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현화(普賢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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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지금이 좋다

보현화 2016. 11. 3. 17:46

나는 지금이 좋다

 

선풍기 앞에 앉아 며칠을 보냈습니다. 청소도 별반 않고 식구들에게는 냉장고 안에 있는 밑반찬만 먹였습니다. 아무 일도 손에 잡히질 않았습니다. 일을 않는 동안 팔다리는 늘어지게 편했습니다. 그렇지만 마음은 그렇질 못했습니다. 늘 무엇에 쫓기는 기분이 되어 이것도 해야 할 것 같고 저기도 가야 할 것 같았습니다. 몸은 누워 있어도 정신은 천지 사방을 헤메다니는 형국이었습니다.

도무지 이유를 알 수 없었습니다. 걸려온 전화에도 올바른 대꾸를 못한 것 같고 매우 중요한 일을 잊어버리고 있는 것 같아 마냥 불안한 나날이 계속되었지만 부글부글 끓는 마음과 달리 속수무책이었습니다. 그러나 아주 아까운 시간만은 아니었습니다. 잠시 제 인생에 대하여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질수 있었답니다.

 

내게 지금 무슨일이 일어나고 있는가?

나를 우울하게 만드는 것이 무엇인가?

내가 두려워 하는것은?

무슨 갈등 때문에 괴로워하고 있는가?

 

혼자 묻고 대답하면서 제 생활을 돌아보는 시간을 보냈습니다. 몸이 느슨해진 탓에 다른 것들이 다가올 틈새가 생겼던가 봅니다. 돌이켜 보니 저는 욕심이 앞서 모은 일을 순조롭게 처리하지 못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듣기 싫은 소리에 언제나 과다하게 반응하며 화만 냈었습니다. 일상에서 경험하는 갖가지 일들을 자연스럽고 정상적인 것으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불만스럽게 여겼던지라 처리방법 역시 현실적이고 효과적이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희망도 가질 수 없었습니다 . 그 보다는 곤란이나 좌절을 예상하는 일에 익숙했고 무엇이든 체념이 앞섰습니다. 뜻대로 되는 일이 없다고 생각하며 화를 냈고 인생은 불공정한 것이라 확신했습니다.

세상 일은 늘 마음대로 되는 것이 아니며 모든 것을 가질수 없고. 인생에는 부당한 일이 있으며 사람들은 결코 나를 이해할수 없다는 것과 여름은 덥다는 현실을 왜 깨닫지 못했을까요.

이제라도 제 인생이 나아지려면 이렇게 생각을 바꾸어야 할 것입니다

나는 지금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