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현화(普賢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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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산대사의 '해탈의 시'

보현화 2021. 11. 28. 17:19

서산대사의 '해탈의 시'

 

 

근심 걱정 없는 사람 누군고.

출세하기 싫은 사람 누군고.

시기 질투 없는 사람 누군고.

흉허물없는 사람 어디 있겠소.

 

가난하다 서러워 말고,

장애를 가졌다 기죽지 말고

못 배웠다 주눅 들지 마소

세상살이 다 거기서 거기외다.

 

가진 것 많다 유세 떨지 말고,

건강하다 큰소리 치지 말고

명예 얻었다 목에 힘주지 마소.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더이다

 

잠시 잠깐 다니러 온 이 세상,

있고 없음을 편 가르지 말고,

잘나고 못남을 평가하지 말고,

얼기설기 어우러져 살다 나 가세.

 

다 바람 같은 거라오 뭘 그렇게 고민하오.

만남의 기쁨이건 이별의 슬픔이건 다 한순간이오.

사랑이 아무리 깊어도 산들바람이고

외로움이 아무리 지독해도 눈보라일 뿐이오.

 

폭풍이 아무리 세도 지난 뒤엔 고요하듯

아무리 지극한 사연도 지난 뒤엔

쓸쓸한 바람만 맴돈다오.

다 바람이라오.

 

버릴 것은 버려야지

내 것이 아닌 것을 가지고 있으면 무엇하리오.

줄 게 있으면 줘야지. 가지고 있으면 뭐 하노.

내 것도 아닌데...

 

삶도 내 것이라고 하지 마소.

잠시 머물다 가는 것일 뿐인데

묶어 둔다고 그냥 있겠소.

 

흐르는 세월 붙잡는다고 아니 가겠소.

그저 부질없는 욕심일 뿐,

삶에 억눌려 허리 한번 못 피고

인생 계급장 이마에 붙이고 뭐 그리 잘났다고

남의 것 탐내시오.

 

훤한 대낮이 있으면 까만 밤하늘도 있지 않소.

낮과 밤이 바뀐다고 뭐 다른 게 있소.

살다 보면 기쁜 일도 슬픈 일도 있다만은,

잠시 대역 연기 하는 것일 뿐,

슬픈 표정 짓는다 하여 뭐 달라지는 게 있소.

기쁜 표정 짓는다 하여 모든 게 기쁜 것만은 아니요.

 

내 인생, 네 인생 뭐 별거랍니까...

바람처럼 구름처럼 흐르고 불다 보면

멈추기도 하지 않소.

그렇게 사는 겁니다.

 

삶이란 한 조각 구름이 일어남이오

죽음이란 한 조각 구름이 스러짐이다

구름은 본시 실체가 없는 것

죽고 살고 오고 감이 모두 그와 같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