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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보!! A양 벗은 사진, 박찬호 구속...
"어떤 남자가 이사를 했다. 그런데 이삿짐 정리가 끝나기도 전에 정전이 되었다. 그가 양초와 성냥을 겨우 찾았을 때 '똑똑'하고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 문을 열어 보니 한 아이가 서있었다. '아저씨 양초 있으세요?' 그가 속으로 생각했다. 이사 온 사람에게 양초를 빌려 오게 하다니... 만일 지금 양초를 빌려 주면 날 업신여기고 앞으로도 계속해서 이것저것 빌려 달라고 할거야... 이런 생각이 든 남자는 아이에게 말했다. '애야, 우리 집에는 양초가 없단다.' 그리고 문을 닫으려는 순간, 아이가 소리쳤다. '아저씨, 그럴까 봐 제가 양초를 가지고 왔거든요.' 아이는 양초 2개를 그에게 내밀었다. 그는 아이의 맑은 눈을 똑바로 쳐다 볼 수가 없었다" - <좋은 생각> 중에서
아이가 들고 있는 양초는 단순히 불을 밝히는 도구가 아니라 이사 온 이웃에 대한 배려의 마음입니다. 타인에 대한 이해는 배려하는 마음에서 비롯됩니다. 비즈니스도, 글쓰기도 고객을 만족시키기 위해서는 배려하는 마인드부터 가져야 합니다. 배려란 도와주거나 보살펴 주려고
마음을 쓴다는 뜻입니다. 배려는 상대방을 존중한다는 마음의 표현입니다. 배려는 제품을 팔기 보다는 제품을 사는 고객에게 도움을 주는
행위입니다. 책 한 권 팔기보다는 책 읽는 사람에게 유익한 정보를 제공하겠다는 마음가짐이 곧 배려입니다.
아침 댓바람에 속옷 차림의 고객을 위해 신문을 항상 현관 손잡이 밑에 정확히 둔다는 어느 신문 배달원. 집에 초대한 여우 친구에게 홍당무 대신 맛난 살코기를 대접한 우화 속의 토끼. "내가 죽고 나면 지금 살고 있는 집을 성역으로 만들지 말고 헐어 버려라"며 이웃에게 자신이 살던 공간을 사용토록 허락한 싱가포르의 리콴유 전 총리. "가난한 문인들에게 부의금은 절대 받지 말라"는 유언을 남기고 타계한 소설가 박완서 씨. 모두 상대방을 배려하는 마음 씀씀이가 훅 느껴지는 이야기입니다.
배려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타인을 먼저 생각하는 마음씨입니다. 타인에 대한 배려의 마음은 '후(後) 공정을 중시하는 사상'에서 연유합니다. 공장에서 제품을 만들 때 현재 작업 다음의 단계를 '후 공정'이라고 합니다. 일상에서는 내가 한 행동이나 동작 다음에 이어지는 순서를 뜻합니다. 출입문을 열고 닫으면서 뒷사람을 위해 문고리를 잡아 준다든지, 사용한 복사기를 평균 기능으로 다시 돌려 놓는다든지, 남편이 아내를 위해 좌변기 커버를 올리고 소변을 본다든지... 이 모든 것들이 일상에서 '후 공정을 염두에 둔 행동'에 해당됩니다. 글쓰기에서
'후 공정'은 출판자, 편집자, 감수자, 교정자 또는 전 인류가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후 공정'은 독자입니다. 글을 쓰는 사람이라면 누구든지 읽는 사람을 중시해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글 쓰는 사람이 후 공정을 중시했다는 것은 독자를 배려했다는 말과 같습니다. 후 공정에게 당황·손해·오해·실망을 주지 않겠다는 마인드는
작가로서 지녀야 할 덕목입니다. 가령 '연예인 A양 벗은 사진' 이라든지 '박찬호 구속'이라는 글이 있다고 가정해 봅시다. 독자는 어떻게 생각할까요? 가슴이 벌렁대고 흥분 수치가 올라갈 겁니다. 그런데 알고 봤더니 A양의 취미는 사진 찍기이고, 박찬호의 구속은 직구140~160km, 슬라이더 138km라는 얘기였습니다. 이런 글은 독자에게 상처를 줍니다. 후 공정을 전혀 배려하지 않고 독자를 농락한 글입니다. A양 '벗'은 사진, 박찬호 '구속(球速)'으로 글자 한자의 배려만 있었다면 독자의 오해는 불식될 수 있습니다. '남'에서 '님'으로 되는 점
하나의 친절, 한 글자 사이에 흐르는 배려는 독자 만족의 기본 사상입니다.
남을 배려할 줄 아는 사람은 글도 잘 씁니다. 글 잘 쓰는 사람들은 내 행위로 인해 영향을 받는 '후 공정'의 입장을 먼저 고려합니다. 전문
용어를 들먹이며 폼 나게 글을 쓰고 싶지만 '후 공정'인 독자를 위해 알기 쉽게 고쳐 쓰는 과학자, 글 속의 오탈자는 상사의 입장에서 불량품이라고 생각하는 직장인, 몇 번의 수정을 거치면서 '과연 독자는 이해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소설가. 그들을 일컬어 우리는 글 잘 쓰고
훌륭한 작가라고 부릅니다. 후 공정에 대한 따뜻한 배려의 마음씨는 글쓰기를 향상시키는 비법입니다. 글을 잘 쓰고 싶다면 이제부터라도
'후 공정을 중시하는 배려의 마음'을 키워 나가야 합니다.
<영어보다 글쓰기> 저자, 만사서통(萬事書通)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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