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착각한다, 사랑은 운명이라고…
흔히 사랑을 숭고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책임과 의무가 더해지는 도덕적 사랑만이 정당성을 갖는다. 그러나 몸은 함께 살면서도 다른 사람을 생각하는 경우가 있다. 아니 솔직히 많다. 남자들의 경우 더 그렇다. 이것이 불륜이다. 이 책은 탐욕과 타락, 불륜이라는 죄로 우수에 찬 감성의 감옥에 갇혀 금지됐던 사랑의 또 다른 가치에 대한 이성적 해석이다. 본능적 감성에 끌리는 뜨거운 사랑에 대한 차가운 이성의 따듯한 해석이다.
이 책에 따르면 사회심리학자 페르와 러셀이 ‘사랑의 유형’에 대해 조사한 결과 216개가 나왔다. 이 가운데 93개는 적어도 2명 이상이 언급했다. 또 60% 이상이 사실 ‘사랑’이 아니라 ‘우정’을 언급했다. ‘사랑’이라고 했을 때 사람들은 가장 먼저 ‘우정’을 떠올린 것이다. 이어 성적인 사랑, 부성애, 형제애, 모성애, 열정적 사랑, 로맨틱한 사랑 등의 순이었다.
페르와 러셀은 가장 많은 사람이 선택한 10개의 사랑의 유형에 또 다른 10개의 사랑의 유형을 더해 ‘진정한’ 사랑에 대해 조사했더니 가장 많은 사람이 ‘모성애’를 택했다. 또 ‘사랑’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사랑 순위에서는 2위를 차지했던 성적인 사랑은 16위에 그쳤다. 섹스에 대한 부정적 관념의 결과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우정+섹스 = 사랑’이라는 덧셈 공식을 갖고 있다. 이들은 사랑을 ‘흡수’ ‘사로잡힘’ ‘희생’ ‘고통’ ‘이데아’ ‘변화’로 생각하고 있다. ‘이데아’는 단점까지 사랑하는 ‘눈에 콩깍지가 끼는 현상’이다.
우리는 흔히 사랑을 아주 우연한 기회에, 운명적인 상대에게 빠져드는 것으로 여겨왔다. 그러나 이 책의 다양한 실험과 연구들은 이런 로맨틱한 사랑이 착각이며 환상이라고 냉정하게 분석한다. 조사대상 학생들의 말을 인용, “사랑은 인간이 스스로 만들어낸 감성이요, 감각이요, 감정이다” “사랑은 시간과 함께 영속되고 강화된 전설이며, 우리가 찾고 있는 유토피아요, 이상이지만 누구도 발견할 수 없다”고 말한다.
영화 ‘퐁네프의 연인들’을 보며 머리말을 쓴 저자의 결론은 싸늘하다. 사랑은 정말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사랑한다고 믿고 있는 것’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이 믿음을 굳건하게 하기 위해 사랑 그 자체가 아니라 정치적, 사회적, 경제적 역학관계를 고려해 상대를 선택하고, 지속적으로 그 상대를 바꿔나가고 있을 뿐이라는 것이다.
친구의 애인에게 끌리는 것은 일탈이나 불륜이 아니라 단지 좀 더 나은 상대를 찾기 위한 합리적 선택이라고 말하고 있다. 사랑은 예측 불가능하고 광적이며 변덕스러운 것이 아니라 오히려 현실적이고 예측 가능한 미래라는 것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경우 서로 대조적인 사람보다는 비슷한 계층의 사람들끼리 사랑에 빠진다고 덧붙인다.
그러나 저자는 사랑에 대한 불신자는 아니다. 냉정한 분석에서 오히려 뜨거운 사랑의 정당성을 끄집어낸다. ‘사랑은 독립적인 것으로 마음 내키는 곳으로 찾아가며 자신의 선택이 아닌 선택을 용납하지 않는다. 사랑은 교육을 잘 받은 학생 같다. 조심스럽게 은밀한 신호를 보내 자신이 도착한 것을 알린다. 사랑은 이상화와 찬미라는 일용할 양식을 필요로 한다. 사랑은 통찰력이 있다. 가능성과 보완성을 추측하고 그에 대한 생각을 제시하고 강제한다.
사랑은 모순덩어리다. 장애물을 양식 삼아 자신을 키우지만 일단 포식한 다음에는 사라진다. 사랑은 생각과 본능 두 가지 무기를 갖고 있다. 사랑은 본능인 동시에 신화다. 육체만으로 만족할 수 없고, 꿈만으로도 살 수 없다. 사랑은 운명의 주인이지 하인이 아니다. 사랑은 자신보다 더 큰 사랑을 두려워할 뿐이다. 사랑은 아무도 강요하지 않는다. 사랑은 이미 마음을 열고 사랑할 준비가 돼있는 사람을 찾아간다. 사랑은 전설의 불사조와 같다. 수천번 죽었다고 생각하지만 수천번 다시 살아난다. 다시는 사랑에 빠지지 않겠다고 맹세하지만, 결국 또다시 사랑에 빠진다.’
김승현기자 hyeo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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