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현화(普賢華)

★공부하기★/디카공부방

가슴에 맞추는 초점

보현화 2007. 5. 20. 12:42
가슴에 맞추는 초점 "스믈 한 살 청년의 셀프사진 이야기"


가을이라 하기에는 조금 쌀쌀한 11월의 비오는 어느 날... 젊음의 거리 신촌에서 그를 만났다.
‘서류 뭉치 속에 똑같은 한 장이 되긴 싫다’며 고층 빌딩 유리창에 이력서를 붙여 버릴 법한 자유로운 신세대.
‘평범한 것은 죽어도 싫다"는 거침없는 자기 표현의 신세대. 이런 신세대들 사이에 셀프 사진으로 화제가 되고 있는 인물. 그가 바로 이제 만나려는 '로브'라는 대화명의 윤석준(21세)군이다. 이미 디카족들 사이에서 유명세를 톡톡히 치르고 있는 그는 예상외로 조용하고 수줍음 많은 21살의 평범한 청년일 뿐 이였다.

가볍게 목례를 하고 의자에 앉기까지 수 초의 짧은 시간에 이제부터 그와의 이야기가 즐거울 것 같다는 기대감이 밀려든다.

[안녕 내사랑 [03.10.20 오이도에서 -ROBE-]]
"그저 평범한 사물을 담는 것보다는 저의 모습을 통해 마음속 이야기를 할 수 있어서 좋아요. 그게 제가 셀프 사진을 찍는 이유이기도 하고요...-ROBE-"


21살의 청년 "ROBE"


인터넷에서 그는 윤석준이라는 본명보다 "ROBE"라는 대화명으로 더 알려져 있다. ROBE??
"중학교 다닐 적에 환타지에 빠져 지내던 시절이 있었어요. "ROBE"란 환타지에서 마법사들이 걸친 망토라는 뜻 이였는데 망토를 걸친 마법사가 너무 멋있었거든요.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것을 실현시키는 마법사처럼 저도 해 보지 못한 많은 것을 해보고 싶어서 로브(ROBE)라는 이름을 5년전부터 쓰게 되었어요. 또 로브~! 어감이 좋자나요^^ "
현실에서 받는 구속감을 사진을 찍는 잠시동안은 잊을 수 있어 사진 찍는 것이 마냥 행복하다는 그.

의 ‘모습’이 아닌 나의 ‘이야기’가 담기는 사진

항상 즐거운 마음으로 사진 찍는 행위 자체를 마음껏 즐기는 그. 그에게 셀프사진은 평범한 취미가 아닌 또 다른 자신을 찾는 즐거운 시간이다.

"제가 생각하는 셀프사진의 매력은 사진을 통해 이루어지는 의사소통이예요. 제 개인적인 생각, 이야기를 담은 사진을 통해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게 되었고 많은 경험과 즐거운 추억을 만들 수 있었으니까요. 또 먼 곳에 있어도 언제나 저는 사진을 통해 그들에게 제 이야기를 할 수 있으니까요"
본래 사진은 화가들의 밑그림을 편하게 해주기 위해 태어났다. 당시에는 눈으로 보이는 그대로의 모습을 정확하게 표현해주는 것이 최고의 카메라였다. 이처럼 기록을 위한 단순한 도구에 불과했던 사진이...당당하게 예술의 한 장르로 인식되게 된 바탕이 바로 기록 이상의 의미.. 바로 찍는 이의 생각, 사상이 사진을 통해 표현되면서부터 일 것이다.

평범한 자신의 모습이 아닌 마음속 이야기를 담기위해 노력한다는 그의 셀프사진... 그 것이 그의 사진을 특별하게 만드는 조건이다...

[윤석준(21세)]
인터뷰 중에 가방에서 뒤적뒤적 꺼낸 한 장의 사진.
해변가에 한 사람이 누워있고 그 옆으로 무언가 흩어져 휘날리고 있는 사진이다.

"지금까지 사진을 찍으면서 있었던 많은 분, 그리고 추억들이 어느 날 갑자기 사라져 버릴 것 같은 불안감에 휩싸였어요. 이 사진은 그 당시 저의 심정을 담아 표현하려 노력했던 사진이죠. 제목 또한 ‘흩어져 사라져 버렸네‘ 라고 붙였고요."

그의 말을 듣고 사진 속에 흩어져 휘날리고 있는 것의 정체를 알았다. "추억"이라는 추상적인 대상을 구체화 시킨...자신이 그동안 찍은 사진들...

[흩어져 사라져 버렸네..[03.10.20 오이도에서 -ROBE-]]
신을 표현하는 그 만의 공식
디카가 보급되면서 가장 많이 찍는 소재를 손꼽으라면 역시 자신이다. 하지만 대부분 답이 정해진 수학공식처럼 같은 모습으로 사진을 찍고 조금더 예쁜 모습으로 귀여운 모습으로 담는 공식을 찾는다. 그러나 그의 셀프사진은 수학공식과 같은 정해진 방정식이 없다. 모든 주변 요소를 배제하고 얼굴만 찍힌 사진은 증명사진 이상의 의미를 줄 수 없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Fly to the Sky [03.8.13 아파트 옥상에서 -ROBE-]]
"즉흥적으로 사진을 찍기보다는 다른 분들의 사진을 보면서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에 대해서 고민을 많이 해요. 그 분들의 잘 찍은 사진들을 보면서 사진 속에 저를 그려보죠. 어느 곳에 어떤 모습으로 내가 이 사진 속에 들어가는 것이 사진의 느낌을 해치지 않고 조화롭게 표현될 수 있을까. 평소에 그런 고민들을 하다 우연하게 사진과 비슷한 풍경을 만나게 되면 생각했던 모습으로 사진을 찍어요. 또한 제 마음에 드는 한 장의 사진을 얻기 위해서 많은 시간과 노력을 아끼지 않아요. 이게 저의 셀프사진 찍는 노하우(?)..라고 할 수 있을까요??"

그에게 있어서 노하우란 단지 기술적인 것이 아닌 내면에서 풍기는 그것. 사진을 사람들과의 감정적인 연결고리로 생각하는 그 마음자체가 우리가 그의 사진을 보면서 공감하고 감탄하게 하는 가장 큰 이유이다.

21살의 윤석준..
그가 수많은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는 이유는 그의 사진 속에서 그의 ‘모습’이 아니라 그의 ‘이야기’를 읽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녹녹치 않은 일상, 망토를 걸친 마법사가 되고 싶다던 그였지만 그는 마법의 세계로 떠나는 것 대신 현실을 선택했다. 더 많은 사람들에게 더 많은 손을 내밀고 있는 것이다. 그에게선 사람 냄새가 났다.
[ROBE 홈페이지: http://robe.new21.net]
취재 및 구성/ 줌인 명예기자[임상태,정재화, 하아나, 황인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