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현화(普賢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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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학교다 여행이 공부다

보현화 2011. 10. 20. 12:09

 

세상이 학교 여행이 공부 “버려야 얻는다” 교훈 체험<세계일보>
  • 입력 2011.07.15 (금) 2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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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년 교직 던진 부부교사…세자녀 학업도 중단하고
33개국 545일간 배낭여행
  • 박임순 지음/북노마드/1만4800원
    세상이 학교다, 여행이 공부다/옥 패밀리 545일 세상 학교 이야기/박임순 지음/북노마드/1만4800원


    “모두들 ‘미쳤다’고 했다. 그러나 포기하지 않았다. 온 가족이 세상과 부대끼며 우리 가정이 왜 흔들리고 있는지, 부모와 아이들의 사이를 멀어지게 한 것이 무엇인지, 부모가 옳다고 믿었던 교육방식이 과연 옳은 것인지 알고 싶었다. ‘세상’이라는 학교에서 ‘여행’이라는 공부를 하기로 결심했다.”

    미쳐야 이룰 수 있고, 버려야 얻을 수 있다는 평범하면서도 극적인 교훈을 실천한 일가족이 있다. 22년간 몸담은 중학교 교사 자리를 미련 없이 버린 부부 교사 옥봉수·박임순씨와 한창 공부해야 할 나이인 중·고등학교 재학생 세 자녀가 학업을 중단한 채 배낭을 메고 545일간 세계일주를 떠났다.

     ‘세상이 학교다, 여행이 공부다-옥 패밀리 545일 세상 학교 이야기’는 직장과 학교와 집을 박차고 1년 6개월 동안 아시아와 아프리카, 남·북아메리카 그리고 유럽 등 33개국을 누비고 다닌 ‘특별한 가정’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무엇이 이 가족을 떠나게 했을까. 부부 교사는 성적보다는 인성(人性)을, 학원보다는 자연을 중시하는 부모가 되자고 다짐했다. 다행히 세 아이는 건강히 잘 자라주었다. 그런데 가정에 고민이 생겼다. 중학생이 된 큰딸이 전교생 350명 중에서 215등이라는 첫 성적표를 들고 온 것이다. 그날부터 가정은 조금씩 흔들리기 시작했다.

    “교사의 딸이 어떻게 이럴 수가”라는 부끄러움, 더 늦기 전에 공부 방법을 잡아줘야 한다는 조급함에 부부의 초심은 흔들렸고, 아이들은 반항하며 엇나가기를 반복했다. 한 가족이라고 믿기 힘든 삭막한 시간이 이어졌다.

    힘들고 고된 시간을 4년 남짓 보낸 어느 날, “지금 우리 가정의 모습에 좀 더 솔직해지자”고 남편이 아내에게 말문을 열었다. 결국 1년여의 고민 끝에 부부 교사는 ‘학교 밖 세상’이 아이들에게 더 많은 것을 알려줄 것이고, 가족 간의 마음도 다시 이어줄 것’이라는 생각으로 ‘가족 배낭 세계일주’를 결정했다. 아이들도 흔쾌히 동의했다. 부부 교사는 당장 학교에 사표를 냈고, 아이들은 자퇴서를 제출했다.

    사파리를 누빈 지프차에서
    가족 여행은 예상대로 어려움의 연속이었다. 장거리 여행이 처음인 데다가, 다섯 식구 모두 성격도 제각각이라 한 가족이라는 이유만으로 함께 움직인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었다. 아이들은 사사로운 것에도 서로 자기 입장을 고집해 다투기 일쑤였다. 부부는 “도대체 우리가 왜 이 고생을 사서 하나” 하며 후회도 했다.

    하지만, 시간은 가족 편이었다. 545일간 한 몸처럼 붙어 지내며 싸움과 화해를 반복하던 가족은 점점 상대를 이해하는 법을 배우기 시작했다. 특히 매사 툴툴거리던 아이들도 차츰 각자의 역할과 책임, 배려와 소통을 배웠다. 한국에서는 붙들고 가르쳐줘도 싫다던 아이들이 “공부가 이렇게 재미있는지 몰랐다”며 전등불 밑에 머리를 맞대고 현지 역사나 언어 공부에 집중하는 모습도 자주 눈에 띄었다.

    부모도 변했다. 언제나 아이들을 가르치려고만 했던 습관을 버리고, 자녀의 생각과 마음에 귀를 기울였다. 믿음으로 바라보니 아이들의 기질과 특성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 안에 부모도 미처 알 수 없었던 아이만의 잠재력과 가능성이 숨어 있다는 것을 찾을 수 있었다.

    여행을 마친 지금, 첫째는 사람을 좋아하는 장점을 살려 병원 코디네이트와 피부관리사 자격증을 취득한 후 비만관리사 공부를 하고 있고, 둘째는 컴퓨터 디자인 설계(CAD) 자격증을 취득하고 대학에 재학 중이다. 막내는 세무회계 기초 자격증을 취득하고 세무사 사무실에서 연수받고 있다. 모두 검정고시를 거쳐 자신들이 선택한 길이기에 힘듦조차 행복이라 여기며 재미있게 살고 있다.

    옥씨 부부는 ‘가정과 교육 세움터’라는 부모교육센터를 함께 운영하며 사회교육자로서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다. 부록으로 실은 ‘자녀 교육은 속도보다 방향이다’ ‘자녀의 실수를 기회로 삼아라’ ‘아이들에게 자신의 일을 스스로 선택하게 하라’ 등 자녀교육 십계명은 새겨둘 만하다.

    조정진 기자 jjj@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