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하수가 흐르는 산사의 밤하늘
시사INLive정하중입력2014.06.20 08:59수정2014.06.20 09:55
'템플스테이'는 낮잠이다. 도회지의 퍼석한 오후에서 벗어나 초록빛 자연을 벗 삼아 잠시 즐기는 낮잠. 그 짧은 낮잠이 얼마나 사람을 상쾌하게 해주던가. 그런데 아직도 템플스테이를 체험해보지 못한 사람이 많다. "절집에서 자는 게 참 좋다던데…"라면서 망설이는 사람들이 많다. 이 글은 그런 사람들을 위한 점잖은 '꼬드김'이다. 선정 기준은 없다. 그저 불교 잡지에 근무하면서 이곳저곳 템플스테이를 다녀본 결과, "여기가 아주 괜찮습디다"라고 권해주고 싶었던 곳들이다.
대표선수부터 소개하는 게 좋겠다. '땅끝마을 아름다운 절' 해남 미황사. 미황사는 템플스테이의 발원지이다. 자고로 특정 음식을 먹고 싶지만 어디가 좋은지 결정을 못하겠다면, 원조를 찾아가는 게 제일이다. 적어도 돈이 아까운 상황은 생기지 않는다. 템플스테이의 '원조' 격인 이 절에도 잘 알려지지 않은 명물이 하나 있으니, 서쪽 하늘에 물드는 노을이다. 미황사 바다 건너 진도의 뒤편으로 노을이 지면, 땅 위로 별이 뜨는 것처럼 바닷가 마을에 하나둘 전깃불이 들어온다. 이 모습을 만났다면 당신은 이미 마법에 걸린 셈이다. 저녁 9시면 잠자리에 들어야 하는 산사의 밤, 당신은 분명 쉽게 잠을 이루지 못할 것이다. 그렇다면 살며시 문을 열고 나가 하늘을 바라보자. 머리 위로 거대한 은하수가 흘러간다. 믿어지지 않을 만큼 아름다운 밤하늘. 미황사가 당신에게 선물하는 또 하나의 마법이다.
108배는 아무것도 아니다
원조를 맛보고 나면, 이번에는 가장 호평받는 집을 찾아가는 게 순서다. 다음 선수는 가장 고되지만 참가자들의 만족도는 가장 높은 곳, 강원도 인제에 위치한 백담사 템플스테이다. 이곳에서 108배는 아무것도 아니다. 때로는 1000배를 시킬 때도 있다. 두 시간 반쯤 절을 하고 나면 온몸이 뻐근하다. 자리에 몸을 누이면 순식간에 잠이 든다. 그러나 밤은 그리 길지 않다. 새벽 3시30분. 이번에는 새벽 예불이다. 이곳에서 새벽 예불 참여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일반인들에게는 이 과정이 참 고통스럽다. 룰루랄라 백담사에 쉬러 왔다가 두려움에 몸을 떠는 사람들을 참 많이 봤다. 그러나 빼지 말고 이 모든 과정에 꼭 참여해보길 권한다. 모든 체험이 끝나면 내 몸의 오감이 되살아나고 있다는 걸 실감하게 된다.
위의 두 사찰이 절집의 전반적인 문화를 체험하는 템플스테이에 가깝다면 다음 선수는 입이 즐겁고 몸이 행복해지는 템플스테이다. 수원 봉녕사의 템플스테이 프로그램 일정은 딱히 특별난 것 없어 보인다. 그러나 봉녕사 템플스테이의 진정한 매력은 공양(식사) 시간에 있다. 절밥 맛나기로 유명한 사찰이 봉녕사다. 정갈하고 뒤끝 없이 개운한 반찬과 맵고 짜지 않은 절밥의 특징이 잘 살아 있다. 재료의 맛과 향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어서 한번 맛을 들이면 계속 찾게 되는 게 절밥이다. 입이 즐거운 호사는 만사를 행복하게 만들기 마련이다. 경험해보면 "아! 이래서 사찰음식, 사찰음식 하는구나!"라는 소리가 절로 나온다.
마지막으로 소개하고 싶은 절은 '귀가 즐거워지는 곳' 순천 송광사다. 송광사는 승보사찰로 잘 알려진 절. 그러니까 한국 불교의 출가 전통이 이곳에서 이어지고 있다. 그런 연유로 송광사의 새벽은 장엄하다. 생의 모든 인연을 끊고 깨달음을 얻기 위해 출가의 길로 막 들어선 스님들이 머무는 곳이기에, 새벽 예불의 분위기는 더없이 비장하다. 100여 명에 가까운 스님들이 입을 모아 터트리는 염불 소리는 가톨릭의 그레고리안 성가를 연상케 한다. 새벽 예불을 마치고 법당을 빠져나오며 아침의 고요함을 마주하면 그 여운이 길게 남는다. 새벽에서 아침으로 이어지는 그 시간에 불교의 힘을 온전히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템플스테이는 늘 치유의 시간이었다. 가장 건강한 삶의 형식을 체험하며 건강한 습관을 찾을 수 있는 기회. 역시 사람은 자연 속에서 살 때 가장 건강한 심신으로 돌아갈 수 있는 법이다. 그러니 아직도 망설이는 그대, 슬며시 일주문 안에 발을 들여놔도 괜찮다. 망설이지 말고 상쾌한 낮잠 한번 실컷 즐겨보시는 건 어떨지.
정하중 (월간 < 불광 > 편집자) / webmaste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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