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현화(普賢華)

●불교&자료&관심사●/법륜스님·법문 外

법륜스님 "실패가 상처가 되는 것은 욕심 때문"

보현화 2011. 4. 23. 17:29

 


바쁜 일을 제쳐두고 조계사 불교역사기념관에서 열린 법륜스님의 즉문즉설 현장을 찾아갔습니다. 즉문즉설은 자신이 궁금한 점을 법륜스님께 직접 질문하고 스님의 답변을 그 자리에서 들을 수 있는 문답식 강연입니다. 오늘은 ‘성공’을 주제로 6가지의 즉문즉설이 이뤄졌습니다. 그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았던 1가지 질문을 여러분께 소개하겠습니다. 오늘 강연장에는 20대 30대 청춘들이 많았습니다. 사회에 첫발을 막 내딛으려 하는 시기에는 어떻게 성공할 수 있을까 많은 고민을 하기 마련이지요. 과연 무엇이 성공인지 청춘들이 법륜스님에게 물었습니다.
잠깐 먼저 추천부터 해주시면 감사^^

 

 

질문자 : 현재 나이가 27살입니다. 저는 해마다 성공의 기준이 변해 왔습니다. 2년 전에는 연봉 3천 이상이었고, 1년 전에는 세무사가 되는 것이었고, 지금은 감정평가사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지금 현실에 만족을 못하고 있습니다. 성공이라는 기준을 합격이라고 지금은 잡았습니다. 성공은 어떤 것인지 묻고 싶습니다.

법륜스님 : 자기 성공은 자기가 뭘 하고 싶으냐에 따라 다르다. 그런데 왜 자기 얘기를 나에게 묻는가. 합격이면 성공이고 떨어지면 실패인가? 다섯 번 실패하면 어쩔 건가?

질문자 : 계속 밀고나가고 싶습니다.

법륜스님 : 성공해서 뭐하려고?

질문자 : 돈 벌려고 합니다.

법륜스님 : 왜 돈 벌려고 하나?

질문자 : 더 풍요로운 생활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법륜스님 : 어떤 것이 풍요로운 생활인가?

질문자 : 큰 집. 

법륜스님 : 큰 집은 청소하기 힘들다.(웃음)

질문자 : 그래도 남들만큼 살고 싶습니다.

법륜스님 : 좀 애매모호하다. 돈 많이 벌어서 뭐하려고? 집 크게 사서 뭐하려고 하나?

질문자 : (....침묵)

법륜스님 : 작은 집에 살면 청소도 금방 할 수 있다. 큰 집에서 살면 청소하기 힘들다. 그게 왜 좋은가? 남한테 과시하는 게 좋은가?

질문자 : 그런 것도 있습니다.

법륜스님 : 큰 집 사는 것을 과시하면 뭐가 좋은가.

질문자 : ... 좋은 건 없는 것 같다. 

법륜스님 : 이렇게 인생이 굉장히 막연하다. 아이들한테 소원이 뭐냐고 물으면 공부 잘하는  거요 한다. 공부 잘해서 뭐할래 물으면 좋은 대학 가야지요 한다. 좋은 대학 가서 뭐할래 물으면 좋은 직장 가야지요 한다. 좋은 직장 가서 뭐할래 물으면 돈 많이 벌어야죠 한다. 돈 많이 벌어서 뭐할래 물으면 좋은 집 사야죠 한다. 좋은 집 사서 뭐할래 물으면 이쁜 여자와 결혼해야죠 한다. 이쁜 여자와 결혼해서 뭐할래... 이렇게 계속 물으면 어떻게 될까. 집이 커야 이쁜 여자와 결혼한다면 그래서 뭐할 건가? 어디 가서 끝이 날까. 무엇을 향해서 지금 가는가. 자신에게 물어보라. 자꾸 물어보면 결국 뭘 하려는 것인가.

지금 무엇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가

질문자 : 행복하려고 한다.

법륜스님 : 그렇다. 결국 행복하고 자유롭고 싶은 것인데, 죽을 때까지 행복 맛도 못보고 그러다 죽는다. 행복은 지금 느끼면 된다. 지금 이 자리에서 느낄 수 있는데 뭐 하러 삥 둘러 가는가. 지금 만족하면 행복해지고, 지금 다른 사람 눈치 안보면 자유로워지는 것이다. 이것은 지금 당장 할 수 있다.

지금 당장 행복해질 수 있는데... 왜?

많은 시간을 낭비하고도 행복의 맛도 못 보기 때문에 죽을 때 다 후회한다. 어떤 목표 달성을 위해 공부를 하고 있다면, 공부하는 것이 행복해야 한다. 여러분은 공부하는 것은 괴로워하고 합격에만 행복해 한다. 산에 오르는 과정이 행복인데, 꼭대기에서 보는 것만 행복이라고 한다. 꼭대기까지 못가면 어떤가. 중간까지 가도 실패가 아니다. 올라간 만큼 이룬 것이다. 삶은 과정이다. 여러분은 공부하는 즐거움은 없고 합격만 바란다. 그렇기 때문에 부처님한테 합격시켜 달라고 하루에 천배씩 기도한다. 노력도 안하고 실력도 안되는데 부처님이 불쌍해서 합격시켜주었다면 부정입학 아닌가. 부처님을 부정입학시켜주는 존재로 만든다. 그것이 무슨 신앙인가.

 

 


공부하는 즐거움은 없고 합격의 즐거움만 있기 때문에 괴로운 것

여러분이 정말 정의로운 젊은이라면, 합격여부를 신경 쓸 것이 없다. 여러분이 운전교습소에 갔다면 운전 잘하는 것이 중요하지 합격당락이 중요한가. 그 관리사가 봐줘서 합격했다면 그것이 나에게 이로운 것인가. 그렇게 합격해서 차 몰고 나가면 죽는다. 실력 없이 좋은 대학 갔다면 학업을 따라가지 못한다. 그래서 우울증 걸리고 자살한다. 좋은 일이 아니다.

조금만 생각을 바르게 하면 괴로워할 문제가 아니다. 합격은 성공이고, 불합격은 실패가 아니다. 합격은 실력이 되었으니 그 직업을 하면 되고, 불합격하면 더 공부를 하면 된다. 내 능력이 거기에 안 맞는데 요행히 합격하면 큰 사고를 친다. 이렇게 바르게 사고하면 사실 괴로울 일은 없다.
 
고등학교 교과과정은 세상을 사는 기본지식을 알려준다. 시험에 붙기 위해 공부하지 말라. 열심히 공부해서 점수 나오는 데로 가면 된다. 왜 억지로 공부하려고 하나. 정말 필요해서 살아있는 공부를 해야 하는데, 여러분은 그렇지 않다.

왜 아까운 자기 재능을 돈의 노예가 되는 것에 쓰나

사람을 살리기 위해서 의사를 하지 않고 돈을 많이 벌기 위해 의사를 한다. 아픈 환자를 고치는 것이 의사인데, 성형수술을 해야 돈을 많이 번다. 매상을 올리기 위해 필요 없는 과잉 치료와 과잉 진료를 하기 때문에 사람들이 의사들을 못 믿는다. 사람의 답답함을 이용해서 돈벌이 하는 의사가 되지 마라. 법조인도 소외된 사람을 위해서 일하면 돈이 안 벌리고, 대기업의 탈세를 봐주는 대형 로펌을 만들어야 돈을 번다. 사회개혁의 1번이 검찰개혁이 되었다. 왜 아까운 자기재능을 그렇게 돈의 노예가 되는 것에 쓰나. 그것이 성공인가.

그렇게 돈 벌어서 스트레스를 받으니, 비싼 차, 비싼 술집, 비산 골프를 쳐야만 스트레스가 풀린다. 의사가 환자를 치료하는데 무슨 스트레스가 있겠나. 이혼 소송으로 사람이 찾아 왔을 때 감정을 다스리게 도와주고 돌려보낼 수도 있다. 돈벌이로 그런 일을 하면 안 된다.
 
세상이 돈에 미쳐서 돌아가고 이 세상의 유일 신앙이 돈교이다. 여러분이 조금 더 사물을 바르게 보는 지혜가 필요하다. 하루에 삼천배 해야 대학에 들어가겠나, 열심히 공부해야 대학에 들어가겠나? 열심히 공부해야 대학에 들어가는 거다. 

성공의 목표가 자꾸 바뀌는 것은 돈에 휘둘리기 때문

지금 질문자는 왜 자꾸 목표가 바뀔까? 교회 갔다 절에 갔다 하는 것은 종교에는 관심 없고 어딜 가야 돈이 잘 벌릴까 하기 때문이다. 돈에 휘둘리는 것이다. 돈 많은 남자가 나타나면 사귀던 남자도 배신하고 떠난다. 30년 다니던 회사도 돈을 더 준다면 다른 회사로 옮긴다. 현명한 것 같아도 돈의 노예이다.

노동이 놀이화되는 것이 진정한 노동해방

노동의 다음시대는 무엇일까. 바로 자원봉사이다. 그것은 내 재능을 돈에 안 판다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노동해방이다. 근무시간을 몇 시간 단축하고, 근무조건을 바꾸는 것이 노동해방이 아니고, 노동이 놀이화되는 것이 진정한 노동해방이다. 노동이 놀이가 되면 얼마나 오랜 시간 일하든 상관이 없다. 내가 주인이다. 이것의 전환이 노동의 해방이다.

의사의 본분은 치료이다. 가장 좋은 의사는 환자를 안 생기게 하는 것이다. 의사는 할 일없는 것이 제일 좋은 것이므로 그것이 궁극적 목표이다. 스님의 궁극적 목표는 사람들이 고민이 없는 것이다. 그런데 한 의사가 나에게 와서 환자가 없다고 푸념했다. 그래서 내가 그랬다. “당신 돈벌이 하라고 사람들이 아파야 하겠나.” 의사가 사람이 아프길 바라니 그게 무슨 의사인가. 사람을 살리는 일에 재능을 쓰면서 살면 스트레스를 따로 풀 이유가 무엇이 있나.

나는 사는 것이 굉장히 재미있다. 20년 같이 살던 남편이 바람을 폈다면 얼마나 재미있나. 남편 상담도 해보고, 남편 애인도 찾아가보고, 부부관계가 지루해지는 이유를 연구하면서 ‘중년 남성의 바람기는 어디서 오는가’ 논문도 한편 쓸 수 있다.(청중들 웃음) 사춘기 자녀가 속을 썩이면 연구를 해본다. 자신이 아이를 가졌을 때의 마음과 키울 때 마음을 돌아보면서 그것이 어떻게 아이에게 부정적 영향을 주었는지 연구한다면 얼마나 재미있을까. 그런데 결혼도 안한 나에게 자녀를 데려와서 바른 길로 인도해달라고 한다.

행복이란 무엇인가? 자기 일에 만족하면 행복하다. 자유란 무엇인가? 사람들의 시선에 걸림이 없으면 자유롭다. 상대가 화를 내서 나도 같이 화내면 속박이고, ‘아 저럴 때 화 낸다’ 구경하는 마음이면 내가 자유롭다. 부모, 남편, 아내에게 메여 살 필요가 없다. 누가 뭐라고 하면 ‘그럴 수도 있겠다’ 하면 된다.

 

 


성공이라 할 만한 것이 없다는 것을 아는 것이 성공

뭐가 성공인가? 성공이라 할 만한 것이 없다는 것을 아는 것이 성공이다. 성공은 남이 평가하는 것이다. 나는 최선을 다해서 살 뿐이다. 일이 잘 되서 똑같은 일을 두 번 하는 것과 일이 안 되어서 다른 일을 두 번 하는 것이나 인생은 같다. 한 가지를 열 번하든, 열 가지를 한 번씩 하든 같다. 남의 평가는 중요하지 않다. 상처만 없으면 실패 많이 하는 것은 좋은 일이다. 상처는 연구 안하고 공짜로 먹으려는 데에서 온다.

실패가 상처가 되는 것은 욕심 때문

여러분은 밥을 만 번 먹는다. 그것은 실패인가? 아니다. 먹으면서 커 간다. 나날이 발전한다. 실패가 상처가 되는 것은 욕심 때문이다. 이런 관점에 딱 서서 뭐든지 도전 해봐라. 해보고 안 되면 나에게 레포트를 내라. 뭐가 잘못인지 알려줄 수 있다. 문제를 해결하려고 직접해 보고 온 아이는 방법을 알려주면 자기 것이 되지만, 안 해보고 온 아이는 자기 것으로 못 만든다.

내 선택의 문제이다. 내 재능을 왜 그런데 쓰나. 허황된 데 매달리지 말고, 좋은 대학 나와서 환투기 하는데 빠져서 낭비하지 말고, 그게 역사발전에 무슨 도움이 되나. 그런 것이 선망의 대상이 된다면 자기 인생 망치는 것이다. 직업 선택을 할 때 돈에 너무 팔리지 말고, 어떤 기여를 하고 어떤 보람을 느낄 수 있느냐에 따라 선택해라. 남의 평가에 연연하지 마라.

스님의 답변이 끝날 때마다 박수 소리가 크게 터져나왔습니다. 이 질문 뒤에도 5개의 질문들이 더 이어졌습니다. 지면 관계 상 다 소개하지는 못하고 대부분 청춘들의 진로에 대한 고민들이었습니다. 실패가 상처가 되는 것은 욕심 때문이라고 말씀하시는데 가슴이 뜨끔했습니다. 요즘 하고자 하는 일이 잘 안된다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거든요. 나는 실패를 배움의 기회로 활용하는 것이 아니라 욕심으로만 일해 왔었구나. 작은 깨우침이 있었습니다. 성공이라 할 만한 것이 없다는 것을 알아라. 성공은 남이 평가해 주는 것이고 나는 다만 최선을 다해 살면 될 뿐이다.... 결과에 집착하던 마음을 가볍게 내려놓고 과정에 충실하고 늘 만족하며 배우는 삶을 살아야겠단 다짐을 하며 가벼운 발걸음으로 강연장을 빠져나왔습니다.^^

<덧붙여> 마지막으로 잠깐 알려드릴게 있어요. 법륜스님의 즉문즉설이 책으로 엮어져 나왔답니다. 연애, 결혼, 취업, 진로 고민에 대한 청춘들과 스님의 문답이 주제별로 재미있게 담겨 있습니다. 깊이 있는 법륜스님의 말씀을 접하고 싶다면 강추~ 

바로가기 : 
 

<교보문고> <YES24> <인터파크> <알라딘> <LiBRO>

이 외에 법륜스님의 더 많은 즉문즉설 이야기를 읽고 싶으시다면 여기를 클릭하세요. [클릭]

제 글의 업데이트 소식이 궁금하다면 @hopeplanner 을 팔로우하세요. 이 글이 유익하셨다면 아래의 추천 단추를 눌러주세요.


감사합니다. 여러분의 성원에 힘입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