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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사진에서의 컬러 표현

보현화 2007. 5. 19. 17:00
풍경사진에서의 컬러표현

글/사진 : 한성수 교수 (동해대학교 멀티미디어영상학과)

풍경사진은 색상 표현의 폭이 비교적 넓고 자유롭다. 기준으로 작용하는 피사체의 색상이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인물사진이나 제품사진, 광고사진 등은 사진 속에 담긴 피사체 자체의 색상이 그대로 재현되어야 한다는 부담을 안고 있지만 풍경사진만은 예외다. 어느 누가 나뭇가지의 색이 잘못 나왔다고 따지겠는가. 푸른 바다의 색상이 정해져 있는가. 시시각각 변하는 노을빛은 그 기준이 무엇인가. 이렇듯 무한한 변화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 자체도 매력적이지만, 색상을 주관적으로 표현하고 해석할 수 있다는 것, 여기에 풍경사진의 매력이 숨어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화면을 정리하면 색상이 보인다.

모든 이미지 창조 작업은 화면을 어떻게 구성하느냐 하는 문제이다. 동영상이든 스틸이든 간에 중요한 것은 정해진 공간 내에 어떤 사물을 어떻게 배치하느냐 하는 선택과 판단의 과정인 것이다. 사진에 있어서 문제는 빈 공간에 사물들을 채워나가는 것이 아니라 실제 존재하는 현실공간을 프레임 속에 집어넣는다는 점이다.

이러한 가운데 우리가 원하는 부분, 원하는 느낌을 강조하고 표현해 내야만 한다. 이렇게 원하는 부분을 강조하기 위해서는 방해가 되는 불필요한 요소들을 정리하는 작업이 기본적으로 요구된다. 과감할 정도로 가까이 다가서거나 앵글을 파격적으로 바꾸는 작업도 마다해서는 안 될 것이다.

불필요한 부분은 불필요함을 넘어서 오히려 방해가 되는 요소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풍경사진에서 색상을 사용하는 문제도 이런 관점에서 접근해야 할 것이다.

다채로운 색상 자체를 사진의 소재로 사용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성공적인 사진은 많은 색상을 사용하지 않는 것이 보통이다.




동조색이 주는 편안한 느낌

컬러사진의 매력은 화려한 색상의 표현에 있다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강렬한 색상으로 표현된 사진은 색상 그 자체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는 듯 하다. 하지만 한 화면 내에 너무 많은 색상을 사용하는 것도 그리 바람직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색상의 부조화로 인해 거부감을 불러일으키고 보는 이에게 부담을 주게 되서 시각적 효과가 떨어지기도 한다.

때문에 사진가들은 기본적으로 많은 색상을 사용하는 것을 피하는 경향이 있다.
가장 무난하면서도 편안한 느낌을 가져오는 것은 동조색을 활용하는 것이다. 주 피사체의 색상과 비슷한 계열의 색상을 주변 사물이나 배경으로 선택하게 되면 잘못된 색상의 사용으로 인한 불필요한 오해나 시선의 분산 없이 차분하게 원하는 메시지를 전달할 수가 있다.

우리는 예전에 수채화 물감으로 그림을 그리면서 동조색을 활용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한 가지 주된 색상을 정해 놓은 다음, 다른 색을 사용할 때마다 조금씩 섞어서 그리게 되면 그림에 전반적으로 한 가지 색감이 스며들어 있는 동조색의 그림을 그릴 수가 있는 것이다. 여러 가지 색상의 물감을 사용면서도 화면 내에서 통일된 색감을 만들어 내기 위한 방법이다.

사진 촬영에선 빛으로 만들어 낸다. 실내의 할로겐램프에 의한 붉은 빛은 모든 피사체를 붉게 물들여 버린다. 렌즈 앞에 사용하는 색 보정 필터나 디지털 카메라의 화이트 밸런스 조절도 전체적인 사진의 색감을 한쪽으로 이동시키는 방법이 된다. 야외 촬영의 경우 이른 아침이나 늦은 오후의 태양광은 그 자체로 동조색의 분위기를 만들어 내기도 한다. 또는 안개 낀 호숫가, 흐린 가을날의 숲 속 등, 광선 상태와 피사체 자체의 색감이 적절히 어우러졌을 때 더욱 효과적이다.



강렬한 원색의 힘

강렬한 원색은 어떤 경우에도 보는 이의 시선을 끌기에 충분하다. 특히 무채색에 가까운 밋밋한 색상의 배경이나 차분한 동조색 계열의 화면에 강한 원색이 포함될 경우 그 효과는 배가된다.

원색이 포함된 경우 화면에 입체감을 불어 넣을 수도 있으며, 시선을 한쪽으로 확실하게 끌고 가는 역할을 한다. 이때에도 지나치게 복합한 배경보다는 한두 가지 색조로 이루어진 경우가 효과적이다.

하지만 자칫 부담스러운 느낌을 줄 수도 있기 때문에 조심스러운 것도 사실이다. 화면 내에서 주 피사체나 그밖에 강조하고자 하는 부분이 아니라면 원색이 불필요하게 여겨질 것이다.



모노크롬 사진

동조색의 분위기를 넘어서 거의 단색에 가까운 컬러사진을 만들 수도 있다. 이러한 모노크롬(monochrome) 사진은 피사체 자체의 색상도 어느 정도 통일되어야 하며, 광선 상태도 이를 받쳐 주어야 가능해 진다. 화면 내에 다양한 색상이 존재한다면 가까이 있는 사물은 가급적 화면에서 배제시키고 원경 위주로 화면구성을 하게 되면 좀더 효과를 볼 수 있다.

원경은 단파장광에 의해 흐려져서 사물의 윤곽뿐만 아니라 색상도 희미해지기 때문에 비슷한 색조로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 흐린 날 잿빛 하늘이 만들어낸 사진은 마치 회색 톤으로 이루어진 흑백사진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이런 경우 콘트라스트가 약해져서 입체감이 사라지고 자칫 평면적인 사진이 되어 버릴 우려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너무 욕심을 부리기보다는 단순한 형태나 선 등에 주목해 가면서 피사체를 관찰하고 촬영해 나가는 것이 효과적일지도 모른다.



모든 것이 그렇듯이 사진에서 색상의 표현과 관련된 부분도 원칙은 있을 수 없다. 원칙이라는 것은 대개 보기 편한 것, 보편적인 것을 추구하는 경향이 있어서 자칫 식상한 표현이 되기 쉽다.

오히려 많은 경우에 원칙이라고 여기는 것에 반하여 그것을 거스르는 쪽으로 나가는 것이 더욱 효과적인 메시지의 전달과 자신만의 개성있는 표현의 결과로 나타나기도 한다. 많은 경험과 관찰, 그리고 끊임없이 변화를 시도해 보는 것이 보편적인 느낌을 넘어서 자신만의 스타일을 만들어 내는 지름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