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의 종교 정치, 목표는 개신교 젊은표로 대선승리! -글쓴이 평미레님-
제정일치(祭政一致)는 제사와 정치가 하나라는 뜻이다. 정교분리(政敎分離)는 정치와 종교가 나뉜다는 말이다. 이 두 말은 뜻이 상반되니 모순일까? 그건 아니다. 모순이라면 둘 중 하나가 '거짓'이어야 한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제정일치와 정교분리가 모두 '참'이다. 다만 '참'인 분야가 각각 다를 뿐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개인적-사적으로는 제정일치가 참이고, 제도적-공적으로는 정교분리가 참이다. 두 차원을 헷갈리면 문제가 생긴다. 이명박의 "서울시 유대신께 봉헌"과 "부산 사찰 붕괴 기원 축사" 축사 해프닝이 바로 그런 것이다.
어떻게 그런 일이 있을 수 있느냐고 열 올리지 마시라. 이미 일어난 일이고 거기에는 이유가 있게 마련이다. 이명박의 종교적 정치 행위를 정신 나간 짓이라고 몰아붙일 필요 없다. 모자라거나 미쳐서 그런 게 아니다. 다 치밀한 계산 끝내놓고 하는 일이다. 변명거리도 마련해 놓고 벌인 일이다.
*** 종교는 원래 제정신과 거리가 있다. 특히 그 종교에 몸담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그렇게 보인다. 원수를 위해 기도하라는 예수의 가르침은 멀쩡한 제정신 든 사람으로서는 따르기 어렵다. 개미 한 마리라도 무심코 밟아 죽이지 말라는 불교의 가르침이나 여자는 아버지와 남편과 아들을 줄줄이 섬겨야 한다는 유교의 가르침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그 안에 들어가면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그래서 사람들은 제정신으로 못할 일도 종교의 힘으로 곧잘 해치운다. 무력이 모자랐던 고려인들은 불교의 힘으로 몽골 제국에 저항했다. 부시는 기독교를 등에 업고 이라크로 쳐들어가는 무식함을 보였다. 산노인은 알라의 이름으로 인류 역사상 가장 강력한 암살단을 조직해 세상을 부들부들 떨게 했었다. 예나 지금이나 동양이나 서양이나 긍정적이거나 부정적이거나 종교의 힘은 막강하다.
제정신과 거리가 있는 종교가 힘을 갖는 것은 사람의 마음 구조 때문이다. 마음은 세 기능을 갖는데 의정지(意情志)가 그것이다. 의뜻과 정뜻과 지뜻은 서로 의존적이지만 각각도 힘이 세다. 의뜻이 모자라도 정뜻과 지뜻이 크면 폭발적인 힘을 낸다. 오래가지 못하는 단점이 있기는 하지만. 편협한 교리를 가진 근본주의 종교가 더 큰 교세를 가지는 것도 정뜻과 지뜻을 유난히 강조하기 때문이다. 사실 의뜻의 중요성이 강조된 것은 서구에서도 불과 2-3백년에 불과하다. 그 전에는 서구도 의뜻보다는 정뜻과 지뜻 과잉의 역사다. 대 살륙의 십자군 전쟁이니 무서운 종교 재판과 화형제도가 그런 것이다.
*** 한국은 전통적으로 제정일치다. 단군왕검 때부터 제정은 일치였다. 삼국과 고려에서도 정치와 불교는 분리하기 어렵다. 신라의 왕사제도가 그랬고 고려의 팔관회는 정부주도 행사였다. 조선의 정치는 정도전에서 만인소에 이르기까지 유교와 뗄 수 없었다.
일제 강점기에도 조선의 종교 단체들은 예외 없이 일본 천황에 굴복했고 신사를 참배했다. 해방 후 역대 통치자들도 종교를 후원하고 그 지지를 받았다. 이승만의 기독교가 그랬고 박정희와 전두환의 불교가 그랬다. 독재정권들이 즐겨 사용한 '조찬기도회'는 정교 유착의 상징적 관행이다.
한편 정교분리는 서양에서 들어온 개념이다. 기원은 중세 유럽의 정권과 교권의 피 터지는 싸움이다. 공멸을 면하려고 황제의 조세권과 교황의 십일조권을 서로 침해하지 않기로 했던 게 바로 정교분리의 배경이다. "유대신의 것은 유대신에게로, 가이사의 것은 가이사에게로."
얼른 보면 한국은 지금 제정일치에서 정교분리로 넘어가는 이행기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게 아니다. 전통적 제정일치와 서구의 정교분리는 공존하면서 각각 적용되는 영역을 가르고 있다. 공사를 구분하고 개인/제도를 구분한 것이다. 개인적/사적으로는 제정일치이고 제도적/공적으로는 정교분리다.
*** 이론적으로 정리가 됐다고 해서 실천까지 이뤄지는 건 아니다. 개인이 사적으로 제정을 일치시키거나 정교를 분리하는 것은 자유다. 문제는 정치나 종교 지도자들이 제도적이고 공적으로 정교의 경계를 넘나드는 것이다. 종교 지도자들의 정치 개입은 공공연하다. 독재정권들을 위한 조찬기도회와 한기총의 친미-반정부 시위, 김진홍 목사의 뉴라이트가 다 그런 것이다.
정치인들도 종교에 기댄다. 표 때문이다. 정치인들이 자기 종교를 소개할 때 '기불릭'이라고 한다는 건 풍자적이지만 사실이다. 청중에 맞춰 얼버무리는 게 가장 유리하다. 한편 국회의원들은 가톨릭 비율이 높다. 지역구 개념과 교구 개념이 비슷하기 때문이다. 이게 다 한 표라도 더 얻기 위한, 혹은 한 표라도 잃지 않기 위한 정치-종교적 처세술이다.
정치인들이 이런 꼼수를 부리는 이유가 뭘까? 유권자-신도의 제정일치 성향 때문이다. 투표할 때도 '같은 값이면 다홍치마' 원칙을 적용하기 때문이다. 그 덕을 톡톡히 본 것이 이승만과 김영삼이다. 종교적 '동가홍상' 원칙은 개신교인들이 가장 적극적으로 써먹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이명박이 이승만과 김영삼의 전례를 따르고 있다. 이명박이 열혈 독실 개신교 신자라서 '서울시를 몽땅 유대귀신에 봉헌'하거나 '부산 사찰 붕괴 기원' 행사에 축사를 한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그런 해프닝이라도 벌이는 게 실보다 득이 많다고 정확히 계산을 끝냈기 때문이다. 득이란 당연히 표를 말한다.
*** 이명박의 종교적 정치활동에는 한 가지 주목할 게 있다. 그의 종교적 유세 대상은 중장년이나 노년층, 혹은 아줌마층이 아니다. 오바까지 해가면서 종교-정치적으로 어필하려는 것은 젊은층이다. '서울시 봉헌'과 '부산 사찰 붕괴 기원' 축사 해프닝이 벌어진 것은 다 젊은 개신교도들의 행사다. '서울시 봉헌' 해프닝이 일어난 것은 2004년 5월31일 열린 <청년 학생 연합기도회>였다. 여기에는 교파를 초월한 1백여 대형 개신교회의 대학-청년회와 30여 개의 청년 선교단체가 참여했다. 행사에 참가한 대학생과 청년 수가 1만여 명이었다. 이 자리에 발표한 이명박의 기도문의 마지막 구절을 보시라. 기회만 있으면 청년이라는 말을 끼워 넣는다.
"서울의 회복과 부흥을 꿈꾸고 기도하는
'부산 사찰 붕괴 기원' 축사 해프닝이 벌어진 것도 젊은 개신교도들의 행사다. 지난 6월4일 <어게인 1907 인 부산>이라는 이름으로 열린 이 행사를 주최한 것은 '부산 기독청년 연합회'이며 참가자 수는 약 1만 5천여 명으로 집계됐다. 이 자리에 동영상으로 보낸 이명박의 축사에도 '청년'이라는 말이 빠지지 않는 점에 주목하시라.
"저는 서울 소망교회 이명박 장로입니다. 저도 지난 2004년과 2005년 '서울 어게인 1907' 집회에 참가해서 많은 청년들 격려하면서 보람을 느꼈던 기억을 하고 있습니다. ...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부산을 축복합니다. 부산 청년 여러분, 사랑합니다. 감사합니다." 어떤가 아주 대단한 계산과 기획의 흔적이 보?것이다.
*** '서울시 봉헌'과 '부산 사찰 붕괴 기원' 축사가 공개돼 논란을 일으켰다. 이명박은 '앗 뜨거라' 했을까? 천만의 말씀이다. 드러나지 않았으면 더 좋았겠지만 논란이 돼도 손해는 별로 크지 않다. 젊은층의 표심을 잡는 것이 논란을 피하는 것보다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지난 대선에서 이회창의 낙선 원인은 젊은표에 있었다. 젊은표를 잡지 못하면 이회창 꼴이 된다는 걸 이명박은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이회창처럼 유치하게 '언니-오빠' 타령하지 않는다. 대신 청년층에게 종교로 접근하는 것이다. 나름대로 교묘하고도 참신한 방법이다.
이명박은 어차피 정치인이다. 그것도 평생의 정치여정의 끝에서 마지막 도전을 앞둔 사람이다. 그런 그가 정교분리 같은 '사소한(?)' 원칙 지키느라고 이것저것 가릴 처지가 아니라는 말이다. 그러니 표만 된다면 무슨 짓이든 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문제는 이명박의 종교적 정치활동의 목표인 젊은 개신교인들이다. 그들은 정말 이명박 장로가 대통령이 되면 나라가 부강해 질 것이라고 믿는 것일까? 그러나 전례를 보면 정 반대다. 개신교도였던 이승만은 국민에게 쫓겨나서 남의 나라로 도망가 거기서 죽었다. 개신교 장로 김영삼은 경제위기 자초한 대통령으로 찍혀 두고두고 욕먹고 있다. 이명박이라고 다를까? 프랑스 속담에 그런 말이 있다. "두 번 일어난 일은 반드시 세 번 일어난다."
*** 제정일치-정교분리도 결국 정치인이 아니라 국민의 문제다. 이명박이 '장로 대통령'이니 '기독교 국가' 같은 이야기를 퍼뜨리는 건 표를 얻기 위해서다. 나가는 표보다 들어오는 표가 많으면 서울시 뿐 아니라 대한민국을 통째로 봉헌할 것이다. 부산 뿐 아니라 전국의 사찰을 무너지게 해달라는 기도회에 기꺼이 축사를 보낼 것이다.
이명박이 대통 선거운동 하는 순간 종교갈등의 국면으로 산산조각 날 것이 틀림없다. 젊은 기독교인들은 이명박의 정치적 의도에 말려 공범 역할을 하고 있다. '서울시 봉헌'이나 '부산 사찰 붕괴 기원' 축사가 그냥 일과성 해프닝 같아 보이는가? 거기엔 심각한 갈등의 씨앗이 담겨있다. 한국은 이미 이념 갈등과 지역 갈등만으로도 벅차다. 거기다가 종교 갈등까지 더해야겠는가? 이명박 해프닝이 계속될수록 종교 갈등은 정치적으로 가시화 될 것이다. 역사는 한국판 종교 갈등의 원흉으로 이명박을 지명할 것이다. 기독 청년들은 그 들러리나 설 것인가. 들을 귀 있는 자는 잘 들어야 한다. 정신 바싹 차리지 않으면 이승만->김영삼에 이은 세번째 실패가 올지도 모른다.
리플러님: 아니면 여기 평미례의 생각처럼 개신교 젊은 유권자층을 의식한 계산된 정치적 행동이엇는지 확실치는 않지만.. 적어도 대통을 바라는 사람이 그런 식의 꼼수는 안되는데..쯔쯔 근데 "가이사의 것은 가이사에게로..."에서 가이사는 뭔가? 신성로마제국의 독일왕, 하인드리(?)2세도 로마황제의 신분였으므로.. 그것이 정교분리의 시초 아니였남? 아닌가..몰겠다. 리플러 국가도 없다더만.. 기독교는 거의 없잖어.. 불교식 신도 태국이나 인도차이나 국가들도 불교국, 필리핀은 카톨릭, 인도네시아는 무슬림등등 여튼 울나라가 원래부터 선교사들이 많았고, 해방후 미국 원조하에 개신교가 성세를 이루었지만.. 개신교 성세가 신기하기는 신기해..외국인들도 신기하다고 하더만..교세를 확장하려는 의지가 정말 높았던 중국이나 일본에서는 정작 실패하고 별로 기대하지도 않았던 한국에선 성공햇고.. 동네마다 교회가 다 잇어..쩝
trackback: http://www.seoprise.com/board/view.php?table=seoprise9&uid=176828 |
'●불교&자료&관심사● > 불교이야기·불교뉴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이모씨 변호사에 대한 불교청년회의 답변 (0) | 2006.11.20 |
---|---|
[스크랩] 이모씨의 방문 즐거운 것인가? (0) | 2006.11.20 |
[스크랩] 마음밭에 무얼 심지 ? (명상 만화) (0) | 2006.11.08 |
[스크랩] 포교사단의 이색포교 / 오페라 `갓바위` 리허설장을 찾아서... (0) | 2006.11.06 |
[스크랩] 조금 더 넓어진 불국토의 영역-우리절 [무량수전 노인전문요양원] 낙성식 소식 (0) | 2006.11.01 |