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현화(普賢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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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다기리죠의 도쿄타워/일본/142분/개봉 2007.10.25

보현화 2016. 11. 14. 16:34

 오다기리 죠의 도쿄타워 (2007)Tokyo tawa: Okan to boku to, tokidoki, oton, 東京タワー オカンとボクと、時々、オトン 

                   



       
장르
드라마
개봉
2007.10.25 개봉
영화시간/타입/나라
142분, 전체관람가
나라
일본
감독
(감독) 마쓰오카 조지
주연
(주연) 오다기리 죠, 키키 키린



나의 첫사랑
그리고 마지막 사랑
어머니...


나를 위해 자신의 인생을 산, 어머니의 이야기
좀처럼 정착하지 못하는 아버지를 떠나 홀몸으로 나(오다기리 죠)를 키운 엄마(키키 키린). 남들과 다를 바 없지만 어쩐지 조금 더 애틋한 모자지간이다. 갑자기 미술공부를 하겠다고 떠난 나에게 엄마는 지극한 응원을 보내지만, 처음의 원대한 꿈과는 달리 나는 빈둥거리다 졸업도 하지 못하고 빚만 쌓여간다. 나이가 들수록 나는 그렇게 싫어했던 지독하리만큼 책임감 없는 아버지와 점점 닮아가고 있었다.

4월, 눈 내리던 어느 벚꽃의 계절,
나의 첫사랑은 그렇게 떠나갔다

돈이 없어 친구들은 모두 떠나고 집세가 밀려 이곳저곳을 전전하는 질 낮은 자유를 즐기던 나. 어느 날 날아온 엄마의 암 투병 소식은 나를 조금씩 변화시킨다. 일러스트레이터로서 자리가 잡히자, 나는 엄마와 도쿄에서 함께 살 결심을 하고, 친구들 북적이는 집에서 그들만의 소박한 행복이 시작된다. 하지만 엄마의 암이 재발되고 행복했던 그들의 일상에도 끝이 보이기 시작하는데….

[ About Movie ]

200만부가 판매된 베스트셀러 원작 영화,
박스오피스 1위의 감동 그대로 드디어 한국에 상륙!

‘히라가나로 쓰여진 성서’, ‘새로운 형태의 국민문학’으로 불리우며 일본의 국민소설로 등극한 <도쿄타워-엄마와 나, 때때로 아버지>. 저자 릴리 프랭키가 돌아가신 어머니와의 추억을 중심으로 부모와 자식, 사회와 개인, 시대에 따라 변화와 시대불변의 것들을 솔직하게 그려낸 자전적 소설인 이 작품은 2005년 6월 출판 이후 ‘슬프다’, ‘통곡했다’라는 찬사와 함께 200만부가 넘는 판매량의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일반인들은 물론 까다로운 평론가들로부터도 뜨거운 찬사를 이끌어낸 소설은 곧 TV드라마, 연극 등 다양한 매체와 믹스되며 폭넓은 공감대를 자랑했다. ‘사회현상’이라고까지 부를 수 있을 만큼 공감의 원을 넓혀간 이 작품의 영화화는 어찌 보면 필연적인 선택이었다. 전 일본인들의 열망과 기대를 안고 2007년 4월 14일 334개 스크린에서 개봉된 영화는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 10주간의 장기상영을 통해 18억 2천만 엔의 흥행수입을 올리며 상반기 흥행 Top 10에 진입하면서 소설에 이어 영화까지 국민영화로 자리잡았다.


세상의 모든 이의 첫사랑이자 마지막 사랑, 어머니
영화 <오다기리 죠의 도쿄타워>가 가지는 특별한 힘은 200만 명을 울린 감동의 베스트셀러의 영화화라는 흔한 문구만으로는 표현할 수 없다. 평소에 책을 읽지 않는 사람들이 책을 사게 만들고, 일명 ‘울리는 책’ 붐에 따가운 시선을 보내던 까다로운 평론가들마저 사로잡은 ‘현대인의 단단한 마음의 벽을 부수는 힘’, 그것은 우선 누구나의 마음 속에 자리잡아있는 공통의 키워드 ‘어머니’에 있다. 세상 모든 사람들에게 어머니는 처음으로 사랑을 담게 되는 첫사랑이자 인생의 마지막 순간까지도 나를 사랑해줄 마지막 사랑이다. 당신에게 몇 번이고 찾아올 지 모르는 절망의 순간, 떠올리게 되는 어머니의 얼굴. 세상 모든 이가 등을 돌려도 마지막까지 내 편으로 남아줄 것이라 믿고 있던 그 얼굴과 더이상 만날 수 없게 된다면? 가장 소중한 것은 언제나 잃어버리게 되었을 때 알게 되는 법이고, 그래서 더욱 애절한 것이다. 가장 소중한 것을 잃는 아픔을 겪은 이가 보내는, 평범하지만 그래서 더욱 가슴 아픈 모든 사람의 메시지. 이토록 단순하고 평범한 이야기가 우리의 가슴을 울리는 것은 그 이야기의 전해주는 메시지가 아무런 치장도 멋도 가식도 두르고 있지 않지만 그만큼 진실하기 때문이다.


일본 최고의 완소남, <메종 드 히미코> <유레루>의 오다기리 죠 주연!
풋풋한 미대생부터 자유로운 일러스트레이터까지 다양한 연기 변신!

미술이라는 꿈을 쫓아 도쿄로 올라왔지만 어영부영 젊음을 낭비하고, 빚에 쫓기는 생활을 하다 어머니의 투병 소식에 겨우 자신의 일을 찾아 자리를 잡지만 금새 어머니를 떠나 보내야 하는 한심하지만 너무나도 평범한 주인공 마사야. 그런 그를 밉지 않게, 사랑스럽게 연기할 배우로 선택된 이는 바로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배우 오다기리 죠였다.
<메종 드 히미코>에서는 이성동성 모두에게 사랑 받는 마성의 게이 하루히코, <유레루>에서는 흔들리는 기억과 진실 속에서 괴로워하는 포토그래퍼 다케루, <피와 뼈>의 폭력적인 아버지에게 반감을 가진 아들 다케시 등 출연하는 영화마다 색다른 매력을 선보이며 변신하는 다재다능한 배우 오다기리 죠가 평범남으로 변신했다! 이제까지 너무나도 강렬한 배역들만을 맡아왔기에 평범한 사람을 연기하는 오다기리 죠를 만나는 일은 특별한 경험이 될 것이다. 특히, 영화 속 나, 마사야처럼 오다기리 죠 역시 모자가정에서 자라났기에 더욱 자연스럽게 역에 녹아 들어갈 수 있었다. 가시 돋힌 매력으로 무장해 있던 자신의 벽을 부수고, 어깨에 힘을 빼고 한 발짝 나아간 새로운 연기 세계를 보여주는 오다기리 죠가 한층 더 매력적임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실제 모녀의 첫 공연! 불가능이라 생각하던 올스타 캐스트!
이 작품이기에 가능했던 화제만발의 캐스팅!

일본 열도를 들끓게 한 원작소설의 영화화, 그렇기에 모두가 납득할 만한 캐스팅이 아니라면 영화는 스타트 지점부터 실패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가장 중요한 어머니 역을 맡은 키키 키린은 소설을 읽은 이라면 누구나 그녀를 떠올릴 정도로 실제 비슷한 인생을 살아온 여배우. 다수의 영화에서 카리스마적인 연기력을 선보여온 그녀의 캐스팅에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었다. 거기다 현실성을 높이기 위해 젊은 시절의 엄마 역을 키키 키린의 진짜 딸인 우치다 야야코가 맡음으로써 모녀의 첫 공연으로도 큰 주목을 모았다.
화려한 캐스팅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비밀>의 고바야시 카오루가 바람처럼 사라졌다 나타나는 아버지 역을 맡았으며, 이외에도 어리지만 당찬 연기파 배우 <나나>의 미야자키 아오이, <2009 로스트 메모리즈>의 나카무라 토오루, 고이즈미 쿄코, 테라지마 스스무 등 지금 일본 영화계에서 내로라하는 최고의 스타 배우들이 이 작품이라면 어떤 작은 역이라도 좋다는 의사를 밝히며 참가했다. 마지막으로 원작에는 거의 등장하지 않지만 연인 미즈에 역으로 <4월 이야기>에서의 청순한 매력으로 한국에도 많은 팬을 가지고 있는 마츠 다카코가 출연, 지금 일본 영화계의 최고의 배우들이 결집한 최고의 영화가 탄생했다.


<마이 파더> 다니엘 헤니 <사랑> 주진모 … 그리고 오다기리 죠!
올 가을엔 남자들의 눈물이 당신의 마음을 흔든다!

2007년 가을, 유난히 남자의 눈물을 부르는 영화들이 줄지어 개봉할 예정이다. 2006년엔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의 강동원의 눈물이 대한민국 여자들의 마음을 뒤흔들었지만 2007년엔 한층 더 다양한 남자의 눈물이 또 한 번 여심을 자극하고 있다. 인터내셔널한 매력의 소유자 다니엘 헤니가 아버지를 그리는 뜨거운 눈물을 쏟은 <마이 파더>가 먼저 다양한 연령층의 관객의 눈물을 쏙 빼놓았고, 가질 수 없는 첫사랑에 가슴 아픈 부산 남자 주진모의 <사랑>이 추석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으며 개봉 주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다. 10월 3일에는 황정민, 임수정의 ‘진짜 사랑을 아는 성인들의 로맨스’ <행복>까지, 올 가을은 그야말로 감성을 흔드는 남자들의 영화로 가득하다. 여기에 마지막으로 일본을 대표해 오다기리 죠가 대한민국 관객들의 눈물을 훔치러 온다. 자신의 인생을 고스란히 나를 위해 살아준 어머니. 그 어머니와의 가슴 아픈 이별과 당면한 오다기리 죠의 눈물이 가진 순수한 감동이 관객의 마음을 뒤흔들 것이다.


이 이야기는 모든 사랑의 이야기이다
인간의 인생은 수많은 사랑으로 이루어진다. 낳고 기른 부모의 사랑, 공들여 쌓은 우정, 첫사랑, 함께 일하는 사람과의 인연… 사람과 사람의 사랑이 모이고 쌓여서 한 인간의 인생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또한 인간의 인생은 수많은 이별로 완성된다. 고향을 떠나는 그리움, 가족과의 거리가 멀어지는 초조함, 연인과의 이별,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 이별 하나하나의 계단을 밟고 그 슬픔과 허무함을 인정하고 나서야 인간의 인생은 완성되는 것이다.
잊어선 안될 사랑, 잊을 수 없는 이별. 바쁘게 돌아가는 현대의 생활 속에서 어느 순간 잊고 있었던 사랑과 이별은 인생을 풀코스에 비유하자면 한층 더 깊은 맛을 내기 위한 갖가지 스파이스 같은 요소. 때론 괴롭고 씁쓸한 맛을 만날 때 언제나 함께하리라 생각했던 어머니. 인생의 마지막 디저트를 함께 먹으리라 생각했던 어머니와의 이별에 대한 순수한 바램이 부숴지는 순간을 보는 동안, 몇 번이고 영화가 끝나면 바로 집으로 전화해 안부를 묻고 싶어질 것이다. 나와 어머니가 손을 잡고 횡단보도를 천천히 건너는 장면을 보며 모두들 자신의 어머니의 손을 잡고 싶어질 것이다. 한심하고 잘나지도 않았고 약해빠지고 눈물 많은 자신의 모든 것을 사랑해준 어머니를 만나고 싶어질 것이다.




[ Production Note ]

감독이 작품을 고른다? VS 작품이 감독을 고른다!

반드시 감독이 자신의 작품을 고르는 것은 아니다. 작품이 감독을, 찍어야 할 작품을 고르는 일도 있다. 다른 말로 작품에 끌려들어간다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가족이라는 테마로 오리지널 각본을 쓰고 있었던 마츠오카 조지 감독은 어느 날 한 권의 책과 만난다. 거기에는 그가 읽고 싶었던 모든 것이 그려져 있었다. 릴리 프랭키가 쓴 <도쿄타워-엄마와 나, 때때로 아버지> 안에는 몇 군데인가 감독의 각본과 너무나도 비슷한 대사와 설정이 있었다. 하지만 소설 쪽이 훨씬 완성도가 높다고 감독은 느꼈다. 2005년 6월, 단행본이 발간된 지 1, 2개월 후 감독은 릴리 프랭키를 만나기 위해 사인회로 향했다. 그 때 그의 마음 속엔 앞으로 이 소설이 얼마나 베스트셀러가 될 것인가 하는 욕심이 아닌, 소박하게 ‘이 작품이 정말 좋다! 하게 해달라’는 생각뿐이었다. 감독은 한 사람의 창작자로서 원작자인 릴리 프랭키를 만나 솔직하게 이야기했다. 이후 소설은 역시나 대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그렇게 시간이 흘러갔다.


일본 최고의 제작진이 보내는
올 가을 최고의 감동을 만난다!

2005년 12월, 포기하고 있던 감독에게 프로듀서로부터 연락이 왔다. 프로듀서 역시 이 소설을 잡지 첫 연재부터 지켜보며 작가와 신뢰관계를 쌓아온 사람. 두 사람은 이 작품의 제작비가 얼마가 되든 영화를 만들겠다는 점에 의기투합했다. 이런 제작진의 순수한 의지와 작품의 힘에 끌려 이 이상을 생각할 수 없을 만큼의 최고의 배우들이 모였고, 일본 영화계 최고의 베테랑 제작진들이 결집했다. 제작진은 시대를 그대로 표현한 미야기 세트를 만들어냈다. 배우들이 입을 모아 한 말은 세트, 미술소품, 의상, 메이크업 등이 정말 잘 되어 있어 그 시대 그 장소에 자연스럽게 몰입할 수 있었고 덕분에 연기하기가 훨씬 수월했다고 한다. 각 팀이 이루어낸 노력의 결정이 하나의 그림이 되고 영화가 된 것이다.
촬영에 소요된 필름은 약 6만 피트. 2시간이 넘는 완성본의 분량을 생각하면 굉장히 적은 편이었다. 필름을 많이 쓴다고 해서 크게 변할 이야기가 아니었던 탓도 있지만 무엇보다 원 테이크만으로도 OK가 나온 씬이 많았다. 원 테이크로 OK가 나올지도 모르는 현장이었기에 제작진의 긴장감도 높아져 완성도 높은 작업으로 연결되었다. 릴리 프랭키의 실제 어머니의 사진을 언제나 시나리오에 붙여놓고 촬영에 임했던 키키 키린, 실제로 모자가정이었기에 무엇보다도 자연스러웠던 오다기리 죠의 연기는 이런 긴장감과 적절히 어우러져 최고의 영화를 만들어냈다.




[ 촬영일지 ]

8/7(월) <도쿄타워 크랭크인>

큐슈에 상륙한 태풍의 영향으로 여기 동북 미야기현도 흐린 뒤 비가 온다는 기상예보가 있었지만, 이날은 완전히 쾌청했다. <도쿄타워> 크랭크인. 오늘부터 약 10주간에 걸쳐질 촬영은 좋은 스타트를 끊었다. 첫날은 #1부터 #7 중간까지 촬영예정. 낮 동안에 준비와 리허설을 하고 밤 촬영을 준비한다. 본격적인 영화출연은 처음인 우치다 야야코(젊은 날의 엄마 역)은 촬영 초반 딱딱하고 긴장을 풀지 못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지만, 아빠역의 고바야시 카오루와 싸우는 장면에서 화려한 모션을 연기하는 사이 그런 딱딱함도 풀려갔다. 좁은 실내에서 많은 스태프에 둘러싸인 순간 머릿속이 새하얗게 됐다며 웃는 얼굴이 정말 멋진 야야코. 이후에 이 미소가 현장을 살리는 일이 꼭 있을테지.


8/12(토) <코안경 개인기 촬영>
‘엄마’의 18번 장기 ‘코안경의 개인기’ 야야코의 촬영날. 오늘 촬영된 영상을 기본으로 하고 이후에 키키 키린이 연기할 현대의 엄마가 이어받는다. 현실에서는 엄마였던 키키로부터 딸인 야야코에게로 여러가지 것들이 물려졌을 테지만 영화에서는 반대로 야야코로부터 키키에게 바통이 넘어간다. 실생활에서는 모녀 지간인 두 사람이 하나의 인물을 연기한다는 재미가 남다르다. 마츠오카 감독의 경쾌하고 재치 있는 실연지도 덕분에 현장은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종료 후, 야야코에게 이렇게 물었다. “키키 키린에게 어드바이스를 하자면?” 그녀는 “프로인 엄마에게 뒤를 맡기겠습니다”라고 했다. 이제부터 어떻게 될지 궁금하다.


8/15(화) <오다기리 죠 촬영 첫날>
내레이션의 주인공 ‘나’ 마사야 역을 맡은 오다기리 죠의 촬영 첫날. 석양이 내리쬐는 병실에 할머니 병문안을 온 ‘나’를 찍는 씬이었다. 오다기리는 이 씬 촬영을 위해 당일 오전, 미야기에 도착했지만 촬영은 대사 한 마디 없는 한 컷이었다. 실제 30분 정도 소요되고 종료된 촬영. “에~벌써 끝이에요?”라며 돌아가는 뒷모습이 왠지 쓸쓸해 보였다.


8/16(수) <키키 키린의 촬영 첫날>
어제 오다기리에 이어 오늘은 키키의 첫날. 식당 일에 질리고 만신창이가 돼 치쿠호 집에 돌아온 엄마에게 ‘나’가 쓴 책이 도착한다. 엄마는 아직 암이 완치되지 않았지만 이 책을 읽고 힘을 낸다며 ‘나’에게 전화로 말한다. 실제 극본에서는 “이 책 읽고 힘 낼게 (밝은 목소리로)고마워”라고 되어있었지만 필름에 찍힌 키키의 연기는 눈물을 머금고 수화기 저편의 ‘나’에게 “고맙습니다”라며 고개를 숙이는 것이었다. 아들에게 “고마워”가 아닌 “고맙습니다”. 키키는 “영화는 부감이니까”고 말했다. 아마 나는 모든 것이 연결되어 있는 완성된 영화를 볼 때에야 이 말을 이해하게 되겠지.


8/18(금) <미야기 로케 최종일>
미야기 로케 최종일. 엄마가 나와의 전화로 도쿄행을 결정하는 씬. “아버지는 다른 여자와 살고 있어”라고 고백하는 엄마의 볼에 스치듯 걸린 머리카락. 이 머리카락 한 가닥으로 표정이 전혀 달라 보인다. 다음으로 촬영한 것은 상경직전, 텅 빈 방안에서 우두커니 서있는 엄마를 담아내는 장면이다. 이제부터 시작되는 새로운 생활에 대한 마음을 표현이라도 하는 듯 의상은 아름다운 제비꽃 색의 옷. 미야기에서 출연한 배우들이 입을 모아 한 말은 세트, 미술소품, 의상, 메이크업 등이 정말 잘 되어 있어서 그 시대 그 장소에 자연스럽게 몰입할 수 있었고 덕분에 연기하기가 훨씬 수월했다고 한다. 각 팀이 이루어 낸 노력의 결정이 하나의 그림이 되고 영화가 된다.


9/11(월) <세심한 정성이 담긴 영화소품들>
엄마의 가게 ‘갓빠’. 노렌(상점 앞에 걸어놓는 천)의 일러스트를 시작으로 인형과 목각인형 등 가게 안에는 여러가지 갓빠(일본에 상상의 동물) 상품이 진열되어 있다. 미술부의 마음 씀씀이에 감동한다. 그리고 이번 작품의 관심사 중 하나인 엄마의 요리. 점심시간에 촬영이 끝난 키키 키린은 가게 안 카운터에 놓여진 촬영용 요리를 타파 웨어에 담고 있다. “가져가서 오늘 점심으로 먹을 거에요. 아마 이런 여배우는 없을 거에요”라고 말하며 총총히 돌아갔다. 보통 때의 꾸미지 않는 모습도 포함해서 역시 엄마 역은 이 사람밖에 없다.


9/17(일) <배우들의 유쾌한 애드립>
엄마가 처음으로 사사즈카의 맨션에 왔을 때 즈음. 원작자인 릴리 프랭키가 실제 볼링장 바로 윗 층에 살았다고 하자 극본에는 적혀있지 않았지만 아래층의 진동에 놀라는 연기를 하는 키키. 거기에 이어 오다기리도 “스트라이크 나왔네” 라며 척척 받아 친다. 이런 식으로 공기에 색깔이 생기고, 방음된 스튜디오가 바로 그 순간 떠들석한 장소처럼 들려왔다.


9/19(화) <그녀는 모두의 엄마>
태풍이 지나가고 난 후의 기분 좋은 가을하늘. 촬영은 스튜디오 안 사사즈카 맨션. 엄마가 세탁물을 개면서 몸이 편치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씬을 찍을 예정이었으나 “세탁물 개는 모습은 자주 보는 장면이잖아”라며 키키가 자택에서 삶은 밤과 칼을 지참하고 촬영에 임했다. 대화를 하면서 마구 밤을 먹는 엄마. 개인적인 얘기지만, ‘나의 엄마도 이랬었지’라며 마음속 깊이 떠올려버렸다. 다른 것에서도 나의 모친과 겹치는 부분이 몇 가지 눈에 띄었다. 필시 그것은 나 뿐만 아니라 다른 많은 사람들도 그렇게 생각할 것이다. 엄마가 모두에게 사랑 받는 이유는 분명 그녀가 ‘모두의 엄마’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 씬을 마치고 키키가 밤을 모두에게 대접해주었다. 달고 맛있는 그리운 맛. 이제 완연한 가을이다.


9/24(일) <횡단보도 씬>
사사즈카, 횡단보도 씬. 파란 신호가 들어왔다. 오다기리가 아무런 말도 없이 손을 내밀었고 키키는 아무 말 없이 그 손을 잡는다. 말이 필요 없다. 그 이상의 무언가가 여기에 존재하고 있다. 엄마의 손에 이끌려 걸어가던 소년시절이 있었다면 지금은 내가 엄마의 손을 잡아 끌며 걸어간다. ‘나’를 위해 살아온 어머니. 이제부터 내가 엄마를 위해 산다.


10/3(화) <병실 씬>
연일 계속 촬영된 병실 씬. 그리고 드디어 그날이 왔다. 갑자기 엄마의 상태가 나빠져 ‘나’와 아버지가 지켜본다. 아침부터 의료지도를 위한 선생님과 함께 리허설이 반복된다. 거기에 부랴부랴 달려온 아버지 역의 고바야시는 대사를 검토하고 있다. 죽음을 눈앞에 둔 어머니를 향해 “죽지마!”라고 말하는 것은 바보스럽지 않냐는 의문이 제기됐다. 스텝들이 고민하고 있는 동안 키키 키린이 말 한마디를 건넸다. “오히려 아버지다워서 괜찮다고 생각해요” 그것으로 모두의 고민은 종결되었다. 그리고 어머니, 아버지, 그리고 자식 만이 남은 방에서 엄마는 마지막을 맞는다. 현장은 소리 하나 없이 극도의 긴장상태. 숨을 거두며 영혼이 떠나는 순간을 표현하고 싶다는 키키 키린. 최후의 힘을 쥐어짜내어 상체를 일으킨다. 모두가 집중해서 그 과정을 끝까지 지켜본다. 정적을 깨는 듯한 감독의 “OK!”소리와 함께 현장도 힘이 빠진 것처럼 안도의 공기가 감돌았다.


10/5(목) <키키 키린의 마지막 촬영>
오늘은 엄마가 돌아가신 후 새집 이불에 누워 가만히 있는 모습을 찍는 날. 하지만 눈과 배가 실룩실룩 움직여서 몇 번인가 NG가 나버렸다. 커트 종료 후, 모두에게 정중히 사과하는 키키 키린. 모든 촬영 중에서 움직이지 않아도 되는 오늘이 제일 어려웠다고 농담처럼 이야기한다. 오늘은 키키 키린의 촬영 전편이 종료되는 날. 그녀는 본인의 대본에 릴리 프랭키의 어머니 사진을 붙이고 있었다고 말했다. 어머니의 인생을 꿋꿋이 살아간 그 모습은 영화의 인물을 넘어서서 보는 사람 모두가 마음속에 간직한 어머니의 모습일 것이다.


10/7(토) <엄마와 나 때때로 아버지>
나카메구로의 집 앞에서 엄마의 장례식이 거행된다. 유영을 든 아버지, 위패를 든 ‘나’. 촬영 전에 감정 몰입을 위해 기분을 만드는 오다기리. 감독에게 “5분만 주세요”라고 전하고 걸어갔다. 참석자 사이에서 가끔씩 그 모습이 멀리 보인다. 흔들흔들 몸을 움직여 걸으며 일정한 구간을 왕복한다. 그 동작이 반복되는 만큼 감정이 고조되는 것처럼 보인다. 정말 가까이 다가갈 수 없는 분위기다. 얼마 후 오다기리가 돌아왔다. “괜찮습니다”라며 언제나처럼 담담한 느낌으로. 하지만 위패를 들고 서는 위치에 들어간 순간 눈에서는 눈물이 흘러 나왔다. 이 순발력, 폭발력에 압도되며 나는 아스팔트에 떨어지는 굵은 눈물 방울을 바라고 있었다. 그 후, 실내세트에 이동해서 나와 아버지의 이별. 오늘로서 전편을 종료하는 고바야시의 얼굴에 늙은 아버지의 특수분장이 오늘은 유달리 눈에 띈다. 성장한 아들과 어딘가 작아진 듯한 아버지의 뒷모습. 그 뒷모습에서 아버지의 인생이 전해져 온다. 여름날 미야기현의 오프닝에서 문짝을 차 부수고, 영화의 막을 열었던 고바야시가 최후에는 사라져가는 남자의 애수를 보여주었다.


10/12(목) <도쿄타워 씬 촬영일>
한밤중인지 아니면 이른 새벽인지 오전 3시에 집합한 스태프들은 도쿄타워 오픈시간까지 촬영을 마치지 않으면 안 되는 듯 아직 해가 뜨지 않은 시각부터 준비에 들어가 일출과 함께 촬영을 개시했다. 촬영은 시간과의 승부이다. 그래서인지 웬만해서 촬영하기 힘든 시간대의 야경에 자꾸만 눈이 간다. 오다기리 죠, 미즈에역의 마츠 다카코도 어두운 때부터 현장에 와서 리허설을 반복하고 있는 사이, 주위가 서서히 밝아져 왔다. 밖을 보자 지평선으로부터 태양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새빨간 아침노을의 하늘, 황금색으로 빛나는 도쿄만. 전망대의 이쪽저쪽으로부터 환성이 들리고, 정신을 차려보니 스태프들과 오다기리 그리고 마츠도 유리창에 찰싹 달라붙어서 사진을 찍고 있다. 모두와 함께 본 이 하늘이 엄마의 죽음 직후, “엄마, 잘해주셨어요”라는 내레이션에 걸리는 하늘이 되었다. 촬영이 끝나고 나서도 이 광경은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드디어 영화의 라스트 씬 촬영 개시. 날씨도 따라주었고 거기에 맑은 기분이 더해져 잘 어울리는 커트가 되었다. 전망대를 끝으로 마츠 다카코의 촬영이 모두 종료되었다. 그 여운에 잠기고 싶었지만 이제 10분 후면 오픈시간, 모두 서둘러 밖으로 나온다. 밖으로 나와 도쿄타워 기슭에 온 ‘나’의 촬영. 이 씬으로 드디어 오다기리 전편종료. 감독과 꼬옥 악수를 하는 그 얼굴은 해냈다는 만족감이 넘쳐있었다. 오다기리 죠라는 배우에 대해 이것저것 생각해봐도 대답은 나오지 않는다. 단지 <도쿄타워>의 ‘나’라는 것.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뭐 그것만으로 괜찮지 않을까요?”라며 웃는 오다기리의 얼굴을 떠올려 봤다.


10/16(월) <크랭크 업>
고등학교에 진학한 ‘나’와 엄마의 이별. 여기 치바현 고미나토 철도는 한 시간에 한대 운행되는 단선철도. 찍을 수 있는 기회도 한정되어있다. 게다가 A역을 출발해서 B역에서 몇 명 내리고 C역에서 합류해서 A역까지 자동차로 돌아 오는 퍼즐 같은 스케줄에 스태프는 노선도, 시각표, 커트표에 눈을 떼지 못했다. 최종일에 가장 복잡한 촬영을 한 셈이다. 야야코의 라스트 컷. 열차 안에서 점점 멀어져 가는 어머니의 모습을 찍는다. 스태프는 그대로 열차를 타고 가고, 차내에서 촬영에 임한다. 혼자 홈에 남겨진 야야코는 찍히지 않기 위해 숨어있었던 스태프가 나오자 “정말 혼자만 남겨진 줄 알았어요”라며 안도하는 얼굴이다. 다음은 차를 타고 역으로 이동해서 기차의 도착을 기다리는 것뿐이다. 텅 빈 역 앞의 로터리에 촬영버스, 트럭, 몇 대의 자동차가 모여든다. 촬영팀을 태운 열차가 도착하고 기차를 내리는 스태프의 얼굴엔 미소가 흐르고 있었다. 아무래도 무사히 찍은 것 같다. 이 순간, 대략 2개월하고 2주간 계속된 <도쿄타워>의 촬영도 드디어 크랭크업. 좋은 영화를 만든다는 한가지 목적으로 뭉친 전우들. 조촐한 건배 뒤, 헤어짐이 아쉬운 듯 한 사람 한 사람씩 각자의 자동차를 타고 흩어졌다. 이 광경자체가 [영화]다. “그럼 또 어딘가에서 만나겠지” 나도, 그들도, 그렇게 말하고서는 석양이 지는 로터리를 뒤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