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현화(普賢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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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에서/한국/104분/개봉 2013.5.23

보현화 2013. 8. 20. 12:11

 

길위에서 (2012)  Bhikkuni - Buddhist Nuns On the Road

 

길위에서 포토 보기 

 

요약정보
다큐멘터리 | 한국 | 104 분 | 개봉 2013-05-23 |
제작/배급
(주) 비트윈 픽쳐스(제작), ㈜영화사 백두대간(배급)
감독
이창재
출연
민재 (본인 역), 선우 (본인 역), 상욱 (본인 역), 영운 (본인 역)  출연 더보기
 

줄거리

 

당신도 혹시 나처럼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었나요?


명문대 졸업, 미 유학파, 젠(Zen) 센터의 경험으로 출가한 ‘엄친 딸’ 상욱 행자!
어린 시절, 절에 버려져 ‘동진 출가’의 업을 지닌 선우 스님!
‘신세대형’ 비구니, 인터넷 검색으로 ‘절’에 왔다는 민재 행자!
37년간 수행의 길을 걸어왔지만, 아직도 그 끝을 알 수 없다는 영운 스님!

21세기를 살아가는 그들이 머리를 자를 수 밖에 없었던 사연은?

일 년에 단 두 번만 문이 열리는 곳, 비구니 수행도량 ‘백흥암’
그곳에서 비구니와 함께한 300일 간의 템플스테이가 공개된다!

*비구니(比丘尼) : 출가(出家)하여 불문(佛門)에 들어 구족계를 받은 여승
*구족계(具足戒) : 비구와 비구니가 지켜야 할 계율. 비구에게는 250계, 비구니에게는 348계가 있다.

가리워진 길, 비구니를 찾아서...


몇 년 전 위빠사나 수행처인 <호두마을>에서 몇 주간 남방불교선인 위파사나 수행을 했다. 예순은 넘은 직한 비구니 노승이 맨 앞줄에 앉아 스무 명 남짓한 일반수행자들과 함께 수행을 했다. 선승으로 평생을 전통불교수행인 화두선을 하신 노스님은, 말년에 새로운 수행법에 도전하시는 듯 했다. 헌데 법회나 참선에 들어가면 오분도 지나지 않아 어김없이 졸기 시작했다. 때론 코까지 골 만큼 민망한 상황이 벌어지고 노스님은 슬며시 자리를 물리시곤 했다.

집도 절도 없이란 말이 있다. 하루는 총무실에 핸드폰 배터리를 충전하러 갔다 스님을 만났다. 스님은 당신 핸드폰이 충전을 해도 두 세 시간도 못 간다며 봐달라고 하셨다. 보니 10년은 넘은 모델이다. 나는 스님께 공짜 폰 있다며 오랫동안 설득을 하여 핸드폰을 교환하기 위해 읍내로 내려가다 스님의 사연을 들었다. 노스님은 출가 후 평생을 집도 절도 없이 안거철마다 선방에서 선방으로 옮겨 다니시며 깨달음을 구하시다 이곳 호두마을까지 흘러와 잡무를 도와 숙식을 해결하며 남은 여생을 또 다른 수행에 바치고 있단다.

나는 노스님에게서 깊은 인간적 고뇌와 연민을 동시에 느꼈다. 이제 양로원에 갈 연세가 되었음에도 저토록 매달리게 하는 진리란 게 있을까? 그 진리는 진정 사람을 행복하게 하는 걸까? 전여신설(轉女身說) ‘비구니는 남자로 환생해서야 비로소 성불할 수 있다’는 벽을 마주 보고도 끊임없는 정진을 하게 하는 마음의 뿌리는 무엇일까?

불교의 변방에서 치열하게 정진하는 비구니 스님들의 삶이 궁금해졌다.

-이창재 감독 연출노트 中-




[ ABOUT MOVIE ]

신도 아닌, 인간도 아닌 ‘무당의 생소한 삶’을 그린
2006년 화제의 흥행 다큐멘터리 <사이에서> 이창재 감독!
7년 만의 신작 <길위에서>로 ‘숨겨진 비구니’ 세계를 벗기다!


일 년에 단 두 번만 문이 열리는 곳, 백흥암! 그 곳은 일반인의 출입도, 촬영도 엄격히 통제된 비구니 수행도량이다. <길위에서>는 다양한 사연을 가지고 출가하여 백흥암에서 수행중인 ‘비구니’들의 생활을 국내 최초로 이창재 감독이 카메라에 담아낸 장편 다큐멘터리 영화이다.

이창재 감독은 2006년 <사이에서>를 통해 ‘무당’이라는 낯선 소재로 대중의 호기심을 자극하며 그 해, 다큐멘터리 사상 최고 흥행작으로 화제를 모은 바 있다. 다큐멘터리 흥행의 시초가 된 영화 <사이에서>는 그리스 테살로니카 국제영화제 감독상을 수상하며 작품성을 인정받았고, 2004년 장편 다큐멘터리 데뷔작 는 뉴욕현대미술관 30대 다큐멘터리로 선정되며 상영된 데 이어, 덴버 국제영화제를 포함한 다수의 해외영화제에 초청되어 상영되었다.
해외에서 먼저 인정받으며 일관된 다큐멘터리 작업을 고수해 온 이창재 감독은, <사이에서>에 이어 7년 만에 신작 <길위에서>를 완성했다. <길위에서>는 제13회 전주국제영화제 ‘한국 경쟁’ 본선 진출, 제38회 서울 독립영화제 초청, 제6회 CINDI 영화제 ‘버터플라이’ 수상작으로 선정되며 영화제 관객들로부터 호평을 받았다.


금남(禁男)의 집, 그 곳에서
한 올 남김없이 머리를 민 여자 비구니를 만난다!

이창재 감독은 전작 <사이에서>를 통해 ‘무당’의 삶을, 이번 작품 <길위에서>를 통해서는 ‘비구니’의 세계를 들여다 봤다. 왜 그는 여성 종교인에게 집중하는 것일까? 감독에게 물었다. ‘비구’가 아닌 ‘비구니’여야만 했던 이유를..
“여성이며 종교인들을 두 번에 걸쳐 다루었다. 아마 다음 작품도 같은 범주에 들 듯하다. 나는 종교인이나 신자는 아님에도 정신적, 영적 여행에 대해 관심이 있다. 그것도 단순히 아이템의 하나로 혹은 이슈로만 생각하지 않고 온몸으로 뛰어들어 느끼길 원한다. 종교인들은 자신을 특정한 삶의 굴레에 온몸으로 뛰어드는 강렬한 열정이 있다. 그런 강렬함이 내게 인상적이다. 이를 올곧이 드러내주는 차원에서 남성보다는 여성이 내게는 보다 흥미롭다. 여성은 남성에 비해 내적 변화와 갈등을 효과적으로 표현할 줄 알기 때문이다.” (이창재 감독)

영화 <길위에서>에는 여성성을 버리고, 민 머리에 맨 얼굴인 비구니들의 모습이 백흥암의 아름다운 영상과 겹쳐지며, 가슴 한 켠을 아련하게 한다. 출가 전에 지닌 여성성이 그들에게선 완전히 사라졌을까? 영화 속에 표현되는 ‘민재 행자’의 삭발식 장면에서 공감되는 서러움은 비구니의 내적 갈등을 표현해 낸다. ‘비구’가 아닌 ‘비구니’이기에 더 많은 것을 내려 놓은 사람들.
그래서 영화를 보다 보면 ‘비구니’에게서 느껴지는 처연한 아름다움과 감동을 가슴으로 느끼게 한다.


봄, 여름, 가을, 겨울.. 백흥암에 스며든 사계(四季)
가공되지 않은 자연 속 비구니를 고즈넉한 영상미로 담아내다!

베일에 가려진 공간, 그 곳은 금기(禁忌)의 공간이다. 일 년에 단 두 번만 문이 열리는 곳, 비구니 수행도량 ‘백흥암’. 영화 <길위에서>는 국내 최초로 ‘백흥암’에서 수행 중인 비구니의 모습을 영상 속에 담아내는데 성공했다.
제작비 투자 유치 과정 보다 더욱 지난한 과정을 거친 사찰 섭외, 그러나 촬영과정은 지금껏 경험한 모든 작업에서 받은 고난을 합친 것보다 더 어려웠다고 이창재 감독은 말한다. ‘부모 형제와 인연을 끊고 왔는데 왜 감독님과 촬영을 해야 하나요?’라는 비구니 스님들의 촬영 거부 사태, 촬영이 진행되는 300여 일 동안 그는 총 4회에 걸쳐 백흥암에서 ‘추방’되었으며, 마지막 ‘추방’이 결국 크랭크업이 되었다.

새벽 3시 예불 참여로 시작되어 밤 9시 취침으로 마무리되는 비구니 스님들의 수행 모습을 촬영하기 위해선 제작진도 함께 수행해야 했으며, 그러한 과정 속에서도 하루에 10분의 촬영도 허락되지 않았다. '이 작품은 내가 비구니 스님을 보여줄 수 있는 전부'라고 말하는 이창재 감독은, 직접 일 년간 사찰에 머물며 백흥암의 아름다운 사계 속에 감춰졌던 비구니의 세계를 고스란히 담아냈다. 오직 비구니만 허락하는 금남의 공간 백흥암, 그 곳에서 300일 동안의 기록으로 담아낸 수려하고 고즈넉한 영상미는 ‘한국적’이며 가장 ‘세계적’인 영상을 써 내려가 관객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해탈과 참선이 아닌
템플스테이 하듯, 현대인들의 휴식 갈증에 평온을 꿈꾸게 한다!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혜민 스님), 지난 해를 사로잡은 키워드 ‘힐링(Healing)’, 스마트한 세상 속에서 스마트하게 살아남기 위한 현대인들은 스트레스 홍수 속에 점점 피로해져 가고 있다. 일명 ‘피로 사회’를 살아가고 있는 21세기 현대인들에게 영화 <길위에서>는 ‘당신도 혹시 나처럼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었나요?’라는 질문을 던지며, 영화를 감상하는 시간 동안 휴식하며 사색할 시간을 제공한다.

<길위에서>는 수행의 길을 걸어가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라고 말하는 이창재 감독은, 그간 선인들의 ‘수행’에 초점이 맞춰져 있던 불교 다큐멘터리와는 달리, ‘수행’보다는 ‘사람’에 집중한다. 다소 신화화되고 객체화 되어 ‘남의 일’ 처럼 느껴졌던 수행의 삶이라는 과정을 보여주면서도 ‘그들’ 삶 속의 번민과 갈등을 통해 우리와 다르지 않다는 것을 드러낸다.
추앙 받아야 할 종교적인 인물이 아닌 불가에 처음 발을 디딘 ‘행자’의 시선으로 관객들과 함께 절에 오르는 경험을 체험하게 하는 영화. 해탈과 참선을 결심한 선인들만이 아닌, 현실 속 휴식을 갈구하는 현대인들에게 나를 찾아나선 한 인간의 성장기로 작품을 바라보게 하는 매력을 지닌 영화 <길위에서>.
현대인들이 갈망하는 템플스테이 경험을 통한 휴식처럼 영화를 보고 나면 고통스런 종교의 깨달음이 아닌 힐링의 시간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나는 무엇을 보았을까? 여전히 답을 찾지 못했다.’
제3자가 아닌, 감독이 직접 들려주는 관찰자 내레이션!

“다큐멘터리는 일차적으로 출연자 자신의 이면을 보여주는 거울이다. 이차적으로는 관객들에게 향하는 거울이 된다. 그리고 가장 멋진 경우, 감독 자신을 향하는 거울이 된다.” (이창재 감독) 처음에는 인물에 대한 관심과 흥미에서 출발하지만 일 이년 간의 긴 여행을 마칠 무렵에는 그들 속에서 내가 보일 때가 있다며 다큐멘터리 작업에 집중하는 이유를 밝힌 이창재 감독.
그는 전작 <사이에서>에 이어 이번 작품 <길위에서> 역시 직접 내레이션에 참여했다. 참여 이유를 제작비 절감 차원이라고 밝히지만, 그의 내레이션은 평범하고 나약한 우리들의 이야기, 당신의 이야기, 그리고 나의 이야기로서의 공감도를 높이는 역할을 충실히 한다.
“어쩌면 무모한 시도였을지도 모른다”라는 자조 섞인 내레이션으로 시작되는 영화 <길위에서>. 300여일 동안 이창재 감독이 비구니들과 함께 수행하고 생활하며 경험한 백흥암 스님들에 관한 탐구는 내레이션을 통해 더욱 구체화된다. 영화가 끝날 무렵, “큰 스님이 그 동안 무엇을 보았냐고 물었다. "나는 무엇을 보았을까? 여전히 그 답을 찾지 못했다”라는 감독의 솔직한 생각을 담아낸 내레이션은 관객들로 하여금 공감하게 하며 ‘나 자신’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계기를 마련해 준다.

 


추천 9
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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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1


참고 글...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306272150415&code=960206

 

                다큐 영화 ‘길 위에서’ 이창재 감독·조계종 문화부장 진명 스님 대담

                  김석종 선임기자 sjkim@kyunghyang.com  
 
ㆍ이창재 감독 “비구니 스님들 찍으려고 하면 도망가 애먹었죠”
ㆍ진명스님 “맨얼굴 꺼리는 수행자들 ‘마음의 문’ 열어줘 대단”

비구니 스님들의 출가, 수행 과정과 숨겨진 일상을 담아낸 다큐멘터리 영화 <길 위에서>의 반응이 뜨겁다. 지난 5월23일 개봉한 영화는 지금까지 2만여명이 관람했다. 예매순위 8위, 다양성영화(소규모 제작비로 만든 작품성이 뛰어난 영화) 박스오피스에선 1위를 달리고 있다. 불교계는 물론이고 일반 관객들에게도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이창재 감독은 비구니들의 수행 도량인 백흥암에서 300여일 머물면서 비구니들이 출가를 결심해 삭발하고 비구니가 되는 수행과정을 카메라에 오롯이 담아냈다. 백흥암은 경북 영천시 팔공산 자락 깊은 산중의 작은 암자로 일반인의 출입이 엄격히 금지돼 있다. 백흥암 내부가 공개된 건 14년 만이고, 내밀한 비구니들의 수행 과정이 낱낱이
소개된 건 최초라고 한다.조계종은 총무원장 자승 스님 등이 이 영화를 관람한 뒤 영화 홍보를 적극적으로 돕고 있다. 특히 조계종 문화부장 진명 스님(56)이 앞장서고 있다.

1984년 임권택 감독의 영화 <비구니>가 불교계의 반대로
촬영 중단된 사례와는 천양지차다. 진명 스님은 한국불교 비구니계를 대표하는 스님 중 한 명이다. 출가 35년째인 스님은 불교방송에서 오랫동안 <차 한잔의 선율>이라는 음악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지난 25일 두 사람이 서울 조계사 인근 인사동의 한 음식점에서 영화 <길 위에서>의 뒷얘기와 비구니의 삶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 문화부장 진명 스님(왼쪽)과 비구니들의 수행과정을 다룬 다큐멘터리 <길위에서>를 만든 이창재 감독이 지난 25일 서울 조계사에서 영화와 수행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조계종 제공

 

스님:수행이란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물음으로 시작하는 삶이다. 이 영화는 살기도 편해지고 관심분야도 많아진 세상에서 왜 출가를 택했는지, 그리고 수행자들이 어떻게 수행하는지를 꾸밈없이 보여주는 점이 훌륭하다. 특히 행자들은 얼굴을 내보이는 데 대한 거부감이 많은데, 백흥암과 비구니 스님들이 마음의 문을 열었다는 것이 대단하게 여겨진다.

감독:영화를 본 스님들은 모두 ‘어떻게 찍었느냐’는 걸 궁금하게 여긴다. 정말 쉽지 않은 작업이었다. 가까스로 큰스님에게서 촬영 허락을 받았지만 이번에는 ‘주연배우’인 행자스님들이 카메라만 대면 얼굴을 돌리고 도망쳐 애를 먹었다. 처음 3개월 동안은 절 풍경만 찍었다. 그냥 포기하고 싶은 적이 한 두번이 아니었다. 촬영 도중 몇몇 스님들의 강력한 항의 때문에 쫓겨나기도 했다. 그래도 진심으로 대하니 마음이 통하기 시작했다.

영화 주인공은 네 명의 비구니다. 해외 유학 후 교수 임용을 앞둔 시점에서 편지 한 장 달랑 남겨두고 출가한 상욱 스님, 어린 시절 절에 버려져 동진출가(어린 나이에 출가)한 선우 스님, 인터넷으로 각종 종교를 검색하다 출가를 결심한 신세대 민재 스님, 그리고 37년간 수행의 길을 걸어왔지만 아직도 그 끝을 알 수 없다는 영운 스님이다.

스님:영화를 보는 내내 내가 살아온 날들이 겹쳐 보였다. 신세대들은 어떤 마음으로 출가하고 수행하는지도 새롭게 봤다. 요즘 세대들은 출가하는 방법도 새롭다. 우리 세대는 삼거리에서 신발을 던져서 신발 코가 가리키는 방향에 있는 절을 찾아가기도 했다. 그렇지만 세상과 부모 형제와 헤어져야 하는 고통은 똑같은 것 같다. 영화에서 특히 백흥암에 찾아와 상욱 스님을 돌려달라며 울며불며 통곡하는 어머니와 그 옆에 묵묵히 서 있는 아버지의 모습이 짠했다.

진명 스님이 자신의 출가 사연도 들려줬다. 경남 하동이 고향인 진명 스님은 21세 때 운문사에서 출가했다. 1남7녀에 맏이로 일찍부터 출가를 결심하고 아버지를 졸랐지만 당연히 반대했다. 나중에는 “절에 가봐야 몇달도 못버티고 돌아올 거다”라며 아버지가 틈을 보였다. 그 길로 입산했다. 나중에 아버지가 절에 찾아와 누더기옷을 입고 있는 딸을 보고 돌아가 사흘 내내 식음을 전폐하고 울었다고 한다. 스님은 “수행자의 길이란 누구도 도와줄 수 없는 외로운 길”이라며 “결국 혼자 힘으로 묵묵히 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스님:연비를 하면서 수계를 할 때 나라에 대해서 3배, 부모님을 향해서 3배, 부처님을 향해서 3배를 한다. 세상에서의 역할, 자식으로서의 역할에 대한 이별의 절이고, 지금부터 부처님 제자로만 살겠다는 서약의 절이다. 일반 불교신자들은 행복하게 살아가기 위해 종교를 선택하지만 수행자들은 인생을 몽땅 다 던지는 거다.

감독:이 영화 역시 그걸 말하려고 했다. 인간의 한계에 도전하는 수행과정과 수행자의 내면을 담고 싶었다. 고통의 짐을 지고 끊임없이 정상을 향해 오르는 시시포스처럼 인간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끊임없이 수행에 정진하는 스님들의 도전과 갈등, 매순간을 마지막처럼 살아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 감독은 영화 촬영 내내 마음 고생이 심했다고 한다. 관객들의 관심을 끌 만한 사연의 주인공인데 많은 분량을 촬영하고도 본인이 거부하는 바람에 영화에 못 넣은 경우도 있다. 잠시 절에서 내려왔다가 촬영을 위해 다시 들어갈 땐 술기운을 빌려 산에 들어갈 정도로 스트레스와 어려움이 많았다고 한다. 전체 주제와 맞지 않아 스스로 삭제한 아까운 내용도 많다. 두 아이의 어머니이자 대기업 간부였던 한 스님은 출가를 간절히 원한 나머지 남편에게 10년 동안이나 부탁해 결국 50세가 돼서야 본인 뜻을 이뤘다. 아내의 끈질긴 요청을 못 이긴 남편이 아이들과 함께 가족회의를 열어 보내줬다고 한다. 하루 한 끼만 제공받고 좁은 독방에 갇힌 채 3년 동안 수행하는 무문관(無門關)에 다녀온 뒤 정신적 문제가 생겨 자해를 하는 스님 이야기도 영화에서 빠졌다.

스님:인생에서 우연히 이루어지는 일은 별로 없다. 다 짜여진 각본대로 흘러가는 거다. 그게 인연이다. 나는 가정을 갖고 출가를 고민하는 이들은 말리는 편이다. 이번 생에 아이를 잘 키워서 세상에 쓸모있는 사람을 만들어야 다음 생에 좋은 출가자가 된다고 얘기한다. 인생이란 게 인연풀이를 하고 사는 거다. 상대방이 원수 같아서 다음 생에는 절대로 만나고 싶지 않다는 사람들이 많다. 정말 다음 생에 만나고 싶지 않다면 최선을 다해서 잘해줘야 한다. 최선을 다하고 업에 대한 나머지가 없어야 한다. 다 놓지 못하고 떠나면 다음 생에 또 어떤 식으로든 인연을 맺게 돼 있다.

이 감독은 마음껏 찍지 못해 아쉬움은 있지만 촬영 과정을 통해서 얻은 것이 참 많다고 했다. 승려가 되기 위한 수계교육원을 최초로 촬영하는 성과도 올렸다. 무엇보다도 행복도 고통도 없는 경계 너머에서 치열한 삶을 살고 있는 비구니 수행자들의 맨얼굴을 만난 일이 가장 큰 보람이다.

감독:평생 열심히 수행했지만 밥값을 못했다며 눈물을 뚝뚝 흘리는 영운 스님이 나온다. “밥 한 그릇이 피 한 방울이다. 밥값해야 한다”는

 스님의 말이 계속 귓전을 맴돈다.

스님:밥값은 그렇게 무서운 거다. 절집에서는 쌀 한톨에 일곱 근이 나가는 감사함의 무게가 있다고 한다. 지금 못하면 다음 생에라도 꼭 밥값을 갚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