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현화(普賢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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찻잔속에 피어나는 그리움처럼, 그리운 도반님들......

보현화 2006. 11. 6. 01:13
 

    

패. 경. 옥... 윤동주의 시어(詩語)처럼 아득한 노스탈쟈.... 그리고는 끝내 류시화 시인의 시(詩) 속으로 첨벙 몸을 던집니다...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 ..........................................



때이른 폭염이 며칠째 현기증이 날 정도로 대지를 달구니 양철지붕위의 고양이 신세가 따로 없네요. 잠시간의 열기를 못참아 앉았다 누웠다 선풍기 종일 틀어도 땀이 연방 주룩주룩-.

다행히 오늘 잠시 내린 비로 소금친 배추마냥 숨죽인 더위가 살그머니 꼬랑지 내립니다.


어릴땐 무척 비를 좋아해서 스멀스멀 세포가 살아 움직이는 충동을 주체못해 빗속으로 뛰어 들었던 감상들이 떠오릅니다.

추억들이 먼지내음 나는 바람과 버무려지는 우요일(雨曜日)입니다.

가족들 모두 출타하고 혼자 게으름과 한가로움을 즐겨 봅니다.


월요일 법화경 사경 하러 가기 전에 미리 무딘 손끝, 붓끝을 풀어줘얄 것 같아서

법화경 사경책을 꺼내고 작은 상을 책상삼아 폅니다.

그리고 비온 날이면 더욱 맛있는 커피도 한잔 타 마시고~~. 아주 완벽합니다.

명상음악까지 곁들이니 금상에 첨화입니다.

이율곡 선생이 ‘신독(愼獨;혼자 있음을 삼가라)’하라셨던 말씀을 상기하며 고요에 젖어 봅니다.

여럿이건 혼자건 흐트러짐 없도록 하라는 뜻이겠지요.


뜨겁고 부드러운 갈색커피. 목젖이 짜르르한 끽다(喫茶)의 시간....

참 편안하고 느슨해지면서 모락모락 피어나는 김 속에 그리운 이들의 얼굴이 하나둘 담겨져 옵니다.


문득 작년 1층법당에서 윷놀이하면서 맛본 귀한 ‘연꽃차’가 기억나네요.

즉석 다기(茶器)된 장독 뚜껑속에 가득찬 녹차의 향기, 그 속에 피어나는 한 송이 연꽃!

건조되어 잔뜩 웅크린 봉우리같은 연꽃이, 따뜻한 물을 만나 부끄러운 듯 조금 조금씩 개화하며 성숙한 여인네마냥 마침내 활짝 피어나던 그 아름다운 자태의 연꽃차!


일심화(3기) 보살님이 연꽃을 피우고 금강성(3기),연화법(3기),신행지(3기) 보살님이 둘러앉은 도반들에게 한잔씩 쭈욱 건네던 도란도란 정겹던 그 풍경, 추억을 떠올리자 저도 모르게 입가에 잔잔한 미소가 번집니다. 언제 또 마셔볼지 알 수 없는 귀한 연꽃차의 경험이 아릿하게 혀끝에 살아나는데....

부처님 계신 법당에서, 진짜 나무바닥같은 멋진 마루바닥에서 부처님 공부하러 오종종 모인 우리 도반들과의 차담시간은 체온처럼 따뜻한 그리움되어 돌아 옵니다.

2년여동안 미운 정 고운 정 쌓으며 ‘묵은디(?)’되어가는 이 인연이 얼마나 살가운 것인지......


1기들 입학때부터 홀로서기 할때까지 공양간을 비롯, 서점 봉사등 변함없이 절을 지켜주고 계신 「보리회」님들께 연꽃차의 추억과 함께 다시금 고마움을 전하고 싶네요.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동구밖에서 자식 기다리듯 언제나 따뜻한 미소로

역시나 든든히 절을 지켜주고 있는 선행심(3기),원행심(3기),자인화(3기) 보살님-.

행사, 기도, 청소, 공양간 , 대소사일에 빠지지 않는 감초처럼 톱니바퀴처럼 돌아가며 대들보 역할을 해 주었던 님들께 다시금 감사와 경의를 표합니다.

공양간 팀장으로 부엌살림 열심이었던 자인화님께서 이번에 3기 기장까지 맡아 곱으로 봉사하게 됐으니 더욱 감사할 뿐입니다.

목탁이 스님 다음으로 발군의 실력을 자랑하는 원행심이 총무를 맡았다지요?

새 기장, 새 총무로 봉사하실 두 분께 무한한 응원과 박수를 보냅니다.

같이 수업하는 1.4.6기 임원진들은 그대로 유임됐지요?

수고를 연장해 주셔서 역시 감사드립니다.


저도 이 참에 2년동안 수업시간에 치던 목탁,죽비를 감로성에게 떠넘겼습니다.

입학초창기땐 목탁치는 책임이라도 있어야 중도하차 하지 않을 것 같아 자원해, 내림목탁인지 올림목탁인지도 모르고 두들겨? 댔습니다만 이제는 뿌리박혀 중도하차할 일이 업겠기 때문이었지요. (중요한 건 감로성이 저보다 열배는 더 잘 치거등요~. 우리도 이젠 ‘원로(?)’들인데 좋은소리 들을 권리가 있지 않겠어요? ㅎㅎ)


삼천배, 만배를 밥 먹듯이 하시는 대각성(1기) 보살님, 언제나 천진난만 무공해 미소로 날마다 법당 청소하는 반야화(1기),

작은 몸에 괴력의 큰 일꾼 법성화(6기 기장), 혜법심(1기) 등등...모두 모두 날마다 출근해서 절살림하는 든든한 대들보들이지요.

 

거기다 행사 타이틀만 걸리면 도깨비 방망이처럼 뚝딱! 해치우는 야간반 거사님및 도반들의 추진력과 파워들이 있으니, 우리 주지스님! 불법의 큰 수레바퀴(大輪)를 어렵사리 굴려 가실수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아침햇살같이 참신한 신입도반님들까지 일심합심하여 밀고 끌고 가다보면 수미산보다 높은 원(願)을 만나게 되리라 믿습니다.


남을 위하는 소원의 기도가 ‘원(願)’이고, 자기만을 위한 기도는 ‘욕심(慾心)’

이라시던 주지스님의 법문을 되새김질 해 봅니다.


한가로운 오후의 이 나른한 행복에 취하노라니 한 사람 한 사람 모두, 더욱 그리운 얼굴들입니다.

어디서 또 만나리오, 이 아름다운 인연들을.....

패.경.옥..윤동주의 시어(詩語)처럼 아득한 노스탈쟈....그리고는 끝내 류시화 시인의 시 속으로 첨벙 몸을 던집니다.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