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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를 꼭 닮은 딸이 저처럼 살까 봐 두려워요
“저는 경전반 수업을 듣고 상이 본래 없고 다 내 마음이 일으키는 것이란 걸 알았습니다. 여전히 부족하지만 넘어져가며 행복하게 수행정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수행을 할수록 여덟 살 된 첫째 딸이 집착하는 증세가 심해집니다. 생각해보면 요즘 생긴 일은 아닙니다. 제가 어리석고 무지해서 아이가 집착하는 모습을 외면했습니다. ‘뿌린 대로 거둔다. 감사히 받겠습니다.’라며 참회기도를 하고 있지만 제 어릴 적 모습과 꼭 닮은 첫째 딸이 저처럼 괴롭게 살까 봐 두렵습니다. 어떻게 지혜롭게 풀어나갈 수 있을까요?”
“지금 질문자의 질문이 좀 추상적이네요. 구체적으로 아이가 어떻게 할 때 질문자가 문제라고 느껴요?”
“아이가 물건이나 간식을 다 쌓아 놓습니다. 자기 간식은 유통기한이 지나도 다 쌓아두고 동생 걸 먹는다거나 남의 걸 가져와서 먹어요. 친구관계에서도 한 친구에게만 집착을 해요. 물건이나 친구나 모든 면에서 다 집착을 합니다. 물건도 버리지 않고 계속 모아두는데 정작 그 물건들이 어디에 어떻게 있는지 몰라요.”
“제가 보기에 어릴 때 그렇게 행동하는 건 별 거 아니에요. 저도 어릴 때 구슬치기 해서 구슬을 많이 모았어요. 딱지치기해서 딱지도 많이 모았어요. 그 정도는 아무 문제가 없어요. 그리고 아이가 물건을 모아 놓고 어디 있는지도 모른다면 질문자가 몰래 살짝 가져가서 버리든지 동생에게 나눠줘 버리면 되죠. 뭐 큰일이라고 그래요. 별일 아니에요.”
“근데 동생이랑 너무 비교가 돼요. 대인관계도 어렵고요.”
“아이를 누가 낳았어요?”
“제가 낳았죠.”
“누가 키웠어요?”
“제가 키웠어요.”
“누굴 닮았어요?”
“저를 닮았어요. 딸이 저를 닮은 게 싫어요.”
“질문자를 닮았는데 왜 싫어요? 좋아해야죠.”
“제가 여덟 살 때 했던 행동들을 아이가 똑같이 하는 게 너무 싫어요.”
“그게 잘못된 생각이에요. 자기가 자기를 싫어하는 게 남을 싫어하는 것보다 더 나쁩니다. 어떠한 자기 모습도 받아들이는 게 수행이에요.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세요.”
“알겠습니다.”
“대답을 들어보니 별로 아는 것 같지가 않네요. 지금 ‘알겠습니다.’라고 했지만 그 말은 ‘스님 하고 말해봤자 말이 안 통한다’는 뜻 아니에요?”
“나중에 다 커서 친구들이 저보고 ‘그때 너는 왕따였다.’라고 했는데 저는 그게 너무 싫었거든요.”
“왕따 좀 당해도 괜찮아요. 저도 승적이 없어서 얼마나 왕따를 당했는데요. 한 2~30년 왕따를 당했어요. 왕따를 당하니까 좋은 점도 많이 있었어요. 스님들이 왕따를 시켜서 신부, 목사하고 교류하다 보니까 종교 간의 교류를 많이 할 수 있었습니다. 한국에서 자꾸 왕따를 당해서 외국에 가서 활동하다 보니 국제교류협력에 공로가 있다고 상도 받았잖아요. 이번에 받은 니와노 평화상도, 옛날에 받은 막사이사이상도 다 왕따를 당한 공덕이에요. 왕따를 당해서 상처를 입으면 문제지만 왕따 자체는 아무 문제가 안 됩니다.”
“그런데 아이도 친구 문제로 괴로워하거든요.”
“아이니까 당연하죠. 다 큰 엄마도 괴로워하는데 아이는 어떻겠어요. 먼저 질문자부터 괴로움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자기를 닮은 아이를 봐도 아무렇지도 않고, 옛날 생각을 해도 아무렇지 않도록 수행부터 하는 게 급선무예요.
‘나도 어릴 때 힘들었지만 이제 수행해서 아무렇지도 않다. 너도 나중에 아무렇지도 않게 될 거야.’
수행을 해서 질문자가 아무렇지도 않게 되면 이런 믿음이 있으니까 아이를 봐도 시비를 안 할 거예요. 지금 질문자가 괴로워하는 수준이니까 아이도 질문자처럼 살까 봐 겁이 나는 겁니다. 아이가 엄마를 닮는 건 당연하죠. 질문자의 인생이 변하면 아이가 질문자처럼 되면 좋은 일이지 왜 나쁜 일이겠어요. 그러니 아이를 시비하지 말고 자기 수행을 먼저 하세요.
같은 부모에게 태어나고 자란 형제들도 다 다릅니다. 어릴 때부터 먹는 거에 집착해서 자기 거 챙겨 먹고 안 나눠 먹는 사람도 있어요. 이런 아이도 있고 저런 아이도 있는 거예요. 업식이 다르기 때문에 성격이 다 다릅니다. 아이를 문제 삼고 짜증내면 엄마 자격이 없는 사람이에요. 예를 들어 아이가 너무 많이 어지르면 몇 번 주의를 줄 수는 있지만 그래도 성질은 내면 안 됩니다. 안 치워주면 돼요. 방 좀 치워주고 성질내는 것보다 안 치워주고 성질 안 내는 게 훨씬 더 아이의 미래에 좋아요.
첫째 아이가 자기 간식을 두고 동생 간식을 뺏어먹으면 질문자가 동생에게 더 많이 주면 되잖아요. 그러면 해결될 일이에요. 과자를 다섯 개씩 줬는데 언니가 자기가 받은 다섯 개를 두고 동생 걸 뺏어 먹으면 질문자가 동생한테 다섯 개를 더 주면 되죠. 문제는 질문자가 주기 싫은 것 아니에요? 또 첫째 아이가 동생 간식을 뺏어 먹고 자기 건 놔두면 질문자가 몰래 숨겨놓은 걸 동생에게 줘도 됩니다. 첫째 딸이 자기가 숨겨 놓은 걸 어디 뒀는지도 모르는 수준이라고 했잖아요. 슬쩍슬쩍 가져와서 동생 주고, 동네 애들도 주면 되죠. 질문자는 지금 아이가 자기 뜻대로 안 된다고 시비하고 있는 거예요. 아이가 문제가 아닙니다, 질문자가 문제예요.
제가 인도에 갔을 때 어떤 아이가 ‘박시시, 박시시’하고 따라오면서 구걸을 했습니다. 아이에게 1루피를 주니까 또 따라오고 1루피를 주니까 또 따라오는 거예요. 그래서 제가 그 자리에 딱 앉아서 아이에게 계속 1루피씩 줘봤어요. 받고 또 받아요. 그래도 계속 줘봤어요. 37번 주니까 더 달라고 안 했습니다. 질문자는 37번 해봤어요?”
“아니요.”
“37번까지 해보고 얘기해요. 그 아이는 37번 주니까 더 달라는 소리를 안 했습니다. 37번 해봐야 몇 루피예요? 37루피 밖에 안 되잖아요. 처음부터 50루피를 줬으면 아무 문제가 없었죠. 1루피로는 목이 마르니까 계속 달라는 거예요. 그러고 나서 제가 가방에서 발우를 딱 꺼내서 반대로 아이에게 ‘박시시, 박시시’ 하고 따라다녔어요. 그랬더니 아이가 씩 하고 웃더니 동전 한 개를 제 발우에 집어던지고 막 웃으며 가더라고요.
질문자는 딸에게 ‘너 아까 받아 놓고 또 받니? 저리 가!’ 이렇게 하고 있는 거예요. 아이가 쌓아 놓으면 얼마나 쌓아 놓겠어요. 한번 계속 줘 봐요. 음식에 곰팡이가 피면 보여주고 이야기를 나눠보세요.
‘아이고, 이렇게 쌓아놓기만 하니까 곰팡이가 다 피었네. 거름 만들려고 그러니? 똥 만들려고 그러니?’
이렇게 아이와 대화를 해보세요. 성질내지 마시고요. 아이 기를 수준도 안 되는데 왜 아이를 낳아서 키우는지 모르겠어요.(웃음) 아이를 키우는 엄마가 조금 여유가 있어야지 그렇게 빡빡하면 힘듭니다. 어릴 때 가졌던 열등감을 아이에게 투영하지 말고 본인 먼저 수행하세요.”
“네, 제가 아이와 같은 상황에 처해봤기에 아이의 입장을 잘 이해할 수 있을 거 같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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