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
제가 고 1 때 학기말 시험 기간이었는데,
법당을 나와 도서관으로 바쁘게 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큰스님이 저를 부르세요.
그래서 제가 대답했죠.
"스님, 저 오늘 바쁩니다."
"바쁘다고? 너, 어디에서 왔는데?"
"도서관에서 왔습니다."
"도서관에서 오기 전에는?"
"학교에서요."
"그 전에는?"
"집에서요."
이렇게 계속 이야기하다가
결국 어머니 뱃속까지 나왔는데, 또 물으세요.
"그 전에는?"
"그걸 제가 어떻게 알아요?"
그랬더니 다시 물으세요.
"그러면 너 이제 어디 갈 거니?"
"도서관에 가요."
"그 다음에는?"
"집에요."
"그 다음에는?"
이렇게 계속 주고받다가 죽음까지 갔어요.
그런데 또 물으세요.
"죽고 난 뒤에는?"
"모르겠습니다."
"야 이놈아,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는 놈이
바쁘기는 왜 바빠!"
이 얘기를 듣고 제 머리가 멍해졌어요.
말도 안 되는 질문을 하신다고 생각했는데
마지막 말씀은 너무나 정확한 말씀인 거예요.
우리는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갈까요?
이것이 제가 출가한 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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