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현화(普賢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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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북경 기행문

보현화 2008. 2. 29. 13:44
 

북경을 다녀와서/장산


 니하오!  짜이지엔! 사이에 어느덧 3박 4일이 흘러 처음 출발했던 인천 공황에 주인 잃은 수화물처럼 비를 맞고 섰다. 3박 4일이 뭐 별거냐 34년 아니 54년의 세월도 빗물처럼 흘려보내고 이 젖은 땅을 밟고 섰는데.

 반세기를 넘게 이승을 지키며 서있다는 게 복된 일 아닌가? 천안문 사태 때 산화散花된 젊은 넋들이여 그렇지 않은가? 탱크를, 총부리를 온몸으로 막으니 밤중에 기관총을 난사했다지 그리고 모든 가로등을 끄고 탱크로 쭈욱 깔아버렸다지. 셀 수도 없이 많은 꽃봉오리 비명도 짧게 짓뭉개졌다지. 다음날 아침엔 어디론가 말끔히 치워지고 햇살만 더욱 환했다지. 세상은 진리의 손을 들어 주지만 때론 승자의 손을 들어줄 때도 많은 거야. 그래서 2008베이징 올림픽은 진리와 승리가 일치하기를 6개월이 남은 지금부터 기도하는 거야

 만리장성에 올랐지. 하룻밤 정사를 치르고 만리장성의 孤魂고혼이 된 그 옛날 사내 생각이 나서 혼자 키득키득 웃었지. 기막히게 억울한 사연도 세월이 지나면 곰삭아서 웃음이 될 수 있는 거야. 조상의 피와 땀, 무덤으로 세워진 이 긴 성에 올라 환희하는 쌍쌍의 젊은 무리를 보라. 아뭏든 만리를 걸은 발을 마사지로 풀었어.


발 마사지


만리장성

원혼의 울음을 밟고

밟고 내려와 만리의 피로를

20대 연약한 *샤오지에에게  맡긴다.


섬섬옥수

내 무좀 사이를 애무하고

합장한 손에

2000원을 쥐어줬다


안녕히 가세요

안녕히 가세요

어눌한 말투

선한 눈빛


좀 더 주고 올 걸

좀 더 주고 올 걸


2008베이징 올림픽경기장

휘황한 건물 앞을 지날 때

샤오지에 그 선한 눈빛이

내 심장을 찌른다.


* 샤오지에: 처녀를 이르는 중국어

2008.2.24. 


 자금성, 크다. 영락대제여!

중국엔 전부 큰 것 밖에 없나보다. 길거리에서 구워 파는 고구마도 크고, 제 집 올올히 풀어 헤쳐져 인간의 옷으로 빼앗기고 주름마다 서린 한을 안고 팽(烹-삶을 팽)이 된 번데기마저 크다. 다른 것은 몰라도 자금성이 큰 이유는 알겠다. 중국에선 크지 않은 것이 있다면 황제 몸뚱이였으리니 그 몸뚱이를 크게 보이려면 집을 크게 지어야 하고 그 큰 집을 지키려면 누에고치보다 더욱 단단히 담을 쌓아야 하는 거야. 그래야 그 안에서 번데기처럼 살아가며 팽이 되지 않는 거야. 그 때도 영보정 거리엔 묵자 골목이 있었는지 몰라 황제도 번데기며 지네구이며 전갈구이 등을 사먹고 입가를 곤룡포 자락으로 쓰윽 닦았는지도 몰라.

 유리창 거리엔 책과 붓도 팔았지. 붓으로 글씨를 쓰고 책을 엮고 책을 읽고 그림을 그리며 유리처럼 맑게 살아가라고 유리창이라 이름 지었는가. 억지 해석을 해두고 혼자 실실 웃어보는 것도 사는 날의 재미 아니겠는가? 세상에 바른 것만 다 있으면 무슨 재미가 있겠는가? 짝퉁 시장에 가 보아라. 세계의 유명브랜드는 다 있나니 “이거 진짜다. 싸다. 싸다. 한국돈 만원, 만원..” 하는 중국 상인이나 꼴난 만원을 갖고 “비싸다, 비싸다.” 하며 깎아서 4개 만원 주고 사는 한국 손님이나 재미있기는 마찬가지 아닌가? 인생이란 그렇게 속고 속이며, 밀고 당기며 사는 게 아닌가. 그래도 헐값에 산 짝퉁 브랜드 가방 속에 그득한 미소와 포만감은 짝퉁이 아닌 진품이 분명하지 않은가?

 밥에 콩 섞이듯 있어야 할 한국 사람들. 가는 곳마다 아예 흰 쌀밥처럼 온통 하얀 백의민족뿐이다. 얼마나 흐뭇한가? 우리 배달겨레가 떼지어 연경(청나라 때 북경의 이름)을 활보하고 있는 모습, 강희대제도 얼마나 반가와 하겠는가?

 하나의 세계, 하나의 꿈 (同一个世界,同一个梦想, One World One Dream) 베이징올림픽 구호처럼 이제 세계는 하나다. “잘 살아보세~” 노랫가락을 타고 이룬 한강의 기적. 더 많이 보고 더 많이 배우고 더 열심히 일하여 더욱 부자 나라가 되자. 한 번 더 한강의 기적을 이루자. 하여 베이징 뿐 아니라 온 세계 거리를 떼지어 활보하자.

 

깐베이!

출처 : 장산서예원
글쓴이 : 장산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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