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가에 스며든 아침 햇살에 눈을 떴다. 블라인드 사이로 환한 빛이 비쳐 든다. 블라인드를 걷고 창문을 열어보니 왁자지껄한 소리가 들린다. 어제와는 다른 아침이다. 밀퍼드 트레킹 여정은 새들의 지저귐 또는 고요함 속에 하루를 시작했는데 오늘은 도시 한가운데, 사람들과 더불어 있음을 여실히 느끼며 시작한다.
스카이라인 콤플렉스 승강장 입구 안내 표지판.
풀밭에 커다란 패러글라이딩을 주섬주섬 챙겨 드는 사람들이 보인다. 창밖으로 고개를 내밀어 올려다보니 또 다른 패러글라이딩이 내려앉기 시작한다. 퀸스타운은 천혜의 자연을 이용한 각종 레포츠의 천국으로 불린다. 레포츠와 트레킹을 즐기기 위해 전 세계에서 모여든 젊은이들로 늘 붐빈다. 하늘 위에는 열기구가 떠있다. 아침해가 떠오를 때 그 빛을 받아 반짝이는 강과 협곡 등을 내려다보며 여행을 즐기나 보다.
곤돌라 타고 퀸스타운 시내를 내려다볼 수 있는 봅스 힐을 올라가 전망이 좋은 카페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다.
창 너머로 푸른 호수와 녹색 숲이 펼쳐지고 그 주변으로 집들이 그림처럼 자리 잡고 있다. 그림 같은 배경에 패러글라이더와 사람들 웃음소리까지 더해지니 현실감 없이 평화롭고 행복해 보인다.
와카티푸 호수를 바라보는 전망 좋은 호텔에서 여유로운 아침 식사를 하고 한적한 호수 주위를 걸어 시내 관광에 나선다. 호수 주변을 걷는 것만으로도 평화로움과 여유로움에 빠져들게 한다.
퀸스타운은 천혜의 자연을 이용한 패러글라이딩과 번지 점프, 루지 등 다양한 레포츠를 즐길 수 있다.특히 이곳에서 즐기는 제트보트는 세계에서 가장 스릴이 넘친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이곳에 도착한 첫날은 밀퍼드 트레킹 준비로 퀸스타운을 돌아볼 여유가 없었기에 오전에 어슬렁거리며 시내를 둘러보기로 했다. 오후에는 근교에 있는 세계 최초의 번지 점프대를 갈지, 깁슨 밸리와 뉴질랜드 개척시대를 재현해놓은 민속촌이 있다는 애로타운를 갈지, 반지의 제왕의 배경인 온센(온천)스파를 갈지를 고민했다. 결국은 퀸스타운을 조망하는 스카이라인 전망대까지 올라가 퀸스타운을 내려다보며 점심 식사를 하기로 했다. 가벼운 트레킹과 더불어 한적함을 즐기며.
전원적인 퀸스타운 시가지와 와카티푸 호수의 아름다운 풍광. 봅스 힐 전망대에서는 호수를 둘러싼 짙푸른 숲과 형광의 초록빛을 뿜어내는 초원의 목가적인 풍경까지 퀸스타운의 모든 것이 한눈에 들어온다.
쇼토버 스트리트와 스탠리 스트리트에 둘러싸인 시내는 걸어서 30분이면 한 바퀴 돌아볼 수 있을 만큼 아담했다. 오코넬스 쇼핑센터가 있는 캠프 스트리트에서 마린 퍼레이드에 이르는 보행자 도로는 차량이 다니지 않아 길 양옆의 크고 작은 쇼핑센터를 한가롭게 구경할 수 있다. 작은 숍들이나 식당에는 은고사리 잎 스티커가 붙어 있다. 품질을 보증하는 인증마크, 퀄 마크(Qualmark)다. 뉴질랜드 상징인 은고사리와 그 아래에 달리는 별의 개수에 따라 등급이 나뉘며 뉴질랜드 관광청에서 발급하는 공식 품질 보증이라니 신뢰가 간다. 품질이 못 미더워서가 아니라, 뉴질랜드 특산품이라지만 가격이 만만치 않아 울 제품들을 들었다 놓았다를 반복하다 결국 간단한 기념품 몇 가지만 샀다.
봅스 힐에서 퀸스타운을 등지고 벤 로몬드 산을 향해 걸었다. 길은 너도밤나무 숲을 빠져나와 초원지대로 접어든다.
이곳저곳을 둘러보다 잠시 햇볕이 내리쬐는 노천카페의 파라솔 아래 앉았다. 커피 한 잔을 주문하고 지나가는 사람들을 본다. 커피를 내어주는 점원과 거리의 모습이 이국적인 정취를 자아낸다. 와카티푸 호수를 따라 이어진 거리의 끝에는 퀸스타운 가든의 산책로 마린 퍼레이드가 시작된다. 아름드리 나무가 가득한 숲길이 호수를 따라 펼쳐진 머린 마레이드는 여왕의 정원이 부럽지 않은 기품과 아름다움으로 가득하다.
벤 로몬드 산을 향해 트레킹하던 중 잠시 숨을 몰아쉬며 뒤를 돌아보니 커다란 와카티푸 호수가 한눈에 들어온다.
다시 걸어 곤돌라를 타기 위해 봅스 힐로 갔다. 전망대에 오르기 위해서다. 곤돌라 아래 자전거로 열심히 오르는 사람과 하이킹을 즐기며 걸어오는 다양한 사람들이 있었다. 봅스 힐의 전망대에서는 퀸스타운이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불과 150년 전 양떼를 위한 목초지였던 이 휴양도시는 1862년, 근처 쇼토버 강에서 금맥이 발견되면서 골드러시를 타고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불과 1년 만에 많은 건물과 사람들로 넘쳐나는 도시가 되었다고 한다. 790m 언덕 이곳에서 내려다보는 풍경이 한 폭의 그림처럼 펼쳐진다.
전원적인 퀸스타운 시가지와 와카티푸 호수의 아름다운 자태, 호수를 둘러싼 짙푸른 숲과 형광의 초록빛을 뿜어내는 초원의 목가적인 풍경까지 퀸스타운의 모든 것이 한눈에 들어온다.
해발 1748m의 벤 로몬드에서 본 풍경. 정상 부근은 매우 가파르다.
스카이라인 콤플렉스에서는 번지점프, 루지, 패러글라이딩 등 다양한 활동을 즐길 수 있다. 다른 활동은 도전할 엄두가 나지 않았지만 봅슬레이를 개조해서 만들 루지는 한참을 망설였다. 경험자를 위한 패스트 트랙 외에 초보자를 위한 트랙이 있어 나름 속도와 스릴을 경험할 수 있을 것 같았지만 호수에 빠질 듯 가파르게 트랙을 내려오는 다른 사람들을 보니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저 체험 스포츠를 바라보기만 하다가 너도밤나무 숲으로 발걸음을 옮기며 온몸으로 자연을 느껴보기로 했다.
봅스 힐에서 퀸스타운을 등지고 벤 로몬드 산을 향해 걸었다. 높이 1748m의 벤 로몬드 산에서는 퀸스타운과 와카티푸 호수 전체를 조망할 수 있다. 길은 너도밤나무 숲을 빠져나와 초원지대로 접어든다. 완만하게 시작한 경사도가 높아지면서 호흡도 턱에 차오른다. 잠시 숨을 몰아쉬며 뒤를 돌아보니 커다란 와카티푸 호수가 한눈에 들어온다. 정상에 오르는 마지막 구간은 매우 가파르다. 구름까지 몰려들면서 옅은 비를 뿌린다. 미끄러운 바위들을 조심스럽게 밟으며 정상에 올라섰지만 온통 비구름이 가득해 5m 앞도 제대로 분간하기 어렵다. 정상을 밟은 기쁨만 잠시 누리고 서둘러 길을 돌아 내려왔다.
벤 로몬드 산에서 내려오던 중 저 멀리 아스라한 와카티푸 호수 위에 쌍무지개가 걸려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두 줄기 무지개는 선명한 아름다움을 뽐내며 너도밤나무 숲으로 이어진다.
산 중턱에 다다르자 언제 그랬냐는 듯 구름이 걷히고 따스한 햇살이 젖은 몸을 데워 준다. 저 멀리 아스라한 와카티푸 호수 위로 쌍무지개가 걸려 있다. 두 줄기 무지개는 선명한 아름다움을 뽐내며 너도밤나무 숲으로 이어져 있다.
무지개의 환영을 받으며 퀸스타운으로 돌아와 저녁 만찬을 위해 근교에 있는 레스토랑으로 이동했다. 자연경관이 수려해 가장 아름다운 와이너리의 하나로 꼽힌다는 뉴질랜드 깁슨 밸리 방문을 포기한 대신 그 지역 생산품으로 유명한 피노누아 와인과 양고기로 하루를 마무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