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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승복이 회색인 이유

보현화 2008. 5. 21.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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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복이 회색인 이유

생사를 벗어나고자 발심한 출가 수행자에게
부처님이 허락하신 것은 오직 옷 세 벌과 발우 
거기에 하나를 더한다면 바랑 정도가 고작입니다.
머뭄없이 언제 어디서건
구도의 길을 떠날 수 있는 스님들...
그들을 가리켜
불가에서는 운수납자(雲水納子)라고 합니다.

그래서..
수행자가 입는 옷의 색깔은 구름의 빛깔을 닮았을뜻..?

사람은 누구나
자신을 아름답고 멋있게 꾸미고 싶어 합니다.
화려하지만 천박하지 않고,
세련되면서도 기품 있는 모습으로
타인의 시선을 끌고 싶은 욕망을 지니고 있는 것이지요.
모든 복식문화는 그런 욕망을 채우기 위해
유행을 낳고 변화를 거듭합니다.
그러나 승복(僧服)은..
그 끝없는 갈구에 종지부를 찍습니다.

승복의 잿빛은 걸사의 정신으로
청빈의 삶을 살고자 하는
출가 승려들의 각오를 투영합니다.
또한 은은한 잿빛에서 우러나는
그 절제된 힘은 중생들로 하여금
경외감을 갖게 하기에 충분하지요.

모든 것을 놓아버리고 자유로워지는 색,
세상의 모든 아름다움을 숨겨놓고 있는 색,
그래서 승복 빛은 색의 니르바나일지도 모릅니다.

잿빛이 원래..
우리나라 승복의 고유색은 아니었을 것입니다.
백의민족이니 당연히 흰색 옷을 입었을 수도 있었겠죠.
하지만 수행자의 것으로는 적합하지 않았을테고..
무언가 그에 걸맞는 색이 필요했을 것입니다.
그래서 찾아낸 것이 아궁이에 타다 남은 숯이었고
그 숯가루를 곱게 빻아서 자루에 넣고
물과 옷감을 함께 넣어 치대면
짙은 푸르른 빛깔이 서린 회색 빛의 옷이
만들어진 계기가 되었던 것입니다.
그것이야 말로..
흑과 백을 초월한 조화의 색이자 원융의 색이었던 거죠!

승복은 크게..
의식복과 평상복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의식복에서 가장 으뜸이 되는 옷은 ‘가사(袈裟)’이며
인도 말로는 ‘카사야(kasaya)’로 ‘무너진 색,
흩어진 색’ 즉 흐린 색을 의미합니다.

부처님 당시에는 청색, 황색, 적색, 백색, 흑색을
오종색이라고 하여 승가에서는
이 다섯가지 색을 지워서 입어야 한다는
규칙을 세워놓고 있었답니다.
그렇다고 한 가지 색깔로 통일한 것은 아니랍니다.
다섯가지의 원색을 피하고
황색의 나무 껍질이나 푸른 진흙,
빨간 돌가루 등으로 물들여 화려하지 않게 했죠!
이는.. 탐욕을 일으키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였습니다.

헌 누더기 여러 조각을 기워서 입은
‘납의(衲衣)’가사는 출가 승려에게 의식복이자,
몸을 가려주는 외투이자,
추위나 더위 모기 등을 피하는 이불과도 같은 것입니다.
검소하면서도 무소유한 삶의 길을 걷고자 하는
수행자 본연의 모습을 상징적으로 나타냅니다.

가사는 본래 인도에서는 그 하나만으로도
온전히 의복의 역할을 했으나
중국에 와서는 기후와 풍습 때문에
‘편삼’이라는 윗옷과 ‘군자’인 아래옷을 합쳐
꿰맨 옷으로 입게 되었습니다.
그것이 우리나라에 들어와서는 ‘장삼’이라는 옷으로 변하였죠.

장삼은 소매가 앞 뒤 여섯 폭으로 이어져
회장 중심의 곱쳐진 선이 경계가 되어
앞 네폭, 뒤 두폭으로 매우 넓으며
또 허리 아래에는 여분을 풍부하게 두어서
큼직한 맞주름을 앞뒤 각각 네 개씩
여덟 개를 잡은 ‘팔쪽 장삼’으로 되어 있습니다.
이 회색 장삼 위에 조계종의 경우 황갈색 가사를
왼쪽 어깨에서 오른쪽 겨드랑이 밑으로 걸쳐 입으면
가장 엄숙한 순간인 예불시간에 맞는 옷차림새가 됩니다.

평상복은 ‘유고(孺袴)’라 불리는 속옷을 입고
바지인 ‘고의’와 저고리인 ‘적삼’ 차림이 보통입니다.
그 위에 ‘동방의(짧은 두루마기 비슷한 것)’와
‘두루마기’를 입으면 예의에 어긋남이 없는 외출복이 됩니다.
여기에 ‘수대’라 불리는
회색 천으로 만든 네모난 가방을 들고
밀짚모자를 쓰고, 하얀 고무신을 신고 나서면
더할 나위없는 품위가 묻어난답니다.

승가의 반듯한 의제는
전장의 병사에게 있어 갑옷과도 같은 것입니다.
그리고 부처님께서 출가 수행자들의 의제로
분소의(糞掃衣)를 한정했던 것처럼
무소유는 수행자에게 있어 든든한 자산이나 다름없습니다.

<사분율(四分律)>에 의하면 분소의는 10종류가 있습니다.
** 소가 씹은 옷 **
** 쥐가 갉아 먹은 옷 **
** 타서 눌은 옷 **
** 여자의 생리로 더러워진 옷 **
** 출산 때 더러워진 옷 **
** 조상의 신주를 모신 사당에 버린 옷 **
** 묘지에 버려진 죽은 사람의 옷 **
** 신불에게 발원을 하고 버린 옷 **
** 관에 걸쳤던 옷 **
** 소임자가 자리를 옮겨서 쓸모가 없어진 옷 등. **

그러나 요즘은 형편이 많이 다르죠.
승복과 그에 따른 착용 예절은 간소함을 추구하는
현대사회의 조류와 맞물려
전통 자체가 단절될 위기에 있고,
종교 복식의 근엄함마저 실추시키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까움을 더한답니다.
평상복과 외출복의 경계없이 ‘
동방의’ 차림에 시내를 누비고,
잿빛 대신 파스텔톤의 갖가지 색의 승복은
승가 정신을 퇴색시키고 있답니다.
또 수백만원을 호가하는 고급 명주 승복은 오히려
옷을 모시는 꼴이 되지 않을까 염려스럽기까지 합니다.

이와 관련해서 조계종은 의제법 개정을 서두르고 있죠.
사미의제법 시행으로 논란이 되고 있지만
승가 의제를 율장과 청규에 맞게 법제화해 승가의 위계질서를
확립하겠다는 확고한 계획이죠.

승복은 그 빛깔만으로,
그리고 스님이 입고 있는 모양새만으로
세간의 사람들에게 종교의 신성함과
출가자에 대한 경외감, 구도열을 가속시킵니다.
또한 승복은..
그 옷을 입은 사람을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가게 합니다.

옷이 사람을 만든다는 말이 있죠!.
두해 전 무대에 올랐던 연극 ‘만행’은 승복을 입게 된
두 도망자가 승복을 통해 ‘참다운 자비와 사랑’을
깨닫게 되는 과정을 감동적으로 전했습니다.
옷이 사람을 바꾸어 놓은 것이죠.

이처럼 승복은 ‘나’를 만들기도 하고 ‘
타인’을 감응시키기도 합니다.
그리고 그것은 육체와 정신을 조화시켜
니르바나에 이르게 하는 방편이기도 합니다.


우리 불자님도 사찰에 갈땐
무소유의 삶을 실천하는 마음가짐과 옷차림으로
피안교를 넘었으면 한답니다.
나를 한번더 내려 놓을수 있는 그곳은
참 수행의 도량이며, 스님이 기거하시는 곳이기에
내 껍질의 화려함은
향기로운 도반들과 스님에게 결례가 될수 있답니다.

 

 

- 펌글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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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불교인드라망
글쓴이 : 자목련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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