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현화(普賢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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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가실 텐데 왜 살리세요" 완강히 치료 거부한 환자 가족 [내가 살린 환자, 나를 깨운 환자]

보현화 2021. 5. 26. 01:19

https://news.v.daum.net/v/20210525210002743

 

"곧 가실 텐데 왜 살리세요" 완강히 치료 거부한 환자 가족 [내가 살린 환자, 나를 깨운 환자]

하루걸러 하룻밤을 새우던 전공의 시절 어느 날이었다. 밀려드는 응급환자에 숨 쉴 틈조차 없다가 잠시 한숨을 돌리니 새벽 1시였다. 앉은 자리에서 잠깐 눈이라도 감고 있어야겠다 싶었는데,

news.v.daum.net

입력 2021. 05. 25. 21:00 

<13> 곽문환 응급의학과 전문의

편집자주
의사라면 평생 잊지 못할 환자에 대한 기억 하나쯤은 갖고 있을 것이다. 자신이 생명을 구한 환자일 수도 있고, 반대로 자신에게 각별한 의미를 일깨워준 환자일 수도 있다. 아픈 사람, 아픈 사연과 매일 마주하는 의료종사자들의 진솔한 삶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하루걸러 하룻밤을 새우던 전공의 시절 어느 날이었다. 밀려드는 응급환자에 숨 쉴 틈조차 없다가 잠시 한숨을 돌리니 새벽 1시였다. 앉은 자리에서 잠깐 눈이라도 감고 있어야겠다 싶었는데, 새 환자가 막 도착했다. 혈압 50에 30, 맥박은 분당 150회. 희미하게 남은 의식은 통증에만 겨우 반응하고 있었다. 이 정도 활력징후면 병상 배정을 기다릴 새도 없다. 신체 진찰과 치료를 동시에 시작했다. 패혈증쇼크로 판단돼 우선 항생제를 주고, 수액을 대량으로 투여하며 중심정맥관 삽입을 준비했다.

의료진 여럿이 붙어 다급하게 움직이는 그때였다. 환자와 함께 구급차를 타고 온 환자의 아들이 노발대발 화를 내기 시작했다. ‘돌아가실 분한테 뭐하는 짓이냐’는 것이었다. 아들은 아버지 침대 옆에 붙어 두 팔을 가로저으며 의료진들이 다가오지 못하도록 막아섰다.

모든 환자는 살기 위해 응급실에 오는 것이다. 그리고 의사들은 그들을 살리기 위해 밤을 새며 응급실을 지킨다. 죽어가는 사람을 눈앞에 두고 아무 것도 하지 않을 수는 없었다. 당시 나는 혈기왕성한 응급실 전공의였다. 환자 곁에 다가오지도 못하게 하는 보호자 태도를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 나는 더 이상 지켜볼 수 없었고, 환자 아들과 싸우기 시작했다.

말이 통하지 않았다. 난 급한 마음에 대기실로 뛰어가 다른 가족들을 찾아냈다. 환자의 딸에게 다급하게 상황을 설명했더니, 그는 침착한 목소리로 자초지종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상황은 이랬다. 그 환자는 부산의 한 요양원에서 오랫동안 누워 지냈다. 그런데 최근 폐렴이 겹쳐 무척이나 고생을 하고 있었다. 요양원 측은 이제 돌아가실 때가 됐다고 보호자에게 설명했고, 모든 가족들이 모여 장례를 치르기 위해 다 같이 서울로 왔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저마다 마음의 준비를 하며 내가 속해있던 병원 장례식장에 도착했는데, 환자는 아직 살아있었다. 난처해진 장례식장 직원은 이들에게 응급실로 가라고 해서, 여기까지 오게 된 것이었다. 그렇게 죽음으로 가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들른 응급실인데, 응급상황이어서 온 게 아니라 죽음을 기다리기 위해 잠시 들른 응급실인데, 내가 ‘살려 내겠다’며 보호자들과 싸웠던 거였다. 수액 치료도 거부한 가족들은 결국 심폐소생술 거부동의서까지 서명을 하고 응급실 한쪽을 차지하며 임종을 기다리게 되었다.

마음을 가라앉히기도 전, 또 한 명의 환자가 들어왔다. 통상 절차에 따라 모니터를 통해 주 호소 증상부터 확인했는데, 생전 처음 보는 내용이었다.

“아버지가 돌아가셨는데 움직였어요.”

급히 소생실로 가니, 정말 검은 옷 차림의 장례식장 직원과 망자의 자녀가 와 있었다. 망자는 침대에 누워 있었지만 겉으로만 살펴도 이미 돌아가신 지 한참 된 분이었다. 돌아가신 아버지 곁에 바짝 붙어선 아들은 눈을 부릅뜨고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분명 움직이시는 걸 내 눈으로 똑똑히 봤다"면서 "아버지가 살아계신 것 아니냐"고 했다. 내 움직임 하나하나를 감시하듯 보고 있는 그 아들 앞에서,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심전도 모니터를 붙여봤지만 평행선만 이어졌다.

이번에도 보호자들 중 딸이 나서 사정을 얘기해줬다. 아버지가 돌아가시자 아들이 속상한 마음에 과음을 했는데, 입관 도중 아버지가 움직인 것을 봤다며, 아버지가 아직 살아계시다고 고집을 부려 결국 응급실로 시신을 다시 모시고 온 것이다. 장례식장 직원도, 다른 가족들도 아들의 고집에 난처해하고 있었다. 나는 다시 한번 그 아들에게 아무 반응이 없는 모니터를 보여주며 이미 돌아가셨다고 반복해서 설명했다. 벌건 얼굴로 "그렇다면 왜 우리 아버지가 움직인거냐"며 따져 묻는 그에게, 뭐라고 해야 할지 막막했다.

그날 응급실에서 벌어진 두 장면을 아직도 난 잊을 수가 없다. 응급실 소생실에는 "살아있다"며 장례식장에서 온 망자가 머물고 있었고, 바로 옆 중환자실에는 장례식장으로 가기만을 기다리는 환자가 누워 있었다. 그리고 그 곁에는 이미 사망한 현실과 아직 살아있는 현실을 부정하는 두 가족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응급실 의사의 역할은 사람을 잘 살려내는 것이라고 믿었다. 그래서 죽음 문턱에 선 사람들을 살려내는 기술을 머리가 아닌 몸으로 익혔다. 사람을 살린다는 것만이 고된 밤샘 근무를 버텨내게 해주는 동력이기도 했다. 하지만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상황들을 겪으면서, 잘 살려내는 것만큼이나 잘 보내드리는 것 또한 의사의 역할 임을 점차 받아들이게 됐다. 소생술을 거부하는 가족, 사망 사실을 부정하는 가족들에게 더는 화를 내지 않게 됐다. 저마다 살아온 사정이 있을 텐데 의사 생각만이 옳다고 고집할 수는 없었다. 같은 진단명이라해도 환자와 보호자들이 살아온 인생, 그들의 뜻에 따라 치료는 달라져야 했다. 몇 번이고 환자 본인의 뜻을 묻고 가족들의 이야기를 반복해 확인했다.

잘 살려내는 것, 그리고 잘 보내드리는 것. 모두 중요하다는 걸 깨달으면서 그렇게, 난 응급의학과 의사가 됐다.

고대안암병원 응급실 임상초빙교수

※잊지 못할 환자에 대한 기억을 갖고 계신 의료인이라면 누구든 원고를 보내주세요. 문의와 접수는 opinionhk@hankookilbo.com을 이용하시면 됩니다. 선정된 원고에는 소정의 고료가 지급되며 한국일보 지면과 온라인뉴스페이지에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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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들

 

-충고 할려고 들어왔더니 마지막에 깨달음이 써있네요.. 나는 저 두가족이 다 이해가 갑니다.. 저기서 망자가 움직였다고 우기는 것이.. 아들이 효지라는 증거도 아니며.. 돌아 가시게 놔두라는 분들이 불효자식도 아니란 것까지.. 살다보니 그렇더라고요 자연히 일게됩니다.. 좋은 의사가 돼 주셔서 감사합니다

 

-요양원에서 근무해봤는데 한 아들이 어머님 상태를 자주 물었다. 멀리살아 걱정되나싶어 성심껏 안부를 전해드렸는데 .. 어느날 수화기넘어 한숨을 푹 쉬며 말하더라.. ''거..그냥 누워계시는거 어떻게..(돌아가시게)좀..안됩니까..'' 망치로 맞은듯했다. 수회 그 전화를 받았는데...부모님의 안녕을 바라는 안부전화가 아니었던것이다...돈은 때론  인간이 인간답게 도리를 지키며 사는것을 어렵게 만든다. 그후 어르신 상태가 악화되어 임종을 지킨 아들은 섧게울었다. 그 눈물또한 진짜일거라 믿는다.

 

-안락사의 합법화가 절대 필요하다.

 

-지금같은  마음이 변치않기를 응원합니다

 

-잘 살려내는 것, 그리고 잘 보내드리는 것. 모두 중요하다는 걸 깨달으면서 그렇게, 난 응급의학과 의사가 됐다.
공감가는 글입니다...무의미한 삶을 연명해 가는 것 보다는 잠깐 왔다가 가는 인생....
가는 길도 잘 가야하지 않을까 싶네요...

 

-무조건 살리는게 다가 아닌것 같아요. 잘 죽을 수 있는 권리도 존중받아야 할 듯하네요.
세상이 변해서 집이 아닌 양로원이나 병원에서 생을 마감해야 할 수밖에 없는 현실인데 차라리 치매걸려 아무것도 모르면 모를까 의식있는채로 마치 죽음을 순서없이 기다리는 희망없는 공간처럼 느껴져서 앞으로 달려가는 나의 시간도 무섭게 느껴질 정도였어요. 연명치료는 자식된 도리의 선택이겠지만 희망없이 이어가야햐는 삶이라면 편안히 보내드리는 것 또한 필요한 선택이라 생각해요.

 

-외과의사, 응급의학과 의사들 처우가 그분들의 고귀한 업무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돈이 전부는 아니지만 그래도 생명을 살리는 일인데 최고의 대우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성형외과 피부과가 인기과라니.....

 

-환자를 돈으로 보고 마지막 영혼까지 빨아먹는 의사를 보면서 너무 화가 나면서도 죽음을 코앞에 두고 하루하루 연명하시는 아버님의 모습을 보며 무엇이 돌아가시는 그분을 가장 잘 편안하게 보내드리는 것인지 자식된 도리로 하루하루 힘들었다. 그래도 잘했다고 생각하는 것은 삽관까지 하며서 3년을 더 살려낸 것이고 못했다고 생각하는 것은 과연 그렇게 고통을 주며 빨리 보내드리지 못한 죄책감이다. 아버지 사랑합니다. 함께했던 시간을 잊지 않겠습니다.

 

-여기는 카나다 밴쿠버 입니다, 여기는 연명치료 안해 줍니다, 어차피 가실 분은 가실 준비하시게 도와드리고,
편하게 가시게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이 칼럼 좋습니다,

 

-이건 직접경험해 봐야 한다...환자한테 오히려 더 큰 고통만 준다...거의 식물인간이 되어서 사망시간이 임박한 사람한테 이검사저검사 막할려고 한다..의사들도 다 알면서,,,,

 

-겪어봐서 아는 일입니다만..모든일이 다 마음의 준비가 되었느냐 안되었느냐의 차이겠지요. 연명을 거부하는건 오랜 병수발을 직접 당해본 자식이 아니면 모르는 거랍니다.. 좋은 의사선생님 이신듯요~

 

-보건소에가서 연명하지말아 달라고 서류작성하면 나중에 연명치료 안한다고 하더라구요 신청하려고 합니다

 

-연명치료 하는 경우를 딱 한번 봤음 자식들 입장이 이해가 안되는건 아닌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명 치료는 할짓이 아닙니다. 비용의 이야기가 아님
지인의 아버지가 요양병원에 계셨고 상태가 안좋다길래 병문안을 갔었는데 그게 돌아가시기 전날임
의식 없이 숨만 붙어 있었고 시간이 지나면서 살이 쫙 빠져가지고 돌아가시기 직전 모습은 거짓 없이 말해서 안 썩은 해골임 같은 호실에 안썩은 해골 같은 분이 3~4분 계셨는데 우와......병원에서 일도 했었고 보호자 노릇도 오래 했었고 병문안도 많이 가봤지만 눈물이 진짜 펑펑 나더라

 

-인간으로서 존엄을 지키고..죽음을 선택할 수 있어야 하는데..잘 몰라 머뭇머뭇 대다가 시간을 놓쳐.. 온전치 못한 정신에..존엄마저 잃은채.. 연명치료에 고통받는 환자와 가족들이 많다.

 

-사람은 신체가 사용을 다해서 손발이 시커매지는데도 정신은 멀쩡함. 그렇게 죽는 거임. 신체가 영혼을 억지로 끌고가는 거지. 우리 할머니 운명하실 떄 보니 그렇더라고.

 

-의사는 환자에 상태를.. 환자와 가족들에게 정확히 알려서.. 선택하게 해야한다.
정신이 온전할때.. 존엄을 지키며 죽음을 선택할 수 있게 해야한다.

 

-몇년전 아버지가 위중할때 생각나네 숨만 붙여 놓는건 의료기술로 얼마든지 할수 있던 상황에서 하루밤 사이에 병원비가 200만원이 불었던 날이 생각 난다 새벽에 병원에서 연장 하겠냐는 전화를 받고 고민 했지만 심장만 뛰게 해놓는건 의미가 없다는건 우리 가족 모두가 다 아는 사실 이였다 연명치료.. 치료라고 할수도 없었다

 

-오랫동안 움직이지 못하고 병원에 누워서만 지낸적이 있었다 그 강박적인 느낌은 당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차라리 죽는게 낫다. 욕창이 생길때까지 움직이지 못하는 사람이 정신은 말짱하다면 얼마나 괴롭겠는가. 그 누워있는 사람 입장에서 생각해주길 바란다. 가족의 경제적 사정 때문이 아니다. 환자 본인을 위해서 무의미한 연명치료는 지양되어야 한다.

 

-살아있을 때 본인도 부모님도 사전연명치료동의서 미리 작성들 해놓으세요.
산소호흡기 한번 꽃으면 못뺍니다. 환자에게도 보호자에게도 너무 가혹합니다.

 

-앞으로 안락사에 대한 성숙한 사회적 논의를 통해 안락사가 정식으로 허용되었으면 합니다. 죽지 못해 비참하게 사는 분들이 너무 많습니다

 

-우리 엄마는 성당에서 어느 병원에 자원봉사를 다녀온뒤에 자녀들에게 신신당부를 하신다. 나는 절대 연명치료하지 마라. 혈압떨어졌다고 주사도 놓지말고. 안녕히 가시라고 기도만 해달라고.

 

-의사의 입장.ㅎㅎ.곧 그들은 삶과 죽음을 관장하는 신의수가 돼가는것인가?글 잘읽었습니다.계몽의 역사가 다시 도래하는듯합니다. 시기가 시기인지라.....

 

-준비한답시고 사전연명의료 의향서에 원하지 않는다고는 했으나 그렇게 될 때까지 인생이 어떻게 전개될지는 아무도 모른다는 생각에 불안한 거 마찬가지다.

 

-양쪽 부모 치매인 집안도 있다. 아무리 능력이 있어서 남의 손에 의지한다 해도 온가족 스트레스 어마어마하다.
지극정성 다 하자니 내 몸도 망가질 지경이고.... 소홀히 하자니 마음 한편이 죄송하고 그래서 답답하고... .서로들 불쌍히 여기며 사는 게 옳은 길이나 현실을 그렇지 못하다.

 

-나도 내 지식들 괴롭히기 싫고....건강수면 까지만 살고 싶으니...만일의 경우가 생기더라도 내 자삭들애게 되묻지나 마시오...그래서 내 손으로 사전 의향서 작성 해 둔거라오.. 사전으향서를 작성했어도 모른척 하고 보호자들 에게 다시 묻는 경우가 많다고 하더라구요...ㅠㅠ 이건 쫌 아니 잖여요.??? 아무리 밥 줄이라지만...

 

-저 상황들이 이해가 되네요. 저희도 겪었어요.
숨만 붙어서 누워계시는 아버지를 보면서 이렇게 사는 것이 옳은 것인지 수없이 생각했어요.
피부는 점점 하물허물해지면서 썩어가고 가래는 계속 끓고... 음식을 먹지도 못하고....
제발 조금이라도 깨끗한 상태로 운명하시길 빌고 또 빌었어요.

 

-모든 인간은 죽을 수있는 권리가 있다ㅡㅡ내 의지와 상관없이 이세상에 왔지만ㅡㅡ가고 싶을때 가는 것은 권리라고 본다

 

-아버지 돌아가셨는데 효자는 잘보내드릴려고 하지 술먹고 억지 부리진 않을듯아버지 아프시고 고생했는데 약 투여하고 숨만 붙여놓을려는 효자는 없을 듯

 

-결혼은 마음대로 하지만 이혼할 때는 판사의 심사를 받아야 하는 것처럼 죽고 싶은 사람의 의사를 심사해주는 기구가 생겼으면 좋겠다. 체크리스트 예를 들어 20개 항목 중 12개 이상 해당되면 신청자격을 주고 결정기구가 신중하게 심사해서 통과되면 안락사로 갈 수 있어야 향후 초고령사회가 건강하게 유지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