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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대구시무형문화재 단청장 송곡 조정우 선생님

보현화 2009. 1. 24. 12:22

불화반 조정우 선생님의 매일신문 인터뷰기사

 

[일가를 이루다]

 

 

대구시무형문화재 단청장  조정우씨
다섯가지 색으로 다시 태어나는 불국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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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청은 청색`적색`황색`백색`흑색 등 다섯가지 색을 기본으로 사용하여 건축물이나 공예품 등에 무늬와 그림을 그려 아름답게 채색하는 것을 말한다. 대구시무형문화재 제14호 단청장 조정우(65)씨는 불교미술의 권위자다.

대구 남구 대명초교 인근 주택가에 위치한 그의 집에 들어서면 잔디가 곱게 깔린 작은 마당에 나즈막히 내려 앉은 소나무 세 그루가 호젓한 풍경을 연출하고 있다. 거실을 통해 2층으로 올라가면 작업실이 나온다. 장구모리`병모리 등 각종 단청 문양과 함께 9마리 용이 물을 뿜어 부처님을 목욕시키는 ‘부처님 탄생도’와 관음보살이 용을 타고 있는 ‘기룡관음’을 비롯해 ‘부처님 애민중생’, ‘해수관음’ 등 여러가지 탱화 작품이 벽면을 장식하고 있다. 모두 경전에 나오는 내용을 그림으로 재구성한 조씨의 창작품이다.

조씨가 단청을 처음 배운 시기는 18살인 1961년. “그림이 좋아 동양화를 그리는 화가가 되겠다”는 꿈을 키워가던 그에게 이웃이 단청하는 사람을 소개해 준 것이 계기가 됐다.

 

“당시에는 단청에 대한 관심도 없었고 단청이 무엇인지도 몰랐습니다. 단청장이 될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했죠.” 조씨는 범어동 장수사에서 중요무형문화재 제48호 보유자 고(故) 일섭 스님으로부터 단청을 배웠다. “새벽 3시에 일어나 예불하고, 스님들과 함께 생활하며 단청 뿐 아니라 불교 미술 전반을 두루 섭렵했습니다. 당시 동료 한명과 함께 밭`논농사 등 절의 농사를 모두 담당했습니다. 그것도 모자라 산을 깎아 절을 넓히는 일도 했죠. 하도 고생이 심해서 내가 왜 이런 일을 하나 열두번도 더 후회했습니다. 불교미술을 배우는 시간은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저녁 예불 후 잠시 짬을 냈죠. 지금은 그렇게 배우고 싶어도 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그는 2000년 스승이 입적하기 전까지 배움의 끈을 놓지 않았다. 불교미술 영역이 광범위하고 깊이 또한 심오해 평생을 바쳐도 다 익히지 못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조씨는 청도 운문사 관음전, 앞산 대성사 대웅전 등 많은 사찰에서 단청 작업을 했지만 지금은 단청 일을 하지 않는다. 1991년 대구시지정 1호 단청장이 되었지만 현재 그는 탱화와 벽화 작업을 중점적으로 하고 있다.

 

“불교미술에는 단청 뿐 아니라 조각`탱화`벽화 등 여러 분야가 있습니다. 단청은 불교 미술의 한 분야에 불과합니다. 단청이 어느 순간 너무 부각되면서 마치 불교미술을 대표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그것은 잘못된 것입니다. 단청은 기본 문양만 배우면 할 수 있는 불교미술의 기초 분야입니다. 반면 탱화와 벽화는 기법도 복잡하고 불교 교리까지 알아야 하기 때문에 매우 어렵습니다. 그런데 탱화나 벽화는 지방무형문화재로 지정되지 않고 있습니다. 제도가 잘못된 것이지요.” 그는 지방무형문화재로 지정된 것이 단청 밖에 없어 단청장이라는 직함을 갖게 되었을 뿐이라고 했다.

 

그동안 조씨는 해인사`송광사`운문사`월정사`화엄사 등 전국 유명 사찰에 나한도`조사도`심우도`팔상도 등 벽화와 후불`감로 등 많은 탱화 작품을 남겼다. 작은 사찰을 모두 합치면 그의 손길이 닿지 않는 곳이 없을 정도다.

특히 불교미술에 초안이 되는 작품을 많이 남겼다. 경전에 나와 있는 내용을 작가적 상상력으로 재구성해야 하는 경우가 많은 것이 불교미술의 특징. 그래서 교리에 대한 지식이 없으면 그리기 어렵다. 그가 오랫동안 장수사에서 기거하며 배운 불교 지식을 바탕으로 재현한 많은 그림은 뒤에 다른 작가들의 작품 활동에 도움을 주는 모델이 됐다. 송광사 ‘육바라밀’을 비롯해 ‘부처님 열반도’, ‘오백나한도’ 등이 대표적인 것이다.

 

불교미술을 하는 사람의 삶은 참 고되다. 한창 시절에는 한두달을 제외하면 모두 절에서 생활했다. 탱화 한 작품을 완성하는데 보통 1달, 벽화는 평균 15일에서 20일정도 걸리기 때문에 한번 집을 나서면 몇달 동안 돌아오지 못했다. 불교미술에 대한 인식이 좋아졌지만 여전히 생계가 보장되지 않은 기피직종이다. 지금도 노력에 비해 받는 보수가 낮기 때문이다.

“경복궁 맞은편에 위치한 법련사에 걸린 십왕각부탱화를 완성하는데 꼬박 1년이 걸렸습니다. 아침에 시작해서 해가 떨어질때까지 하루 10시간 이상 작업을 한달 정도 하면 폭 2m, 높이 3m 탱화 한폭을 완성하는데 10폭을 그렸습니다. 하지만 댓가는 일당 개념으로 계산해서 받았죠. 서양화나 동양화 작품 가격에 비해 턱없이 적은 돈이었습니다. 불교미술품이 예술가의 작품으로 제대로 평가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는 그림을 그리면 마음이 편해지고 잡념이 없어져 불교미술을 하게 된 것이 후회스럽진 않지만 후학들을 위해 처우가 나아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조씨는 두달전부터 영남불교대학에 나가 불교미술 강의를 하고 있다. 자신이 갖고 있는 지식을 사회에 환원하기 위해 시작한 일이다. “불교미술을 체계적으로 가르키는 시스템이 마련되어 있지 않아 안타깝습니다. 불교계는 인재를 양성하고 골라 쓰는데 보다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늦은감이 있지만 좋은 제자를 만나 내가 가진 모든 것을 전해 주고 싶습니다.”

이경달기자 sara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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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9년 01월 08일 -

출처 : 불교인드라망
글쓴이 : 여연.香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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