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현화(普賢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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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한스의 1박 2일(2011.5.13~14)

보현화 2011. 5. 21. 12:58

지난 달 서해안 여행한지 어언 한 달이 다 되어 간다.

남편이 이번에도 인천 출장이 잡혀 우리는 다시 1박2일 예정으로 인천으로 향했다.

나는 요즘 지인의 청도 수목원에서 친구들과 쑥 뜯는 게 더 재미가 있었지만, 못 이기는 척하고 특별히(?) 동행을 하게 됐다.

 

1.   인천 연안 부두

  

 남편이 회의를 하는 1시간 반 동안 혼자 인천 연안 부두(사진)를

 한바퀴 돌아 봤다.

 여객선 터미널에서는 유람선도 있었지만,

 시간이 무려 2시간 50분이 나 걸려 포기하고,

 연안 부두 시장을 돌아  다녔다.

 대구에서는 보기 힘든 싱싱한 해물 특히 꽃게가 무지 많았다.

 사고 싶은 마음을 간신히 참고, 마침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경로 잔치가 한창이라 부채춤과 사물 놀이 공연도 구경하다 보니

 시간이 금새 지나 갔다.

 우리는 꽃게 얘길 하면서 간장 게장 백반으로 점심을 먹었다.

 

 

2. 소래 포구

 

말로만 듣던 소래 포구는 바다 내음과 사람들로 활기에 넘쳤다.(사진)

전에 남편이 인천 갔다 오면 왕새우랑 쭈꾸미를 사 오곤 했는데, 다 이 소래 포구에서 사 왔단다.

사람들은 바닷가 횟집 앞에서 회를 떠 즉석에서 자리를 깔고 먹기도 하고, 손에 가득 장 본 꾸러미를 들고 바삐 움직였다.

우리도 광어, 우럭, 멍게를 한 접시 먹고, 간장 게장과 소라를 2kg 샀다.

내일 집에 갈 때까지 잘 보존될까 걱정이 되었지만, 소래 포구까지 와서 그냥 갈 수가 없었다.

다행히 집에 가서 보니 포장을 잘 해서 그런지 무사했다.

 

   

 

시장을 다니면서 보니 서해안이라 그런지 조개 종류가 정말 많았다.

게다가 싱싱한 보존과 청량감이 돌도록 하기 위해 장치한 다양한 분수(?)가 눈길을 끌었다.(사진)

우리는 아이들처럼 길에서 다슬기를 까 먹고 길에다 껍데기를 버렸다.ㅋㅋ

 

  

 

 

3. 삽교호 관광지                                                                                    

 

       

 

우리는 일몰을 보기 위해 서해 대교를 건너 당진 왜목 마을로 달렸다.  

방조제를 일직선으로 달려 잠시 삽교호에서 쉼표를 찍었다.

1979년 고 박정희 대통령이 마지막 공식 업무로 삽교호 방조제 준공식에 왔다가 돌아 간 날이 10. 26 아닌가.

삽교호 관광지에는 오래된 폐군함을 함상공원(사진)이라 하여 아이들 교육장으로 이용하고 있었다.

현대 왕회장 고 정주영씨는 폐유조선으로 조류를 막아 간척 사업을 하는 데 이용했다. 

발상의 전환은 항상 신선한 결과를 가져 온다.

우리는 한시간 정도 서해대교 아래를 통과하는 유람선을 탔다.(사진)

서해대교(사진)는 서해안 고속도로 경기도 평택과 충남 당진을 연결, 총연장 7,910m에 다리 교각 만도 100개나 된다는

선장님의 설명이 있었다.

 

 

 

 

 유람선이 출발하자  갈매기들이 내가 던져 주는 새우깡을  

먹을려고  끊임없이 따라 왔다.(사진)

 리처드 버크의 소설 "갈매기의 꿈" 에서는

 "높이 나는 갈매기가 멀리 본다"지만, 나를 따라 온 갈매기는

 "날쌘 갈매기가 새우깡을 먹는다"는 본능에 충실한 갈매기들

이었다.

그들의 단순함이 한편 부럽고, 또 한편 측은 했다.

 

                                                        

 

 

3. 당진 왜목 마을

 

 어느 덧 해가 기울고 있었다.

우리는 일출과 일몰을 함께 볼 수 있어 유명해진 당진 왜목 마을로

향했다.

 태안 반도 북쪽 끝으로 마치 왜가리 목처럼 튀어 나온 특이한 지형 탓에 동해안처럼 일출을 볼 수 있는 곳이지만 일몰은 별로였다.

 당진 화력 발전소와 철탑 등이 왜목 마을 석문산의 시야를 가려

허탈한 마음으로  아쉬운 발걸음을 도비도로 돌려야 했다.

도비도는 대호 방조제(사진)로 연결돼 이제는 더 이상 섬이 아니다.

마치 고군산군도가 새만금 방조제로 육지가 된 것처럼..

그런데 왠 걸!왜목 마을의 지명도 탓에 별 생각없이 간 도비도 농어촌

휴양 단지 전망대에서 우리는 황홀한 일몰을 만났다.(사진)

 

   

 

해질 녁이 되어 다소 쌀쌀해 진 날씨 탓인지, 바로 옆에 잘 지은 콘도같은 농어민 숙소가 있었지만, 장엄한 일몰을 찾아

이 고저넉한 곳까지 간 여행객은 우리 둘 뿐이었다.

아쉬운 발걸음은 너무 가까운 곳에서 생각보다 빨리 보상을 받은 느낌이었다.  

시시각각 변하는 아름다운 일몰을 보며, 문득 황동규의 시가 떠올랐다

   

내 그대를 생각함은

항상 그대가 앉아 있는 배경에서

해가 지고 바람이 부는 일처럼 사소한 일일 것이나

언젠가 그대가 한없이 괴로움 속을 헤매일 때에

오랫동안 전해 오던 그 사소함으로 그대를 불러 보리라. 

 

진실로 진실로 내가 그대를 사랑하는 까닭은

내 나의 사랑을 한없이 잇닿은 그 기다림으로 바꾸어 버린 데 있었다.

밤이 들면서 골짜기엔 눈이 퍼붓기 시작했다.

내 사랑도 어디쯤에선 반드시 그칠 것을 믿는 다.

다만 그 때 내 기다림의 자세를 생각하는 것뿐이다.

그 동안에 눈이 그치고 꽃이 피어나고 낙엽이 떨어지고 또 눈이 퍼붓고 할 것을 믿는다. 

                                                                             

                                                                                           - 황동규 "즐거운편지"   

   

 그렇다. 함께 살고 사랑하는 것은 사소함을 같이 나누는 것이다. (그리고 기다리는 것이다.)

무슨 국가 대사를 논하는 것이 결코 아니다.

일상의 소소함, 사소한 것들의 소중함이 아프고 난 다음부터 더 가슴에 와 닿고, 그것을 함께 나누는 가족의 소중함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일몰을 본 우리는 이 지역의 명물 "박속 낙지탕(사진)"을 먹으러 다시 왜목 마을로 갔다.  

사소함을 함께해야 하니까..ㅎㅎ

  

 

 

4. 고창 청보리밭

 

남편은 아마 순간 이동을 한 모양이다.

눈을 뜨니 어느 덧 고창이다.

축제가 끝난 아침에도  청보리밭에서는 은은한 선율이 울려 퍼졌다.

제법 그럴 듯한 카메라를 맨 사람들이 청보리밭 입구 원두막(사진) 에서 부터 눈에 띄었다.

번잡함을 싫어하고 순수히 청보리만을 조용히 만나고 싶은 사진 동호인들인가 생각 되었다.

지난 달 왔을 때는 보리가 종아리 정도 키였는데, 지금은 허리 정도로 훌쩍 자라 푸르름을 더했다.

우리는 보리밭 사잇길을 거닐며 5월의 푸르름을 마음껏 즐겼다.(사진)

그 옛날 조상들이 보리를 수확하기 전 한창 춘궁기일 이 시절, 보리밭에서 낭만을 즐길 수 있는 이 풍요에 감사하면서..

 

   

      

 

 

5. 고창에서 장성 가는 길

 

장성은 전북 고창과 전남 담양 사이에 있다.

가는 길에 고창 하고리 왕버들 나무숲에서 잠시 한 컷(사진), 그리고  평림댐의 장미원(사진)으로 내달았다.

우리 집 베란다 화단에는 장미가 제법 피었건만, 이 곳은 남도이지만 지대가 높아서인지 장미라고는 딱 한 송이(사진)가 피어

있을 뿐이었다. 그마저 남편이 찾아냈다.

차라리 성서 학생회관 부근 이곡 분수공원을 찾으리라 생각하고 발길을 돌렸다.

이곡 분수공원의 장미는 곧 한창일 것이다.(대구 사시는 분은 꼭 가 보시길..넘 예쁘요~)

선운사 동백은 지금 가면 한창일 듯한데 그 역시 지난 달 앞질러 갔었고..장미 역시도..왜 이리 타이밍을 못 맞출까?

릴케가 그랬던가?

장미의 가장 아름다운 순간은 단지 5분이라고..

그 5분까지는 아니더래도 이럴수가..

하기사 미리미리 전화를 해서 확인 하지 않으면 누군들 그 타이밍을 맞출 수 있을까?

인생의 비극은 원래 타이밍에서 비롯된다.ㅠㅠ

 

   

  

 

 

6. 장성 축령산 편백나무숲

 

드디어 장성 편백숲에 도착했다.

낮기온이 올라가 모암 주차장 차 안에서 좀 가벼운 옷으로 갈아 입고, 주변을 둘러 보니  편백숲이 바로 옆에 있었다.

그래서 그런지 아예 자리를 깔고 누운 사람도 있고, 굳이 올라갈 생각을 안 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올라 가 보니  "치유의 숲"답게 다양한 숲길이 개발되어 있었다.(사진)

산소 숲길로 올라가 편백칩으로 바닥을 깐 숲내음숲길(사진)을 돌아, 심호흡을 하며 천천히 걸었다.

신기하게도 하늘을 찌를 듯이 숲이 울창함에도 새소리가 거의 들리지 않았다.

아마 편백의 항균, 방충 효과 땜에 새들의 먹이가 없어 그런 거 아니겠냐는 남편의 추측~

음~이 상쾌한 기분은 역시 피톤치드? 음이온?

이 아름다운 숲을 조성한 고 춘원(春園) 임종국 샘에게 마음 속으로 감사드렸다.

호가 춘원 이 광수와 한자까지 똑같아서 깜짝 놀랐다.

우리는 더 머물고 싶었지만 배가 고파서 하산할 수 밖에 없었다. 

하기사 다음 달 소명회 산행으로 또 올 거니까 뭐~

 

  

  

 

 

7. 담양

 

 장성은 산골짜기인지라 변변한 식당 하나  눈에 띄지 않아, 아예 대구 가는 길이기도 해서 떡갈비로 유명한 담양

덕인관에서 떡갈비 대신 건강을 생각하여 대통밥(사진)으로 늦은 점심을 먹었다.

추어탕이 같이 나왔는데 특이하고 맛있었다.

2003년 여름, 아들내미를 영국 어학 연수 보내고 모처럼 자유(?)로워진 남편과 나는 일본도 가고 시간이 남아 담양

일대에도 놀러 왔었다.

그 때 담양에 아름다운 곳이 너무 많아 놀랐었다.

개인이 만든 최대의 정원으로 유흥준의 "나의 문화 유산 답사기"에도 나오는 소쇄원.

한석규가 휴대폰 광고할 때 배경이 된 바로 그 곳이다.

"..이런 곳에서는 잠시 꺼 두셔도 좋습니다..."  휴대폰 광고를 하면서 휴대폰을 꺼라니..

지극히 청정하고 조용한 데에서 가능한 역설의 미학이라고나 할까.

광주호를 내려다 보는 식영정, 죽물 박물관, 추월산, 대나무 테마 파크, 메타세콰이어 가로수길..

8년만에 다시 찾은 담양에서 우리는 맛있게 대통밥을 먹은 뒤 죽녹원(사진)을 잠시 들렀다가, 기념품 가게에서 편백나무로

만든 베게 속통을 샀다.

메타세콰이어 가로수가 터널을 이루기도 하는 아름다운 가로수길(사진)  담양~순창간 24번 국도(일명 담순길)를

드라이브하느라  순창 IC에서 88고속도로를 이용 대구를 향했다.

다소 피곤하긴 했지만 또 하나의 1박 2일을 뿌듯하게 마무리 했다.

 

    

    

 

 

 

출처 : 질경이들의 모임(소명회)
글쓴이 : 한스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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