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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세 노인 손톱 밑에 낀 변…그의 존엄은 ‘휴지 한 칸’이었다

보현화 2024. 6. 19. 10:29

82세 노인 손톱 밑에 낀 변…그의 존엄은 ‘휴지 한 칸’이었다

김효은, 선희연   2024. 6. 2. 20:16
 

■ [추천! 더중플] 눈물콧물 요양보호사 24시

 

「 우리는 모두 늙고, 언젠가 죽습니다. 돌봄이 필요한 순간은 반드시 옵니다. 그때 만나게 되는 사람이 바로 요양보호사입니다. 삶과 죽음이 바쁘게 교차하는 곳에서 요양보호사는 무엇을 보고 어떤 생각을 할까요?

요양보호사의 눈물 콧물 가득한 24시간을 담은 이은주 작가의 글을 소개합니다. 이은주 작가는 일본 문학 번역가로 일하다 8년 전 할머니의 죽음을 지켜보고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취득했는데요. 그의 섬세한 관찰과 따뜻한 시선을 통해 행복한 삶이란 무엇인지, 존엄한 죽음이란 무엇인지 질문을 던져보려 합니다.

 

# “추워 안아줘” 치매 노모의 말…난 요양원서 매일 후회한다


‘죽을까, 살까’ 망설이는 눈동자. 가족과 떨어져 요양원에 들어온 어르신들은 열에 아홉이 불안에 떤다. 요양보호사로 8년을 일한 나도, 그 눈동자를 마주할 때마다 가슴이 철렁한다.

새로 입소한 정인정 어르신(가명·78세)은 딸을 기다리며 밤새 병실을 배회했다. 피곤하면 침대에 앉았다가 또 벌떡 일어나 출구로 향했다. 어르신의 수척한 어깨를 감싸 다시 침대에 눕힌다.

“어르신, 따님은 해 뜨면 올 거예요.”

그렇게 애타게 기다리던 딸이 찾아온 날. 어르신은 가장 반가운 얼굴로 딸을 맞았다. 이 모녀 관계에서 무뚝뚝한 쪽은 딸이었다. 딸은 엄마가 상처받을 만한 말을 툭 내뱉는다. 나는 무심코 중얼거렸다. "저러면 안 되는데…."

나는 요양원에서 매일 '후회'를 읽는다. 더 찾아올 걸, 더 안아드릴 걸, 한 번이라도 사랑한다고 말할걸. 정인정 어르신의 딸도 후회했을까. 이 모녀에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일러스트= 이유미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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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워 안아줘” 치매 노모의 말…난 요양원서 매일 후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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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2세 노인 손톱 밑에 낀 변…그의 존엄은 휴지 한 칸이었다


요양원의 하루는 기저귀 케어로 시작된다. 기저귀를 자주 갈지 않으면 요로 감염이나 욕창이 생기기 때문에 요양보호사에게는 정말 중요한 업무다.

“어르신, 기저귀 갈아드릴게요.” 아기처럼 웅크리고 있는 김복남(가명·77) 어르신에게 조심스럽게 다가간다.

“아얏!” 별안간 내 머리채를 힘껏 움켜쥐는 어르신. 두피가 얼얼하고 눈앞이 캄캄하다.

“기저귀를 안 갈면 축축하잖아요. 제가 시원하게 닦아드릴게요.” 어르신은 무서운 눈으로 나를 노려본다.

 

일러스트=이유미 디자이너

 

복남 어르신은 이전 요양병원에 있을 때 자주 손이 묶여있었다고 했다. 이곳 요양원에서는 손을 묶지 않는데도 예전 기억 때문에 요양보호사의 손길을 자주 거부했다. 그에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화장실 휴지 한 칸의 존엄’ 더중앙플러스에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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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9 불러줘” 할머니의 직감…수양딸은 임종 자격 없었다


“안 될 것 같아, 119를 불러줘요.”
밤 기저귀를 갈려는 나를 올려다보며 김소정(가명·74) 어르신이 말했다.

벌써 한 달째 기저귀를 갈 때마다 검은 변이 보였다. 어르신은 말기 암이었다. 더 이상 치료를 원치 않아 석 달 전 요양병원에서 요양원으로 옮긴 상태였다. 어르신은 오랜 투병 생활 끝에 자신이 떠날 순간을 예감하고 있었다.

그는 독거노인이었다. 찾는 사람이라곤 이전 병원에서 그를 돌봤던 요양보호사뿐이었다. 기댈 곳 없던 어르신은 그 보호사를 '딸'이라고 불렀다. '딸'은 종종 순대나 치킨을 사 왔다.

하지만 수양딸에겐 임종의 자격이 없었다. 유품을 정리하는 것은 요양보호사의 몫이 됐다. 대부분 쓰레기봉투로 들어갔지만, 차마 버릴 수 없는 물건도 있었다.

 

일러스트=이유미 디자이너


부모님의 임종을 지키지 못한 것이 자녀들에게 후회와 통한의 눈물로 남곤 한다. 요양보호사에게도 돌보던 어르신이 돌아가시는 것만큼 슬픈 일이 없다고 한다. 존엄하게 생을 마감한다는 것은 무엇일까. 어떻게 하면 부모님을 잘 보내드릴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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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실금 팬티 죽어도 안 차” 치매 노모도 욕구 있었다


이은주 요양보호사의 어머니(78)도 지난해 치매 진단을 받았다.

명석하고 총명하던 어머니는 달라지고 있었다. 스스로 이상행동을 할까 봐 불안해했고 점점 잃어가는 기억에 혼란스러워했다.

삶에 의욕을 잃어가는 엄마를 지켜보면서 고통스러운 순간이 많았다. "죽어도 약은 먹지 않겠다" "요실금 팬티는 입지 않겠다"는 엄마를 매일 달래야 했다.

하지만 어머니가 갖고 있던 우울의 근원을 알게 되면서 큰 깨달음을 얻게 되는데….

 

일러스트=이유미 디자이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