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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고통 견디는 것 존엄한 삶 아냐”…척수염 환자 ‘존엄사’ 요구 헌법소원

보현화 2023. 11. 21. 22:04

 

“평생 고통 견디는 것 존엄한 삶 아냐”…척수염 환자 ‘존엄사’ 요구 헌법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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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3-09-19 10:51:00 수정 : 2023-09-19 10:5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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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성 진통제를 써도 통증 관리 안 돼…죽음의 존엄성도 갖춰야 해”
캐나다, 스위스 세계 10개국 합법화…독일, 오스트리아 입법 추진 중
“자살률 1위 국가에서 고통을 이유로 죽음을 선택하는 것 합법화해도 되는지” 의문도
 
‘존엄사의 권리’를 요구하고 나선 척수염 환자 이명식씨. JTBC 캡처

 

조력사망을 원하는 척수염 환자와 변호사 단체가 국내에 조력사망을 허용해 달라며 국가 상대 소송에 나선다. 당사자가 소송에 나선 건 이번이 처음이다.

 

18일 JTBC에 따르면 이명식씨(62)는 4년 전 하반신 마비와 함께 척수염 진단을 받았다. 문제는 마비가 된 데 그치지 않고 고장난 신경이 끊임없이 경련을 일으키고 통증을 만들어 낸다는 것. 실제로 그의 다리가 바닥이 울릴 정도로 떨리는 모습이 카메라에 포착됐다.

 

고통에 못 이긴 그는 여러 차례 극단적인 생각을 이겨내야 했다. 이후 ‘조력사망’을 신청하기 위해 스위스 단체 4곳에 가입했지만 영어로 방대한 자료를 준비해야 하는 장벽에 가로막혔다.

 

결국 이씨는 헌법재판소에 소송을 내기로 결심했다. 국회가 조력사망을 법으로 제

도화하지 않아 기본권을 침해당했다는 것이다.

 

이씨는 “마약성 진통제를 써도 통증 관리가 안 되고 낫지 않는 채로 겨우 버텨 왔다”면서 “평생 계속되는 고통 속에서 살려만 놓는 것은 존엄한 삶이 아니다. 죽음의 존엄성도 갖춰야 한다”며 청구 취지를 설명했다.

 

존업사 입법을 추진해 온 변호사 변호사 단체 ‘착한법 만드는 사람들’과 한국존엄사협회 18일 서울 서초구 변호사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치료가 불가능한 환자들 중 존엄하게 삶을 마감하고자 하는 사람들을 대리해 존엄사 입법을 촉구하기 위한 ‘입법 부작위 위헌 확인소송’을 제기한다”고 밝혔다.

 

변호사협회 ‘착한법만드는사람들’과 한국존엄사협회가 18일 서울 서초구 변호사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존엄사를 원하는 척수염 환자 이명식씨를 도와 ‘존엄사 입법촉구 헌법소원’을 제기한다고 밝혔다. 착한법만드는사람들 제공

 

이씨와 단체 측은 이달 중 헌재에 소송을 청구하고 사회적 관심과 여론을 환기하기 위해 공개변론을 신청할 계획이다.

 

앞서 국내에서도 비슷한 헌법소원이 앞서 여러차례 있었지만 모두 각하됐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존엄사법으로 불리는 연명의료결정법은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에 한해 심폐소생술, 혈액 투석, 항암제 투여, 인공호흡기 착용을 중단하는 것만 허용하고 있다.

 

‘조력사망’ 제도는 캐나다와 스위스 등 세계 10여개국에서 합법화됐고, 최근 오스트리아와 독일 등에서 헌재 결정을 통해 입법이 추진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지난해 국회에서 ‘조력존엄사’에 관한 법이 발의됐으나 논의가 멈춘 상태다.

 

김재련 ‘착한법 만드는 사람들’ 이사는 “존엄하게 삶을 마감할 권리는 천부적인 것”이라며 “존엄사에 대한 입법 부재는 개인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행위이며, 이는 헌법상 행복추구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다혜 한국존엄사협회장은 “아무런 선택의 여지 없이 언제 끝날지 모를 고통을 견뎌야 하는 소수의 환자가 자기결정권 행사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헌법적 가치를 수호하는 일이다”고 JTBC에 밝혔다.

 

반론도 만만찮다. 김율리 일본 도쿄대 박사는 “경제적 문제, 우울감으로 인한 자살률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한국에서 고통 때문에 죽음을 원한다고 해서 합법적으로 죽게 하는 사회가 인권을 보장하는 사회인지”라며 의문을 드러냈다.


서다은 온라인 뉴스 기자 dada@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