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잘못 쓰고 있는 말과 표현
많은 사람이 알고 있듯이 우리나라에서는 언어예절을 매우 중요하게 여긴다. 그럼에도 일상적(日常的)으로 쓰는 말 중에는 우리가 잘못 사용하는 말과 표현이 적지 않다.
예를 들면 통화가 끝난 후 상대방(특히 윗사람)에게 “그럼, 들어가세요.”, 또는 “그럼, 전화 끊으세요.”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는데, 이 인사법은 절대 바람직하지가 않다. “그럼, 안녕히 계십시오.”나 “예, 잘 알겠습니다.” 정도가 무난하리라 본다.
수많은 이들이 말이나 문자메시지로 인사를 할 때 흔히 “좋은 하루 되세요.”라고 하는데, 이는 어법상 틀린 표현이다. 이때는 “좋은 하루 보내십시오.”라고 해야 한다.
“아까 사장님(의) 전화가 오셨습니다.”, “손님, 여기 계산서 나오셨습니다.”, “회장님의 인사 말씀이 계시겠습니다.“ 등의 말은 들을 때마다 실소(失笑)를 금치 못한다. 아무리 높은 분에게서 온 전화라 할지라도 전화는 ‘온’ 것이고, 계산서는 ‘나온’ 것이며, 말씀은 ‘하시는’ 것이지 ‘계시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또 어떤 이는 “맛이 하나도 없다.”, “재미가 한 개도 없다.”라고 말하는데, 그럼 맛이 있다고 해서 “맛이 백 개나 있다.”라고 하지는 않지 않는가? 따라서 이 또한 어법(語法)에 맞지 않으므로 이럴 때는 “전혀(몹시) 맛이 없다.”라고 해야 옳다.
윗사람과의 대화에서 손아랫사람이 “제가 손수 만들었어요.”, “제가 몸소 겪었어요.”라는 말은 잘못 사용한 말이다. 왜냐하면 ‘손수’와 ‘몸소’는 존경의 의미가 포함되어 있으므로 상대방을 높일 때 쓰는 말이기 때문이다.
’너무 좋다.‘, ’너무 예쁘다.‘, ’너무 감사하다.‘ 등 ’너무‘를 마치 긍정을 강조하는 말로 잘못 사용하고 있는 경우가 지나칠 정도로 많은데, 이때는 ’너무‘ 대신 ’정말‘을 쓰는 것이 적절하다. ‘너무’는 ‘어떠한 정도나 한계에 지나치게’라는 뜻으로 부정적일 때 사용하는 표현이다. 그런데도 최근 국립국어원은 ‘너무’의 긍정적 사용을 허용한다고 공고했다. 이는 설령 잘못된 표현일지라도 많은 사람이 오래도록 사용하면 표준어로 인정하는 나쁜 선례가 될까싶어 심히 우려된다.
어떤 사람이 자기 자신을 소개할 때, “저는 어디에 사는 ㅇㅇㅇ(이)라고 합니다.”라고 하는데, 듣기에 매우 어색하다. 이런 표현은 제3자가 어떤 사람을 소개할 때 쓰는 말이므로 본인인 경우에는 “ㅇㅇㅇ이라고 합니다.”가 아니라, “ㅇㅇㅇ입니다.”라고 해야 한다.
부모가 자녀에게 “이빨 닦아라.”라고 말하는데, ‘이빨’은 ‘이’를 속되게 이르는 말로써 동물에게 쓰기가 적합한 말이다. 따라서 자녀에게는 ‘이 닦아라.’, 또는 “양치해라.”라고 말해야 옳다.
또 혹자(或者)는 “나는 오늘 여기 올 때 계속 1차선으로 달려왔다.”라고 말하는데, 이 표현은 틀린 말이다. 즉 ‘1차선’이 아니라 ‘1차로’라고 해야 한다. 어느 누구도 1차선으로 달릴 수는 없기 때문이다. “차를 끌고 왔다.”라는 말도 잘못된 표현이다. 어떻게 차를 끌고 올 수 있단 말인가? 차를 타고 왔으면 왔지.
신호등의 색깔을 말할 때 아직도 ‘초록 불’을 ‘파란 불’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더러 있는데, 이 또한 잘못된 표현이다. 따라서 꼭 ‘초록 불’이나 ‘녹색 불’이라고 해야 옳다.
병원 등에서 어떤 환자의 차례가 되면 “ㅇㅇㅇ 님, 들어 가실게요.”라는 말을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다. 그러나 이럴 때는 “ㅇㅇㅇ 님, 들어가십시오.”, 또는 “ㅇㅇㅇ 님, 들어오십시오.”(안에서 의사가 부를 때)로 말하는 게 적절하다.
또한 우리가 잘못 쓰고 있는 표현 가운데 하나는 윗사람에게 “수고하십시오.” 나 “수고하셨습니다.”라고 인사하는 것이다. 수고(受苦)는 ‘고통을 받음’이라는 부정적인 의미를 지녔기 때문이다.
윗사람이나 남에게 자기와 관계된 부분은 낮추어서 ‘저희 집’, ‘저희 학교’, ‘저희 회사’라고 말하는 건 바람직하다. 다만, 나라에 대해서는 ‘우리나라’로 말해야지 ‘저희 나라’라고 써서는 안 된다. 왜냐하면 말하는 사람이나 듣는 사람이 모두 같은 나라 사람이기 때문이며, 이는 설령 상대방이 외국인이라도 마찬가지다.
적지 않은 부인들이 자기 남편을 가리켜 ‘우리 아저씨’, ‘우리 남편’이라고 말하는데, 이 또한 적절한 표현이 아니다. ‘우리 남편’이라고 하면 ‘나의 남편’이 아니라 공동, 즉 ‘여러 사람의 남편’이 되기 때문이다. 남편에 대한 호칭과 지칭은 상황에 따라 다르겠으나, ‘제(내) 남편’, ‘그이’, ‘그분’ 등이 무난할 것이다.
방송과 신문마저도 자주 ‘다운증후군을 앓고 있다.’, ‘자폐증을 앓고 있다’, ‘지적(知的)장애를 앓고 있다.’, ‘뇌성마비를 앓고 있다.’ 라고 쓰는데, 장애(障碍)는 ‘앓고 있는’ 게 아니다. 그러므로 ‘갖고 있다’로 써야 옳다.
아무튼 우리가 흔히 쓰는 말 가운데 내가 혹 잘못 사용하고 있는 말이나 표현은 없는지 늘 점검하는 자세가 필요하리라 본다.
(2015. 10. 15. 매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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