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현화(普賢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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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우리집 가훈은 무엇으로 하까요

보현화 2007. 5. 16. 2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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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집 가훈은 무엇으로 할까?

요즘 학교에서나 혹은 사회에서 가훈 갖기 운동이 한창이다.

초등학교에서는 해마다 학생들에게 자기 집 가훈을 적어내라고 한다. 그 때마다 학생은 집에 가서 “엄마, 우리집 가훈은 뭐야?” 라고 물을 것이다. 그러면 엄마는 즉석에서 뭐라고 몇 마디 가훈을 적당히 불러 준다. 학년이 바뀌고 또다시 그런 숙제(?)가 나오면 또, 즉석에서 몇 마디 가훈을 불러 주곤 할 것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가훈이 해마다 바뀌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필자는 서예가인 탓에 가훈 써주기 행사에 자주 참여 한다. “가훈이 무엇입니까? 어떻게 써드릴까요?” 하면 “그냥 선생님이 알아서 좋은 것 써주세요 한다.” 그러면 다시, “작년에는 학교에 뭐라고 써 보냈어요?” 하면 “잘 모르겠는데. 히히히... ”라고 대답 한다. 그러면 가훈을 부탁하러 줄을 서 있던 사람들이 “나도 잘 모르겠는데..” 하고 한 바탕 웃음판이 벌어진다.

 

 富者 3代를 못 간다는 속담을 무색케 한, 1600년대 초반에서 1900년 중반까지 무려 300년 동안 12代를 내려오며 만석꾼의 전통을 이어갔고 마지막으로 1950년에는 전 재산을 스스로 嶺南大 前身인 ‘대구대학’에 기증함으로써, 스스로를 역사의 무대 위로 던지고 사라진 경주 최부자집 가훈을 소개 한다.

 

1. 절대 진사(제일 낮은 벼슬) 이상의 벼슬을 하지 말라! 높은 벼슬에 올랐다가 휘말려 집안의 화를 당할 수 있다. 2. 재산은 1년에 1만석(5천 가마니)이상을 모으지 말라 !! 지나친 욕심은 화를 부른다. (1만석 이상의 재산은 이웃에 돌려 사회에 환원 했다.) 3. 나그네를 후하게 대접하라. 누가 와도 넉넉히 대접하여, 푸근한 마음을 갖게 한 후 보냈다. 4. 흉년에는 남의 논, 밭을 매입하지 말라! 흉년 때 먹을 것이 없어서 남들이 싼 값에 내 놓은 논밭을 사서 그들을 원통케 해서는 안 된다. 5. 가문의 며느리들이 시집오면 3년 동안 무명옷을 입혀라. 내가 어려움을 알아야 다른 사람의 고통을 헤아릴 수 있다. 6. 사방 100 리 안에 굶어 죽는 사람이 없게 하라. 특히 흉년에는 양식을 풀어라. 가훈을 넘어 성인의 경전을 읽는 느낌이다.

 

못다 푼 신학문의 열망으로 영남대학의 전신인 대구대와 청구대를 세웠고, 백산상회를 세워 일제시대에 독립자금을 지원했던, 최부자 가문의 마지막 부자였던 최준(1884-1970)은 또한 아래 금언을 평생 잊지 않았다고 합니다. “財物은 糞尿(똥거름)와 같아서 한 곳에 모아 두면 惡臭가 나 견딜 수 없고 골고루 四方에 흩뿌리면 거름이 되는 법이다.” 참으로 명언 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러한 명언으로 가훈을 만들자면 웬만한 철학자가 아니고는 당대에는 가훈 없이 살아야 할 것이다. 필자가 가장 많이 써 준 가훈은 “건강, 화목, 성실” 이거나 이와 거의 중복되는 단어로 이루어진 덕목이 절반을 넘는다. 여담이지만 과거에 학생들의 취미 조사를 하면 대부분이 독서와 여행이다. 사실, 독서와 여행은 취미가 아니라 본능적인 욕구 이다. 그렇듯 “건강, 화목, 성실”은 인간으로서 갖는 기본적인 욕구 내지 덕목이다. 물론 덕목이 가훈이 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필자는 이렇게 고쳐 준다. “건강한 정신으로/화목하게 생활하며/성실하게 노력 하자.”. 이렇게 하면 정신적인 觀과 사회적인 觀 그리고 실천적인 觀-3단의 체계를 갖출 수 있기 때문이다.

 

옛날에는 집집마다 가훈이 없는 집이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사회가 현대화 되면서 아름다운 전습(傳襲)이 끊어졌다. 물질적인 풍요로움 못지않게 정신적인 지주가 될 가훈 하나쯤 정해두는 것도 좋을 듯하다. 설령, 해마다 바뀔지라도... 필자의 책상머리에 올라 앉아 매일 아침 내려다보고 있는 이것도 가훈이 될까?

 “탐욕과 성냄과 어리석음을 줄이고/ 인연을 소중히 여기자”

 

 

     *경산신문 2007.5.14 문화가산책 원고

출처 : 장산서예원
글쓴이 : 장산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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