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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싱글남인 노명우 아주대 사회학과 교수는 "1인 가구도 가족"이라는 사회적 공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명진 기자 mjlee@nocu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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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명우(47) 아주대 사회학과 교수는 소위 싱글남이다. 20대 후반 홀로 독일에 건너가 공부를 했고, 당시 주변 유학생들이 결혼하는 모습도 꽤 많이 봤다. 극단적으로는 한국에 들어갔다가 몇 개월 만에 혼인해 아내를 데리고 돌아오는 사람을 보면서, 그저 그런 통과 의례처럼 후딱 끝내 버리는 결혼은 하지 않겠노라 다짐한 그다.
유학을 마치고 돌아와 꽤 오랜 강사 생활을 거쳐 교수가 되고 보니 그는 중년의 문턱을 훌쩍 넘어서 있었고, "자취하냐?"고 묻는 사람들에게는 "독립한 1인 가구"라고 스스로를 소개하고 있다. 최근 서울 미아리에 있는 한 카페에서 만난 노 교수에게 자취와 1인 가구의 차이를 물었다.
"보통 우리가 가진 자취의 개념은 불가피하게 주어진 삶을 사는 겁니다. 개인이 삶의 철학에 따라 적극적인 의지로 생활 조건을 구성하는 게 아닌 거죠. 더욱이 자취는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인 의식주 해결에만 매달린다는 한정적이고 부정적인 뉘앙스가 강해요. 반면 1인 가구는 개인이 처한 상황을 폄훼하지 않고, 보다 구체적이고 적합하게 나타냈다는 점에서 중립적인 개념이라 볼 수 있죠."
그는 1인 가구로서 누구보다 영리한 생활을 하려 애쓴다고 했다. "처음에는 장보러 갔을 때 아줌마가 맛있다면 무조건 샀고, 옷을 사러 가서도 점원이 어울린다면 무조건 구매했죠. (웃음) 누구나 그런 경험을 하면서 이래서는 안 된다는 것을 깨닫잖아요. 모든 것을 혼자 결정해야 하는 1인 가구는 더더욱 현명해질 필요가 있는 거죠."
사회학자인 노 교수는 1인 가구로 살면서 겪는 자신의 곤란함을 객관적으로 해석하고 재구성함으로써 보편적인 사회 문제와 연결짓는 작업을 벌였다. 그 성과는 최근 출간된 책(혼자 산다는 것에 대하여·사월의책)으로도 널리 소개됐다.
"이번에 1인 가구를 연구하다 보니 의외로 자료가 없더군요. 보통 이쪽 연구를 가족학자들이 했을 텐데, 1인 가구는 가족의 범주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인식이 연구를 멀리하게 한 원인인 듯해요. 일종의 사각지대인 셈이죠."
한국에 있는 가구의 넷에 하나꼴로 1인 가구라는 정부 통계가 말해 주듯 1인 가구는 더 이상 개인의 특수한 문제가 아니다. 더욱이 평생 직장으로 불리던 경제적 안정이 사라지고, 이혼율이 급증하는 등 삶의 불안정성이 가속화하면서 누구나 1인 가구가 될 가능성을 지닌 것이 현실이다. 그런 만큼 가족의 한 형태로서 1인 가구를 받아들이고 존중해야 한다는 것이 노 교수의 지론이다.
"가족은 보통 경제적 기능과 정서적 기능을 가졌다고 보는데, 1인 가구도 이 두 가지 분석 틀로 볼 필요가 있어요. 경제적 기능이야 다인 가구든 1인 가구든 모두 해당되니 문제가 안 됩니다. 관건은 정서적 기능인데, 이것이 양날의 검이에요. 다인 가구는 가족 구성원끼리 정서적 안정을 주고받지만, 이것이 비뚤어질 경우 외부와 단절된 가정폭력 등으로 이어질 수 있어요. 1인 가구의 경우 친밀한 관계를 맺을 수 있는 사람이 가구 안에 없다는 점에서 그 반대죠. 1인 가구가 가족의 범주에 포함돼야 가족의 정서적 기능에 대한 상호보완적인 연구가 이뤄질 겁니다."
그는 '화려한 싱글'로 대표되는 근거 없는 판타지나, 고독사 등 불안이 과장된 현실 사이에서 1인 가구에 대한 인식의 균형을 맞춰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디어에서 그려지는 1인 가구는 불우이웃이나 결손가정 아니면 화려한 싱글이죠. 사람들은 1인 가구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존재하는지를 모른 채 미디어에서 재현되는 극과 극의 1인 가구를 받아들입니다. 1인 가구 당사자조차 자신들을 평가하는 두 개의 선택지 중에서 불쌍한 인간으로 보이지 않기 위해 화려한 싱글로 자신을 포장하죠. 자기에게 필요한 소비가 아니라, 남들에게 보이기 위한 소비를 하게 되니 경제적인 과소비로 이어지고, 결국 1인 가구를 효과적으로 운영할 수 없게 되는 겁니다. 극단적인 두 개의 1인 가구 모델에서 벗어나 균형을 찾아야 하는 이유죠."
모두가 잠정적 1인 가구인 사회에서 우리가 취해야 할 바람직한 자세는 무엇일까. 노 교수는 "스스로 자기 욕망의 주인이 돼야 한다"고 했다. 그의 표현을 빌리자면 미디어, 집단주의가 만들어낸 '대세'라는 이름의 욕망을 하나씩 제거해 나가는 '입법자로서의 개인'이다.
"우리에게 필요한 1인 가구의 모델은 금욕적인 사람이 아닙니다. 자기 욕망이 어디에 근거한지도 모른 채 무분별한 소비에서 못 벗어나는 시장형 인간도 아니죠. 자기 삶을 윤택하게 만드는 욕망을 가려낼 줄 알아야 합니다. 우리 모두가 그 능력을 가졌다고 봐요. 다만 자신을 되돌아볼 시간을 갖지 못할 뿐입니다. 누구에게나 오롯이 자기만의 시간이 필요한 이유도 여기에서 찾을 수 있겠죠."
노 교수는 특히 개인 문제로 치부되기 십상인 1인 가구와 같은 곤란한 경험을 사회 문제와 연결짓는 상상력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 사회에는 1인 가구를 비롯한 여러 특정 집단에 낙인을 찍는 폭력이 진실을 가리고 있는 경우가 많아요. 가정폭력이 있더라도 이를 숨기고 행복해 보이려는 다인 가구, 화려한 싱글로 포장된 1인 가구도 그 중 하나일 뿐이죠. 싸움의 구도는 개인 대 개인이 아닙니다. 연대한 개인들의 공공의 적은 진실을 가리려는 사회적 폭력이니까요."
■ "1인가구는 한국 정치판 바꿀 새로운 세력"
노명우 교수는 1인 가구가 한국 사회의 정치적 패러다임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끌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노 교수는 "전통적으로 유교적인 가족 문화가 지배해 온 우리 사회는 집단주의에 강하게 노출된데다 민주주의 경험도 짧다보니, 개인에 대한 인식이 크게 부족했다"며 "민주주의가 개인의 자각을 전제로 하는 만큼, 1인 가구를 통해 개인에 눈뜨는 정치적 전환점을 만들 수 있다"고 전했다.
그는 "투표 성향을 보면 투표자 자신의 경제적 처지나 계급적 상황과 맞지 않는 당과 후보자를 지지하고 지역 연고에 얽매이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이는 정치에 대한 개인의 감각이 없기 때문"이라며 "세대별·지역별로 극심한 갈등을 빚는 집단적 투표가 아닌, 개인의 이익을 대변할 수 있는 사람을 뽑는 투표로 이끌 수 있는 힘이 1인 가구에게 있다"고 했다.
노 교수는 전 세계적인 정치·경제·사회적 불안 탓에 경제적·정서적 한계 상황에 놓인 가구가 속출하는 현실에서, 가족의 최소 단위인 1인 가구에 대한 복지를 그 해법으로 지목했다.
그는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 복지는 오롯이 가족의 몫이었는데, 가족 관계가 크게 변했고 그 안에서 복지를 해결할 수 없는 상황까지 왔다"며 "전통적인 가족 개념이 붕괴되는 현실을 봤을 때 이제는 사회가 개인을 보호하는 절차로 복지를 인식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결국 보편적 복지의 확대는 정치적 대립의 문제가 아니라 '나의 미래를 무엇으로 보장받을 것인가'에 대한 생존의 문제"라고 덧붙였다.
그는 이러한 맥락에서 세수 확보에 목마른 국가가 이제는 '월급쟁이'로 대변되는 개인이 아닌, 법인에 눈을 돌려야 할 때라고 말했다.
노 교수는 "개인의 가치관 변화에 따라 줄어드는 인구를 국가가 늘리겠다며 통제하는 데는 한계가 따르는 만큼, 국가 재정위기를 면하기 위해서라도 법인세 인하는 더욱 안 될 말"이라며 "낮은 고용률 문제가 불거지는데도 지나치게 충분한 노동력을 확보하려는 기업 논리에 밀려 국가가 출산율 저하를 '절대악'으로 규정할 게 아니라, 법인에서 세수 확보의 해법을 찾을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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