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쓰게 될지 모를 유언장
리빙센스 | 입력 2009.09.11 16:40
# 이 시대가 원하는 유언장은?
●의미 있는 죽음(well-dying)을 위해, 현재를 더 알차게 살기 위해 쓰는 유언장
●타임캡슐처럼 20여 년 뒤, 30여 년 뒤의 친구들과 내 모습을 그려보며 쓰는 유언장
●젊은 나이에 쓰는 오밀조밀한 인생 계획이 담긴 유언장
●연인과 함께 미래를 약속하는 서약서와 같은 유언장
●내가 미래의 내게 보내는 편지와 같은 유언장
# 21C 유언장에 들어갈 요소가 늘고 있다
재산 분할, 사회 환원 여부, 가족에게 전하는 메시지뿐 아니라 장기 기증 여부, 화장, 매장, 은행보험, 채권, 채무 현황외에도 자신의 일생 계획표를 적어도 좋다. 바빠서 아이와 놀아주지 못한 아빠라면 아이와 함께 놀이동산에 가는 것이 미래의 꿈일 수 있고, 아내와 신혼여행을 한 번 더 가고 싶다는 소박한 소망은 유언장 형식이지만 늘 당신의 마음속에 남아 언젠가는 꼭 지킬 수 있는 특별한 서약이 될 수 있다.
평생소원이 담긴 유언장|어렵게 돈을 모은 사람들이 왜 재산을 사회에 기부하는지 생각해본 적이 있나? 가령 자신들이 누리지 못했던 배움에 대한 한 때문일 수도 있다. 우리 시대 어머니나 할머니들은 대부분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했으니 배움에 대한 한이 생각보다 클 것이다. 그러다 보니 돈을 기부할 때 자신의 한을 대신 풀어줄 젊은이들에게 기회를 주고자 그런 유언장을 쓰는 것이다.
재력가가 아니라도 쓸 수 있는 유언장|딸에게는 주식 몇 퍼센트, 아들에게는 집과 땅 몇 평 등 나눠줄 수 있는 게 많은 이들만 유언장을 남기는 게 아니다. 나눠줄 물건이 소박해도 유언장을 쓸 수 있다. 이런 건 어떨까? 늘 할머니 무릎 위에서 전래동화를 듣던 낡은 소파, 몇 푼 되지는 않지만 어머니가 가장 아끼시던 묵주, 명품은 아니지만 아버지가 물려주신 시계 등. 유언장을 통해 가족들은 따뜻한 추억을 나눌 수 있고, 앞으로 유품이 될 그 물건들을 더욱 소중히 여기게 될 것이다.
체험으로 빛나는 유언장|요즘은 체험으로 유언장을 쓰는 사람도 많다. 즉, 자신의 임종을 '체험'하면서 자신의 과거와 현재, 미래의 삶을 예측해보고 현실을 좀 더 열심히, 아름답게, 또 치열하게 살아야지, 다짐하는 것이다.
매일매일 일기처럼 쓰는 유언장|'유언장=죽음'으로 연결시킬 필요는 없다. 유언장이 반드시 어떤 특별한 계기로 준비해야 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창밖을 보며 늘 자유를 꿈꾸던 '안네'는 어떤 심정이었을까? 나를 피해 숨죽여 지낸 하루하루의 기록들이 어쩌면 그녀가 인식하지 못한 유언장 노트일지도 모른다. 하루하루의 삶을 떠올리고 생명에 감사할 수 있는 소중한 유산이 될 수 있는 유언장. 안네에게는 좀 더 행복해지고 싶은 간절한 바람이 담긴 일기 형식 유언장이 아니었을까?
:: 형식에 구애받지 않는다
특정한 기억을 소중히 여기는 사람이라면 그에 대한 기억을 중심으로 써도 좋고, 기억나는 사람들과의 추억, 소중한 지인과의 만남 등을 써도 좋다. 보험은 물질을 남기지만 유언장은 사랑과 그 사람의 일대기를 남길 수 있는 자서전과 비슷한 의미가 됐다.
자신을 아팠던 모습이나 나쁜 모습으로 기억하지 않게 만들고 싶다면 동영상 유언장이 좋다. 종이 한 장이 아닌 소중했던 시절의 동영상을 편집해 가장 소중한 사람에게 선물할 수도 있다. 영화 < 편지 > 에서 마지막 유언을 비디오테이프로 남긴 '박신양'의 영화 속 모습을 기억하는가? 비록 아픈 모습이었지만 그가 남긴 말들과 눈빛에는 진심이 담겨 상처보다는 살아 있었을 때의 생생함으로 남은 이들에게 기억된다.
일생을 돌아보거나 감사를 전하고 싶다면 육성이 담긴 MP3 유언장도 좋다. 육성을 담아 소중한 가족에게 감사를 전하고 앞으로의 계획이나 그들을 축복하는 말을 담는 것 또한 유언이다. 진솔한 마음이 담긴 MP3 유언장 역시 소중한 추억이 될 수 있다.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는다면 편지 형식 유언장도 좋다. 막상 유언장을 쓰려니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정리가 되지 않을 때도 있다. 그럴 때는 어머니, 아버지, 그리고 친구에게 일기를 쓰는 마음으로 편지를 쓴다. 출발은 일기처럼 편하고 간소하지만 끝은 담담하고 이성적일 수 있는 편지 형식의 유언장이 좋다.
:: 법적 효력은 있을까?
재산 분배에 관한 부분은 공증을 받아야만 한다. 현재 우리나라 민법에서는 3가지 유언 방식을 정해놨다.
1 유언자가 유언의 내용이 되는 전문과 연월일, 주소, 성명을 자신이 쓰고 날인한 유언서(민법 제 1066조)
2 녹음 형식
3 공정증서(유언서의 전문과 연월일, 성명을 자서하고 도장을 찍는 것을 요건으로 하되, 도장은 인감증명이 된 실인일 필요는 없다. 막도장도 좋고 무인도 무방하며 날인은 타인이 해도 된다. 또 위와 같은 직접 손으로 쓴 유언장을 보관한 자 또는 발견한 자는 사망 후 지체 없이 그 증서를 법원에 제출해 검인을 받아야 한다.)(민법 1091조 제1항) 이 3가지 모두 공증을 받지 않아도 방식만 잘 따르면 법적 효력을 갖게 되어 있으나 본인의 의사에 따라 그 방식을 바꾸는 방법도 다양해졌다.
사진|최재인
진행|안소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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