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방암환우 카페 '질경이들의 모임(소명회)' 수다방에서 복사 해 오다.
4월이 되면 생각나는 것들/2011.4.1
한스
오늘은 4월 1일!
만우절이다.
2004년 오늘 거짓말처럼 KTX가 개통된 날이기도 하다.
남편은 사업차 지금까지 KTX를 무려 800회 이상 이용했다.
왕복으로 치면 400회 이상으로 1주일에 평균 1번 정도 이용한 셈이다.
KTX를 한 번도 타 보지 못했던 나에게 드디어 1년 전부터 무지하게 많이 탈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병이 나서 서울대 병원을 오가면서 부터다.
작년 4월 6일 유방암 확진을 받은 후, 남편은 퇴근하면 나를 차에 태우고 앞산에서 우방랜드, 경대, 가창으로 벚꽃 드라이브를 다녔다.
화사한 밤 벚꽃을 보며 내년에 이 꽃을 또 볼 수 있을까 생각하며 눈물지었다.
4월은 잔인한 달!
T.S. Eliot의 황무지란 시의 첫머리에 나오는 유명한 이 싯구가 작년 이맘때 나에게 아프게 와 닿았다.
그렇다. 2010년 4월은 나에게 너무나 잔인한 달이었다.
엄청난 시련 앞에 선 나약한 인간이기에 화창한 4월의 봄은 유난히 더 슬프고 잔인했다.
“..목련꽃 그늘 아래서 벨테르의 편질 읽노라~”
4월이 되고 목련이 피고 있다. 아파트 화단에도 봉무 공원에도..
4월이 되고 목련이 피면 여고 시절 음악 시간에 불렀던 “4월의 노래”를 나도 모르게 흥얼거리게 된다.
이제 힘든 고비를 일단 넘기고 조금씩 마음의 여유를 찾았기 때문이리라.
베르테르는 이미 약혼자가 있는 롯데를 사랑했다.
한마디로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한 것이다.
롯데는 마침내 약혼자와 결혼하고 결별 선언을 받은 베르테르는 자살로 생을 마감한다.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한 사람이 어디 베르테르 뿐이랴.
당시 많은 독일의 젊은이들이 소설 속의 베르테르를 따라 자살했다고 한다.
사랑의 열병을 앓던 젊은 시절, 누구라도 베르테르라는 이름을 아파 했고, 이해했으며, 또 닮고 싶어 했다.
신격호 회장 역시 젊은 시절 괴테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읽고 감명 받아 자기그룹의 이름을 롯데로 했다는 얘기는 유명하다.
모방 자살은 베르테르 효과란 이름으로 지금도 우리 주변을 맴돌고, 나는 오늘도 “껌이라면 롯데,롯데껌~” 을 읇조리며 롯데 자이리톨껌을 씹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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