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현화(普賢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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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 여성, 암으로 죽음 앞두고 버킷 리스트 여행

보현화 2016. 4. 10. 23:48

뉴질랜드 여성, 암으로 죽음 앞두고 버킷 리스트 여행


  "내 미래를 암이 결정하도록 놔두지 않겠다"..남편과 마지막 여행

연합뉴스 | 입력 2016.04.09 15:38

 

"내 미래를 암이 결정하도록 놔두지 않겠다"…남편과 마지막 여행

(오클랜드=연합뉴스) 고한성 통신원 = 암으로 죽음을 앞둔 뉴질랜드 40대 여성이 치료를 중단하고 죽기 전에 하기로 했던 버킷 리스트를 모두 실행에 옮기고 나서 세상을 떠났다. 9일 뉴질랜드 뉴스 사이트 스터프에 따르면 신경내분비종양(NETs)에 걸린 린 배첩(47)은 남편 마이크 셰리(53)와 의논 끝에 자신이 암으로 세상을 떠나게 됐을 때 후회가 없도록 하자는 데 의견을 모으고 함께 마지막 여행길에 올랐다.

죽기 전에 꼭 가보고 싶었던 곳을 찾아다니는 버킷 리스트 여행이었다.

아부다비, 영국, 미국, 타히티 등의 명소는 물론 세계 여러 지역에 흩어져 사는 친척들도 방문 대상이었다.

크라이스트처치에 사는 배첩이 희귀 암인 신경내분비종양 진단을 받은 건 5년여 전이었다.

그는 이때부터 시작한 자신의 암 투병 과정을 온라인 등에 소개하며 암 투병을 싸움이 아니라 여행으로 받아들이는 독특한 시각으로 많은 사람에게 감동을 안겨주기도 했다.

그러나 간의 70% 이상을 제거하는 수술 등 세 차례 대수술을 받으면서 그는 죽음의 문턱으로 한 발짝씩 더 가까이 다가설 수밖에 없었다.

뉴질랜드에서 더는 치료를 받을 수 없게 되자 6만여 달러를 모금해 호주로 건너가 치료를 받기도 했다.

그러나 암세포는 어느새 뼈에까지 전이됐다. 그때는 이미 병원치료도 큰 효과를 내지 못했다.

그래서 그는 지난해 8월 집중적인 방사선 요법을 받을 것이냐, 아니면 얼마 남지 않은 여생을 치료에서 해방돼 보낼 것이냐를 놓고 고민했다.

남편 셰리는 "당신이 결정하라고 했다. 그랬더니 그는 자신의 미래를 암이 결정하도록 놔두고 싶지 않다는 뜻을 밝혔다"고 소개했다.

그는 아내가 4년여 동안 치료를 받으면서 무척 힘들어했다며 "그래서 우리는 그의 생명보험금을 타서 버킷 리스트를 실행에 옮기는 여행에 나서기로 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두 사람은 곧바로 비행기 표를 끊고 아부다비와 런던, 미들랜즈 등을 찾아 친척들도 만나고 관광지도 둘러보았다.

두 사람은 이어 벨파스트를 거쳐 뉴욕과 배첩의 어머니가 태어난 타히티도 찾았다.

셰리는 "나는 뉴욕과 런던에서 아내에게 지하철을 태워주고 싶었다. 런던 지하철 계단을 걸어 나와 국회의사당과 빅 벤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들이 버킷 리스트를 실행에 옮기고 지난 10월 크라이스트처치로 돌아왔을 때 배첩은 심장 판막에도 합병증이 찾아왔다.

크리스마스를 넘기고 나자 두개골 뒤편에 있는 종양이 신경을 압박해 혀의 기능이 약화하는 등 건강은 더 나빠졌다. 말하는 것도 먹는 것도 모두 힘들어졌다.

결국, 먹는 것 자체가 불가능해진 배첩은 지난 1일 남편과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조용히 눈을 감았다.

셰리는 "인간이 그 정도의 절망에 어떤 식으로 대처할 수 있는지 곁에서 지켜볼 수 있었던 건 큰 영광이자 특권으로 생각한다"며 "그는 내가 만났던 사람 중에서 가장 용감한 사람이었다"고 회고했다.

ko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