점점 어두운 해적의 모습으로 변해가는 ‘윌 터너’...
그를 위해 검을 잡아야만 하는 ‘엘리자베스’...
도망자가 된 ‘캡틴 잭’을 잡기위해
100년만에 수면위로 떠오르는 유령선 ‘플라잉 더치맨’과
심해의 거대괴물 ‘크라켄’...
잭을 구할 방법은 단 한가지,
세상 끝에 존재한다는 ‘망자의 함’을 찾는 것 뿐...
빨간 눈의 집시 여왕이 안내하는 식인섬으로
그들이 새로운 항해를 시작한다.
2003년 여름,
전세계에서 6억 5천만 달러의
초대형 흥행 성적을 기록한 <캐리비안의 해적: 블랙펄의 저주>
2006년, 7월
더 거대해지고 더 압도적인 스케일을 가지고
그들이 돌아온다!!
인생처럼 예술도 어떤 면에선 계속 돌고 도는 것이다. 스크린에 선보인 디즈니의 첫 실사 이미지 영상은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의 '보물섬:TREASURE ISLAND'을 각색한 1950년의 동명 영화에 나온 해골과 뼈다귀 깃발 그림이었다. 그로부터 53년후, 디즈니는 또 다시 〈캐리비안의 해적:블랙 펄의 저주〉로 오래전 쇠퇴한 해적 쟝르에 도전, 수백만 관객들에게 즐거움을 안겨주었다. 예전만해도 '보물섬'이나 'BOOK OF PIRATES'와 같은 고전 소설부터 〈THE BLACK PIRATES〉 〈THE BUCCANEER〉와 같은 영화에 이르기까지, 바다를 배경으로 한 악당과 영웅들의 모험담은 영원히 사람들의 사랑을 받을것만 같았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해적이란 모티브는 영화의 소재로 점차 잊혀져왔다. 그러던중 제작자 제리 브룩하이머와 고어 버빈스키 감독, 그리고 재능있는 몇몇 배우들에 의해 해적 영화가 다시 부활한것이다. 이들이 영감을 얻은 원천은 1967년도에 디즈니랜드에 처음 세워진후 세대를 초월해 수많은 관객들에게 사랑을 받아온 디즈니랜드 테마 파크.
월트 디즈니가 개발한, 당시로서는 혁신적인 테크닉인 오디오 애니매트로닉스 기법으로 단장한 캐리비안의 해적 놀이파크는 '요호요호, 신나는 해적의 인생'이라는 주제곡과 함께 팝문화의 새로운 아이콘으로 떠올랐다.
그러한 테마파크의 인기를 발판으로 삼아 제작된 영화 〈캐리비안의 해적:블랙 펄의 저주〉는 개봉되자마자 세계 각국에서 흥행 돌풍을 일으켜, 미국내에서만 3억 달러 이상, 세계를 통틀어 6억 5천만 달러 이상의 놀라운 흥행기록을 세웠다. 이 작품은 조니 뎁의 남우상 후보 지명을 비롯, 아카데미상 여러개 부문 후보에 올랐다. 테마파크의 놀이시설처럼 〈블랙 펄..〉은 사람들의 내면 속에 어느 정도 숨겨져있는 해적의 기질(?)에 불을 지폈다. 자유롭게 살며 때론 약간의 사고도 치고싶은 그런 본능을 자극했다고나 할까?
〈블랙 펄...〉은 기존 해적 영화들에 대한 오마쥬이면서 또한 기존 영화들과는 차별화된 개성으로 관객을 사로잡았다. 그건 바로 유머였다.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조니 뎁이 연기한 잭 스패로우 선장이라는 캐릭터. 조니 뎁의 독창적인 인물 해석으로 탄생한 잭 스패로우는 기존 해적들과는 전혀 색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하지만 처음 영화를 개봉했을때만 해도 이 작품이 그렇게 큰 성공을 거두리라곤 아무도 장담 못했다. 제리 브룩하이머는 이렇게 회고한다 '많은 사람들이 디즈니의 놀이 시설을 모티브로 영화를 만들면 어린이 관객이나 볼것이라고 했다. 게다가 해적 영화 붐은 이미 40년전에 맥이 끊긴 터였고, 그 붐을 다시 일으키려고 시도했던 작품들은 모두 참패를 당했기에 개봉 결과는 정말 미지수였다. 하지만 그래도 개봉은 강행됐고, 결과는 모두의 놀라움 속에 대 성공이었다. 버빈스키 감독과 시나리오 작가들과 배우들의 완성도있는 작업의 결과로 이 작품은 관객들의 상상력을 사로잡으면서 세계적인 흥행 성공을 거둔 것이다'
'1편의 주요 내용이 2편에서도 그대로 이어져 전개된다. 그리고 기술 스탭도 대부분 그대로 다시 고용됐다. 고어 버빈스키는 정말 영리하고 유머 감각과 비쥬얼 감각이 뛰어난 감독이다. 비쥬얼에 강한 감독들은 종종 스토리텔링에 약한 경우가 있지만 고어는 그 두가지중 하나도 놓치지않는 보기 드문 재능의 소유자다'
'결국 제일 중요한건 감독과 시나리오 작가, 그리고 수백명의 출연진과 제작진의 상상력이다. 관객에게 즐거움을 줄수있는 이렇게 큰 규모의 대작 오락영화를 함께 만들수 있어서 우리 모두 매우 즐거웠다'
1편의 성공은 쇠퇴한 해적 영화 장르를 부활시켰을 뿐 아니라 해적에 대한 관심도 불러일으켰다. 해적에 관한 책들이 쏟아져나왔고 아이들은 해적을 주제로 한 파티를 열기 시작했으며 여학생들은 '아이러브 잭 스패로우'라는 스티커를 학용품에 붙이고 다닐 정도.
이런 반응에 고무된 제작진은 속편 한편만으로는 부족하다는데 의견을 모았다. 그래서 2,3편을 동시에 제작하기로 했는데, 그게 가장 경제적이기 때문이었다. 로케 장소 섭외, 세트 설치등을 2, 3편 따로 할 필요가 없을뿐더러 요즘들어 더욱 바빠진 출연 배우들을 두번 섭외할 필요가 없어서 훨씬 효율적이기 때문.
2,3편을 동시에 찍은건 작품의 크리에이티비티를 위해서이기도 했다. 1편의 캐릭터들이 모두 나름의 확고한 개성으로 어필한바 있어서, 그 캐릭터들을 그대로 살려 2편에 연결시키는게 좋을듯했다. '2,3편을 다 보고나면 모든게 1편과 다시 연결된다는걸 알게될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 시리즈는 진정한 3부작이라고 할수있다'고 브룩하이머는 설명한다.
시나리오 작가 테리 로사리오는 '1편에선 테마 파크가 아이디어의 근원이었다고 한다면, 2,3편에선 1편이 아이디어의 근원이었던 셈이다'라고 말한다. 여기에 동료 작가 테드 엘리엇은 이렇게 덧붙인다. '1편의 캐릭터들이 워낙 매력있어서 속편에서도 그 캐릭터들의 특징을 살리고자했다. 하지만 똑같은 모습, 똑같은 페이스로 캐릭터들을 그려내면 무슨 재미가 있겠는가? 그래서 2,3편에선 동일 캐릭터들의 특징을 좀더 심화시켜보았다. 도덕적으로 애매모호한 극중 인물들이 극적인 상황에 부딪혔을때 어떤 행동을 보이는가에 촛점을 맞추는 것이다. 가령 잭 스패로우가 원하는 바가 윌이나 엘리자베스가 원하는 바와 상치될때, 약삭빠른 잭이 어떻게 행동하는지를 속편에서 우린 확인할수 있다.'
'같은 맥락에서 윌과 엘리자베스의 사랑 얘기도 속편에 이어진다. 1편 마지막을 장식한 두 사람의 열정적인 키스를 본 관객들이라면 그 뒤가 어떻게 됐을지 궁금할것 아닌가?'
속편은 또한, 뱃사람들 사이에서 떠도는 유명한 전설과 신화들을 더 깊이 파고든다. 바다의 악령 데비 존스부터 12세기때부터 전해내려오는 전설의 괴물 크라켄까지... '바다엔 초자연적 스토리들이 수도 없이 많다. 하지만 규모가 큰 해적영화에서 그런 이야기들을 다룬적은 거의 없기때문에 영화의 소재로는 무궁무진한 보고인 셈이다'라고 작가 엘리엇은 설명한다. 1편에서도 이런 전설에 대한 잠깐의 언급은 나온다. 윌이 데비 존스가 지배하는 바다 밑으로 내려가겠다는 말을 했던 것. 그래서 2편에선 데비 존스가 어떤 인물이지를 밝혀보기로 했다. 그리고 내친 김에 또 다른 전설인 플라잉 더치맨호에 관한 얘기를 이와 결합시켜 풀어나가기로 했다. '
두 작가는 역사상 가장 수익률이 높고 정치적으로 막강했던 기업체인 동인도 회사를 스토리 전개의 또 다른 중심축으로 사용했다. 해적 영화가 대부분 그렇듯, 역사적인 사실이 극의 재미와 팬터지를 상승시키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영국의 동인도 회사는 1600년부터 1858년까지 인도와 페르시아만, 동남아, 극동 지역에 이르는 드넓은 해역을 장악하며 영국 제국주의의 확산에 큰 몫을 했다. 아량이 넓은 역사학자들도 동인도 회사에 대해서는 탐욕적이고 비인간적인 기업체였다고 혹평을 서슴치 않는다. '극중에서 해적은 자유를 상징한다. 반면 거대한 다국적 기업인 동인도 회사는 개인의 자유를 억압하는 주체를 상징한다. 그들은 세계를 자신들이 원하는 방식으로 규정짓는다. 그들이 독점하는 세계가 넓어질수록 잭 스패로우 같은 인물들이 설 땅은 좁아지는 것이다'
잭 스패로우 선장은 새로운 밀레니엄 시대에 등장한 유일한 스크린의 아이콘이라고 할수있다. 변신의 귀재인 조니 뎁이라는 명배우에 의해 탄생한 이 독창적이고 특이한 캐릭터는 순식간에 새로운 세기의 안티 히어로가 됐다. 온몸에 부적과 액세서리를 주렁주렁 매달고, 입안엔 금니빨과 은니빨이 번쩍이는 잭 스패로우는 영화 자체 만큼이나 나이와 국적, 성별을 초월, 세계 모든 관객들에게 어필했다. 2006년 5월에 발간된 '프리미어’는 조니 뎁이 보여준 잭 스패로우 연기를 역사상 가장 뛰어난 연기 100선에 꼽기도 했다. 조니 뎁은 이 작품 외에 〈가위손:EDWARD SCISSORHANDS〉으로도 명단에 오르는 영예를 차지했다.
조니 뎁은 '사람들의 마음속에 그런 캐릭터를 원하는 부분이 있다는 점이 내겐 충격이었다'고 고백한다. '처음 역할을 제의받고 시나리오를 읽었을때 잭이란 인물이 어떤 인물인지 느낌이 왔다. 많은 사람들은 내가 그런 캐릭터를 연기한다는 것에 반대했다. 제 정신이냐는 것이었다. 하지만 난 잭이라는 인물에 완전히 매료됐고, 자연스럽게 캐릭터를 만들어나갔다. 내가 창조하고 싶었던건 천진난만한 아이들 뿐 아니라 이미 마음이 굳어버린 어른들에게도 어필하는 그런 캐릭터였다.
작가 테리 로사리오에 의하면 대개의 미국 영화속에서 폄하되고있는 캐릭터는 바로 협잡꾼 스타일이라고 한다. '미국 영화는 주로 올바른 타이밍에 올바른 일만 하는 영웅들을 숭배한다. 반면 잭이란 캐릭터는 협잡꾼 스타일인데다가 자기 앞가림을 제대로 못할때도 많다. 그게 되려 그의 매력인 것이다'
'협잡꾼 스타일이 재미있는 점 또 한가지는 자신의 이익만을 따라 행동한다는 점이다. 하지만 그의 그런 행동은 타인들에게도 영향을 미친다. 때론 긍정적으로 때론 부정적으로... 그래서 이런 의문이 남게된다. 잭은 선한 인물인가, 악한 인물인가? 그는 해적 영웅인가, 해적 악당인가? 그 결론은 보는 사람의 주관에 달렸다'
〈블랙 펄의 저주〉로 국제적 스타덤에 오른 두 배우 올랜도 블룸과 키이라 나이틀리는 속편의 출연에 기쁜 마음으로 응했다. 이로써, 주요 등장 인물 네명중 뎁을 포함한 세명이 2편에 출연케됐고, 나머지 한명인 캡틴 바르보사 역의 제프리 러시는 2편 끝부분에만 잠시 출연하게 됐다. 1편에서 바르보사는 잭 스패로우에 의해 지하 세계로 끌려갔기 때문.
블룸과 나이틀리는 신인 발굴에 남다른 안목을 지닌 제리 브룩하이머가 찾아낸 진흙속의 진주들이다. 블룸은 〈반지의 제왕〉 시리즈에 출연하기전 브룩하이머에 의해 〈BLACK HAWK DOWN〉에 캐스팅됐고, 나이틀리는 그녀의 첫 출세작이랄수 있는 〈BEND IT LIKE BECKHAM〉이 아직 개봉되기 전에 1편에 주연으로 발탁됐다.
블룸은 2편에서의 자신의 역할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1편에서와 같이 정직하고 정정당당하기만한 윌의 모습을 약간은 벗어나고 싶었다. 2편에서 윌의 마음을 가장 크게 지배하는건 아버지인 부스트랩 빌의 안위에 대한 염려다. 1편에서도 부스트랩은, 비록 등장하지 않았지만, 중요한 의미를 지닌 인물이었다. 2편에서 윌은 데비 존스의 노예로 ‘플라잉 더치맨’호에서 복역중인 아버지 빌을 구하고, 동시에 엘리자베스와의 사랑도 지켜내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2편속의 등장 인물들은 저마다의 목적을 갖고있다. 또한 그 목적들이 서로 어느 정도씩은 상충된다. 그리고 윌과 엘리자베스의 사랑에도 보통 젊은 연인들간에 있을 법한 긴장이 존재한다'
키이라 나이틀리는 〈캐리비안의 해적 : 망자의 함〉의 특징중 하나로 캐릭터들이 진화한다는 점을 꼽았다. '극초반 엘리자베스는 윌과 결혼할 찰라에 베켓경이라는 인물로 인해 좌절을 당한다. 해적 소탕의 야심을 품고 있는 베켓은 윌과 엘리자베스에게 죄목을 씌워 둘을 처형시키겠다고 으름짱을 놓는다. 엘리자베스는 이제 순진하기만한 아가씨가 아니고 나름의 목적을 지닌 성숙한 여인으로 변해간다. 윌과의 관계, 그리고 잭 스패로우와의 관계에도 표면과는 다른 뭔가가 싹트기 시작한다'
노링턴 제독 역으로 2편에 또 다시 캐스팅된 잭 데븐포트는 자신의 캐릭터를 이렇게 설명한다. '1편 마지막에서 노링턴은 모든걸 잃고 파멸을 맞았다. 사랑하는 여자도, 직위도 잃고 모든 사람들의 조롱거리로 전락했다. 제독이라는 지위를 갖고있는 공인으로서, 수백명이 둘러싼 가운데 개인적인 수모를 당했을때 그의 심정이 어땠을지는 상상만으로도 짐작할수 있다. 2편의 시나리오를 받았을때 내심 기뻤다. 그의 캐릭터가 많이 발전했다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완전히 밑바닥 인생으로 전락한 그에게 자신의 원수라고 할수있는 잭 스패로우의 선원으로 일할 기회가 주어졌다. 노링턴은 기꺼이 이에 응한다. 그가 노리는건 과연 뭘까? 복수? 엘리자베스? 아니면 다른 그 무엇?' (묘하게도, 잭 데븐포트의 부친인 영국 배우 나이젤 데븐포트는 40년전에 개봉된 알렉산더 매켄드릭 감독의 〈A HIGH WIND IN JAMAICA〉에서 주연을 맡은 바 있다. 이 영화는 해적 쟝르물의 가장 좋은 선례로 꼽히고 있는 작품)
감독과 제작자는 2편에 새로이 출연할 배우들을 고심끝에 골랐다. 반 괴물, 반 인간인 데비 존스 역으로는 영국의 다재다능한 연기파 배우 빌 나이가 선택됐다. 그라면, 괴물의 얼굴속에 감춰진 인간의 본성을 잘 드러내줄것이라 믿었기 때문. '데비 존스는 깊은 상처를 안고있는 고독한 영혼의 소유자'라고 빌 나이는 분석한다. 상처가 너무 깊어서, 그가 선택한 건, 아무것도 느끼지 않는 절반의 생명체로 살아가는것. '그러기 위해 그는 자신의 심장을 도려내어 특별한 함속에 가둬둔다. 그에겐 크라켄이라는 애완 괴물(?)도 있다. 바닷속에 사는 이 거대한 괴물은 말로 표현할수 없을만큼 잔인하고 포악하다. 데비 존스가 숨겨둔 심장만 손에 넣으면 데비 존스와 크라켄을 콘트롤할수 있다. 그건 곧 모든 바다를 손에 넣는거나 마찬가지다'
특이한 바다 생물의 얼굴을 가진 데비 존스 역을 소화하기 위해 빌 나이는 촬영 내내 회색빛의 트랙 수트를 입고 머리엔 캡을 쓴채 연기해야 했다. 그의 표정과 연기는 컴퓨터 그래픽효과 전문 회사인 ILM (INDUSTRIAL LIGHT & MAGIC)사의 기술진에 의해 버빈스키 감독과 컴퓨터 아티스트 마크 맥크리어리가 설정해둔 모습으로 놀랄만큼 정교하게 스크린에 재현됐다. 촬영에 힘든 점이 있을걸 알면서도 빌 나이는 기꺼이 캐스팅에 응했다. '1편이 너무나 사랑을 받았던 작품이라 속편 출연 제의를 받고 무척 기뻤다.컴퓨터 그래픽의 도움을 받아야하는 캐릭터라서 연기의 많은 부분을 상상력에 의존해야했다. 하지만 어차피 연기는 상상력 없인 힘든거 아닌가?' '물론 얼굴에서 문어 다리가 자라나는 배역은 나로서도 솔직히 처음이라 내 상상력의 한계를 뛰어넘는 경험이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2편에 새로 등장하는 또 다른 악당은 바로 커틀러 베켓경. 사랑의 상처 때문에 악마로 변한 데비 존스는 베켓에 비하면 오히려 인간적이다. 차갑고 교활하고 계산적인 이 인물을 연기한 배우는 〈오만과 편견〉에서 키이라 나이틀리가 분한 엘리자베스 베넷에게 청혼했던 톰 홀랜더. 그는 자신의 캐릭터가 다른 극중 캐릭터들처럼 다양한 얼굴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나름의 매력을 갖고있다고 말한다. '베켓'이란 인물의 성격은, 좋게 말하면 '외유내강'형이라는게 그의 분석. 겉으로 보기엔 일견 부드러워 보이지만 그 내면은 놀라울 정도로 차갑고 냉혹하다는것. 홀랜더는 또한 동인도 회사를 현대 사회와 비교한다. 개인의 자유를 억압하는 현대 사회구조가 홀랜더의 동인도 회사를 닮았다는 것이다. 극중 해적은 권력에 억압받는 개인의 자유를 상징하는것으로 볼수 있다는것.
윌의 아버지 부스트랩 빌로 2편에 새로 등장하는 스텔란 스카스가드는 1970년대부터 고국 스웨덴에서 활동해오다 그후 국제 무대로도 활동 영역을 넓혀 활발한 연기 활동을 펼쳐온 중견 배우. 부스트랩은 1편에서 언급만 됐을뿐 실제 등장하진 않았었다. 전작 〈KING ARTHUR〉에서 스카스가드를 캐스팅했던 제작자 브룩하이머는 그를 '세계적 배우'로 손꼽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조니 뎁과 올랜도 블룸도 부스트랩 역으로 그를 적극 추천했다. 스카스가드라면 저주스런 운명의 덫에 걸려 자신을 조금씩 잃어가는 부스트랩의 고독한 내면을 100% 표현해낼수 있을거라는게 우리 모두의 확신이었다'
2편 〈망자의 함〉에서 새롭게 선보이는 또 다른 얼굴은 점쟁이 주술사 티아 달마. 영국 출신의 신예 여배우 나오미 해리스가 배역을 맡았다. '티아 달마는 자유로운 영혼을 지닌 집시의 여왕이다. 사람들의 내면을 꿰뚫어보고, 그들이 가장 원하는게 뭔지를 읽을수있는 마법의 힘을 지녔다. 무엇보다, 파워풀한 여자라는 점이 내겐 가장 매력적이었다. 자연과 소통하는 힘을 지닌 티아 달마는 불같은 열정의 소유자로 변덕스럽고 까다로운 여자이기도 하다.'
그밖에 커틀렛 경의 부하인 머서 역으로 영국의 성격파 배우 데이빗 스코필드가 캐스팅됐고, 엘리자베스의 아버지이자, 포트 로열의 총독인 스완 경 역의 조나단 프라이스가 1편에 이어 2편에서 또 다시 관객과 만난다.
역시 1편에 등장, 관객들의 사랑을 받았던 어리버리한 두명의 해적 핀텔과 라게티도 2편에 또 다시 등장 그 특유의 익살스러움으로 관객들에게 재미를 줄 예정. 전편과 똑같이 리 아렌버그와 매켄지 크룩이 배역을 맡았다. 두 사람은 극중에서처럼 촬영때도 한시도 떨어지지않고 붙어다녀 끈끈한 파트너쉽을 과시했다. '우린 마치 18세기 해적 로렐과 하디 처럼 콤비가 됐다'고 아렌버그는 말한다. '난 늘 입버릇처럼 말하고 다녔다. 매켄지와 콤비를 이룰 땅딸하고 대머리 벗겨진 괴짜 배우가 런던에 나밖에 없었던게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고... 런던에서 캐스팅에 실패한 제작진은 헐리웃에서 땅딸하고 대머리 벗겨진 괴짜 배우를 찾았고, 그 결과 캐스팅된 행운아가 바로 나다. 어찌보면 이건 운명이다'
잭 스패로우의 갑판장인 깁스 역은 이번에도 당연히 케빈 맥날리가 맡았다. 그는 1편을 찍을때만해도 이 작품이 그렇게 큰 성공을 거둘 대작이라고는 상상도 못했다고 한다. 영화가 개봉된후 친구들과 극장에 가서 이 영화를 보고나서야 모험과 재미가 가득한 블록버스터 오락 영화라는 걸 실감했다고... '그후 내 해적 시대는 끝났다고 생각했는데 제리 브룩하이머가 제작한 〈오페라의 유령〉 촬영때 2편을 찍으니 짐을 쌀 준비를 하라는 전갈을 받았다'
그밖에 말없는 해적 코튼 역에 데이빗 베일리가, 난장이 선원 마티 역에 마틴 클레바가 다시 캐스팅됐다.
마틴 클레바는 1편을 찍은후 이렇게 생각했다고 한다. '2편에 또 캐스팅된다면 좋은 일이고, 만약 못된다고 해도 상관없다. 1편을 찍으며 충분히 행복했으니 그걸로도 만족한다'고... 그런데 2편, 3편에 연속 캐스팅됐다는 연락을 받았으니 그의 기쁨이 얼마나 컸을지 짐작이 간다. '와, 배우에게 이런 행운이 일생이 몇번이나 찾아올까?' 라고 생각했었다고 한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해적이란 모티브는 영화의 소재로 점차 잊혀져왔다. 그러던중 제작자 제리 브룩하이머와 고어 버빈스키 감독, 그리고 재능있는 몇몇 배우들에 의해 해적 영화가 다시 부활한것이다. 이들이 영감을 얻은 원천은 1967년도에 디즈니랜드에 처음 세워진후 세대를 초월해 수많은 관객들에게 사랑을 받아온 디즈니랜드 테마 파크.
월트 디즈니가 개발한, 당시로서는 혁신적인 테크닉인 오디오 애니매트로닉스 기법으로 단장한 캐리비안의 해적 놀이파크는 '요호요호, 신나는 해적의 인생'이라는 주제곡과 함께 팝문화의 새로운 아이콘으로 떠올랐다.
그러한 테마파크의 인기를 발판으로 삼아 제작된 영화 〈캐리비안의 해적:블랙 펄의 저주〉는 개봉되자마자 세계 각국에서 흥행 돌풍을 일으켜, 미국내에서만 3억 달러 이상, 세계를 통틀어 6억 5천만 달러 이상의 놀라운 흥행기록을 세웠다. 이 작품은 조니 뎁의 남우상 후보 지명을 비롯, 아카데미상 여러개 부문 후보에 올랐다. 테마파크의 놀이시설처럼 〈블랙 펄..〉은 사람들의 내면 속에 어느 정도 숨겨져있는 해적의 기질(?)에 불을 지폈다. 자유롭게 살며 때론 약간의 사고도 치고싶은 그런 본능을 자극했다고나 할까?
〈블랙 펄...〉은 기존 해적 영화들에 대한 오마쥬이면서 또한 기존 영화들과는 차별화된 개성으로 관객을 사로잡았다. 그건 바로 유머였다.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조니 뎁이 연기한 잭 스패로우 선장이라는 캐릭터. 조니 뎁의 독창적인 인물 해석으로 탄생한 잭 스패로우는 기존 해적들과는 전혀 색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하지만 처음 영화를 개봉했을때만 해도 이 작품이 그렇게 큰 성공을 거두리라곤 아무도 장담 못했다. 제리 브룩하이머는 이렇게 회고한다 '많은 사람들이 디즈니의 놀이 시설을 모티브로 영화를 만들면 어린이 관객이나 볼것이라고 했다. 게다가 해적 영화 붐은 이미 40년전에 맥이 끊긴 터였고, 그 붐을 다시 일으키려고 시도했던 작품들은 모두 참패를 당했기에 개봉 결과는 정말 미지수였다. 하지만 그래도 개봉은 강행됐고, 결과는 모두의 놀라움 속에 대 성공이었다. 버빈스키 감독과 시나리오 작가들과 배우들의 완성도있는 작업의 결과로 이 작품은 관객들의 상상력을 사로잡으면서 세계적인 흥행 성공을 거둔 것이다'
'1편의 주요 내용이 2편에서도 그대로 이어져 전개된다. 그리고 기술 스탭도 대부분 그대로 다시 고용됐다. 고어 버빈스키는 정말 영리하고 유머 감각과 비쥬얼 감각이 뛰어난 감독이다. 비쥬얼에 강한 감독들은 종종 스토리텔링에 약한 경우가 있지만 고어는 그 두가지중 하나도 놓치지않는 보기 드문 재능의 소유자다'
'결국 제일 중요한건 감독과 시나리오 작가, 그리고 수백명의 출연진과 제작진의 상상력이다. 관객에게 즐거움을 줄수있는 이렇게 큰 규모의 대작 오락영화를 함께 만들수 있어서 우리 모두 매우 즐거웠다'
1편의 성공은 쇠퇴한 해적 영화 장르를 부활시켰을 뿐 아니라 해적에 대한 관심도 불러일으켰다. 해적에 관한 책들이 쏟아져나왔고 아이들은 해적을 주제로 한 파티를 열기 시작했으며 여학생들은 '아이러브 잭 스패로우'라는 스티커를 학용품에 붙이고 다닐 정도.
이런 반응에 고무된 제작진은 속편 한편만으로는 부족하다는데 의견을 모았다. 그래서 2,3편을 동시에 제작하기로 했는데, 그게 가장 경제적이기 때문이었다. 로케 장소 섭외, 세트 설치등을 2, 3편 따로 할 필요가 없을뿐더러 요즘들어 더욱 바빠진 출연 배우들을 두번 섭외할 필요가 없어서 훨씬 효율적이기 때문.
2,3편을 동시에 찍은건 작품의 크리에이티비티를 위해서이기도 했다. 1편의 캐릭터들이 모두 나름의 확고한 개성으로 어필한바 있어서, 그 캐릭터들을 그대로 살려 2편에 연결시키는게 좋을듯했다. '2,3편을 다 보고나면 모든게 1편과 다시 연결된다는걸 알게될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 시리즈는 진정한 3부작이라고 할수있다'고 브룩하이머는 설명한다.
시나리오 작가 테리 로사리오는 '1편에선 테마 파크가 아이디어의 근원이었다고 한다면, 2,3편에선 1편이 아이디어의 근원이었던 셈이다'라고 말한다. 여기에 동료 작가 테드 엘리엇은 이렇게 덧붙인다. '1편의 캐릭터들이 워낙 매력있어서 속편에서도 그 캐릭터들의 특징을 살리고자했다. 하지만 똑같은 모습, 똑같은 페이스로 캐릭터들을 그려내면 무슨 재미가 있겠는가? 그래서 2,3편에선 동일 캐릭터들의 특징을 좀더 심화시켜보았다. 도덕적으로 애매모호한 극중 인물들이 극적인 상황에 부딪혔을때 어떤 행동을 보이는가에 촛점을 맞추는 것이다. 가령 잭 스패로우가 원하는 바가 윌이나 엘리자베스가 원하는 바와 상치될때, 약삭빠른 잭이 어떻게 행동하는지를 속편에서 우린 확인할수 있다.'
'같은 맥락에서 윌과 엘리자베스의 사랑 얘기도 속편에 이어진다. 1편 마지막을 장식한 두 사람의 열정적인 키스를 본 관객들이라면 그 뒤가 어떻게 됐을지 궁금할것 아닌가?'
속편은 또한, 뱃사람들 사이에서 떠도는 유명한 전설과 신화들을 더 깊이 파고든다. 바다의 악령 데비 존스부터 12세기때부터 전해내려오는 전설의 괴물 크라켄까지... '바다엔 초자연적 스토리들이 수도 없이 많다. 하지만 규모가 큰 해적영화에서 그런 이야기들을 다룬적은 거의 없기때문에 영화의 소재로는 무궁무진한 보고인 셈이다'라고 작가 엘리엇은 설명한다. 1편에서도 이런 전설에 대한 잠깐의 언급은 나온다. 윌이 데비 존스가 지배하는 바다 밑으로 내려가겠다는 말을 했던 것. 그래서 2편에선 데비 존스가 어떤 인물이지를 밝혀보기로 했다. 그리고 내친 김에 또 다른 전설인 플라잉 더치맨호에 관한 얘기를 이와 결합시켜 풀어나가기로 했다. '
두 작가는 역사상 가장 수익률이 높고 정치적으로 막강했던 기업체인 동인도 회사를 스토리 전개의 또 다른 중심축으로 사용했다. 해적 영화가 대부분 그렇듯, 역사적인 사실이 극의 재미와 팬터지를 상승시키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영국의 동인도 회사는 1600년부터 1858년까지 인도와 페르시아만, 동남아, 극동 지역에 이르는 드넓은 해역을 장악하며 영국 제국주의의 확산에 큰 몫을 했다. 아량이 넓은 역사학자들도 동인도 회사에 대해서는 탐욕적이고 비인간적인 기업체였다고 혹평을 서슴치 않는다. '극중에서 해적은 자유를 상징한다. 반면 거대한 다국적 기업인 동인도 회사는 개인의 자유를 억압하는 주체를 상징한다. 그들은 세계를 자신들이 원하는 방식으로 규정짓는다. 그들이 독점하는 세계가 넓어질수록 잭 스패로우 같은 인물들이 설 땅은 좁아지는 것이다'
잭 스패로우 선장은 새로운 밀레니엄 시대에 등장한 유일한 스크린의 아이콘이라고 할수있다. 변신의 귀재인 조니 뎁이라는 명배우에 의해 탄생한 이 독창적이고 특이한 캐릭터는 순식간에 새로운 세기의 안티 히어로가 됐다. 온몸에 부적과 액세서리를 주렁주렁 매달고, 입안엔 금니빨과 은니빨이 번쩍이는 잭 스패로우는 영화 자체 만큼이나 나이와 국적, 성별을 초월, 세계 모든 관객들에게 어필했다. 2006년 5월에 발간된 '프리미어’는 조니 뎁이 보여준 잭 스패로우 연기를 역사상 가장 뛰어난 연기 100선에 꼽기도 했다. 조니 뎁은 이 작품 외에 〈가위손:EDWARD SCISSORHANDS〉으로도 명단에 오르는 영예를 차지했다.
조니 뎁은 '사람들의 마음속에 그런 캐릭터를 원하는 부분이 있다는 점이 내겐 충격이었다'고 고백한다. '처음 역할을 제의받고 시나리오를 읽었을때 잭이란 인물이 어떤 인물인지 느낌이 왔다. 많은 사람들은 내가 그런 캐릭터를 연기한다는 것에 반대했다. 제 정신이냐는 것이었다. 하지만 난 잭이라는 인물에 완전히 매료됐고, 자연스럽게 캐릭터를 만들어나갔다. 내가 창조하고 싶었던건 천진난만한 아이들 뿐 아니라 이미 마음이 굳어버린 어른들에게도 어필하는 그런 캐릭터였다.
작가 테리 로사리오에 의하면 대개의 미국 영화속에서 폄하되고있는 캐릭터는 바로 협잡꾼 스타일이라고 한다. '미국 영화는 주로 올바른 타이밍에 올바른 일만 하는 영웅들을 숭배한다. 반면 잭이란 캐릭터는 협잡꾼 스타일인데다가 자기 앞가림을 제대로 못할때도 많다. 그게 되려 그의 매력인 것이다'
'협잡꾼 스타일이 재미있는 점 또 한가지는 자신의 이익만을 따라 행동한다는 점이다. 하지만 그의 그런 행동은 타인들에게도 영향을 미친다. 때론 긍정적으로 때론 부정적으로... 그래서 이런 의문이 남게된다. 잭은 선한 인물인가, 악한 인물인가? 그는 해적 영웅인가, 해적 악당인가? 그 결론은 보는 사람의 주관에 달렸다'
〈블랙 펄의 저주〉로 국제적 스타덤에 오른 두 배우 올랜도 블룸과 키이라 나이틀리는 속편의 출연에 기쁜 마음으로 응했다. 이로써, 주요 등장 인물 네명중 뎁을 포함한 세명이 2편에 출연케됐고, 나머지 한명인 캡틴 바르보사 역의 제프리 러시는 2편 끝부분에만 잠시 출연하게 됐다. 1편에서 바르보사는 잭 스패로우에 의해 지하 세계로 끌려갔기 때문.
블룸과 나이틀리는 신인 발굴에 남다른 안목을 지닌 제리 브룩하이머가 찾아낸 진흙속의 진주들이다. 블룸은 〈반지의 제왕〉 시리즈에 출연하기전 브룩하이머에 의해 〈BLACK HAWK DOWN〉에 캐스팅됐고, 나이틀리는 그녀의 첫 출세작이랄수 있는 〈BEND IT LIKE BECKHAM〉이 아직 개봉되기 전에 1편에 주연으로 발탁됐다.
블룸은 2편에서의 자신의 역할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1편에서와 같이 정직하고 정정당당하기만한 윌의 모습을 약간은 벗어나고 싶었다. 2편에서 윌의 마음을 가장 크게 지배하는건 아버지인 부스트랩 빌의 안위에 대한 염려다. 1편에서도 부스트랩은, 비록 등장하지 않았지만, 중요한 의미를 지닌 인물이었다. 2편에서 윌은 데비 존스의 노예로 ‘플라잉 더치맨’호에서 복역중인 아버지 빌을 구하고, 동시에 엘리자베스와의 사랑도 지켜내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2편속의 등장 인물들은 저마다의 목적을 갖고있다. 또한 그 목적들이 서로 어느 정도씩은 상충된다. 그리고 윌과 엘리자베스의 사랑에도 보통 젊은 연인들간에 있을 법한 긴장이 존재한다'
키이라 나이틀리는 〈캐리비안의 해적 : 망자의 함〉의 특징중 하나로 캐릭터들이 진화한다는 점을 꼽았다. '극초반 엘리자베스는 윌과 결혼할 찰라에 베켓경이라는 인물로 인해 좌절을 당한다. 해적 소탕의 야심을 품고 있는 베켓은 윌과 엘리자베스에게 죄목을 씌워 둘을 처형시키겠다고 으름짱을 놓는다. 엘리자베스는 이제 순진하기만한 아가씨가 아니고 나름의 목적을 지닌 성숙한 여인으로 변해간다. 윌과의 관계, 그리고 잭 스패로우와의 관계에도 표면과는 다른 뭔가가 싹트기 시작한다'
노링턴 제독 역으로 2편에 또 다시 캐스팅된 잭 데븐포트는 자신의 캐릭터를 이렇게 설명한다. '1편 마지막에서 노링턴은 모든걸 잃고 파멸을 맞았다. 사랑하는 여자도, 직위도 잃고 모든 사람들의 조롱거리로 전락했다. 제독이라는 지위를 갖고있는 공인으로서, 수백명이 둘러싼 가운데 개인적인 수모를 당했을때 그의 심정이 어땠을지는 상상만으로도 짐작할수 있다. 2편의 시나리오를 받았을때 내심 기뻤다. 그의 캐릭터가 많이 발전했다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완전히 밑바닥 인생으로 전락한 그에게 자신의 원수라고 할수있는 잭 스패로우의 선원으로 일할 기회가 주어졌다. 노링턴은 기꺼이 이에 응한다. 그가 노리는건 과연 뭘까? 복수? 엘리자베스? 아니면 다른 그 무엇?' (묘하게도, 잭 데븐포트의 부친인 영국 배우 나이젤 데븐포트는 40년전에 개봉된 알렉산더 매켄드릭 감독의 〈A HIGH WIND IN JAMAICA〉에서 주연을 맡은 바 있다. 이 영화는 해적 쟝르물의 가장 좋은 선례로 꼽히고 있는 작품)
감독과 제작자는 2편에 새로이 출연할 배우들을 고심끝에 골랐다. 반 괴물, 반 인간인 데비 존스 역으로는 영국의 다재다능한 연기파 배우 빌 나이가 선택됐다. 그라면, 괴물의 얼굴속에 감춰진 인간의 본성을 잘 드러내줄것이라 믿었기 때문. '데비 존스는 깊은 상처를 안고있는 고독한 영혼의 소유자'라고 빌 나이는 분석한다. 상처가 너무 깊어서, 그가 선택한 건, 아무것도 느끼지 않는 절반의 생명체로 살아가는것. '그러기 위해 그는 자신의 심장을 도려내어 특별한 함속에 가둬둔다. 그에겐 크라켄이라는 애완 괴물(?)도 있다. 바닷속에 사는 이 거대한 괴물은 말로 표현할수 없을만큼 잔인하고 포악하다. 데비 존스가 숨겨둔 심장만 손에 넣으면 데비 존스와 크라켄을 콘트롤할수 있다. 그건 곧 모든 바다를 손에 넣는거나 마찬가지다'
특이한 바다 생물의 얼굴을 가진 데비 존스 역을 소화하기 위해 빌 나이는 촬영 내내 회색빛의 트랙 수트를 입고 머리엔 캡을 쓴채 연기해야 했다. 그의 표정과 연기는 컴퓨터 그래픽효과 전문 회사인 ILM (INDUSTRIAL LIGHT & MAGIC)사의 기술진에 의해 버빈스키 감독과 컴퓨터 아티스트 마크 맥크리어리가 설정해둔 모습으로 놀랄만큼 정교하게 스크린에 재현됐다. 촬영에 힘든 점이 있을걸 알면서도 빌 나이는 기꺼이 캐스팅에 응했다. '1편이 너무나 사랑을 받았던 작품이라 속편 출연 제의를 받고 무척 기뻤다.컴퓨터 그래픽의 도움을 받아야하는 캐릭터라서 연기의 많은 부분을 상상력에 의존해야했다. 하지만 어차피 연기는 상상력 없인 힘든거 아닌가?' '물론 얼굴에서 문어 다리가 자라나는 배역은 나로서도 솔직히 처음이라 내 상상력의 한계를 뛰어넘는 경험이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2편에 새로 등장하는 또 다른 악당은 바로 커틀러 베켓경. 사랑의 상처 때문에 악마로 변한 데비 존스는 베켓에 비하면 오히려 인간적이다. 차갑고 교활하고 계산적인 이 인물을 연기한 배우는 〈오만과 편견〉에서 키이라 나이틀리가 분한 엘리자베스 베넷에게 청혼했던 톰 홀랜더. 그는 자신의 캐릭터가 다른 극중 캐릭터들처럼 다양한 얼굴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나름의 매력을 갖고있다고 말한다. '베켓'이란 인물의 성격은, 좋게 말하면 '외유내강'형이라는게 그의 분석. 겉으로 보기엔 일견 부드러워 보이지만 그 내면은 놀라울 정도로 차갑고 냉혹하다는것. 홀랜더는 또한 동인도 회사를 현대 사회와 비교한다. 개인의 자유를 억압하는 현대 사회구조가 홀랜더의 동인도 회사를 닮았다는 것이다. 극중 해적은 권력에 억압받는 개인의 자유를 상징하는것으로 볼수 있다는것.
윌의 아버지 부스트랩 빌로 2편에 새로 등장하는 스텔란 스카스가드는 1970년대부터 고국 스웨덴에서 활동해오다 그후 국제 무대로도 활동 영역을 넓혀 활발한 연기 활동을 펼쳐온 중견 배우. 부스트랩은 1편에서 언급만 됐을뿐 실제 등장하진 않았었다. 전작 〈KING ARTHUR〉에서 스카스가드를 캐스팅했던 제작자 브룩하이머는 그를 '세계적 배우'로 손꼽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조니 뎁과 올랜도 블룸도 부스트랩 역으로 그를 적극 추천했다. 스카스가드라면 저주스런 운명의 덫에 걸려 자신을 조금씩 잃어가는 부스트랩의 고독한 내면을 100% 표현해낼수 있을거라는게 우리 모두의 확신이었다'
2편 〈망자의 함〉에서 새롭게 선보이는 또 다른 얼굴은 점쟁이 주술사 티아 달마. 영국 출신의 신예 여배우 나오미 해리스가 배역을 맡았다. '티아 달마는 자유로운 영혼을 지닌 집시의 여왕이다. 사람들의 내면을 꿰뚫어보고, 그들이 가장 원하는게 뭔지를 읽을수있는 마법의 힘을 지녔다. 무엇보다, 파워풀한 여자라는 점이 내겐 가장 매력적이었다. 자연과 소통하는 힘을 지닌 티아 달마는 불같은 열정의 소유자로 변덕스럽고 까다로운 여자이기도 하다.'
그밖에 커틀렛 경의 부하인 머서 역으로 영국의 성격파 배우 데이빗 스코필드가 캐스팅됐고, 엘리자베스의 아버지이자, 포트 로열의 총독인 스완 경 역의 조나단 프라이스가 1편에 이어 2편에서 또 다시 관객과 만난다.
역시 1편에 등장, 관객들의 사랑을 받았던 어리버리한 두명의 해적 핀텔과 라게티도 2편에 또 다시 등장 그 특유의 익살스러움으로 관객들에게 재미를 줄 예정. 전편과 똑같이 리 아렌버그와 매켄지 크룩이 배역을 맡았다. 두 사람은 극중에서처럼 촬영때도 한시도 떨어지지않고 붙어다녀 끈끈한 파트너쉽을 과시했다. '우린 마치 18세기 해적 로렐과 하디 처럼 콤비가 됐다'고 아렌버그는 말한다. '난 늘 입버릇처럼 말하고 다녔다. 매켄지와 콤비를 이룰 땅딸하고 대머리 벗겨진 괴짜 배우가 런던에 나밖에 없었던게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고... 런던에서 캐스팅에 실패한 제작진은 헐리웃에서 땅딸하고 대머리 벗겨진 괴짜 배우를 찾았고, 그 결과 캐스팅된 행운아가 바로 나다. 어찌보면 이건 운명이다'
잭 스패로우의 갑판장인 깁스 역은 이번에도 당연히 케빈 맥날리가 맡았다. 그는 1편을 찍을때만해도 이 작품이 그렇게 큰 성공을 거둘 대작이라고는 상상도 못했다고 한다. 영화가 개봉된후 친구들과 극장에 가서 이 영화를 보고나서야 모험과 재미가 가득한 블록버스터 오락 영화라는 걸 실감했다고... '그후 내 해적 시대는 끝났다고 생각했는데 제리 브룩하이머가 제작한 〈오페라의 유령〉 촬영때 2편을 찍으니 짐을 쌀 준비를 하라는 전갈을 받았다'
그밖에 말없는 해적 코튼 역에 데이빗 베일리가, 난장이 선원 마티 역에 마틴 클레바가 다시 캐스팅됐다.
마틴 클레바는 1편을 찍은후 이렇게 생각했다고 한다. '2편에 또 캐스팅된다면 좋은 일이고, 만약 못된다고 해도 상관없다. 1편을 찍으며 충분히 행복했으니 그걸로도 만족한다'고... 그런데 2편, 3편에 연속 캐스팅됐다는 연락을 받았으니 그의 기쁨이 얼마나 컸을지 짐작이 간다. '와, 배우에게 이런 행운이 일생이 몇번이나 찾아올까?' 라고 생각했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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