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현화(普賢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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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을 성숙하게 만드는 '고독력'/이시형

보현화 2015. 5. 21. 23:37

[화나는 세상, 둔하게 삽시다]4화. 인간을 성숙하게 만드는 '고독력'

 


 

4화. 인간을 성숙하게 만드는 '고독력'

이시형|2015.05.21

 

'고독을 즐겨라'
이런 말 종종 들어보셨을 겁니다. 그런데 이런 말이 어떤 이들에겐 아픈 상처가 될 수도 있다는 걸 아시는지요?

서울 용산구 보광동 다세대주택 단칸방에 살고 있던 독거노인 장모(79) 씨는 수년 전 부인과 사별한 뒤 늘 홀로 지냈다. 다섯 명의 자식과도 왕래가 없었다. 하루 한 끼 컵라면으로 때우던 그는 설날을 며칠 앞두고 침대에서 홀로 숨진 채 발견됐다. 장 씨가 숨진 후에도 가족 등 연고자는 아무도 찾아오지 않았다. 장 씨의 통장 잔고는 27원이었다.

*출처: 헤럴드경제

 

너무 고독하고 우울해서 자살을 선택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특히 깊어진 고독 탓에 극심한 우울증을 앓는 독거노인들. 이런 사람들에겐 고독을 즐기라고 하는 말만큼 심한 막말이 없겠지요.

인간은 혼자 살 수 없게 되어 있습니다. 까마득한 태곳적부터 인간은 무리를 이뤄 살아왔어요. 군집본능은 식욕, 성욕 다음으로 강력한 3대 본능 중의 하나이기도 합니다. 이게 온전히 충족되지 않으면 자살에 이를 수도 있는 겁니다.

 

 

관련 통계를 보면 우리나라 노인 문제가 심각하다는 걸 알 수 있어요. 보건복지부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독거노인 수는 올해 기준으로 총 137만 9,000여 명이라 합니다. 이는 5년 전에 비해 18.5%나 증가한 수치예요. 노인 사망자 10명 중 3명이 아무도 모르게 홀로 외로이 죽어가는 고독사라 합니다.

그리고 더 큰 문제가 뭐냐면, 노인의 33.1%가 우울증을 앓고 있다는 거예요. 또 노인 빈곤율은 48.6%로 OECD 회원국 중 1위, 노인 자살률은 인구 10만 명당 81.9명으로 역시 OECD 회원국 중 1위를 기록하고 있고요.

앞으로 고령사회에 진입하면서 이러한 노인 문제는 더욱 불거질 것입니다. 주위의 따뜻한 관심과 더불어 실질적인 대책이 절실히 필요한 때입니다.
'가상 친구'가 위로를 건네오다
우리나라는 예로부터 공동체 의식이 강해서 집단의식이 유별난 편이지요. 학연이나 지연 등 끼리끼리 잘 뭉칩니다. 식당이나 극장 같은 곳에 혼자 가려 하지 않는 사람들도 많고, 대체로 집단으로 몰려다니길 좋아합니다. 그래야 든든하고 안심이 되며, 또 심심하지 않기 때문일까요?

우리의 집단의식은 개인주의적 성향을 가진 서구사회와는 사뭇 대조적이지요. 그들은 혼자서도 잘 지냅니다.

 

 

혹 '가짜톡'이라는
애플리케이션(앱)에 대해
들어보셨는지요?
얼마 전 저는 이에 대한 기사를 접하곤 꽤 놀랐습니다. 이 앱을 깔면 가상의 친구와 '톡'을 하며 대화를 나눌 수 있다는 겁니다. 가령 내가 '외로워'라고 메시지를 띄우면 가상 친구가 '내가 있잖아. 힘내!'라고 대답하며 위로해주는 식인 거죠.

이 앱의 주 사용자인 청소년들은 정말 실제 친구와 대화하는 기분을 느낀다고 합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요.

이 앱의 사용자는 사실은 인공지능과 대화를 나누는 것입니다. 게다가 사용자는 대화 상대의 성격이나 자신과의 관계를 지정할 수 있고, 또 말을 가르칠 수도 있습니다. 사용자는 가상 친구와 대화 시 자신이 꼭 듣고 싶은 말을 들으며 더욱 친근감과 만족감을 느끼게 되는 것이지요.

실제 친구와의 관계가 원만하지 않거나 친구들로부터 원하는 말과 위로를 받지 못하는 사람들이 이 '가짜톡'을 하기도 하고, 그저 외롭고 심심해서 하는 경우도 많은 것 같습니다. 이 '가짜톡'에 대해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우리 사회는 고독력이 요구되는 사회

 

요즘 스마트폰에 빠져 있는 사람들이 많지요. 어떤 이들은 잠시라도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못하면 불안 증세까지 보인다는군요. 모바일 기술의 발달로 소통 방식은 다양해졌지만, 가족을 비롯한 사람 간 대화가 결여되고 일인가구 증가 등의 사회 변화 속에서

'고독감(loneliness)'을 느끼는 사람들은 오히려 늘어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고독감이란 혼자 있기가 싫고 두렵기까지 한 감정을 이릅니다. 이것이 심해지면 자신감을 잃게 만들고 우울증 같은 병을 부를 수 있어요. 이에 반해 혼자일 수 있는 힘을 저는 '고독력(solitude)'이라 부릅니다.

고독력이 강한 사람은 여럿이도 잘 어울리지만 필요하면 일정기간 혼자이길 능동적으로 선택합니다. 큰일을 하려면 혼자여야 해요. 예술적 창조는 물론이고 어떤 기획이나, 구상, 독서, 집필 활동 등 고도의 정신활동은 혼자일 때 비로소 가능한 일이지요.

물론 정신활동 시에만 고독력이 필요한 건 아닙니다. 운동선수도 마찬가집니다.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경기력 이면엔 그동안 자신과 싸우며 맹훈련한 과정이 숨겨져 있습니다. 무용가나 악기 연주자의 경우 하루만 연습을 게을리해도 당장 표가 난다고 합니다. 또한 세계적인 명사들의 일화를 듣노라면 이들이 예외 없이 고독력이 강한 사람들이라는 걸 알 수 있어요.

우리 사회는 점점
고독력이 요구되는
사회로 가고 있습니다
고독력을 길러야 해요. 고독감에 '둔해져야' 고독력이 발휘될 수 있습니다. 무엇이든지 누군가와 함께만 하는 것에 익숙해진 사람들은 훗날 자신만 혼자 남겨졌을 때 크나큰 고독에 사로잡히게 됩니다. 여럿이 어울리는 걸 마음껏 즐기되 틈틈이 혼자만의 시간도 가지세요. 이때 본인이 좋아하는 일을 하면 좋겠지요. 그러다보면 차곡차곡 고독력이 쌓이게 될 겁니다.

무슨 일을 하건 새로운 일을 구상하거나 기획하는 등의 창조적인 일을 하려면 혼자여야 합니다. 휴대폰도 끄고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아야 새로운 걸 만들어 낼 수 있는 발상, 창조력이 샘솟게 됩니다. 창조라고 대단히 거창한 일은 아닙니다. 일상생활에서 부딪치는 작은 일을 개선하려는 의지만 있으면 됩니다.
그 다음 방법은 사람들과 아주 바쁘게 지내보세요. 지치게 됩니다. 그러면 절로 얼마간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하게 됩니다. 지난 일을 돌이켜 보기도 하고 앞으로 달리 해볼 생각 등 혼자의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 느낄 수 있습니다.

끝으로 잠들기 직전의 황금시간대가 바로 고독력을 키우는 가장 쉽고 빠른 길입니다. 잠들기 직전은 혼자의 시간입니다. 그 시간에 내일 할 일을 기획 구상하는 등 생각을 하고 나면 이튿날 일이 훨씬 쉽게 진행됩니다. 밤사이 해마와 기억저장창고에서 좋은 아이디어가 조합을 이루어 새로운 편집을 해주기 때문입니다. 자는 동안에도 뇌는 이런 창조적 일을 해준다는 게 신기하고 고마운 일이죠.

저는 믿고 있어요. 고독력이 인간을 성숙케 하고, 무슨 일이든 자기 분야의 최고로 이끄는 길이란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