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현화(普賢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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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 위기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방법”

보현화 2022. 5. 31. 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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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 위기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방법” - 스님의하루

2022.5.24 농사일, 정토불교대학 <불교와 환경> 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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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여러분과 대화할 주제는 ‘불교와 환경’입니다. 불교와 환경이 무슨 연관이 있는지 의아해하실 분들도 계실 것 같아요. 지금 우리 인류는 기후 위기로 인해서 큰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기후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가 전 세계의 중요한 과제로 자리매김했을 정도입니다. 유럽에서는 기후 위기에 대한 비상사태를 선포하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기후 변화를 급박하게 보는 나라도 있지만, 중국을 비롯한 다른 개발도상국들은 먹고사는 문제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아직은 기후 위기에 대한 위기의식이 좀 둔감한 상황이에요. 우리나라는 선진국 대열에 들어섰을 정도로 잘 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워낙 가난하게 살았던 옛날 경험이 있어서 그런지 아직도 성장에만 관심이 집중되어 있고, 기후 위기에 대한 환경 의식이 매우 부족한 편입니다.

하지만 개발 위주 정책으로 자연환경은 점점 파괴되고 있고, 그로 인한 기후 위기는 더욱더 심각해지고 있는 것은 엄연한 사실입니다. 이런 환경 파괴는 인간이 자연을 정복의 대상으로 보고 개발 중심으로 발전 방향을 잡다 보니까 생긴 일입니다. 그러나 사람과 자연이 개별 존재의 집합이 아니라 다섯 개의 손가락이 서로 연결되어 있듯이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것이 불교의 근본 가르침인 연기적 세계관이에요.

잘 산다는 건 무엇일까요?

자연환경의 파괴로 인한 기후 위기 문제의 원인은 근본적으로 삶에 대한 가치관의 문제입니다. 한마디로 ‘무엇이 잘 사는 것인가’ 하는 문제예요. 우리는 모두 잘 살고 싶어 합니다. 중고등학생들에게 소원이 뭔지 물어보면, 공부 잘하는 것이라고 대답해요. 공부 잘해서 좋은 대학에 진학하고, 좋은 대학에 진학해서 좋은 직장에 취직하는 것이 꿈이라고 말합니다. 좋은 직장에 취직하면 무엇이 좋은지 물어보면, 그래야 돈을 많이 벌 수 있다고 합니다. 돈 많이 벌어서 뭐 할 거냐고 물어보면, 좋은 차와 좋은 집을 살 거라고 해요. 좋은 차와 좋은 집을 사면 뭐가 좋은지 물어보면, ‘그래야 행복하게 살잖아요’ 이렇게 말합니다.

결국 우리 삶의 목적은 행복이에요. 그러면 좋은 대학에 가고, 좋은 직장에 가서, 좋은 차와 좋은 집을 가진 사람은 행복할까요? 제일 돈이 많은 사람이 가장 행복할까요? 제일 지위가 높은 사람이 가장 행복할까요? 우리나라에서 제일 돈이 많은 재벌 중에는 식물인간으로 병원에서 생을 마쳤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제일 높은 지위에 있던 대통령 중에는 아직도 감옥에 있는 사람도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인기를 누렸던 연예인 중에는 자살한 사람도 있어요. 그런데도 돈을 많이 벌어서 큰 집 사고, 지위가 높아지고, 인기가 많아지면 정말 행복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결코 그렇게 말할 수 없습니다. 오히려 맑은 공기를 마시고, 맑은 물을 마시고, 맑은 음식을 먹고, 건강하게 사는 게 행복이라고 볼 수도 있잖아요.

그런데 사람들은 뭐든지 많이 생산해서 많이 소비하는 나라를 선진국이라 하고 잘 사는 나라라고 합니다. 선진국은 생산량이 많고 소비량이 많은 나라를 말해요. 생산량이 많아야 하니까 대량생산을 해야 하고, 대량생산을 하려니까 자원을 고갈시킬 수밖에 없습니다. 자원이 고갈되면 원자재 가격이 폭등하게 됩니다. 지금도 전 세계의 원자재 가격이 폭등하고 있잖아요. 밀 가격은 세계적으로 70% 이상 올랐습니다. 많은 원자재 가격이 지금 거의 2배 가까이 오르고 있습니다. 이제 물가가 덩달아서 계속 올라갈 거예요. 기름값도 지금 두 배가 올랐습니다. 두 배 오른 식량 가격과 기름값만 해도 해외에 지불되는 돈이 엄청나게 많아져서 무역 흑자국이었던 우리나라가 지금은 무역 적자국으로 돌아섰어요. 석유와 가스, 석탄과 같은 에너지 자급도는 거의 제로 수준이어서 대부분 수입에만 의존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식량 사정은 어떨까요? 우리나라는 쌀만 자급이 되고 있는데, 우리나라 전체 국민이 사용하는 식량 중에 쌀이 차지하는 비중이 굉장히 낮습니다. 식량 자급도가 28% 정도밖에 안 돼요. 나머지는 전부 수입품입니다. 거기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식성이 바뀌어서 수입 식량 대부분이 가축 사료로 쓰일 정도로 고기 소비를 많이 합니다. 소나 돼지에게 옥수수 5kg을 먹여야 고기 1kg가 나오기 때문에 고기를 먹는다는 것은 식량 5배를 소비하는 것과 같은 거예요. 그런데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런 과소비를 잘 사는 것으로 생각합니다. 특히 음식물 과소비로 인해 발생하는 음식물 쓰레기 문제는 매우 심각하다고 할 수 있어요. 10년 전 통계에 이미 음식물쓰레기 처리 비용만 5천억 원이 넘는다고 하니 지금은 훨씬 더 늘어났겠죠.

현대인의 삶을 위협하는 전 지구적 환경 위기

과연 이렇게 많이 소비하는 게 잘 사는 걸까요? 대량소비를 하려니까 대량생산을 해야 하고, 대량생산을 하려니까 자원이 고갈되고, 자원 고갈은 원자재 가격 폭등을 불러와서 결국은 다시 부담을 떠안게 된 꼴이잖아요. 거기다 대량소비를 하니까 대량 쓰레기가 나오고, 이로 인해 대량 오염물질이 배출되니까 기후 위기라는 문제가 발생하게 된 거예요. 결국은 우리 삶의 토대가 점점 붕괴되는 결과가 빚어지고 있습니다.

지금 이 상태가 계속되면 우리의 후손들은 오염된 공기를 정화하고, 오염된 수질을 정화하고, 오염된 토양을 정화하는 것이 인생 최대의 과제가 될 거예요. 그래서 숨 쉬고 마시고 먹거리를 안전하게 지키는데 일생을 걸게 되겠죠. 자연 속에서 그동안 공짜로 누렸던 것들을 오염시킴으로 인해 그것을 정화하는 데 엄청난 힘을 쏟아야 하는 날이 오게 되는 겁니다. 벌써 집에 정수기를 비치하고 물을 사 먹는 시대에 살고 있잖아요. 요즘은 좀 산다는 집이면 공기청정기가 일상화되었다고 해요. 좀 더 편하고 예쁜 마스크를 선호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고, 이제는 마스크도 광고를 하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앞으로 오존층 파괴가 더 심각해져서 피부 노출을 할 수 없는 시대가 오면, 피부암에 걸리지 않도록 우주복을 입고 다녀야 하는 시대가 올지도 몰라요. 그러면 누가 더 좋은 우주복을 입느냐를 갖고 또 경쟁을 하겠죠. 돈 벌어서 이런 곳에 투자하려면 바쁘기가 끝이 없어요. 이게 과연 잘 사는 걸까요? 누가 더 좋은 마스크를 끼고 누가 더 좋은 우주복을 입느냐를 따지는 세상으로 갈 게 아니라 마스크 안 끼고 우주복 안 입는 세상을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요?

우리가 어떻게 살 것인지, 어떤 삶이 정말 행복한 삶인지, 그 중심을 잡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로 ‘수행’이에요. 수행은 나를 행복하게 하는 데서 끝나는 게 아닙니다. 개인의 마음 문제를 다루어서 개인의 괴로움을 해소하는 것뿐 아니라 사회문제와 환경문제가 일어나는 원인을 예방하는 것도 수행입니다. 그래서 수행은 우리가 세상을 평화롭게 만들고 아름다운 지구 환경을 지켜내서 나와 남이 지속 가능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근본 해결책이에요.

정토불교대학에서 사회 문제를 다루는 이유는 수행적 관점을 기초로 해야 결국은 환경문제에 대한 해결책도 나오고, 평화문제에 대한 해결책도 나오고, 빈곤퇴치 문제에 대한 해결책도 나오기 때문입니다. 많이 소비하는 것이 잘 사는 게 아니에요. 검소하게 생활하고 만족할 줄 알 때 지속 가능한 행복이 보장됩니다. 나에게 남는 것이 있으면 이웃과 나눌 때 빈곤을 퇴치할 수 있어요. 이웃과 나누려고 하는 사람이 더 가지려고 경쟁할 이유가 없잖아요. 그렇게 하면 사회가 평화로워지고 소비가 줄어드니까 지구 환경의 악화를 막을 수가 있습니다.

결국은 두 가지 방향으로 가게 될 겁니다. 기후위기로 인하여 우리의 삶이 점점 어려워져서 공멸을 하게 될 수도 있고, 지구의 자정작용으로 코로나 바이러스 같은 전염병이 연이어 창궐을 해서 우리의 활동량이나 소비량이 줄어듦으로써 환경이 되살아날 수도 있습니다. 인간의 욕망대로 살다가 파멸하는 것도 불행한 일이고, 지구는 살아나는 대신 인간이 고통을 받는 것도 불행한 일입니다.

인간도 살고 환경도 살리는 지속 가능한 삶을 누리기 위해서는 스스로 절제하는 검소한 삶을 지향해야 합니다. 고급스러운 술을 많이 마시거나 고급 마약을 투약하는 것이 부러워할 대상이 아니라 멸시와 처벌의 대상이 되듯 과잉 소비 또한 부러워할 일이 아니라 멸시해야 할 일입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들이 아직 소비에 중독이 되어 있다 보니, 과도한 소비를 안타깝고 불쌍하게 여기거나 처벌과 규제의 대상으로 보지 못하고 오히려 부러워합니다. 그래서 과도한 소비를 하기 위해 법도 어기고 가족과의 갈등도 불사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죠. 이런 잘못된 가치관이 환경 문제의 가장 큰 원인입니다.

연기적 세계관으로의 전환

그럼 인간은 왜 이런 잘못된 가치관을 갖게 되었을까요? 원래 인간은 자연 속에서 수렵 채취하는 삶을 살았습니다. 그런데 인지능력이 발달하면서 지속적이고 안정적으로 식량을 확보하기 위해 재배와 경작, 축산을 하게 됩니다. 그러면서 인간은 자연을 인간의 안정적인 삶을 방해하는 요소로 바라보게 됩니다. 그래서 자연을 개발하는 것이 안정적인 삶을 유지하고 부를 축적하는 방법이라는 인식이 점점 형성되었습니다. 자연은 복원력이 있기 때문에 인간이 아무리 자연을 개발하더라도 1년 내지 2년 안에 원래대로 돌아갑니다. 하지만 산업혁명 이후에 기술력이 좋아지고 중장비가 발달하면서 자연이 갖고 있는 복원력보다 더 큰 파괴력을 가진 개발을 하면서 복원이 불가능해지기 시작한 겁니다.

이렇게 자연이 파괴되고 나서 다시 돌아보니, 자연은 우리 삶에 방해 요소가 아니라 우리 삶의 토대였습니다. 자연을 우리 삶의 장애로 인식하고 극복하는 데에만 초점을 맞추느라 내 삶의 토대를 스스로 파괴해버리는 결과를 초래한 거죠. 그래서 자연을 더 이상 파괴하지 말고, 파괴된 자연을 복원하자는 것이 환경 운동의 시작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그동안 살아온 습성과 가치관을 쉽게 버리지 못합니다. 왜냐하면 부모님으로부터 자연스럽게 세뇌가 되고, 학교에서도 그런 교육을 받고, 주위 사람들 모두 다 그렇게 살아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아무리 머리로 공부해서 환경의 중요성을 알게 되어도 몸과 마음에 습관이 베여 있기 때문에 자동으로 행동하게 됩니다. 결국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세계관의 변화가 있어야 합니다.

‘이 세상은 개별 존재의 집합이 아니라 서로 연관되어 있기 때문에 사람과 자연이 별개의 존재가 아니다. 자연이 파괴되면 인간의 삶도 불행해질 수밖에 없다.’

이러한 연기적 세계관이 아주 분명해야 소비주의를 극복하고 환경문제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인식의 변화가 있어야 행동이 변할 수 있기 때문에 우선 환경교육이 중요합니다. 그다음에 행동의 변화가 이어져야 합니다. 먼저 음식물쓰레기가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하고, 일반쓰레기는 가능한 적게 배출하고 분리수거하고 재사용을 하는 방법을 실천해야 합니다. 물을 절약하고, 합성세제 사용을 최소화하여 오염을 줄이고, 불필요한 에너지를 절약해야 합니다. 가까운 거리도 자동차를 이용하느라 운동 부족이 심해지고 있고, 많은 사람들이 헬스장에서 가지도 않는 자전거를 열심히 타고, 제자리에서 달리기를 하면서 에너지를 낭비하고 있습니다. 안 쓰는 콘센트도 전원을 켜 두고, 낮에도 전기 불을 켜면서 에너지를 낭비합니다. 이런 작은 것들이 모여서 환경 위기가 초래되는 데도 정부나 남을 탓하면서 본인은 아무 실천도 하지 않습니다. 환경운동가 조차도 댐 건설이나 원자력 발전소 반대를 외치면서 정작 자신의 소비 생활에는 무관심합니다. 이런 태도로는 환경문제를 해결할 수 없습니다.

환경 위기를 막기 위한 나의 실천

그래서 정토회에서는 ‘음식물 쓰레기 제로 운동’인 ‘빈그릇 운동’을 하고 있고, 소비주의를 개선하기 위해 ‘적게 먹고 적게 입고 적게 쓰기 운동’을 하고 있습니다. 적게 쓰는 게 잘 사는 것입니다. 검소하게 생활하는 것이 자랑스러워야 합니다. 이런 인식의 변화가 일어나야 환경 문제를 해결할 수 있어요.

그러니 정토불교대학에서 환경문제에 대해 공부하는 것을 두고 불교 외의 별도의 강의로 생각하면 안 됩니다. 바로 부처님의 가르침에 입각해야 환경 문제에 대한 원인 규명과 해결책 제시가 가능합니다. 환경 위기로 인해 불교대학생 여러분의 삶의 질과 생존권도 지금 위협받고 있습니다. 우리가 괴로움이 없는 사람, 자유로운 사람이 되어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는 토대가 바로 자연환경보전입니다. 환경 문제를 외면하면서 어떻게 수행을 할 수 있으며, 어떻게 중생을 구제를 할 수 있겠습니까? 부처님의 가르침을 실천하고자 하는 수행자라면 환경 문제 해결을 위해 근본적으로 우리의 삶을 바꿔나가는 자세를 가져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