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현화(普賢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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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밀밀/홍콩/1997.4.1 개봉/111분

보현화 2010. 2. 10. 18:15

첨밀밀 (1996) 甛蜜蜜 Comrades: Almost a Love Story

 

  

 

 

요약정보
로맨스/멜로 | 홍콩 | 111 분 | 개봉 1997-03-01 |
감독
진가신
출연
여명 (여소군 역), 장만옥 (이요 역), 증지위 (이요의 애인 역), 양공여 (여소군의 약혼녀 역), 크리스토퍼 도일 (영어선생 역)   

 

상해 토박이 여소군은 성공의 꿈을 안고 홍콩에 도착한다. 어리숙한 여소군(여명)은 같은 대륙 출신이지만 사리에 밝은 이요(장만옥)를 만난다. 이요는 꽃집과 맥도널드에서 악착 같이 모은 돈으로 노점상을 열지만 결국 실패하고 자신을 아끼던 폭력배 보스와 결혼한다. 여소군은 대륙의 여자 친구와 결혼하지만 이요를 사랑하는 자신을 발견하고 그녀와 헤어지고 미국으로 떠난다. 티격태격하면서 사랑으로 발전하지만 엇갈린 인연으로 함께 하지 못했던 이들은 가수 등려군의 사망 소식을 알리는 전자대리점 앞에서 운명처럼 다시 조우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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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학도를 꿈꿨던 사람의 눈으로 보는 영화 <첨밀밀> 영화 · 배우 / 비 밀 의 서 재

2009/10/04 0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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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밀밀 (甛蜜蜜)

감독 진가신
출연 여명, 장만옥
제작 1996 홍콩, 118분
평점

 

 

1. <첨밀밀>에서 역사를 보다

  영화 <첨밀밀>에는 눈여겨 볼 부분이 참 많다. 먼저 장만옥, 여명이라는 주인공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멋진 영화이며, 또한 너무나 아름다운 노래들(어렸을 땐 첨밀밀 주제가인지도 모르고 따라 불렀던)만으로도 행복해질 수 있다. 대놓고 '속물녀'인 척 하지만 그마저도 제대로 잘 못해내는 '이요'와 2009년 지금의 시대에서는 다신 만나볼 수 없을 것 같은 '소군'의 인연과 사랑역시 두고두고 짠하다.

 

  이 외에도 펀드매니저의 입장에서 바라 본 이요의 재테크 비결, 유학센터에서 바라 본 소군의 성공적인 이주 이야기, ‘등려군’이라는 가수를 통해 분석해보기 등, 이야기꺼리는 무궁무진 하리라 생각한다. 하지만 나는 그 중에서도 '역사'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역사란 모름지기 재미없어야 그 이름값 한다고 할 수 있을 텐데 특히 이런 로맨스 속에서 역사를 끄집어 보는 것이 괜한 '방해' 같기도 하다. 그러나 <첨밀밀> 속에 드러나는 역사를 제대로 짚어보고 나면 그들의 사랑과 선택 모두 더욱 깊어지고 더욱 애절해 질 것이란 확신 아래 이 글을 시작한다.

 

 

 

2. “March 1, 1986" - 홍콩과 중국의 관계

<1986년이란 배경은 생각보다 많은 것을 지니고 있다>

 

  영화가 1986년 홍콩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 만큼 먼저, 홍콩과 중국의 관계를 짚어볼 필요가 있겠다. 기본적으로 홍콩과 중국의 관계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사실 홍콩은 아편전쟁 결과 중국이 영국에 넘겨주었던 일종의 패전물이라 할 수 있다. 그 후 중국은 마오쩌둥 체제를 거쳐오면서 3000명이 기근으로 사망하는 혹독한 경제 위기를 겪게 된다. 하지만 이후 등소평의 개방정책이 등장하고 1985년에는 홍콩을 1997년에 반환하겠다는 약속을 영국으로 부터 받게 된다. 

 

  반면 홍콩의 입장에서 보자면 입장에서는 중국과 결별한 것이 참 다행(?)이라고 할 수 있는데, 중국과의 결별 이후 아시아의 샛별로써 톡톡히 경제적 특수를 누려왔기 때문이다. 특히 영화의 배경과도 밀접한 1950년에서 70년대까지는 홍콩 경제가 중국의 정치 혼란을 피해 넘어온 중국인 노동력과 2차 대전 후 세계적인 경기 회복 추세에 힘입어 급성장한 시기에 다름 아니다.   

 

  즉, 영화의 배경이 되는 1985년은 중국 본토인들도 자본에 대한 열기가 강했던 시기로, 많은 본토인들이 (자본을 추구하기 했지만 아직 자본주의의 속성을 잘 모른다 할 수 있는) 등소평의 개방정책과 함께 자본주의의 ‘환상’이라 여겨지는 홍콩으로 건너간 것으로 보인다. 또한 부가적으로 덧붙이면, 영화에서 홍콩의 모습은 무언가 정착 된 국가의 모습이라기보다 정신없고 부유하는 모습으로 그려지는 것은 1984년 홍콩이 본토로 반환되기로 결정됨에 따른 분위기의 영향이 아닌가 한다. 아무튼 이런 시기 속에서 또 한명의 본토인, 이요와 소군이 홍콩으로 향한다. 다른 본토인이 그랬던 것처럼 한없이 큰 꿈을 안은 채. 


 

 

3. "내가 홍콩에 온 목적도 네가 아니고 네가 홍콩에 온 목적도 내가 아니잖아" -본토인들의 홍콩 유입

<자전거를 ‘차’라 부르는 소박한 소군> 

 

  영화 후반부에 가서 밝혀지지만 결코 자신은 본토인이 아니라 우겼던 이요와 소군 모두 이 시기에 함께 중국 본토를 떠나 홍콩으로 유입한 '본토인'들이다. 이는 이요와 소군을 만나게 한 결정적 계기이자, 또 헤어지게 만든 계기라고도 할 수 있다. 이요와 소군의 헤어짐은 결국 이요의 소박한 꿈 -열심히 노동하여 정당한 대가를 받고 성공하리라는- 이 꺾이고 냉혹한 현실을 직시함에 따라 수반된 것이니까.
 

  그렇다면 여기서 본토에서 홍콩으로의 인구유입을 좀 더 자세히 살펴볼 필요가 있는 듯하다. 홍콩으로의 이주는 1930년대 일본의 중국침략에서부터 시작되었지만 그것이 본격화된 것은 중국혁명과 공산당 정권의 수립 이후부터이다. 내전이 계속되자 중국에서 많은 피난민이 유입되었는데 특히 상해의 섬유산업으로부터 자본과 기술이 유입되었다고 한다. 1947-55년 사이 자본 및 무형자산의 유입은 홍콩 국민소득의 약 40%에 달했으며, 1949-50년 동안에는 이 비율이 거의 65%에 이르렀다고 한다. 1947-55년 사이 홍콩 투자액의 약 2/3는 외부로부터 조달되었는데, 바로 이 시기에 홍콩의 산업화는 도약하기 시작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즉, 이 영화의 배경이 되는 1985년은 이미 이민세대가 홍콩에서 정착하여 나름 '성공기'등을 알리고 있었던 때가 아닌가 한다. 영화를 보면 이미 홍콩에서는 '본토인'에 대한 정립이 어느 정도 이뤄졌고, 본토인이 성공하기 위해 밟아야 할 루트 등도 정해져 있는 것처럼 보인다. (영어학원에 등록해야 하고, 발음은 어떻게 해야 하며-와 같은) 그렇지만 여전히 소군과 이교와 같은 많은 본토인들은 성공을 위해 홍콩으로 몰려들고 있었다. (영화 초반에 만석 기차 모습을 봐도 그런 듯하다) 

 

  그러나 본토인들이 홍콩에서 자리 잡고 사는 것이 그리 쉽지 만은 않았던 모양이다. 세상 많은 일들이 그러하듯 홍콩에서 '성공기'를 떨친 본토인들도 소수에 불과한 모습을 보인다. 결국 악착같이 아등바등 살던 이요가 자신의 사업에 대한 꿈을 접고 마사지 업소에 나가는 것도 이런 현실의 반영인 셈이다. “내가 홍콩에 온 목적도 네가 아니고 네가 홍콩에 온 목적도 내가 아니잖아”는 이요의 말은 홍콩에 대한 환상을 가지곤 온 본토인들의 좌절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셈이다.  

 

 

 

4. 역사도 비켜가는 그 '무엇'

<첨밀밀의 명장면이라 꼽히는 재회의 키스씬>

  

  그러나 사실 <첨밀밀>을 역사적으로 분석할 수 있는 부분은 딱 저기까지가 아닌가 한다. 영화는 일정 부분 역사와 비례하여 진행되는 것 처럼 보인다. 이요의 주식이 상승곡선을 그리자 그들의 사랑도 동반 상승하고, 이요의 주식이 하락하자 그들의 사랑도 막을 내리는 듯 보인다. 그러나 첨밀밀이 사람들의 기억에서 잊혀지지 않은 '명작'이 된 것은 그 시대의 배경을 잘 부각 시켰다거나 당시 본토인들의 삶을 잘 보여주었다거나 단지 그런 것이 아니다. 

 

  영화를 보는 내내 그들을 만나게 한 것은 기차 안이 아니라, 1985년이라는 시대 배경이 아니라, 본토인들이 홍콩에 와서 겪은 동병상련의 심정이 아니라, 그들 자신의 팔에 묶여 있는 끊어지지 않는 빨간 실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렇기에 본토인들의 희망이 꺾일지라도 그들의 사랑은 꺾이지 않는다. 역사의 그 무수한 수레바퀴를 돌고 돌아 그들은 만난다. 

 

  첨밀밀, 사실 그 속엔  어쩜 역사도 비켜가는 그 무엇이 존재하고 있는 건 아닐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