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현화(普賢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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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국열차/한국.미국.프랑스/126분/개봉 2013.8.1

보현화 2016. 9. 18. 22:00

설국열차 (2013)Snowpiercer

 


       
장르
SF/액션/드라마
개봉
2013.08.01 개봉
영화시간/타입
126분, 15세이상관람가
나라
한국, 미국, 프랑스
감독
(감독) 봉준호
주연
(주연) 크리스 에반스, 송강호, 에드 해리스, 존 허트, 틸다 스윈튼, 제이미 벨, 옥타비아 스펜서, 이완 브렘너, 고아성
 

새로운 빙하기, 그리고 설국 17년
인류 마지막 생존지역 <설국열차>


기상 이변으로 모든 것이 꽁꽁 얼어붙은 지구. 살아남은 사람들을 태운 기차 한 대가 끝없이 궤도를 달리고 있다. 춥고 배고픈 사람들이 바글대는 빈민굴 같은 맨 뒤쪽의 꼬리칸, 그리고 선택된 사람들이 술과 마약까지 즐기며 호화로운 객실을 뒹굴고 있는 앞쪽칸. 열차 안의 세상은 결코 평등하지 않다.

기차가 달리기 시작한 17년 째, 꼬리칸의 젊은 지도자 커티스는 긴 세월 준비해 온 폭동을 일으킨다. 기차의 심장인 엔진을 장악, 꼬리칸을 해방시키고 마침내 기차 전체를 해방 시키기 위해 절대권력자 윌포드가 도사리고 있는 맨 앞쪽 엔진칸을 향해 질주하는 커티스와 꼬리칸 사람들. 그들 앞에 예기치 못한 상황들이 기다리고 있는데…

[ HISTORY ]

2004년 겨울, 홍대 앞 만화 가게에서 ‘설국열차’라는 프랑스 만화를 만나다. 선 자리에서 만화를 다 읽은 봉준호 감독은 기차라는 뱀처럼 살아 움직이는 수십 개의 쇳덩어리들과 그 속에서 바글거리는 인간들이라는 영화적인 컨셉에 매료되어, 영화화를 결심.

2004년 말~2005년 <괴물> 프리 프로덕션 시기, 박찬욱 감독과 이태헌 대표(현 오퍼스픽쳐스 대표)의 모호필름에서 감독 제의. 봉준호 감독이 <설국열차>를 역으로 제안해, 박찬욱 감독과 이태헌 대표가 만화의 판권 구입 작업 착수.

2006년 여름, <괴물> 개봉. 전국관객 1,302만명 동원. 칸 영화제 감독 주간 초청부터 브뤼셀, 시체스, 카를로비 바리, 에든버러, 뉴욕, 밴쿠버 등의 영화제 초청 및 수상.

2006년, <설국열차> 원작 판권 계약.

2007년, <설국열차> 원작 판권 연장.

2008년 미셸 공드리, 레오 까락스와 함께 만든 옴니버스 영화 <도쿄!> 중 ‘흔들리는 도쿄(Shaking Tokyo)’ 연출. 칸 영화제 공식 ‘주목할만한 시선(Uncertain Regard)’ 부문 초청

2009년 여름, <마더> 개봉. 칸 영화제 공식 부문 ‘주목할만한 시선(Uncertain Regard)’ 초청부터 세계 각국의 20여개 이상의 영화제로부터 초청 및 보스톤비평가협회, 미국여성비평가협회 등 올해의 외국어 영화 선정.

2010년 1월, <설국열차>의 본격적인 시나리오 작업 시작.

2010년 9월 15일, <설국열차> 첫 번째 시나리오 완성.

2010년 12월, 두 번째 시나리오 완성 및 수정 작업 진행.

2011년 1월~10월, 서울에서 프리 프로덕션 시작. <설국열차>에 탑승할 출연 배우들 캐스팅.

2011년 8월, 촬영 장소를 체코 바란도프 스튜디오(Barrandov Studio)로 결정.

2011년 10월, 봉준호 감독과 연출부 체코 이동.

2011년 11월~2012년 4월, 체코에서 프리 프로덕션 진행. 영화 <일루셔니스트> 미술 앙드레 넥바실, <스파이더맨 2> VFX 에릭 덜스트, <이스턴 프라미스> 무술감독 줄리안 스펜서, <3:10 투 유마> 음악 마르코 벨트라미 등 주요 스탭 구성 완료.

2012년 4월 16일~7월 14일, 총 72회차로 <설국열차> 촬영 완료.




[ DIRECTOR’S STATEMENT ]

< 설국열차 > 원작만화를 처음 발견했을 때, 최초의 매혹은 '기차' 라는 독특한 영화적 공간이었습니다. 뱀처럼 살아 움직이는 수 십, 수 백 개의 쇳덩어리들, 그리고 그 안에서 꿈틀거리는 인간들의 모습이 제 마음을 뒤흔들었죠. 그런데 거기에서 더 나아가, 인간들은 서로 싸우고 있었습니다. 최후의 생존자들을 태운 노아의 방주에서조차, 인간들은 칸과 칸으로 계급이 나뉘어진 채, 서로 평등하지 못했던 것입니다.

참혹한 연쇄살인이건, 한강에 나타난 괴물이건, 홀로 미쳐가는 엄마이건, 늘 극단적인 상황에 처한 인간의 본성을 파헤치고 싶었던 저에게, <설국열차>라는 작품은 운명과도 같은 것이었습니다.

비록 원작만화의 위대하고 독창적인 발상에서 출발했지만, 영화적인 흥분이 가득한 새롭고 격렬한 <설국열차>를 탄생시키기 위해, 저는 완전히 새로운 스토리와 인물들을 재창조해야만 했습니다. 그리고 이제, 오랜 시간 많은 사람들과 힘을 합쳐서 한 편의 영화를 완성시켰습니다.

비좁은 일직선의 기차에는, 우회로가 없습니다. 앞으로 전진하기 위해서는... 그저 돌파해야만 합니다. 몸과 몸이 부딪히고 피와 땀이 뒤엉킵니다. 거기서 뿜어져 나오는 무시무시한 에너지와 영화적인 쾌감을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굳이 '액션' 이라는 단어로 단순화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그 격렬한 충돌 속에는, 인간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희/로/애/락의 뜨거운 감정들이 뒤섞여 있으니까요.

달리는 기차 속에서, 인간들 또한 앞을 향해 달려갑니다.
이제 그 이중의 질주를 관객들과 함께하고 싶습니다.

감독 봉준호




[ ABOUT MOVIE ]

한국 영화, 상상력의 경계를 넓히다!
< 살인의 추억> <괴물> <마더> 봉준호 감독의 새로운 세계 <설국열차>

한국과 미국, 영국 등 국적 불문의 정상급 연기파 배우들의 캐스팅, 한국과 미국, 영국, 체코, 헝가리 등 다국적의 스탭 구성, 체코 바란도프 스튜디오(Barrandov Studio)에서의 촬영 등 외양만으로는 합작 영화처럼 보이는 <설국열차>. 그러나 <설국열차>는 각본, 연출, 제작, 투자/배급까지 영화의 핵심 엔진은 모두 한국에서 시작, 전세계 관객들을 겨냥한 글로벌 프로젝트다. 기상 이변으로 인류에게 닥친 새로운 빙하기, 생존 인류 전원을 태운 채 설원을 뚫고 질주하는 새로운 노아의 방주 안에서 펼쳐지는 숨가쁜 반란의 드라마인 <설국열차>는 한국 영화를 포함한 다른 어떤 영화에서도 본 적 없는 새롭고 강렬한 상상력에서 출발한다.

영화의 국적성 자체가 무색해지는 설정과 이야기를 가진 <설국열차>에 ‘인류 최후의 생존자’로 탑승한 배우들의 면면 또한 할리우드의 새로운 히어로 크리스 에반스부터 에드 해리스, 존 허트, 틸다 스윈튼, 제이미 벨, 옥타비아 스펜서 등 연기파들로 <설국열차> 시나리오의 완성도와 영화가 가진 매력을 역으로 입증한다. 또한 CG와 음악 등 필수적인 후반 작업 공정이 완료되지 않은 작년 11월, 아메리칸필름마켓(American Film Market, AFM)에서 10분짜리 프로모 영상만으로도 제작비 4,000만 달러의 절반을 상회하는 규모의 판매를 프랑스, 일본, 동남아시아, 동유럽을 포함한 전 세계 167개국에 완료 함으로써, 한국 영화 사상 초유의 세일즈 기록을 수립한 전 세계인이 함께 지켜보는 최초의 한국 영화가 되었다.


크리스 에반스, 송강호, 에드 해리스, 존 허트, 틸다 스윈튼, 제이미 벨, 옥타비아 스펜서, 이완 브렘너, 고아성, 앨리슨 필!
아카데미와 골든 글로브 수상자부터 할리우드 히어로까지!
국적도, 개성도 제각각! 연기파 배우들의 앙상블 캐스트, 질주에 밀도를 더하다!

봉준호 감독의 작품은 가장 한국적인 텍스트로 세계 영화계의 주목을 받았다. <마더>의 김혜자가 비 영어권 배우임에도 LA비평가협회 여우주연상을 받은 것이 단적인 예. <설국열차>가 그의 첫 번째 영어권 영화가 될 것이라는 발표가 있자, 캐스팅 라인업에 시선이 집중되었다. 그리고 확정된 캐스트는 기대 이상의 강렬하고 독특한 앙상블이다.

2009년 부산국제영화제 초청 당시 <괴물>과 봉준호 감독 작품을 좋아한다고 밝혔던 틸다 스윈튼은 영어권 배우 중에서 제일 먼저 탑승을 확정했다. 젊은 혁명 지도자, 주인공 커티스 역의 크리스 에반스는 <퍼스트 어벤져>와 <어벤져스>로 한국 관객과 친숙하다. 송강호와 <괴물>에서 그의 딸을 연기했던 고아성은 다시 한번 부녀로 시나리오 단계에서부터 자리를 잡았고, <마더>의 장면장면을 복기할 정도로 인상 깊게 본 <에이리언> <해리 포터>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의 존 허트는 꼬리칸의 지도자, 성자 길리엄으로 합류했다. <더 록> <트루먼 쇼>의 에드 해리스는 열차의 절대자 윌포드로 무게감을 더했다. 꼬리칸의 열혈 엄마 타냐 역은 <헬프>로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옥타비아 스펜서가, 그리고 커티스의 오른팔이자 꼬리칸의 반항아인 에드가 역은 <빌리 엘리어트> 이후 전 세계가 그의 성장을 함께 지켜 본 제이미 벨이 맡아 공감대를 높인다. 그 외에도 <트레인 스포팅>과 <블랙 호크 다운>의 이완 브렘너가 아들을 지키려는 꼬리칸의 힘 없는 아빠 앤드류 역으로, <밀크> <미드나잇 인 파리> <뉴스 룸> 등의 앨리슨 필이 학교 칸의 여교사 역에 캐스팅 된 것을 포함, <4개월, 3주… 그리고 2일>에서 불법 낙태를 시술하는 악당으로 깊은 인상을 새긴 루마니아의 블라드 이바노프가 출연해 <설국열차>의 다채로운 인물 군상을 완성했다.


생존자들을 태우고 끝없이 달리는 기차, 맨 뒤쪽 꼬리칸에서 맨 앞의 엔진칸까지!
숨가쁜 반란의 여정, 멸망 이후의 新 오디세이 <설국열차>

다시 닥친 빙하기, 살아남은 인류를 태우고 달리는 기차라는 독특한 설정으로 영화는 시작된다. 묵시록적인 SF를 연상하기 딱 좋지만, 영화는 봉준호 감독의 전작들이 그랬듯 장르의 통념을 벗어나 달려 나간다. SF 장르의 기술적 새로움과 VFX의 비주얼 스펙터클에 기대기 보다는, 좁고 긴 기차 안을 벗어날 수 없는 인물들이 만들어가는 밀도 높은 긴장과 충돌을 기본 동력으로 삼는다. 그리고 질주하는 거대한 쇳덩어리, 기차가 가진 본질적인 에너지에 힘을 싣는다.

인류의 마지막 날, 가까스로 기차에 올라탄 꼬리칸 사람들이 헐벗은 채 창도 없는 비좁은 화물칸에서 생존을 목표로 바글대는 것과 달리, 비싼 티켓으로 탑승한 앞쪽칸 사람들은 술과 마약이 난무하는 사치 속에 꼬리칸을 억압한다. 그리고 마침내 분노한 이들의 폭동이 일어나고 그들이 돌진하기 시작하는 순간, 영화는 전복의 쾌감과 함께 숨가쁘게 관객을 앞으로 실어 나른다. 모든 반란이 그렇듯, 압도적 열세를 딛고 일어선 꼬리칸의 전사들은 칸을 돌파해 낼 때마다 앞쪽칸의 군인들에 맞서 몸과 몸이 직접 부딪히는 생생한 액션을 스크린에 구현한다. 또한 달리는 기차 안에서 주인공들도 달려가는, 이중의 질주와 이중의 폭주는 영화의 기본적인 무드로 깔리며 심장박동이 빨라지는 쾌감을 선사한다. 아무도 가본적 없는 맨 앞칸, 기차의 해방을 위해서 반드시 도달해야 할 엔진까지 가는 주인공 커티스의 여정은 칸이 바뀔 때마다 펼쳐지는 새로운 풍경과 새로운 사투로 관객을 이끈다. 극한의 상황에 놓인 인간들이 무엇을 원하고 무엇을 위해 발버둥치는지 출구 없는 기차의 특성상 현미경 들여다 보듯 그릴 수 있어서 매력적이었다는 감독의 말은, 멸망 이후 노아의 방주가 된 기차라는 특수한 시공을 가로지르는 <설국열차>가 드라마의 밀도는 더욱 깊어지고 오락영화의 쾌감과 재미는 한층 더 확장된 봉준호 감독 영화의 새로운 장이 될 것임을 예고한다.


<마더> 홍경표 촬영감독, <일루셔니스트> 미술 앙드레 넥바실, <스파이더맨 2> VFX 에릭 덜스트, <이스턴 프라미스> 무술감독 줄리안 스펜서, <3:10 투 유마> 음악 마르코 벨트라미!
미국, 영국, 한국, 체코 등 다국적 스탭이 함께한 <설국열차>.

다시 닥친 빙하기, 인류 마지막 생존지역, 노아의 방주를 연상케 하는 기차, 비행기 좌석처럼 계급이 나누어진 기차 안 사람들 등 이제껏 영화에서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던, 오직 봉준호 감독의 머리 속에서 나온 새로운 상상력을 실현시키기 위해 전 세계에서 다양한 크레딧을 쌓은 스탭들이 체코 바란도프 스튜디오에 모였다. “여기 모인 스탭들은 모두 봉준호 감독을 기쁘게 하고 또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의 결과물을 보여주기 위해 이곳에 있는 사람들 같았다. 나를 포함해 우리 모두 그가 원하는 최고의 작품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고, 누구 하나 ‘안 된다’라는 말 없이 최선을 다했다”는 라인 프로듀서 로버트 버나키(Robert Bernacchi)의 말처럼 한국에서 온 작가 감독을 위해 프리 프로덕션 4개월 그리고 촬영 기간 3개월 동안 오직 <설국열차>에 대한 고민에 매달렸던 스탭들은 화려하고 다양한 경력만큼이나 국적과 문화도 다양했다.

가장 먼저 <설국열차>에 합류한 스탭은 <마더>로 봉준호 감독과 호흡을 맞춘 후 영화의 초고가 나온 순간부터 의기투합한 홍경표 촬영 감독. 감독을 제외한 유일한 한국인 크리에이티브 키 스탭인 홍경표 촬영 감독은 영어로 의사 소통을 해야 했던 촬영장에서 굳이 말하지 않아도 서로 원하는 그림을 이해한 감독과 가장 가까운 동지였다. 다 이어 붙이면 500여 미터에 달하는 서로 다른 기차 세트를 책임질 미술감독은 <일루셔니스트>의 앙드레 넥바실(Ondřej Nekvasil)이 합류했다. 체코에서 명망이 높은 앙드레 넥바실 덕분에 현지 촬영이 원활하게 진행 될 수 있었고, 세트 설비팀, 디자인팀, 소품팀 모두가 체코인으로 구성되었다. 미술과 함께 가장 중요했던 VFX는 <스파이더맨 2> <노잉> <나잇 & 데이>의 에릭 덜스트(Eric Durst)가 포스트 프로덕션까지 함께하며 현실감 있는 컴퓨터 그래픽을 구현해 줬다. 좁은 공간에서 사람과 사람의 몸이 충돌하는 액션 씬을 위해서는 줄리안 스펜서(Julian Spencer)가 무술감독으로 참여했다. 데이빗 크로넨버그 감독의 <이스턴 프라미스>에서 전설적인 목욕탕 느와르 액션을 탄생시킨 줄리안 스펜서는 홍콩 영화나 미국식 블록버스터에서 보여줬던 액션이 아닌 <설국열차>만의 사람 냄새 나는 액션을 완성 시켰다. 또한 <3:10 투 유마>의 음악 감독 마르코 벨트라미(Marco Beltrami)는 봉준호 감독의 전 작품에 관심이 많아 에이전트를 통해 <설국열차>의 참여 의사를 먼저 밝히기도 했다. 최근 흥행작 <더 울버린> <월드워 Z>와 <웜 바디스>로 필모그래피를 늘리고 있는 그는 현재 할리우드에서 가장 핫한 음악감독으로 자리잡았다. 이 밖에도 <케빈에 대하여>의 의상 캐서린 조지(Catherine George), <반지의 제왕> 시리즈의 분장 제레미 우드헤드(Jeremy Woodhead), <바스터즈: 거친 녀석들> <킬 빌>의 캐스팅 디렉터 조안나 레이(Johanna Ray)와 제니 쥬(Jenny Jue)가 참여해 <설국열차>의 화려한 오프닝 크레딧을 더했다.




[ PRODUCTION NOTE ]

또 하나의 주인공, 체코 바란도프 스튜디오에 설치된 기차 세트.
초대형 규모의 기차 짐벌, 흔들리고 휘어지는 <설국열차>만의 리얼한 움직임을 완성하다!

어떤 기차인가? 어떤 모습이고 어떻게 움직여야 하는 걸까? 감독과 제작진의 첫 번째 고민은 배우 못지 않은 영화의 주역, 기차에서 시작되었다. 장르 이전에 기차 영화, 영화의 거의 99%의 공간이 되는 기차를 어떻게 디자인하고 어떻게 보여줄 것이며, 어디에서 찍을 것인가는 무엇보다 중요한 선결 과제였다. 시나리오 집필 전에 이미 <괴물>의 Creature 디자이너, 장희철을 포함한 3인의 Conceptual artist가 기차의 내, 외관에 대한 고민을 함께 시작했을 정도로 <설국열차>의 탄생, 그 출발점에는 기차가 있었다.
꼬리칸에서 감옥칸까지 한번에 통과하는 꼬리칸 사람들의 최초의 질주를 보여주기 위해서는 최소 4칸 이상이 연결될 수 있어야 했고, 그 결과 한국은 물론 유럽 전역의 세트를 뒤진 제작팀은 최고 100미터의 길이를 가진 체코의 바란도프 스튜디오에 둥지를 틀었다. 또한 실감나는 기차의 느낌을 주기 위해 열차를 상하좌우 자유롭게 구동시키는 초대형 짐벌 Gimbal을 직접 설계하고 제작했다. <캐리비안의 해적> <크림슨 타이드> 등의 선박, 잠수정 영화에 흔히 기용되는 짐벌은 기차 영화의 경우에도 실감나는 움직임을 위해 필수적인 장치. 하지만 칸 당 약 30~40톤, 도합 120톤의 무게를 지탱하면서, 동시에 100미터의 기차칸이 실제 트랙 위를 달리는 것 같은 실감나는 움직임을 구현하는 초대형 짐벌은 유례가 없었던 시도였다. 세상에 없던 것을 만들어 내는 작업을 해내는 특효팀 바란도프 플래쉬(Barrandov Flash)는 봉준호 감독이 직접 그린 기차 구동의 시뮬레이션 도면을 기초로 각 칸 아래, 중앙 부분에 특수 모터를 설치하고, 흔들림의 빈도수와 강약까지 조정할 수 있도록 칸 마다 6개의 에어 스프링을 장착하는 식으로 대규모의 기차 짐벌을 탄생시켰다. 그 결과 실제 트랙을 달리는 기차처럼 실감나게 흔들리고 곡선 구간을 통과할 때는 뱀처럼 휘며 연결된 앞 칸의 공간이 시야 전방으로 깊숙이 들여다 보이면서, 좁고 긴 기차 특유의 공간감까지 구현하는 입체적인 움직임이 구현되었다. 실제 기차에 탄 것처럼 배우들의 연기에 도움을 주었던 짐벌은 상하좌우가 함께 흔들리는 시각적 체험으로, 관객에게도 기차에 함께 타고 있는 것 같은 실감나는 느낌을 줄 것이다.


온 세계를 압축해 놓은, 약 500여 미터의 거대한 기차 세트!
기차의 맨 끝 감옥칸부터 꼬리칸, 식물칸, 교실칸, 엔진칸까지.
10년 전부터 키워 온 봉준호 감독의 상상력, 마침내 <설국열차>로 태어나다!

주인공의 여정을 따라 펼쳐지는 용도와 컨셉이 다른 열차 칸은, 모두 이어 붙이면 약 500여 미터를 넘는 거대한 기차 세트로 <설국열차> 제작진의 노력을 단적으로 보여 주는 결과물이다. 영화 속에서 엔진칸에 도사리고 있는 ‘윌포드’라는 한 기차광의 필생의 집념이 구현된 크루즈 열차, 혹한의 극지방과 열사의 아프리카까지 1년에 한번 전 지구를 순환하는 기차라는 설정에 맞춰 보통의 기차보다 넓은 트랙을 달린다는 특성 또한 디자인에 반영되었다.

봉준호 감독은 <괴물> 개봉 프로모션으로 호주에 갔다가 눈 앞에서 본 압도적인 크루즈 퀸 엘리자베스 호의 위용에 착안, 모든 기능이 한 구조물 안에 들어 있는 크루즈를 기차 형태로 좁고 길게 펼쳐 놓은 컨셉으로 최고의 크루즈 열차를 설계했다. 하지만 인류 마지막 생존 지역이라는 노아의 방주와 같은 느낌과 동시에, 영원히 서지 않으면서도 자체 에너지 생산, 자원 재생 등이 가능해야 한다는 기능에 대한 상상력과 무엇보다 중요한 열차 안 계급이 나눠져 있다는 컨셉을 표현해야 했기에 각 칸 하나하나가 봉준호 감독과 미술감독인 앙드레 넥바실(Ondřej Nekvasil)에게는 큰 숙제였다. 식량과 원자재 등을 싣는 화물칸을 개조한 거주공간으로 인구과밀, 물 부족, 난방미비로 인한 위생환경과 주거환경이 열악한 열차 맨 뒤쪽의 꼬리칸은 어느 도시에나 있는 비참한 공간인 빈민가의 비주얼을 참고했고, 초록의 식물들로 가득 찬 식물칸을 기준으로 부자들의 공간과 유흥의 공간 그리고 열차의 절대자인 ‘윌포드’ 찬양 교육을 받는 교실칸까지 어느 공간 하나 비슷한 느낌으로 제작된 곳이 없다. 특히 기차의 심장부이자 주인공의 목적지가 되는 열차의 맨 앞 쪽인 엔진칸은, 단순한 기계장치가 아닌 영구동력이자 영원한 엔진이라고 숭배 받는 영원성의 느낌을 가져야 했다. 2004년, 감독이 자주 들르던 한 서점에서 자크 로브의 원작인 <설국열차> 그래픽 노블을 선 자리에서 다 읽을 정도의 강렬한 매혹이래, 8년. 그 사이 <괴물>과 <마더>를 만들었던 긴 세월을 건너 뛰어 2012년 4월 16일, 체코의 바란도프 스튜디오에 드디어 봉준호 감독이 머릿속에 담아온 무한한 상상력은 현실이 되어 육중한 모습을 드러냈다. 세트가 지어진 바란도프 스튜디오에 처음 들어서면서 봉준호 감독과 홍경표 촬영감독이 나눴다는 ‘이제 돌이킬 수 없어’라는 말은 상상력에서 출발, 거대한 세계를 완성해 낸 <설국열차>의 대장정을 실감케 한다.


200여명의 외국인 스탭들을 반하게 한 콘티와 현장 편집 시스템!
총 72회차 동안 3번의 파티, 다국적 배우와 스탭이 함께한 <설국열차>! 그 90일간의 질주!

< 설국열차>는 한국에서 9개월, 체코에서 4개월. 도합 1년 3개월의 프리 프로덕션을 갖고, 3개월 동안 바란도프 스튜디오에서 촬영했다. 3개월 동안 총 72회차라는 군더더기 없는 프로덕션 기간을 거친 <설국열차>의 촬영 현장은 한국, 미국, 영국, 체코 등 다국적 언어와 문화를 가진 200여명의 스탭들이 함께 뒤섞여 있었다는 사실을 믿을 수가 없을 정도로 순조롭게 진행됐다. 한국인이든 외국인이든, 모두가 초반에 걱정하던 의사소통에 대한 문제는 2011년 12월부터 2012년 4월 중순에 이르는 4개월 이상의 현지 촬영 준비 기간 동안 각자의 분야에서 묵묵히 업무를 진행하고 호흡을 맞추는 과정에서 봉준호 감독과 <설국열차>라는 대전제 안에서 자연스럽게 해결됐다.

한국 영화 촬영장에서 밤샘 촬영과 불규칙한 촬영 스케줄이 너무나도 당연했던 한국 스탭들은 하루 12시간 노동 제한을 어기면 안되고, 아무리 중요한 촬영이 진행되고 있더라도 칼 같이 식사시간을 지키는 외국인 스탭들에 놀랐다. 그리고 반대로 외국 스탭들은 그렇지 않은 한국 스탭들에게 놀랐다. 촬영 초반에 이 같은 문화적인 차이도 있었지만 200여명의 외국인 스탭들이 모두다 입을 모아 판타스틱과 원더풀을 외친 부분은, 매일매일 보드에 붙여지는 생생한 콘티와 방금 촬영한 분량을 바로 다시 볼 수 있는 현장 편집 시스템이었다. 현장 콘티는, 전문가가 사전에 작업해 놓은 스토리 보드에 봉준호 감독이 촬영을 모두 끝낸 밤에, 다음날 촬영분량을 직접 그린 스토리 보드가 합쳐진 상태로 매일 보드에 부착되었다. 덕분에 스탭들과 배우들은 그 날의 촬영 장면 및 분량에 대해 완벽하게 이해한 상태로 촬영에 임할 수 있었다.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던 또 다른 시스템은, 한국 현장에서는 익숙한 광경이지만 할리우드의 촬영장에서는 볼 수 없는 현장 편집 시스템 이었다. 특히 <폴락> 등의 작품에서 연출 경험이 있는 에드 해리스, 그리고 다양한 스튜디오 시스템을 겪은 크리스 에반스는 심각하게 현장 편집 시스템을 할리우드에 도입할 것을 제안하겠다고 밝히기도. 쟁쟁한 스탭 그리고 아카데미와 골든 글로브에 이름을 올리는 명배우들로 구성된 현장이었지만, 누구 한 명 튀는 사람 없이 너무나도 순조롭게 촬영이 진행됐던 <설국열차>는 72회차 동안 두 번의 무알콜 파티와 한 번의 야유회를 가지며 바쁜 와중에도 훈훈한 친분을 쌓았다. 많은 스탭들이 기회가 되면 또 다시 한국 영화에 참여하고 싶다고 밝힌 것처럼 <설국열차>가 한국 영화 산업의 스펙트럼을 넓힐 수 있는 교두보가 된 것만큼은 확실한 것 같다.


전 세계 167개국 판매 완료! 세계를 사로잡은 한국 영화의 상상력!
8월 1일, 세계 최초 한국 개봉을 시작으로 북미, 프랑스, 일본, 동남아시아 등 월드 와이드 개봉!

지난 2월 7일 발간된 유럽필름마켓 EFM의 소식지인 스크린 인터내셔널은 봉준호 감독의 <설국열차>가 전세계 대부분의 국가에 선판매되는 한국영화 사상 초유의 기록을 세웠다고 발표했다. 보통 한국 영화의 경우, 한류스타의 출연작이 아닐 경우에는 대부분 개봉 이후 한국 박스오피스 성적에 따라 해외 판매가 이루어진다. 하지만 <설국열차>는 단지 10분 분량의 하이라이트 영상만으로 할리우드 메이저 배급사인 와인스타인 컴퍼니(Weinstein Company)가 북미, 영국, 뉴질랜드, 호주 등의 영어권 국가의 배급권을 확보한 데 이어, 프랑스, 일본, 동유럽, 남미, 스칸디나비아 반도, 중동, 동아시아 지역 등 전 세계 거점 국가에 대부분 판매 완료되는 쾌거를 이뤘다.

이처럼 한국영화가 개봉 전후를 통틀어 전 세계 주요 국가에 판매되는 경우는 역사상 최초일 뿐만 아니라 영미권에 와이드 릴리즈 형식으로 개봉되는 것도 최초이다. <설국열차>의 이 같은 초유의 해외 세일즈 기록은 이미 제작비의 절반인 2,000만 달러를 회수 했다는 금전적인 측면뿐만 아니라 순수 한국의 힘으로 만든 영화의 작품성과 상업성이 세계에서도 통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는 문화 컨텐츠적 측면에서도 긍정적으로 받아들여 지고 있다. 크리스 에반스, 송강호, 에드 해리스, 존 허트, 틸다 스윈튼, 제이미 벨, 옥타비아 스펜서, 이완 브렘너, 고아성, 앨리슨 필 등 한국 영화임을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세계를 대표하는 연기파 배우들이 시나리오와 봉준호 감독만 보고 합류를 결정해 작품의 독창성과 완성도를 보여줬고, 초유의 해외 세일즈 기록을 바탕으로 한국 영화의 크리에이티브와 상상력이 전 세계에 통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이처럼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 영화계가 주목하고 있는 <설국열차>는 그 상상력의 출발점을 잊지 않고 2013년 8월 1일, 한국에서 최초로 개봉되는 것을 시작으로 북미,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 일본, 동남아시아, 중남미 등의 관객들에게 공개되어 한국 영화의 세계 지도를 새로 그려나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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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영화이야기

‘설국열차’를 보고 나면 왜 찝찝할까?

주작 朱雀 2013.08.14 09:01




영화를 보고 나서 관객들이 말하는 것을 들으면 찝찝하다라는 말을 많이 듣게 되었다. 거기엔 작품이 가지는 문제의식과 뭔가 많은 것을 생각케 하는 후반부-정확히는 윌 포드와 만나는 장면부터-때문일 것이라 생각한다.

 

이에 필자는 제 멋대로 설국열차라는 영화에 대해 이야기를 풀어볼까 한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봉준호 감독의 인터뷰는 물론이요, 관련자료는 거의 찾아보지 않고 쓰는 것이기에 틀릴 가능성이 무척 농후지만, 이런 식의 리뷰가 의미를 가지는 것은, 영화란 개봉이후에 감독이 아니라 관객들이 어떤 이야기를 나누냐?’에 따라 의미와 깊이를 가지게 된다고 믿기 때문이다.

 

-본 리뷰는 영화에 대해 결정적인 스포일러를 다량 함유하고 있다. 따라서 아직 영화를 보지 않았거나 관람할 계획이 있으신 분들은 주의하시기 바란다-

 

<설국열차>에서 관객들이 가장 경악하게 하는 장면은 윌 포드와 꼬리칸의 성자 길리엄의 관계일 것이다. 열차의 완벽한 제어를 위해 반복적으로 반란을 유도하는 윌 포드와 이에 호응하는 길리엄의 관계는 권력자의 속성에 대해 다시금 생각케 한다.

 

아울러 윌 포드의 말에 현혹되어 거의 넘어가기 직전의 커티스의 모습은 윌 포드=길리엄=커티스라는 묘한 공식을 떠올리기에 충분하다! 커티스는 꼬리칸의 반란을 주도하는 인물로 리더로서 각광을 받지만, 그 자신은 17년 전에 에드가 어머니를 죽일 정도로 끔찍한 악행을 저질렀던 인물이다.

 

길리엄은 자신의 한팔을 내줄 정도로 성자로 추앙받았지만 그 역시 설국열차를 유지하기 위해 꼬리칸의 모든 사람들을 속이고 그들을 죽음으로 내몰 정도로 끔찍한 권력자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렇다면 왜 길리엄은 윌 포드에게 협력하고, 커티스는 윌 포드에게 현혹될 수 밖에 없었는가? 여기엔 열차라는 공간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설국열차는 그 자체로 하나의 완성된 세계다. 그렇지만 이건 자연이 아니라 윌 포드가 만들어낸 지극히 인공적인 공간이다.

 

따라서 늘어나는 인구수와 그에 비례해 식량과 물을 늘릴 수 없는 열차라는 공간의 한계성이 존재하기 때문에, 그의 이야기는 설득력을 가질 수 밖에 없다. 특히 식량이 없어서 서로를 죽여서 그 시체를 먹을 정도로 끔찍한 시간을 보냈던 커티스에겐 엄청난 설득력을 지닐 수 밖에 없다. 평생을 죄책감으로 살아온 그로선 식량이 없는 순간은 떠올리기 조차 싫기 때문이다.

 

그런 커티스에게 경종을 울리는 이가 누구인가? 바로 5살난 꼬리칸의 아이들이다. 인류가 멸망하고 끝없이 달리는 열차에서 부품이 없어서 작고 좁은 틈으로 끊임없이 열차를 조율해줘야 하는 아이들의 모습은 끔찍하기 이를 데 없다!

 

그런데 이런 착취되는 아이들의 모습은 비유가 아니라 사실이다! 산업혁명 초창기 영국에선 빈민가의 아이들이 방직기 사이를 돌아다니면서 이물질을 제거하거나, 굴뚝에 들어가 청소를 하는 일이 흔한 광경이었다. 당연하지만 굴뚝과 방직기 사이는 좁기 때문에 채 열살도 안된 어린이들이 엄청난 노동을 끝없이 강요받아야만 했다. 21세기는 오늘날엔?

 

안타깝게도 아프리카에 가면 어린아이들이 몇달로 안되는 돈으로 하루 종일 일하는 광경을 우린 TV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자본주의의 역사를 살펴보면 수탈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영국처럼 초창기부터 자본주의를 발전시킨 나라들을 살펴보면, 자국민들의 노동력을 착취하고, 부동산을 이용해서 자본가들이 부를 독점했다.

 


그리고 자국민들이 참지 못하고 파업 등을 통해서 정당한 분배를 요구하자, 해외로 눈을 돌리게 되고, 그 유명한 식민지들이 세워지게 된 것이다. <설국열차>에서 보여주는 열차라는 공간에서 칸에 따라서 나눠지는 인간의 등급분류는 이미 몇백년이 넘은 전통적인(?)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자본주의 혹은 현재 인류가 가진 이 구조적인 모순의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할까? <설국열차>는 여기서 급진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바로 열차라는 공간 자체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커티스가 한계를 가지는 것은 열차라는 공간안에서 꼬리칸의 사람들을 현재의 억압된 상황에서 그저 해방시키는 것이다. 거기엔 어떤 철학이나 대안등이 전혀 강구되어 있지 않다. 충분히 이해는 간다.

 

그는 17년 동안 꼬리칸에 갇혀 살았고, 그저 복수혁명만을 꿈꾸고 살았다. 그렇기에 그는 윌 포드의 말에 너무나 쉽게 설복된 것이다. 그에겐 애초에 철학이 존재하지 않았으니까. 자신이 생각치 못한 문제를 윌 포드가 치고 나오고, 그가 열차라는 공간의 한계성과 자신의 통치방법의 정당성, 그리고 자신의 위치를 물려주겠다고 나오자 그는 감화될 수 밖에 없었다.

 


그에 반해 열차의 문을 열어주던 남궁민수가 문을 폭파하려는 대목을 생각해보자! -그 장면은 '열차'가 의미하는 자본주의 같은 현 인류의 체제자체의 전복을 의미한다! 이 얼마나 혁명적인가?-


또한 남궁민수와 그의 딸 요나는 어딘가 비밀을 많이 간직한 인물이다. 남궁민수의 말로 추측해보면 커티스보다 앞서 ‘7인의 반란을 일으켰던 이누이트족 여자는 요나의 엄마일 가능성이 높다.

 

거의 마지막에 요나가 에스키모 복장을 한 장면 등을 보면 그 가능성은 매우 농후하다고 본다. 열차의 2인자 메이슨의 보디가드들이 그렇게 요나에게 집착을 한 이유는 그녀가 훗날 지도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기 때문일 것이다.

 

특히 요나의 경우엔 문밖의 상황을 볼 수 있는 초능력에 가까운 능력을 보여준다. 물론 봉준호 감독이 <괴물>에서 인연을 맺어온 고아성을 위해 그런 설정을 그냥 넣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지만, 거기에 다른 의미를 부여했다면?

 


남궁민수는 그 어떤 순간에도 요나가 살인을 하려고 하면, 자신이 나서서 일을 처리하고, 절대 딸의 손에는 피를 묻히려 하지 않는다. 왜 그럴까? 여기에 <설국열차>의 중요한 메시지가 있다고 본다.

 

앞서 말했지만 열차의 절대자 윌 포드와 꼬리칸의 지도자 커티스는 결국 같은 속성의 인물이다. 그들은 각자의 위치에서 각자의 역활을 할 뿐이다. 만약 커티스와 윌 포드의 입장이 달랐다면? 그들은 둘 다 똑같은 행동을 했을 것이다.

 

그들은 손에 피를 묻힌 죄인들이다! 따라서 그런 그들이 새로운 인류를 이끌 수는 없다! 그래서 <설국열차>의 마지막 장면을 보면, 거의 대다수의 승객들이 사고로 몰살되고, 요나와 단 한명의 남자아이가 살아남은 것처럼 묘사된다. , 그들은 아담과 이브처럼 최초의 인류가 되어 원죄없는 새로운 순백의 세상을 열게 되는 것이 아닐까?

 

다시 돌아가서 왜 그토록 남궁민수가 열차문을 폭발시키려 했는지 짚어보자! 앞서 말했지만 오늘날 자본주의 사회에선 할 수 있는 방법이 한정적이다. ? 그건 인간이 만들어낸 욕망의 장치이기 때문이다. 자본주의에서 선악이 존재하지 않는다. 그저 효율성만이 존재할 뿐이다.

 

우린 자본주의 세상에서 태어나서 여태까지 자본주의에서 살아왔기 때문에, 오늘날의 세상외엔 다른 대안을 생각해 볼 수 없다. 그런 의미에서 우린 모두 <설국열차>에 갇혀있는 불쌍한 인물들이라 아니할 수 없다.

 

? 생각의 자유가 스스로 억압되어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만약 현재의 자본주의를 뒤엎고 다른 세상을 꿈꿀 수 있을까? 후쿠시마 원전사태와 지구온난화는 현재 인류가 만들어낸 결과다.

 

그건 욕망에 충실한 인간들이 지구를 마구 헤집고 자원을 마구 써대는 과정에서 벌어진 일이다. 지구를 되살리기 위해선? 오늘날 인류는 자신들이 누리는 모든 혜택을 포기해야만 한다!

 

원전을 없애기 위해선? 우리가 전기가 거의 필요 없는 세상을 만들어야만 한다. 그러나 과연 우리는 전기가 거의 없는 삶을, 석유가 필요 없는 삶을 과연 상상이나 할 수 있을까? <인간의 조건>에서 나름 최선을 다하는 여섯 멤버조차 불편하고 난감해하는 그런 삶을 평생 산다는 것은 상상조차 안될 것이다.

 


! 오랜 시간 고생하셨다! 이제 결론을 내보자! 왜 관객들은 <설국열차>를 보고 찝찝해할까? 간단하다. 영화를 통해서 오늘날의 인류를 되돌아보기 때문이다. 권력자들의 똑같은 속성과 우리 인류가 지구에 어떤 죄를 짓고 살아왔는지 돌아보게 한다. 더불어서 인류의 원죄와 속죄 그리고 구원 같은 메시지들을 던지기 때문에 관객들은 불편할 수 밖에 없다.

 

우린 모두 누군가를 괴롭힌 적은 없다. 그러나 우리가 누리는 안락한 생활. 전기만 켜면 집안이 밝혀지고, 세탁기가 돌아가고, 석유를 마음껏 쓰면서 자동차로 직장을 가는 등의 모든 생활 자체가 지구를 망가뜨리는 행위 그 자체다. 우리의 후손과 지구의 모든 생명체들이 살아가야할 터전을 말이다. 그걸 라고 하지 않을 수 있을까?

 

더불어 자본주의의 맨 얼굴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인류가 구원받기 위해선 거의 대다수가 인류가 사라지는 결말부에 이르렀을 때 불편하지 않는다면 오히려 그게 이상한 일이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