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현화(普賢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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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뛰어난 재판관

보현화 2007. 10. 26. 10:36

 

알제리에 바위거스라는 왕이 살았다.
왕은 나라 안에 뛰어난 재판관이 있다는 소문을 듣고 사실을 직접 확인해 보고 싶었다. 소문에 따르면, 그 재판관은 무척 현명해서 죄를 지은 사람들이 아무리 교묘하게 꾸며 대도 속아 넘어가지 않고 진실을 가려 낸다고 했다.


바위거스 왕은 상인처럼 변장하고 말을 몰아 재판관이 사는 도시로 갔다. 왕이 시내 변두리에 이르렀을 때였다. 누더기를 걸친 거지가 불편한 몸을 이끌고 다가왔다.
"저를 시내의 광장까지 태워다 주시지 않겠습니까?"
거지를 태워 준 왕은 광장에 이르러 거지에게 내리라고 말했으나 거지는 꼼짝도 하지 않았다.
"그만 내리시오. 당신이 원하는 광장까지 다 왔잖소."
그러자 거지가 뜻밖의 말을 했다.
"왜 나더러 내리라는 거요? 이 말은 내 말이오. 만약 말에서 내리지 않으면 당신을 재판관에게 데려가는 수밖에 없소."
두 사람은 서로 자기의 말이라고 입씨름을 했다.


왕과 거지는 함께 재판소로 갔다. 재판소에는 많은 사람이 재판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재판관은 그 사람들을 차례대로 불러 냈다.
먼저 온 사람들 중에는 학자와 농부가 있었다. 둘은 아내 때문에 재판을 받고 있었다. 한 여자를 놓고 서로 자기 아내라고 우겼던 것이다.
두 사람의 주장을 듣고 난 재판관은 잠시 생각한 후에 말했다.
"당신들 두 사람은 여자를 여기 두고 갔다가 내일 다시 오시오."
다음에는 기름 장수와 푸줏간 주인 차례였다. 기름 장수의 옷에는 기름이 잔뜩 묻어 있었고, 푸줏간 주인의 옷에는 피가 잔뜩 묻어 있었다. 푸줏간 주인의 손에는 지갑이 들려 있었는데, 기름 장수는 푸줏간 주인의 손목을 꽉 붙들고 있었다. 푸줏간 주인이 먼저 말했다.


"내가 기름을 사고 지갑에서 돈을 꺼내 값을 치르려고 하는데, 이 사람이 갑자기 달려들어 지갑을 뺏으려고 했답니다. 그래서 재판을 받으러 왔습니다. 자, 보세요. 나는 내 지갑을 쥐고 있지만, 이사람은 내 손목을 쥐고 있잖아요? 이돈은 내 돈입니다. 저 사람은 도둑이에요."
그러자 기름 장수가 말했다.


"거짓말입니다. 저 사람이 우리 가게에 기름을 사러 왔었어요. 그래서 나는 그의 기름병을 가득 채워 주었지요. 그랬더니 이번에는 돈을 바꿔 달라는 거예요. 내가 돈지갑을 꺼내자 순식간에 그걸 잡아채서 도망치려 했어요. 그래서 제가 손목을 꽉 잡고 여기로 온 것입니다."


두 사람의 주장을 듣고 난 재판관이 말했다.
"그 지갑을 여기에 두고 돌아갔다가 내일 다시 오시오"
마침내 왕과 거지의 차례가 되었다. 왕은 지금까지 있었던 일을 재판관에게 말했다. 왕의 얘기를 듣고 난 재판관은 거지의 의견을 물었다. 거지가 말했다.
"이 사람은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 반대로 이야기한 겁니다."
"말을 이 곳에 두고 당신들은 내일 다시 오시오."
이튼날이 되자, 전날 그냥 돌아갔던 사람들이 재판관의 판결을 듣기 위해 다시 모였다. 먼저 학자와 농부가 재판관 앞에 나왔다.


재판관은 학자에게 말했다.
"저 여자는 당신이 데리고 가시오. 그리고 농부에게는 이 자리에서 매 오십 대를 때리도록 하라."
다음은 푸줏간 주인과 기름 장수 차례였다. 재판관은 푸줏간 주인에게 말했다.


"그 지갑은 당신 것이니 가지고 가시오."
그런 다음 재판관은 기름 장수를 돌아보며 말했다.
"저 사람에게 매 오십대를 때리도록 하라."
마침내 왕과 거지가 불려 나갔다. 재판관이 왕에게 먼저 물었다.
"당신은 스무 마리의 말 중에서 당신의 말을 찾아 낼 수 있겠소?"
"물론입니다."
"당신은 어떠시오?"
재판관은 거지에게도 물어 보았다.
"물론 저도 찾아 낼 수 있습니다."
"그럼 당신이 먼저 나를 따라오시오."
재판관과 함께 마구간으로 간 왕은 스무 마리의 말 중에서 금방 자기의 말을 찾아 냈다. 다음으로 재판관은 거지를 마구간으로 데려가 말을 찾아 내도록 했다.

거지도 제대로 찾아 냈다.

 

재판소로 돌아온 재판관은 왕을 쳐다보며 말했따.
"저 말의 주인은 당신이니 데려가도록 하시오. 그리고 저 사람에게는 매를 오십대 치도록 하라!"
이렇게 해서 모든 재판이 끝났다.
재판관이 집으로 돌아갈 때, 왕은 말을 끌고 재판관을 따라갔다.
"무슨 일이오? 내 판결이 잘못되었소?"
"아닙니다. 아주 훌륭한 판결이었습니다.

그런데 재판관님께선 어떻게 그 여가가 학자의 아내라고 판단하셨는지요?

또 그 돈지갑이 푸줏간 주인 것인지 어떻게 알았고,

이 말이 제 것이란 걸 어떻게 가려 내셨는지 알고 싶습니다."


"여자의 남편을 알아 낸 방법은 이렇소.

나는 오늘 아침 그 여자에게 잉크 스탠드에 잉크를 채워 넣으라고 시켰소.

그랬더니 그 여자는 잉크 스탠들 깨끗이 씻은 다음 익숙한 솜씨로 새 잉크를 부어 넣었소.

그것을 보고 나는 그 여인이 전에도 그런 일을 많이 해 보았다는 것을 알았소.

만약 농부의 아내였다면 그런 일을 그렇게 잘 할 수 없었을 테니까요.

그래서 학자의 말을 믿게 되었소.

그리고 지갑의 주인을 알아 낸 방법은 이렇소.

나는 어젯밤에 물을 담은 컵에 지갑의 동전을 담가 두었다가

아침에 일어나 물에 기름이 떠 있는지를 조사했소.

만일 그 돈이 기름 장수의 것이라면 기름이 떠 있어야 하지 않겠소?

그런데 기름이 떠 있지 않았소.

이것으로 푸줏간 주인의 말이 진실이라는 것이 증명되었소.

다음은 당신의 말을 가려 낸 방법인데, 간단한 문제가 아니었소.

알다시피 두 사람이 모두 스무 마리의 말 중에서 자기 말을 찾아 냈으니 말이오.

하지만 당신들을 마구간으로 데려가서 내가 시험하고자 했던 것은 당신들이 말을 제대로 찾느냐 하는 것이 아니었소.

나는 말이 어떤 사람을 주인으로 알아보는지를 지켜보았던 것이오.

당신이 가까이 갔을 때, 말은 당신 곁으로 오려고 머리를 쳐들었소.

하지만 그 사람이 말에게 손을 대자 말은 경계하듯 귀를 붙이고 한 발을 쳐들었소.

그걸 보고 나는 당신이 진짜 주인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소."


출처 : 불교 인드라망
글쓴이 : 쪽빛하늘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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