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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사진을 위한 화면구성

보현화 2007. 5. 20. 12:48
풍경사진을 위한 화면구성
여행을 다녀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눈 앞에 펼쳐진 멋진 풍경에 감탄해 본 기억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를 영원히 한 장의 사진 속에 담고 싶은 충동도 느껴 봤을 것이다. 물론 반드시 여행지에서만 이러한 느낌을 받는 것은 아니다.

노을이 지는 저녁 무렵 집 앞에 펼쳐진 하늘 풍경이나 차를 타고 지나가다가 만나게 되는 푸르른 산과 들, 또 도심의 한복판에서도 신선한 시각적 경험을 가져다 주는 멋진 풍경들과 우연치 않게 마주치곤 한다.

이렇듯 우리 주변의 풍경들은 아름다운 모습으로 우리를 감동시킨다. 카메라가 있었으면 하는 안타까움이 스쳐 지나가는 순간들이다. 그러나 막상 카메라가 있다 하더라도 이를 사진으로 담아내는 것이 그리 쉬운 일만은 아니다. 눈 앞에 넓게 펼쳐진 풍경을 감상하는 것과 순간적인 판단으로 제한된 화면 속에 그것을 담아내는 것과는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경우 촬영 순간 느꼈던 감동이 사진을 통해서는 많이 줄어드는 것이 사실이다.

실제 상황과 사진 속의 이미지를 어떻게 비교할 수 있겠는가라고 체념할 수도 있겠지만, 멋진 풍경 사진 속의 장소에 실제로 가 보면 대개 실망하게 되는 것은 또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풍경사진의 매력
모든 분야가 그렇듯이 풍경사진 역시 그 만의 매력을 갖고 있다. 우선 그 대상이 대부분 정적이라는 점에서 여유를 갖고 피사체에 접근하며 음미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매력일 것이다. 긴박하게 돌아가는 상황에서 순간적인 판단으로 최상의 장면을 기록해내야 하는 보도사진이나 모델의 표정, 감정 등을 끌어내야 하는 인물사진 등의 분야와는 대상에 접근하는 방식 자체가 다른 것이다.

물론 풍경사진이라고 해서 셔터 찬스가 무시되는 것은 아니다. 계절이나 기상상태, 또 하루 중에서도 시간대에 따라 시시각각 그 표정을 달리하는 것이 자연의 모습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그 변화가 눈에 거의 드러나지 않기 때문에 더더욱 촬영 시점이 중요하다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사진이 만들어지는 것은 선택의 과정이다. 적절한 시점과 공간을 어떻게 선택하느냐에 따라 많은 요소들이 결정되는 것이다. 특히 풍경사진의 경우 이러한 과정이 중요시되는 분야이다. 이것은 인물사진이나 광고사진, 보도사진 등 다른 분야보다 그와 같은 선택의 폭이 매우 넓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유독 풍경사진에서는 구도나 화면구성 등과 같은 요소들이 비중있게 다루어지는 것이다. 물론 풍경사진을 위한 화면구성 방법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니다. 또 회화의 구도가 그대로 적용되지도 않는다. 다만 보다 효과적인 화면구성을 위해 시각적인 요소들을 선택하고 배치하는 기본적인(?) 몇 가지 방법들이 제시되고 있을 뿐이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풍경사진은 선택의 폭이 넓은 만큼 동일한 상황에서 촬영하더라도 그 결과는 큰 차이를 보이는 경우가 많다. 이는 사람마다 느끼는 감정이 다르듯이 같은 장소에서 똑같은 상황에 접하더라도 자신의 관점에서 각기 다른 것을 보고 기록하게 되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원칙을 따르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서 자신만의 스타일을 찾아가는 것이다.

복잡한 화면을 정리하자.

초보자의 경우, 풍경사진을 포함한 모든 사진에서 공통적으로 보여지는 문제점 중에 하나는 나타내고자 하는 대상이 강조되어 드러나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분명 무엇인가를 보고 촬영했는데, 사진으로 나온 결과물을 보면 도대체 무엇을 찍었는지 알 수가 없는 경우가 많다. 그 대상이 인물이나 조형물인 경우 그나마 주변 환경과 분리되어 나타나지만 넓게 펼쳐진 풍경 속에선 자칫 숨은 그림 찾기와 같은 결과를 초래하기도 한다.

대상을 강조시키고 주변을 정리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그 대상에 접근하는 것이다. 간단하고 당연한 말로 들릴지도 모르지만 실제 초보자들에게 가장 자주 하게 되는 주문이 바로 접근하라는 것이다. 이를 위해선 대상 자체에 주목하면서 촬영 거리에 변화를 주는 것과 함께 뷰 파인더의 구석 구석을 관찰하며 불필요한 피사체를 제거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때 줌렌즈를 이용하여 대상의 크기를 변화시키는 것 보다는 촬영거리를 조절하며 관찰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 촬영거리를 변화시키게 되면 대상의 크기 뿐만 아니라 포함되는 배경의 범위에도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물론 접근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욕심을 너무 많이 부려도 복잡한 화면이 만들어지기 쉽다. 처음에는 피사체의 형태나 색상, 질감 등 한 두 가지 요소만을 확실하게 강조하여 표현해 보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 다음 주변 피사체를 점차 더해 나가고 배경과의 관계도 고려해 보도록 하자. 때로는 하늘이나 바다와 같이 단순한 배경을 넓은 면적으로 과감하게 배치해 보는 것도 화면 정리에 도움이 된다.


가로 프레임과 세로 프레임을 적절히 활용하자.

영화나 텔레비전 영상과는 달리 사진은 세로 프레임의 활용이 자유롭다. 이와 같은 특성을 촬영시 적극적으로 활용해 보도록 하자. 같은 장면에 가로와 세로 프레임으로 변화를 주면서 관찰해 보고 촬영해 보자. 피사체나 배경, 접근하는 방향, 강조하고자 하는 부분 등에 따라서 보다 효과적인 프레임이 있을 수도 있으며, 그 결과에 대한 판단은 지극히 주관적인 경우도 많다.


수평선(지평선)의 위치를 변화시켜 보자.
풍경사진 촬영에서 고민하게 되는 부분 중 하나는 선의 처리에 의한 공간 분할이다. 화면 내에 포함된 지평선이나 수평선은 그 위치에 따라 많은 변화를 가져 온다. 대개의 경우 화면의 중심에서 약간 아래쪽으로 치우쳐 1/3지점에서 안정감을 주는 것이 보통이지만 극단적으로 한쪽으로 치우진 공간 분할이 효과적인 경우도 많다. 화면의 아래나 윗부분이 지저분하거나 어느 한쪽을 강조시킬 목적이라면 매우 효과적이다. 이와 함께 화면이 깔끔하게 정리되는 효과도 있다.


광선 상태는 전반적인 분위기를 결정한다.

화면의 전반적인 분위기를 좌우하는 중요한 요인 중에 하나가 바로 광선 상태이다. 태양광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변화가 심하다. 먼저 광원의 방향을 고려해야 한다. 태양광은 하루 중 시간대에 따라 그 방향이 변하면서 피사체의 묘사에 많은 영향을 미치게 된다.

광원과 촬영자의 위치에 따라 순광, 측면광, 역광으로 변하면서 피사체의 형태묘사, 질감, 콘트라스트, 입체감 등에 많은 변화를 가져오게 되는 것이다. 촬영자가 태양을 등지게 되고 피사체의 전면을 비추는 순광의 경우 다소 평면적인 묘사가 되기 쉽다.

태양을 마주보고 촬영하는 역광은 가장 드라마틱한 장면들을 많이 연출해 낸다. 그러나 피사체나 배경 등에 따라서 많은 변수가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측면광은 화면에 입체감을 불어넣어 주고 피사체 표면의 질감 묘사에 효과적인 광선이다.

광원의 방향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직사광과 확산광의 선택이다.
구름 한 점 없는 직사광에서는 콘트라스트가 강해지고 선명도가 뛰어나 강렬한 느낌을 주지만, 어두운 그림자 부분의 세부 묘사에는 약점을 갖고 있다.

또한 전반적으로 딱딱한 분위기를 만들어 낼 수도 있다. 반면 구름이 많은 흐린 날의 확산광은 콘트라스트가 약해지고 선명도가 떨어지는 단점이 있다. 하지만 부드러운 확산광으로 인해 그림자가 사라져 세부 묘사가 가능해지고 차분하고 온화한 분위기를 연출하기에 효과적이다.



사진 속에서 보여지는 모습들과 실제 우리가 경험하는 것과는 많은 차이를 보이는 경우가 많다. 그 중에 하나가 바로 색 재현의 문제이다. 시시각각 변하는 태양광의 색온도는 심하면 화면의 전반적인 색상을 결정짓기도 한다. 더군다나 우리의 눈은 색에 대한 순응성이 있기 때문에 미세한 색온도의 변화를 감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순응성이 없는 컬러 필름(특히 리버설 필름)의 경우 색의 변화에 대해 그대로 반응하여 재현해 내기 때문에 육안으로 관찰하던 것과는 전혀 다른 결과로 나타나기도 한다. 이외에도 기상상태나 계절, 장소 등에 따라 태양광은 독특한 분위기를 만들어 낸다.

원근감의 강조
사진은 비록 평면이지만 그 안에서 우리는 깊이를 느낄 수 있다. 풍경사진에서 원근감의 강조는 자칫 단조로워지기 쉬운 사진에 생동감과 힘을 불어 넣어 주기도 한다. 또한 넓은 공간감을 표현하기 위해서도 어느 정도 원근감의 묘사가 필요하다.

이 같은 깊이의 환영을 만들어 내는 요소들은 다양하다. 먼저 크기의 변화에 의한 방법이 있다. 비슷한 크기의 사물들이 한 화면 내에서 다양한 크기로 보여질 때 우리는 각 사물들 사이에 거리차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인식하게 되는 것이다. 명암의 차이는 깊이 인식의 기본적인 단서 중 하나이다. 밝은 부분은 가까이 드러나 보이고 어두운 부분은 자연스럽게 들어가 보이게 된다.

소실점에 의한 원근감의 묘사도 빼놓을 수 없다. 기차길의 평행한 두 레일은 한 점에서 만나는 것처럼 보이고, 건물의 윗부분은 자연스럽게 좁아진다. 이러한 소실점에 의한 원근감은 카메라가 피사체의 한쪽 방향에서 접근할 때 더욱 강조된다. 그리고 한 화면에 근경과 중경, 원경을 적절히 배치하는 것도 원근감 묘사를 위한 좋은 방법이다.


이 두 사진에서는 공통적으로 비슷한 크기와 형태의 피사체를 반복적으로 나열하면서 화면을 패턴화시키고 있다. 그러나 카메라가 피사체에 접근하는 방식에 따라 원근감이 강조되어 깊이를 느낄 수도 있고, 반대로 다소 평면적인 묘사가 되기도 한다.

광각렌즈는 풍경사진을 위한 렌즈 ?
교환 렌즈가 만들어 내는 효과를 적절히 이용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단순히 멀리 있는 사물을 크게 확대하기 위해 망원 렌즈를 사용하거나 넓은 범위를 촬영하기 위해 광각 렌즈를 사용하는 것은 그 렌즈가 갖고 있는 특성의 극히 일부분 밖에 활용하지 못하는 것이다. 용도가 특별히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지만 풍경사진에서는 망원 렌즈 보다는 광각 렌즈의 활용도가 높다.

생태사진이나 일출 등 부득이하게 망원 렌즈를 사용해야 할 경우도 있지만 전반적인 활용도 측면에서 본다면 광각 렌즈를 더 권하고 싶다. 광각 렌즈의 장점은 먼저 넓은 화각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화각이 넓어지다 보면 대상의 크기가 작아지게 되는데,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카메라가 대상에 가까이 접근해야만 한다. 이와 같이 넓은 화각으로 대상에 근접하게 되면 근경과 원경의 거리차가 벌어져 원근감이 강조되고 화면에서 넓은 공간감과 함께 다이나믹한 힘을 느낄 수가 있게 된다. 망원 렌즈는 반대로 화면 내에서 대상을 크게 나타낼 수 있지만 근경과 원경의 거리차가 줄어들어 원근감이 축소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

풍경사진에서 광각 렌즈를 선호하는 또 다른 이유는 이 렌즈가 갖고 있는 넓은 피사계심도에 있다. 선택적 초점에 의해 화면의 일부분만을 선명하게 묘사하고 뒷 배경은 생략시킬 수도 있지만 대개의 경우 풍경사진에서 피사계심도의 범위는 깊을 수록 좋다. 더군다나 태양이 기울어져 있거나 악천후 속에서 드라마틱한 상황이 더 많이 연출되기 때문에 조리개에 의한 심도 조절이 어려울 수도 있으며 삼각대가 없다면 화면의 일부분을 포기해야 할 지도 모른다.

광각 렌즈로 대상에 근접하여 촬영하게 되면 실제보다 근경과 원경의 거리차가 더욱 벌어지는 효과를 낼 수 있다.
광각 렌즈는 이와 같이 원근감이 과장되고 깊은 피사계심도를 갖고 있기 때문에 풍경사진에 많이 이용된다.(좌측 사진) 망원 렌즈는 대상의 거리차를 실제보다 축소시켜 마치 겹쳐진 것과 같은 효과를 낸다. (우측 사진)

글_사진/ 한성수(동해대학 멀티미디어 영상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