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현화(普賢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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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반쪽'/마경덕

보현화 2015. 10. 11. 20:22

                                    반쪽

                                                                                                         마경덕

잘 여문 호두알 어디에도 틈이 없다

두 쪽이었던 몸,

한 몸으로 봉합한 흔적이 있다

어느 한 쪽이 크거나 작으면 짝이 될 수 없었을 것

입추가 지나야 나무의 뼈가 여물고

그때 호두가 되는 것

맞물린 중심, 딱 절반씩이다

 

유일하게 뇌腦를 가진 나무

한 알 한 알 뜻을 담아 가지에 걸고

생각에 지친 사람들은 호두를 까먹고 머리를 채운다

한 줌 생각을 얻으려고 망치를 휘둘러

나무의 뇌를 속속들이 꺼내먹는다

 

날로 먹어도 고소한 호두알

어떻게 비린 생각을 익혔을까

뼈에 바람이 드는 나이에도 설익어 부르르 끓어 넘치는데,

두 개의 머리뼈를 맞붙여 마음 한 점 흘리지 않는 호두나무

완벽한 합일(合一)이다

 

삼십 년 전 한 몸이 된 나의 반쪽

우리는 자주 틈을 보였다

사소한 충격에 하마터면 두 쪽이 날 뻔하였다

생각이 깊은 호두나무와 머리를 맞대고

올이 풀린 봉합선을 더듬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