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략).....
불교대학 학생들은 지난 4월에 입학한 후 실천적 불교사상 과목에 대한 공부를 마쳤습니다. 다음 주부터는 부처님의 일생 과목을 공부하게 되는데요. 스님은 왜 부처님의 일생을 공부해야 하는지 그 목적을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지금부터 2,600년 전에 인도 대륙의 히말라야 산기슭에 ‘카필라바스투’라는 조그마한 나라가 있었습니다. 그 나라에서 왕자로 태어난 고타마 싯다르타는 출가하여 ‘왜 사람은 괴로울 수밖에 없는가?’ 하고 탐구해서 괴로움이 없는 열반의 경지에 도달했습니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그 길에 이르도록 안내했습니다. 그 가르침을 모아놓은 것이 바로 불교 경전입니다.
오늘날 우리도 그 가르침을 따르면 괴로움 없이 살아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그분의 삶에 대해서 공부를 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분은 왕자로 태어났지만 왕위를 버리고 ‘왜 사람은 괴로울 수밖에 없는가?’ 하는 주제에 대해 깊이 탐구했습니다. 그분은 깨달음을 얻고 괴로움이 없는 사람이 된 뒤에도 부와 권력을 추구하지 않았습니다. 그분은 빔비시라 왕이 본인에게 더 큰 나라를 주겠다는 제안을 했을 때도 이렇게 말했습니다.
‘어떤 사람이 자기 입 안에 있는 가래를 뱉았습니다. 남이 뱉은 가래가 내가 뱉은 가래보다 더 크다고 해서 그것을 주워 먹는 사람이 있습니까? 내 나라도 필요 없다고 버렸는데, 왜 남의 나라를 받아서 통치를 하겠습니까?’
이렇게 입장이 아주 분명했습니다. 오늘날 한국사회처럼 선진사회라고 말하는 곳에 사는 사람들은 옛날 왕의 생활에 부럽지 않은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뇌가 많습니다. 한국 사회는 자살률이 세계에서 제일 높고 출산율이 제일 낮습니다. 자살률이 제일 높다는 것은 현재가 힘들다는 것을 나타내는 증표이고, 출산율이 제일 낮다는 것은 미래에 희망이 없다는 것을 나타내는 증표입니다. 왜 이렇게 됐을까요?
지나친 소비를 하지 않고도 행복을 누릴 수 있는 길
이것은 이미 붓다가 2,600년 전에 경험한 겁니다. 왕자로 태어나서 세상 사람들이 부러워하는 위치에 있었지만 늘 고뇌가 있었습니다. 세상 사람들은 ‘내가 왕이 되었으면 좋겠다’, ‘내가 부자가 되었으면 좋겠다’ 이런 생각을 합니다. 그래서 뜻대로 안 되는 것에 대해 괴로워하고, 신에게 원하는 바를 이뤄달라고 빕니다. 그러나 고타마 싯다르타는 원하는 걸 할 수 있는 조건에 있었는데도 괴로웠습니다. 그리고 모든 것이 갖춰져 있었기 때문에 신에게 원하는 바를 빌지 않아도 되었습니다. 그는 ‘왜 인간은 괴로울 수밖에 없는가?’ 하는 문제에 대해 깊이 탐구했습니다. 그래서 부처님의 가르침은 믿음이 중심이 아니라 탐구가 중심입니다. 진실을 규명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관점을 갖고 있습니다.
고타마 싯다르타는 2600년 전에 살았던 한 젊은이였지만 인류문화사적 관점에서 접근을 하면 ‘오늘날 한 젊은이가 어떻게 자기 인생을 행복하게 살고 세상의 불평등을 해소해 나갈 것인가?’ 하는 지금의 문제로 우리가 이해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부처님의 일생 과목은 행복과 자유로 가는 길을 처음 발견하고, 스스로 그 길을 가고, 많은 사람을 그 길로 안내한 구체적인 한 인간의 삶을 통해 우리는 지금 어떤 관점에서 세상을 바라봐야 하는지 공부하는 시간입니다. ‘왜 한국 사람도 아니고 인도 사람을 공부하느냐?’, ‘왜 요즘 사람도 아니고 옛날 사람을 공부하느냐?’ 이런 의문을 가질 수도 있는데, 공부를 한번 해보시면 정말 도움이 될 것입니다.
지금까지 인류는 ‘많이 생산해서 많이 쓰는 게 잘 사는 것이다’ 하는 생각을 갖고 자본주의가 시작된 이후 5백여 년 동안 줄달음쳐 왔습니다. 하지만 그 결과 기후 변화에 직면해서 큰 위기에 봉착해 있습니다. 이 위기를 극복하려면 소비주의를 극복해야 합니다. 물질적인 지표로 잘 산다는 것을 결정하는 가치관이 바뀌지 않는 이상은 지금의 기후 위기를 극복할 수 없습니다.
자연적으로 발행하는 기후 위기라면 우리가 적응할 수밖에 없지만, 지금 일어나고 있는 기후 위기는 우리가 스스로 초래한 일이기 때문에 이 위기를 극복하는 것 또한 우리의 책임입니다.
‘지나친 소비를 하지 않고도 인간이 자유와 행복을 누릴 수 있는 길은 무엇인가?’
이에 대한 해답을 얻기 위해서는 부처님의 가르침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습니다. 이것은 불교라고 하는 특정 종교의 문제가 아닙니다. 인류 문명에 대한 깊은 성찰이 필요한 문제입니다. 그런 취지에서 우리가 불교대학을 운영하는 것이지 불교 신자를 많이 만들기 위해 불교대학을 운영하는 것이 아닙니다.”
'●불교&자료&관심사● > 법륜스님·법문 外' 카테고리의 다른 글
1756. 앞만 보고 열심히 살아 자리 잡았는데 행복하지가 않아요 (0) | 2023.06.07 |
---|---|
1911. 경쟁과 불안 그리고 과학기술의 윤리 (0) | 2023.06.07 |
MZ세대들이 추구해야할 가치있는 발전이란 무엇인가요? (0) | 2023.04.28 |
유전자 이상이 있는 태아를 낳아도 될까요? (1) | 2023.04.25 |
[법륜스님의 세상보기] 학대 받는 동물을 보며 지나치게 괴롭다면 (0) | 2023.04.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