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현화(普賢華)

●불교&자료&관심사●/불교이야기·불교뉴스

[스크랩] 왕의 신세타령

보현화 2008. 3. 29. 15:23

왕의 신세타령


큰스님과 대륜스님께서 포교를 위해

먼 이국 땅 미국을 방문하셨다.

출발 직전에 헌혈을 하시고  열네 시간이 넘는

긴 시간을 비행하셔서 가눌 수 없을 정도로

피로에 지친 성체로 숙소에 도착하셨다.


걸망을 내려놓으시기 바쁘게 큰스님께서는

아무 말씀도 않으시고 108배를 시작하셨다.

대륜스님께서도 큰스님을 옆에서 108배를 시작할 수밖에 없었다고

하시면서 말이 무슨 필요가 있나 손수 행하면 최고의 교육이다.

자신이 행하지 않으면서 자식에게 강요하므로 반항을 일으키고

가정교육이 되지 않는다고 하신 대륜스님의 법문은

왕의 가슴을 여지없이 쿡 찌르셨다.


왕의 권속이라고는 아내와 열여덟 살의 큰아들과

아홉 살의 작은 아들로 고작 세 명이 전부이지만

목이 마르면 앉은 자리에서

“물”하고 고함을 치고 나면 아내가 가져오고

리모콘이 필요하면 누운 자리에서

“리모콘” 하고 소리를 지르면 아들들이 가져오니

왕의 권세에는 별 문제가 없이 왕궁생활은 지속되었다.


변함이 없을 것 같은 권세도

아홉 살의 막내가 엄청난 충격을 주었다.

“엄마 물 줘요!”하고 고함을 지르며 재촉하는 것을 보고

“경동아 물은 직접 가서 먹어야지?” 하고 말하자

“아빠도 그렇게 하시면서 왜 나는 그렇게 하면 안 됩니까?”

막내의 반론에 기가 막혀 할 말을 잃고

아연실색하여 정신을 못 차리며 말없이 멍하니

바라만 보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이튿날 대륜스님께서는

천수경 수업 법회에서 이렇게 양심을 꾹 찔러 놓고 시작하셨다.

그 날 이후로는 왕은 손수 물 컵을 들고

직접 행차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얼마 후 금강경 수업이 시작되었다.

첫 시간부터 왕은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

부처님은 천이백오십인의 대중들과 함께 계시면서

발우를 들고 걸식하기 위해 직접 거리로 나서신 것을

두고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갖은 회의(懷疑)가 시작되었다.


“수보리야 내 밥 한 그릇 얻어 와!”하시고

발우를 제자들의 앞에 밀어 놓으시면 될 것을

세 명의 권속을 거느리고도 권력을 누리는 왕의 견해로는

직접 걸식하시는 부처님을 도저히 이해 할 수 없었다.

그렇게 부처님을 존경하던 제자들이 부처님이 밥그릇을 들고

거리로 나서는 것을 보고만 있었다는 것에

제자들도 이해할 수 없었다.

또한 이 시대 중생도 부처님의 상호 앞 상단에

날이면 날마다 사시마지를 올리는데

그 시대 우바새 우바이는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러나 법회인유분을 시작으로 금강경 수업이 거듭되면서

왕은 이른 아침에 일어나 쌀을 씻어 솥에 담고 밥이라도

지을 수밖에 없었다.


아내가 앓을 때는 엄살 같고 애들이 앓을 때는 꾀병 같았던 감기도

직접 앓으니 지독한 독감이다.

사대육신은 오한으로 아파오며 뼈 마디마디가 통증에 울고

열은 사십(?) 도를 오르내리는데 정신이 혼미하여

“아야 관세음보살, 아야 관세음보살~~~~”하고 앓는 소리가

입에서 침이 튀듯이 저절로 나온다.

철딱서니 없는 늦둥이 막내는

“아빠!, 아야 관세음보살은 누구세요?” 하고 묻는다.

물 컵을 든 행차도 솥뚜껑 운전도

“관세음보살님! 도저히 이제는 못할 것 같습니다.”

하고 두 손을 들었다.

거실의 벽에 걸려있는 무자년의 달력에서

관세음보살님의 수인(手印)은 아래 있는 오늘 날짜를 가르치시며

“얼마나 했다고 벌써 포기하느냐?”하고 경책을 하셨다.

할 수없이 감기 몸살이 나으면 다시 시작하기로 관세음보살님과

합의를 했다.

왕이 마당쇠의 빗자루를 받아들기가

그리 쉬운 것만은 아닌 것 같다.

출처 : 불교인드라망
글쓴이 : 慧定(18기) 원글보기
메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