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국적인 정취가 물씬~ 중남미 문화원으로 떠난다
매일 똑같은 공간, 매일 보는 사람들, 매일 반복되는 생활 … 3월이 벌써 우리 곁에 성큼 다가왔는데 별 감흥이 없다? 이럴 때면 잠시 잠깐이라도 이국적인 도시로 여행이라도 가고 싶어진다. 멀리 갈 필요 없이 서울에서 가까운 고양시 중남미문화원을 추천한다.
■ 글 권아영 사진 김은주
▲중남미 문화원 박물관 중앙홀
▲지난 30년간 아르헨티나, 멕시코, 코스타니카, 도미니카 등 중남미 국가에서 대사로 재임 했던 이복형 원장.
지하철 3호선을 타고 구파발역 2번 출구로 나가면 7731번, 703번, 33번 버스를 타고 중남미문화원을 갈 수 있다. 3개 노선의 버스 중 하나를 타고 고양동 시장 앞에서 내려 맞은편 주택가 건물 골목을 따라 걸어 올라가다 보면 10여 분만에 중남미문화원에 도착한다. 정문에 들어서니 잘 관리된 정원 곳곳에는 독특한 동상들이 보이고, 붉은색 벽돌의 중남미문화원 박물관과 미술관이 양 갈래 길로 사이좋게 마주 보고 있다. 이때 어디선가 흥겨운 라틴 음악이 흘러나와 귓가를 간지럽게 한다.
▲가면은 사람 얼굴 모양에서부터 각종 동물의 형상과 천사, 악마 등 다양한 모습과 다채로운 색상이 흥미를 끈다.
▲스타인웨이 피아노가 놓여 있어 더욱 낭만적이다.
아시아에서는 유일하게! 한국에서만 느낄 수 있는 중남미 문화
지난 30년간 아르헨티나, 멕시코, 코스타니카, 도미니카 등 중남미 국가에서 대사로 재임 했던 이복형 원장. 이 원장과 그의 아내 홍갑표 이사장은 오랜 중남미 생활 동안 시간이 날 때마다 틈틈이 수집품을 모았고, 그 수집품들을 은퇴 후 여생을 보내려고 고양시에 사둔 건물에 하나 둘 쌓아두었다. 93년 이 원장이 정념퇴임을 하고, 어느 새 엄청나게 쌓인 수집품들은 보며 여러 사람과 함께 감상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고, 그렇게 중남미 박물관을 건립하게 되었다.
“세계화로 국가는 점점 장벽이 무너지고 있습니다. 다국화 되어가는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언어를 넘어 상대방의 문화를 이해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미래는 지금 우리가 아는 이상의 나라에 눈을 돌려야 합니다. 그런 면에서 중남미문화원은 아시아 국가 중 유일하게 한국에만 있는 곳으로, 중남미 문화를 제대로 느낄 수 있도록 정성을 쏟았습니다.”
그렇게 중남미문화원은 94년 박물관을 시작으로, 97년에는 미술관을, 2001년에는 조각공원을 개관했다. 현재는 ‘까삐아’라는 카톨리식 기도실을 올 11월 완공을 목표로 준비 중이다.
▲미술관 1층 오른편에는 다양한 그림과 여인 조각상의 미니어처라 할 수 있는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다.
이복형 원장 부부는 매일 새벽부터 중남미문화원을 둘러보고 정리하는 하는 일로 하루를 시작한다. 직원이 10여 명 가까이 있지만, 곳곳에 이복형 부부의 손길이 닿아서 중남미문화원은 더욱 깨끗하게 관리가 잘 되어 있다.
박물관, 중남미 여행이 시작되는 곳
중남미문화원은 설립된 순서대로 박물관, 미술관, 조각공원을 관람하면 된다. 먼저 박물관 문을 열고 들어가면, 분수대를 중심으로 넓게 펼쳐진 중앙홀을 만날 수 있다. 고개만 살짝 들어 천장을 보면 황금빛 태양신이 내려다보는 곳. 스타인웨이 피아노가 놓여 있어 더욱 낭만적이다. 박물관은 중앙홀을 중심으로 석기·목기실, 토기전시실, 가면전시실, 민속공예실, 유럽 식민지시대 가구 전시실 등 5개의 전시실과 지하에 영상 세미나실로 구성되어 있다.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바로 오른쪽 전시실부터 관람을 시작하면 중남미 문화로의 여행이 시작된다. 각 전시실은 아치형 입구로 연결되어 있어 밟길 닿는 대로 따라가면 된다. 그중 많은 관람객의 시선을 사로잡는 곳은 단연 가면전시실이다. 가면은 사람 얼굴 모양에서부터 각종 동물의 형상과 천사, 악마 등 다양한 모습과 다채로운 색상이 흥미를 끈다. 가면을 보고 있노라면 얼굴을 가림으로써 자신의 정해진 영혼으로부터 잠시나마 벗어나 새로운 영혼과 만나게 된다는 그네들의 믿음이 느껴진다.
이국적인 풍경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박물관 내 화장실에서도 볼 수 있다. 미술관으로 이동하기 전 중남미풍의 화장실을 꼭 한번 들러 보길 바란다.
중남미 예술세계를 느끼다
중남미문화원 입구 오른편에 자리한 미술관은 중남미의 예술세계를 직접 만날 수 있는 곳이다. 박물관에서 나와 미술관으로 가는 길. 그 짧은 거리에도 곳곳에 조각상이 있어 볼거리를 제공해준다. 특히 멕시코의 유명한 조각가 빅토르 구티에레스의 청동조각‘멕시코의 여인품’은 중남미 여인들의 아름다운 자태를 잘 표현해 팸플릿 메인 사진으로도 사용될 정도. 미술관 문을 열고 들어가면 왼쪽에는 기념품점이, 오른쪽에는 전시실로 나누어져 있다. 다시 전시실은 1층과 지하 1층 두 층으로 나누어져 있다.
1층에는 다양한 그림과 여인 조각상의 미니어처라 할 수 있는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고, 지하로 내려가면 거울, 화장대, 서랍장 등 중남미 문화 특유의 인테리어 소품들이 즐비 되어 있다. 다시 1층으로 올라가 기념품점으로 가면 눈을 어디다 둬야 할지 모를 정도로 눈부신 보석과 액세서리를 포함해 각종 공예품, 도예품, 민속인형, 주석제품, 십자가 들을 볼 수 있다. 원한다면 구입할 수도 있으니, 마음에 드는 것이 있다면 개인적으로 소지 하거나 선물용으로도 괜찮을 듯 싶다.
▲미술관 1층 왼편에는 눈을 어디다 둬야 할지 모를 정도로 눈부신 보석과 악세서리를 포함해 각종 공예품, 도예품, 민속인형, 주석제품, 십자가 들을 볼 수 있다.
꽃 피는 봄이 오면 더욱 멋질 조각공원
미술관을 빠져나와 오른쪽으로 놓인 길을 따라가다 보면 조각공원이 나온다. 산책하기에 더없이 좋은 곳이다. 날씨가 포근해지면 청동색 벤치에 잠시 앉아서 쉬어가도 좋다.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2001년 50여개의 항아리를 국내로 들여온 칠레 조각가 부스타만테에 의해 만들어진 '항아리 벽'이다. 그 앞에 멕시코 호세 사까의 작품인 '네 개의 바람'은 사람 몸이 직접 바람개비가 되어 날아가는 형상을 하고 있다. 그 앞에 독특한 모양의 붉은색 페인트칠이 더해진 조각공원 문을 지나면 드디어 조각공원 전경이 펼쳐진다. 여기저기 세워져 있는 조각품들은 대체로 여인의 모습을 형상한 것들이 많다. 이 밖에 '생명의 나무' 라든가 조각공원 한 쪽에 마련된 제단을 통해서 기독교 문화를 엿볼 수도 있다.
아직 꽃샘추위가 채 가시지 않아 조각공원 산책은 다소 추울 수도 있겠다. 하지만 꽃이 만개하는 봄이 오면 더없이 아름다운 정경을 뽐낼 중남미 문화원. 도심을 떠나 색다른 곳에서 조용히 올 한해를 다시 그려보는 시간을 가져 보는 건 어떨까. 겨우내 실내에서만 데이트한 연인들이나 이국적인 풍경을 카메라에 담고자 출사를 떠날 계획인 사람들에게도 중남미문화원은 더없이 좋은 곳이다.
▲여기저기 세워져 있는 조각품들은 대체로 여인의 모습을 형상한 것들이 많다.
중남미 문화원 가는 방법
버스, 지하철 이용 시 지하철 3호선 구파발 전철역 2번 출구 7731, 7033, 33번 버스이용 고양동시장앞 하차 후 훼미리마트 앞 마을 버스 8번을 타고 중남미문화원 하차(도보 10분)
자동차 이용 시 1. 자유로에서 의정부, 일산 방면 이정표를 따라 10km 직진하면 통일로IC가 나온다. 문산 방향으로 2km 가서 필리핀참전비 앞 신호에서 우회전해 65번 국도 2km 좌측으로 들어간다. 2. 구파발에서 1번 국도(통일로)를 탄다. 벽계 장묘사업소를 지나 필리핀참전비 앞 신호에서 우회전해 65번 국도를 타고 2km에서 좌측으로 들어 간다.
입장시간(연중무휴) 11월~3월: 오전 10시~ 오후 5시4월~10월: 오전 10시~ 오후 6시
요금 성인 4,500 원군인, 학생 3,500 원 12세 이하 3,000 원40인 이상 단체 관람 20% 할인
문의 031-962-7171홈페이지 www.latina.or.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