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현화(普賢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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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산화가 혜당 박홍렬님 첫번째 개인전을 찾아서-.

보현화 2013. 3. 26. 07:27

 

마산화가 혜당 박홍렬님 첫번째 개인전을 찾아서-.

 

일시 : 2013.3.18(월)

장소 : 마산 대우백화점 대우갤러리

 

                    *초행의 마산투어 / 마산 돝섬-박홍렬 개인전-마산아구찜& 창동 문화거리

 


 

 

초행길 마산. 경산역에서 마산역까지는 약 1시간 반 소요.

 

가상세계 인터넷 블로거의 인연은 녹화된 영화가 재생된 것처럼 현실이 되었다.

몇년전에 찍어 놓은 내 사진 두점이 그림으로 변신한 그 현장을 찾아 가는 마산행이 바로 그것-.

오전 시간에 마산역에 내리니 아침에 그친 비로 하늘이 깨끗한데, 마산역 광장도 드넓다.

 

 

 

 

 

그런데 저 것은?? 역광장에 설치된 현수막 문구가 발걸음을 멈추게 했다.

-3.15가 통곡한다. 이은상 미화석 철거하라!/마산역 이은상 시비 철거대책위원회-라는 문귀에 일순  머리가 멍해진다.

아래엔 이은상님의 '가고파' 詩碑가 있고 어지러이 페인트칠로 더럽혀져 있는게 아닌가.

 

 

...내 고향 남쪽바다 그 파란 물 눈에 보이네..  가고파  詩가 노래로까지 불려졌던 그 유명한 이은상 님의 고향이었구나~!

그래, 그 남쪽바다의 추억이 바로 마산이었구나..까마득히 잊어버린 학창시절까지 필름처럼 돌아 가면서 40년 가까이 된

학창때의 일도 떠올랐다. 

 

70년초 중1때 학교에서 웅변대회가 열렸었지... 제목은 '유신'에 대한 찬양이었던 거 같고 웅변 잘 하는 아이들이 상을 타기 위해서 열심히 목청 높여 연습하던..그때 학교에서 한 칼?(카리스마) 하시던 멋진 담임선생님이 내 이름을 대면서 "○○○도 이번 웅변대회에 한번 나가 보지?"라고 하셔서 온 급우들의 시선이 내게 내리 꽂힌? 적이-.

교실은 물 끼얹은 듯 일순 조용해졌다가 여기저기서 웃음소리와 함께 웅성거리던 급우들이 하나같이 이구동성으로 한 말이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 "에이 샘도~ ○○○는 안 돼요~ 생전 말도 안하는 애가~" 라고.

그 때 웃지도 않고 날 쳐다보시며 담임선생님 조용히 하시는 말씀, " 저런 녀석이 말 더 잘할지도 모르는거야.." 라셨고...

얼굴이 빨개진 내가 고개를 숙였던 기억이 난다. 나는 반 애들 말대로 웅변대회에 나갈 수도 없었고 선생님도 나가 보라고도 하지 않으셨지만 그 일은 오래오래 나에 대한 선생님의 믿음으로 생각되어져, 말하자면 시선이 '내리꽂힌'게 아니라 '내리쬐인' 게 아닐까? 하는 착각으로 살아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내게 힘이 되어 주신 한마디였다. 그 믿음만큼 내가 '잘 나가는?' 제자가 되어 선생님을 가뿐히 찾아 뵈면 좋으련만 그렇지 못하는 내 현실이 아쉽다. 12년 학창시절동안 급우들이 가끔 벙어리로 알고 있기도 했던 그 아이. 그 아이가 이젠 늙다리 중년아줌마가 되어 이젠 적당히 수다도 떨 줄 알게 되었음이 작은 위로며 세월의 힘이라고나 할까?

 

사족이 길어졌다. 여하튼 그 유신찬양이 학교들 졸업하고도 한참 뒤 성인이 되어 보니 그 독재와 유신이 오히려 된서리를 맞는 걸 보고 어릴적 배웠던 고정관념.사상.정체성 등에 큰 혼란과 혼돈을 겪게 되었는데, 오늘 이 마산역에서의 이 일도 그와 다름이 무어랴. 역사와 정치에 대해 아는 바가 거의 없는 내가 감히 왈가왈부 평가할 일은 아닌 것 같고, 첫 마산입성은 날씨가 청명함에도 불구하고 안개속으로 성큼 한걸음 내딘 거 같은 묘함 그 자체였다.

 

우리 어릴때 산타할아버지는 아이들의 동심이자, 희망이고 미래의 환타지이자 행복이었는데

커서 어른이(요즘 아이들은 어려서 이미 안다는) 되어서 산타할아버지는 가공인물이었다는 걸 알고

무척 상처받고 낙심했던 것처럼 그런 낙심, 슬픔이 내 발걸음에 채였다. 모르는 게 약이란 말을 이럴때 써야 하나...

모르겠다. 다만 인간이 정의한 진실, 호불호, 가치, 분별이란 얼마나 불확실한 것인지! 그것만은 분명한 사실이니

한 개인과 나라에 대한 평가는 시간은 물론 상황에 따라 천차만별일 수 있음이므로 감히 내가 언급할 몫은 아닌 거 같아

다음 목적지로 가는 발걸음에 집중하기로 했다.

 

처음 가 보는 마산이니 이왕 가는 김에 무슨 볼거리가 있나 해서 검색한게 돝섬이라서 마산역에서 마산연안여객터미널 가는

1000번 버스를 타고 돝섬(황금돼지섬)도 다녀 왔다. 작년에 창원조각비엔날레도 열린, 2시간 정도에  한바퀴 일주할 정도의

작고 아담한 섬이었다.

 

 

 

 

 

오늘 초면이 될 박홍렬 님은 근무관계로 오후 늦게 전시장에 오신다 하니 남은 시간을 대우백화점 구경 후

느긋하게 8층 전시장으로 올라 갔다.

 

 

                  

  

 

 

 


 

 

 

 

 

도민일보에 실린 저 「윤회」라는 제목의 그림이 바로 내 사진을 소재로 그린 거라는 걸 박화가님을 뵙고 나서 안 거였으니~

-제 자식도 몰라 보는 어미라니~ 쯧~  아니, 정확히 말하면 아이 만들어 놓은 줄도 모른 아빠가 아닐까?

그 아이를 낳아서 잘 키워? 놓은 엄마는 어쩌면 박화가님이 아닐런지?- 라는 엉뚱한 대입으로

혼자 실없이 웃고 있을 즈음 도착하신 박선생님은, 블로그에서 본 모습보다는 수척하셨지만(전시회 준비로 그러신듯)

곧고 맑은 기품이 대화에서 풍겨져 나오는 조용한 분이셨다.

꾸준히 그림을 그리며 공모전에 이어 개인전을 계획하신지 몇년 뒤인 올해 드디어 첫번째 개인전을 갖게 되면서,

내게는 '모자상봉(혹은 부녀상봉)?'이라는 선물까지 안겨 주신 고마운 분을 마산에서 뵙게 되었으니 그 아니 기쁘랴. 

 

사진1 

 

사진2 

 

위사진(↑) 2점은  내가 2010년 11월 23일 영남대학교 삼천지에서 찍은 연잎과 연밥을 주제로 한 사진으로서,

내 블로그에 올린 것을 혜당 선생님이 써도 좋으냐고 하셔서 기꺼이 퍼 가시라고 했던 보잘것 없는(원본크기도 아닌 해상도 낮은 인터넷사진에 불구한데도)  사진작품이었는데 아래(↓)처럼 멋진 유화작품으로 변신시켜 주셨다.

 

 

                                                                (*내 카메라가 전시장 액자속의 실물색을 제대로 살리지 못해서 아쉽다)

 

박선생님의 마음이 가장 많이 담겨졌다는 이 작품(사진2) 앞에 선 나는, 내 사진을 조금 각색 다르게 표현한 색감의 깊이와

'윤회'라는 제목까지 포함해 작은 전율을 느꼈다. 푸른 연잎과 연밥이 아닌 '시들은' 그것은 또 다른 창조+생명으로 이어지는

생명의 연결고리, 생의 반복, 거듭되는 생(生)을 말하고 있었다. 생명의 봄을 잉태하고 있는 침묵의 겨울처럼...

 

굳이 박선생님의 설명이 아니더라도.. 비록 초면이었을지라도..

그것과는 상관없이, 같은 佛子이면서 인생의 2막을 지나는 중년으로서의 삶에 대한 관조와 공감이

충분히 그림속에  녹아 있다는 것을 그림은 말하고 있었고

더불어 작가와 관객이 함께 이해하고 있었다는게 정확한 표현일 것 같다.

 

사진과 회화는, 구도와 색이 사각프레임 속에 담겨져 있다는 근본을 같이 하는 예술이라

그 친근함은 뗄레야 뗄수 없는 사이가 아닐까?

어릴때 좋아하는 그림을 하지 못한 내가 사진으로(비록 컴팩트 카메라이지만../일명 똑딱이) 대리만족하고 있는 것을 보면-.

사진과 그림의 동질성이라는 혜택을 받으며 사진에서 그림으로 다시 태어난,

살아 있는 내 사진 「윤회」를 만난 3월의 마산! 남쪽바다의 고향, 마산에 혜당 박홍렬 화가가 있었다.

 

 

 


 

 

 

* 작품명 : 「봉인된 기억」

 

위 작품 「봉인된 기억」 그림은, 서양화가 살바도르 달리의 그림 「기억의 집착」이 연상되어 역시나 감동적이었던 그림이다.

 

 

 

 

(↑)그림을 위한 설명, 그리고 작품명이 그림과 나란히 있는게 특이했다(사진엔 작품명이 없지만..).

대체로 그렇듯 전시회를 가 보면 그림 아랫부분에 작게 작품명이 있게 마련인데,

박 작가께선 '관객들에게 좀 친절해야 할 것 같아서'라는 배려심에서 작품명을 눈높이에 맞춰 놓으신 게 인상 깊었고

작품에 대한 이해를 돕는 설명을 겸하는 글(설명글을 좀 크게 확대했음)도 신선했다.

 

 


 

 

 

 

  

                         『영속』                                                          『 멸치털이』                                              『오래된 기억』

 

 


 

「윤회」 시리즈

 

   

  

 

 

수십점의 그림이 다양한 소재와 주제로 그려져 메시지가 많았는데

그 중에서도  「윤회」시리즈가 오랜 여운을 남겼다.

불자로서, 또한 인생2막의 중년으로서의 「윤회(輪廻)」에 대한 화두!

그 이름처럼 영원히 돌면서 이어지는 수레바퀴의 메시지가 되어주길 기대해 본다.

 

마산화가. 불자화가. 윤회작가라는 타이틀로 빛날

혜당 박홍렬 작가님의 후일과 미래를 기원한다고 말씀드렸음은 물론이다.

 

멀리 마산까지 와 주심을 감사히 생각한다며 박선생님은

마산 명물 아구찜으로 저녁을 대접해 주셨고

경산으로 돌아갈  열차시각전까지 마산 불종거리와 창동 문화의 거리까지 친히 안내해 주셨다.

저녁시간 잠시 본 창동문화의 거리가 서울 인사동거리와 같은 분위기여서

언제 다시 일부러 마산을 들러서라도 꼭 사진으로 남기고 싶은 거리였다.

 

새로운 추억이 될 마산투어, 문화예술과 여행이 있어 오래 기억될 그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