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현화(普賢華)

●불교&자료&관심사●/멋진 삶을 위한 웰다잉

“고통스런 내 삶 아내가 끝내도록 …”

보현화 2010. 7. 20. 23:32

“고통스런 내 삶 아내가 끝내도록 …”

세계일보 | 입력 2010.07.20 22:05 

'자물쇠 증후군' 英 남성 법원에 '안락사 허가' 소송

"저는 먹는 것, 입는 것, 움직이는 것. 그 아무것도 제 뜻대로 할 수 없습니다. 이제 아내가 제 생명을 끝내도록 허락해 주십시오."

목 이하의 신체가 마비된 '자물쇠 증후군'을 앓는 한 영국인 남성이 아내가 자신에 대해 안락사를 시행하도록 허가해 달라고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고 20일 텔레그래프가 보도했다.





뇌졸중의 일종인 자물쇠 신드롬으로 사지를 못 쓰게 된 토니 니클린슨.
텔레그래프 제공

영국 월트셔 출신의 기술자 토니 니클린슨(56·사진)은 2005년 갑자기 찾아온 심장마비로 쓰러졌다. 심장마비는 토니의 뇌간(腦幹)을 손상시켜 자물쇠 증후군에 빠지게 했다. 뇌졸중의 일종인 자물쇠 증후군은 자물쇠를 채우듯 인체의 기능을 모두 정지시키는 병이다. 사지는 물론 혀까지 마비시켜 말할 수도 없다. 의식만 또렷하다. 토니는 눈을 깜박이거나 고개를 끄덕거려 의사소통을 한다.

토니는 소장에서 자신의 고통스러운 삶을 호소했다. 그는 "삶의 모든 부분에서 도움이 필요하다. 간지러워도 긁을 수 없고 코가 막혀도 풀 수 없다. 아기처럼 누군가 먹여줘야 음식을 섭취할 수 있다"면서 "하지만 아기와 달리 나는 이런 상태를 벗어날 수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나에게 사생활이나 존엄성은 없다. 앞으로 다가올 20년을 또 이렇게 보내고 싶지 않다"고 덧붙였다.

날마다 '삶의 고통'을 호소하는 토니지만 목숨을 끊는 것은 쉽지 않다. 영국 검찰총장은 2월 몸이 불편한 환자가 타인 도움으로 자살하는 데 대한 법률을 제시했다. 법률에 따르면 자살을 돕는 건 불법이지만 불치병 환자의 죽음을 돕는 것은 죄가 경감될 수 있다. 그러나 안락사는 제외된다. 본인 동의가 있더라도 안락사를 도우면 과실치사 또는 살인죄를 적용받는다.

결국 토니가 합법적으로 생을 마감하는 방법은 굶어 죽는 것뿐이다. 토니의 아내 제인은 "남편을 위해 치사량 약물 주사를 준비하기도 했지만 주사를 놓으면 살인죄가 적용되기 때문에 그럴 수도 없다"고 말했다.

토니는 이 때문에 제인이 자신의 안락사를 돕더라도 처벌받지 않도록 해달라고 법원에 호소했다. 그는 소장에서 "아내가 나에게 안락사를 시행하더라도 기소되거나 살인죄를 받지 않도록 해달라"고 강조했다.

안석호 기자 soko@segye.com
[Segye.com 인기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