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쁜 일을 제쳐두고 조계사 불교역사기념관에서 열린 법륜스님의 즉문즉설 현장을 찾아갔습니다. 즉문즉설은 자신이 궁금한 점을 법륜스님께 직접 질문하고 스님의 답변을 그 자리에서 들을 수 있는 문답식 강연입니다. 오늘은 ‘성공’을 주제로 6가지의 즉문즉설이 이뤄졌습니다. 그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았던 1가지 질문을 여러분께 소개하겠습니다. 오늘 강연장에는 20대 30대 청춘들이 많았습니다. 사회에 첫발을 막 내딛으려 하는 시기에는 어떻게 성공할 수 있을까 많은 고민을 하기 마련이지요. 과연 무엇이 성공인지 청춘들이 법륜스님에게 물었습니다.
잠깐 먼저 추천부터 해주시면 감사^^
질문자 : 현재 나이가 27살입니다. 저는 해마다 성공의 기준이 변해 왔습니다. 2년 전에는 연봉 3천 이상이었고, 1년 전에는 세무사가 되는 것이었고, 지금은 감정평가사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지금 현실에 만족을 못하고 있습니다. 성공이라는 기준을 합격이라고 지금은 잡았습니다. 성공은 어떤 것인지 묻고 싶습니다.
법륜스님 : 자기 성공은 자기가 뭘 하고 싶으냐에 따라 다르다. 그런데 왜 자기 얘기를 나에게 묻는가. 합격이면 성공이고 떨어지면 실패인가? 다섯 번 실패하면 어쩔 건가?
질문자 : 계속 밀고나가고 싶습니다.
법륜스님 : 성공해서 뭐하려고?
질문자 : 돈 벌려고 합니다.
법륜스님 : 왜 돈 벌려고 하나?
질문자 : 더 풍요로운 생활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법륜스님 : 어떤 것이 풍요로운 생활인가?
질문자 : 큰 집.
법륜스님 : 큰 집은 청소하기 힘들다.(웃음)
질문자 : 그래도 남들만큼 살고 싶습니다.
법륜스님 : 좀 애매모호하다. 돈 많이 벌어서 뭐하려고? 집 크게 사서 뭐하려고 하나?
질문자 : (....침묵)
법륜스님 : 작은 집에 살면 청소도 금방 할 수 있다. 큰 집에서 살면 청소하기 힘들다. 그게 왜 좋은가? 남한테 과시하는 게 좋은가?
질문자 : 그런 것도 있습니다.
법륜스님 : 큰 집 사는 것을 과시하면 뭐가 좋은가.
질문자 : ... 좋은 건 없는 것 같다.
법륜스님 : 이렇게 인생이 굉장히 막연하다. 아이들한테 소원이 뭐냐고 물으면 공부 잘하는 거요 한다. 공부 잘해서 뭐할래 물으면 좋은 대학 가야지요 한다. 좋은 대학 가서 뭐할래 물으면 좋은 직장 가야지요 한다. 좋은 직장 가서 뭐할래 물으면 돈 많이 벌어야죠 한다. 돈 많이 벌어서 뭐할래 물으면 좋은 집 사야죠 한다. 좋은 집 사서 뭐할래 물으면 이쁜 여자와 결혼해야죠 한다. 이쁜 여자와 결혼해서 뭐할래... 이렇게 계속 물으면 어떻게 될까. 집이 커야 이쁜 여자와 결혼한다면 그래서 뭐할 건가? 어디 가서 끝이 날까. 무엇을 향해서 지금 가는가. 자신에게 물어보라. 자꾸 물어보면 결국 뭘 하려는 것인가.
질문자 : 행복하려고 한다.
법륜스님 : 그렇다. 결국 행복하고 자유롭고 싶은 것인데, 죽을 때까지 행복 맛도 못보고 그러다 죽는다. 행복은 지금 느끼면 된다. 지금 이 자리에서 느낄 수 있는데 뭐 하러 삥 둘러 가는가. 지금 만족하면 행복해지고, 지금 다른 사람 눈치 안보면 자유로워지는 것이다. 이것은 지금 당장 할 수 있다.
여러분이 정말 정의로운 젊은이라면, 합격여부를 신경 쓸 것이 없다. 여러분이 운전교습소에 갔다면 운전 잘하는 것이 중요하지 합격당락이 중요한가. 그 관리사가 봐줘서 합격했다면 그것이 나에게 이로운 것인가. 그렇게 합격해서 차 몰고 나가면 죽는다. 실력 없이 좋은 대학 갔다면 학업을 따라가지 못한다. 그래서 우울증 걸리고 자살한다. 좋은 일이 아니다.
조금만 생각을 바르게 하면 괴로워할 문제가 아니다. 합격은 성공이고, 불합격은 실패가 아니다. 합격은 실력이 되었으니 그 직업을 하면 되고, 불합격하면 더 공부를 하면 된다. 내 능력이 거기에 안 맞는데 요행히 합격하면 큰 사고를 친다. 이렇게 바르게 사고하면 사실 괴로울 일은 없다.
고등학교 교과과정은 세상을 사는 기본지식을 알려준다. 시험에 붙기 위해 공부하지 말라. 열심히 공부해서 점수 나오는 데로 가면 된다. 왜 억지로 공부하려고 하나. 정말 필요해서 살아있는 공부를 해야 하는데, 여러분은 그렇지 않다.
그렇게 돈 벌어서 스트레스를 받으니, 비싼 차, 비싼 술집, 비산 골프를 쳐야만 스트레스가 풀린다. 의사가 환자를 치료하는데 무슨 스트레스가 있겠나. 이혼 소송으로 사람이 찾아 왔을 때 감정을 다스리게 도와주고 돌려보낼 수도 있다. 돈벌이로 그런 일을 하면 안 된다.
세상이 돈에 미쳐서 돌아가고 이 세상의 유일 신앙이 돈교이다. 여러분이 조금 더 사물을 바르게 보는 지혜가 필요하다. 하루에 삼천배 해야 대학에 들어가겠나, 열심히 공부해야 대학에 들어가겠나? 열심히 공부해야 대학에 들어가는 거다.
의사의 본분은 치료이다. 가장 좋은 의사는 환자를 안 생기게 하는 것이다. 의사는 할 일없는 것이 제일 좋은 것이므로 그것이 궁극적 목표이다. 스님의 궁극적 목표는 사람들이 고민이 없는 것이다. 그런데 한 의사가 나에게 와서 환자가 없다고 푸념했다. 그래서 내가 그랬다. “당신 돈벌이 하라고 사람들이 아파야 하겠나.” 의사가 사람이 아프길 바라니 그게 무슨 의사인가. 사람을 살리는 일에 재능을 쓰면서 살면 스트레스를 따로 풀 이유가 무엇이 있나.
나는 사는 것이 굉장히 재미있다. 20년 같이 살던 남편이 바람을 폈다면 얼마나 재미있나. 남편 상담도 해보고, 남편 애인도 찾아가보고, 부부관계가 지루해지는 이유를 연구하면서 ‘중년 남성의 바람기는 어디서 오는가’ 논문도 한편 쓸 수 있다.(청중들 웃음) 사춘기 자녀가 속을 썩이면 연구를 해본다. 자신이 아이를 가졌을 때의 마음과 키울 때 마음을 돌아보면서 그것이 어떻게 아이에게 부정적 영향을 주었는지 연구한다면 얼마나 재미있을까. 그런데 결혼도 안한 나에게 자녀를 데려와서 바른 길로 인도해달라고 한다.
행복이란 무엇인가? 자기 일에 만족하면 행복하다. 자유란 무엇인가? 사람들의 시선에 걸림이 없으면 자유롭다. 상대가 화를 내서 나도 같이 화내면 속박이고, ‘아 저럴 때 화 낸다’ 구경하는 마음이면 내가 자유롭다. 부모, 남편, 아내에게 메여 살 필요가 없다. 누가 뭐라고 하면 ‘그럴 수도 있겠다’ 하면 된다.
뭐가 성공인가? 성공이라 할 만한 것이 없다는 것을 아는 것이 성공이다. 성공은 남이 평가하는 것이다. 나는 최선을 다해서 살 뿐이다. 일이 잘 되서 똑같은 일을 두 번 하는 것과 일이 안 되어서 다른 일을 두 번 하는 것이나 인생은 같다. 한 가지를 열 번하든, 열 가지를 한 번씩 하든 같다. 남의 평가는 중요하지 않다. 상처만 없으면 실패 많이 하는 것은 좋은 일이다. 상처는 연구 안하고 공짜로 먹으려는 데에서 온다.
내 선택의 문제이다. 내 재능을 왜 그런데 쓰나. 허황된 데 매달리지 말고, 좋은 대학 나와서 환투기 하는데 빠져서 낭비하지 말고, 그게 역사발전에 무슨 도움이 되나. 그런 것이 선망의 대상이 된다면 자기 인생 망치는 것이다. 직업 선택을 할 때 돈에 너무 팔리지 말고, 어떤 기여를 하고 어떤 보람을 느낄 수 있느냐에 따라 선택해라. 남의 평가에 연연하지 마라.
스님의 답변이 끝날 때마다 박수 소리가 크게 터져나왔습니다. 이 질문 뒤에도 5개의 질문들이 더 이어졌습니다. 지면 관계 상 다 소개하지는 못하고 대부분 청춘들의 진로에 대한 고민들이었습니다. 실패가 상처가 되는 것은 욕심 때문이라고 말씀하시는데 가슴이 뜨끔했습니다. 요즘 하고자 하는 일이 잘 안된다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거든요. 나는 실패를 배움의 기회로 활용하는 것이 아니라 욕심으로만 일해 왔었구나. 작은 깨우침이 있었습니다. 성공이라 할 만한 것이 없다는 것을 알아라. 성공은 남이 평가해 주는 것이고 나는 다만 최선을 다해 살면 될 뿐이다.... 결과에 집착하던 마음을 가볍게 내려놓고 과정에 충실하고 늘 만족하며 배우는 삶을 살아야겠단 다짐을 하며 가벼운 발걸음으로 강연장을 빠져나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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